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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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16화 당신 목줄기에 얼굴을 묻고 잠들고 싶어요.
창밖의 여자
제16화 당신 목줄기에 얼굴을 묻고 잠들고 싶어요.
1979.01.16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어디로 가고 있어요. 지금?
- 어디로 갈까요?
- 그냥 달려요. 어디든.
- 어디든?
- 응. 어디든.
- 그럼 바퀴가 구르는 데로 가겠어요. 하하하. 서울 빠져나가도 돼죠?
- 어디든. 호호호
- 좋아요.

- 서울 빠져나가서 한적한 길은 실컷 좀 달려봐요.
- 나두 그러고 싶어요. 비가 오니까 차 안이 쾌적해요. 아주. 이 기분으로썬 몇 시간도 괜찮을 것 같애요.
- 자! 드디어 서울을 벗어납니다.

- 비가 어쩌면 하루종일 한결같은 기세로 내리죠?
- 비가 내려서 좋아요. 그렇죠?
- 그래요.
- 아니, 비가 내려서 좋은게 아니라. 비 오는 날 만나서 좋은 거에요. 오늘 같은 날 이렇게 겨울비가 쏟아지는데 당신 만나지 못 했다면 아무 무슨 일을 저지르고 말았을 거에요.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나요. 손 좀 주세요.
- 손? 뭐하게요?
- 주세요.
- 놔요. 운전 한 손으로 하지 말구요.
- 금방 놓을게요. 됐어요. 자 이제부턴 속력을 좀 더 내도 됩니다.
- 길이 미끄럽지 않아요?
- 저 운전 잘 해요. 자 좀 밟겠습니다.

- 어머. 벌써 어두워 지기 시작하네요.
- 아직 해 질 시간이 아니에요. 비 탓이죠.
- 돌아가아죠. 이제.
- 저기 방갈로가 보입니다.가서 뭘 좀 마시고 가죠.
- 그래요. 목이 말라요.
- 뭐든 마실 게 있을 겁니다.
- 아마. 두시간은 더 왔죠?
- 그 쯤 됐을 거에요.
- 비가 아직도 그치질 않네요.
- 쉽게 그칠 비가 아닌가 봅니다.
- 어머. 방갈로가 굉장히 예쁘군요.
- 그렇군요.

(띵동)
- 야! 엄마다. 엄마에요?
- 아빠다.
- 아빠? 아빠!
- 아빠 일찍 들어 오셨구나.
- 그래 그래. 자 올라가자.
- 안녕하세요?
- 아유. 네. 수고하십니다. 근데 집사람 어디 갔습니까?
- 네. 그래서 지금 집보고 있는 중인데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하셨는데 아직 안 들어 오시네요.
- 언제 나갔는데요?
- 세시쯤에요.
- 응. 곧 들어오겠죠. 뭐.
- 저녁을 지어 놓고 갔는데 차려 드릴까요?
- 아닙니다. 집사람 들어오면 먹죠.
- 제가 왔으니까 이제 들어가 보시죠.
- 네. 그럼.
- 수고하셨어요.

- 윤이야. 엄마 어디갔어?
- 몰라요. 빨리 들어 온댔어요.
- 아빠.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요?
- 엉. 비도오고 감기 기운도 있고 그래서 일찍 들어왔다.
- 근데, 엄마는 왜 아직도 안 오지? 일곱시가 돼 가는 데 말이야.
- 영아. 배고파? 저녁먹겠어?
- 엄마 오면 같이 먹을래요.
- 나두요.
- 그래 그래. 그럼 저 아빠 옷 갈아 입고 나올 테니까.
- 어딜 간거지?일곱시가 다 되도록 들어오지 않고.

- 불꽃이 참 보기 좋아요.
- 좋군요. 정말.
- 이제 돌아가아죠. 깜깜해요. 밖이.
- 조금만 더 있다가요. 여기 편안해서 일어나기 싫습니다.
- 몇 신데요?
- 일곱시에요.
- 어머. 늦었어요. 돌아가는 데 두시간 더 걸릴거 아니에요?
- 조금만 더 있어요.
- 늦었잖아요.
- 혜진씨.
- 돌아가요.
- 조금만 더 있어요. 가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있고 싶어요.
- 하지만...
-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가죠? 아니 우리에겐 왜 이렇게 시간이 없는거죠? 나, 당신 낮에 말곤 만난 적이 없어요. 언제나 대낮에 잠깐씩 봤어요. 아세요?
- 뭘요?
- 어두움이 내리기 시작할 때 당신 얼굴이 온통 눈 앞에 출렁거리는데도 당신 만날 길이 없어서 상처받은 짐승처럼 거리를 헤메던 날 들을.
- 알아요. 알아요. 당신이 그렇게 밤거리를 헤맬 때 나 검은 유리창에 비치는 내 검은 그림자를 바라봐야 했어요. 그 검은 내 모습이 어땠는지...
- 혜진씨. 따뜻해요. 당신 목줄기가. 당신 목줄기 여기에 얼굴을 묻고 잠들고 싶어요. 잠들고 싶어요.
- 하지만...
- 하지만 뭐에요?
- 돌아가야. 돌아가야죠.
- 간다는 말 하지 말아요.
- 하지만....
- 혜진씨....

- 아빠. 엄마 왜 아직도 안 오지? 아홉시인데도 왜 안 와요?
- 글쎄 말이다.
- 난 졸려 죽겠는데.
- 나두야.
- 졸리면은 가서 자. 아홉시니까 이제 엄마 곧 올거야.
- 엄마가 와야 자지.
- 아. 잘 시간이 지났잖아. 가서 자. 영아도 가서 자고. 어디 아빠가 안아다 줄까?
- 난 엄마 오면 잘건데.
- 윤이. 늦게 자면 착한 어린이 아니라고 했는데.
- 그래도...
- 자면 엄마가 와요. 알았지?
- 네. 알았어요.
- 자. 영아 이리와자. 자. 가자~
- 우우~ 자! 윤이도 누워.
- 자~ 잘들 자라~
- 네~
- 아빠 안녕~
- 그래. 불 끈다.

- 대체 이 사람 이거 어딜 간거야. 참 나.
(전화를 건다)
- 아. 안녕하세요. 저 영아 아빱니다.
- 어머. 어쩐일이세요? 어쩐일로 제게 전화를 다 하셨어요?
- 하하. 놀라셨죠? 느닷없이 전화를 드려서.
- 뜻 밖이라서요.
- 하하. 그러실 겁니다.
- 근데 왠일이세요 정말?
- 우리 집사람 거기 없죠?
- 없는데요? 왜요? 집에 없어요?
- 외출을 했다는데 아직 안 들어오는 군요. 그래서...
- 그래요?
- 혹시 어딜 갔는지 아시나 해서요.
- 글쎄요. 전 모르겠는데요.
- 그럼. 이 사람 대체 어딜 갔을까요?

제15화 안 보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제17화 여기서 잘못하면 넌 영영 끝이야


(입력일 : 200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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