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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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15화 안 보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창밖의 여자
제15화 안 보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1979.01.15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누구세요?
- 나야.
- 문 안 잠겼어.
- 비 오는 데 웬일이야. 비 많이 오지?
- 겨울에 웬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지 모르겠다.
- 젖었어?
- 마르겠지 뭐.
- 웬일이야 이 비속에.
- 나올 땐 많이 안 왔었어.
- 커피 마실까?
- 어. 좀 뜨겁게 끓여.

- 너. 어떠니?
- 괜찮아.
- 얼굴 보니까 괜찮지 않은데?
- 괜찮아.
- 정말 전화 안 오니? 찾아오지도 않고?
- 애원을 했거든.
- 안 만난 지 한 보름은 돼 가지?
- 응
- 신통하다 그래도 그 사람.
- 어떻게 지내나 몰라 요샌 경화도 통 안 와서 알 수가 없어.
- 궁금하니?
- 보고싶어.
- 뭐야?
- 나 정말 미쳤나 봐. 견디기가 힘이 들어. 너무 힘들어서 내가 쫓아갈 것 같애.
- 너 정말 미쳤구나.
- 이럴 줄은 몰랐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 안 보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왜? 보기 흉하니? 내가 미친 여자 같으니? 내가 바람난 고양이 같으니? 응? 무슨 말이든 좀 해. 그렇게 쳐다보지만 말고.
- 너. 정말 좋아하는구나. 정말이야. 참 딱하다. 어쩌다 안 만날 사람을 만나갖구. 서른 다섯 살 먹은 유부녀가 사랑 때문에 우는 꼴을 보고 웃어야 하는 건데 웃음이 나기는커녕 참... 아휴. 커피나 마시자.

- 마셔. 너 설마 힘들다고 쫓아가진 않겠지?
- 모르겠어.
- 그러지마. 이게 고비야.
- 비는 또 왜 저렇게 쏟아지지...

- 어휴. 이 겨울비가 꼭 여름 장마비 쏟아지듯이 쏟아지네.
- 아니 길 건너 다방 갔다 오는 동안 그렇게 젖었어요?
- 초속 1키로로 뛰었는데도 이렇다.
- 초속 1키로요?
- 피. 자기가 무슨 제비라고?
- 제비같지 않니? 비 맞은 제비꼴이 이렇지 않니?
- 비 맞은 참새 꼴이겠죠?
- 어이구. 말을 말지.
- 아휴. 미치겠다.
- 미치겠어? 또?
- 거리에 비 내리 듯 내 마음에 눈물이 흐르네.
- 계속하지 그래?
- 그만두겠어.
- 그 다음 구절을 모르는 거 아냐?
- 천만에.
- 그럼 계속해. 들어보자고 좀.
- 안 해.
- 해 봐~
- 계속하다간 진짜로 눈물이 흐를까 봐서 못하겠어.
- 누가 말리겠니 그걸.
- 나가는 거야. 학수?
- 나 오늘 안 들어온다. 기다리지 말어.
- 어. 형! 우산 갖구 나가요!
- 벌써 사라졌는데 들리니? 하긴. 한 보름 동안 꼼짝않고 버티고 앉아서 죽어라고 일만 하더니 갑자기 또 어딜 가지?
- 학수형. 요새 왜 저렇게 말을 안 하죠? 이상해요.
- 저 자식한테 무슨 일이 있어. 분명히.
- 형은 학수형하고 그렇게 친하면서도 왜 그렇게 모르는 게 많아요?
- 지가 얘기하고 싶지 않은 건 죽어도 얘길 안 하는 걸 어떡하니? 두고 볼 밖에.
- 경화도 몰라? 경화 모르냐구?
- 몰라.

- 엄마!
- 왜?
- 나 샌드위치 만들어 줘요. 엄마.
- 엄마. 나두.
- 샌드위치?
- 응.
- 윤이야. 엄마가 지금 몸이 아파요.
- 몸이 아퍼?
- 응
- 많이 아퍼?
- 아니 조금.
- 응. 쪼금?
- 엄마. 샌드위치 낼 해주면 안 되겠니? 대신 과자 먹어. 오늘은.
- 그래. 엄마.
- 우리 윤이 참 착하구나. 저기 냉장고에 초콜렛이랑 비스킷 있지? 꺼내다 먹어 영아랑.
- 네.
- 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 누굴까? 여보세요?
- .....
- 여보세요?
- 접니다.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 어디에요?
- 아바카페에 와 있어요. 얼굴 좀 보여주세요. 혜진씨.
- 기다려요.

- 여기에요. 들어오세요. 차 안으로. 거기 그렇게 서 계실 거에요?

- 오랜만이군요. 얼굴빛이 좋지 않아요. 뭐라고 말 좀 하세요. 화 나셨어요? 나타나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도 또 왔다고 화 나셨어요? 화를 내셔도 할 수 없어요. 안 올 수가 없어서. 그동안 내가 안 온 건 당신이 오지 말아달라고 해서 안 온 게 아니에요. 내가 일부러 안 온 거에요. 안 오고 견딜 수 있는지 어쩐지. 견디는 데 까지 견뎌보고 싶어서 안 왔어요. 그런데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왔어요. 당신이 나오지 않고 그냥 돌아가라고 했으면. 내가 당신 아파트로 올라갔을지도 몰라요. 뭐라고 말 좀 하세요. 네? 날 좀 쳐다보세요. 뭐라고 말 좀 하세요.
- 잘 왔어요. 기다렸어요. 오늘 내내 기다렸어요.
- 혜진씨. 혜진씨.
-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요.

제14화 우린 서로에게 파멸일 뿐이에요 제16화 당신 목줄기에 얼굴을 묻고...


(입력일 : 200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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