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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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14화 우린 서로에게 파멸일 뿐이에요.
창밖의 여자
제14화 우린 서로에게 파멸일 뿐이에요.
1979.01.14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뭘 생각하세요?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 내가 또 왜 여기 미스터 한하고 함께 있죠?
- 왜 그러세요.
- 헤어질 때마다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도 결국 오늘도 여기 오고 말았어요.
- 왜 또 그러세요.
- 또가 아니에요.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가 지금 잘하고 있는가.
-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
- 들어야 해요. 파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 파멸의 소리?
- 이렇게 치닫다가 파멸이에요. 우리가 만난다는 건 파멸을 뜻하는 거에요.
- 내게 있어 파멸은 당신을 만나지 못하는 겁니다. 당신이 있으면 내게 파멸은 없어요.
- 그건 그렇지가 않아요.
- 그렇지가 않다니요?
- 내게나 미스터 한에게나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파멸일 뿐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어울리는 사람들인가? 세상이 우리를 용납하겠는가?
- 결국 또 그 얘기군요.
- 그래요. 결국 또 그 얘기에요. 그 얘기 말고 또 무슨 얘기가 있겠어요.
- 혜진씨. 한숨 쉬지 마세요. 제발요.
- 미스터 한!
- 아무 말도 말아요.
- 미스터 한!
- 아무 말 말라니까요.
- 해야 돼요. 들으세요.
- 안 들어도 다 아는 얘기에요. 그러니까 제발 말하지 마세요.
- 하지만...흡.

- 왜 깼어요?
- 꿈을 꿨어.
- 꿈을요? 무슨 꿈인데요?
- 나쁜 꿈이야.
- 나쁜 꿈이라뇨?
- 꿈에 당신이 당신이 죽었어.
- 내가요?
- 응
- 내가 왜요?
- 글쎄 당신을 내가 죽였어. 내가.
- 당신이 날...
- 응. 내가 당신을 말이야.
- 왜?
- 웬 줄 모르겠어. 처음은 분명치 않은데 당신이 자꾸 날 보고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데도 내가 강에다 떠밀어 버렸어. 힘껏. 기가 막히지... 그래놓고야 깜짝 놀래서 깼지 뭐야.
- 왜? 날 당신이 죽였을까요?
- 그걸 모르겠어.
- 왜 그런 꿈을 꿨을까?
- 글쎄 말이야.
- 딴 사람도 아닌 당신이 날 죽였다니 꿈이라도 말이에요.
- 누가 아니래? 아유. 기분 나빠.
- 뭐 죽었다고 다 나쁜 꿈은 아닐 거에요. 꿈에 죽으면 대길이라던데.
- 나쁜 꿈이지 뭔진 몰라도 꿈에서 깨는데 기분이 섬찟해. 그게 기분이 나뻐. 꿈도 꿈이지만.
- 그래요?
- 나 참. 잠이 다 싹 달아나 버렸네.
- 잊어버리고 자요.
- 잊어 버릴 것 같지 않아. 어떻게 선명한지.
- 아이. 꿈 얘기 그만 해요.
- 그래. 근데 당신은 왜 깼어?
- 잠이 안 와서요.
- 왜?
- 이제 잘 거에요.
- 당신, 무슨 걱정거리 있어?
- 걱정은 무슨...
- 나 모르는 걱정 있음 털어놔 봐.
- 그런 게 어딨어요.
- 정말 없어?
- 당신도 참...
- 아니야. 당신 요새 좀 이상해.
- 내가요? 내가 뭘 어쨌다구요.
- 뭘 어쨌다는 게 아니라 그냥 느낌이야. 아닌가? 왜 대답이 없어?

- 여보. 난 어떡하면 좋아요.

- 왜 대답이 없는 냐니까?
- 여보.
- 왜?
- 나 좀. 나 좀 안아줘요.

- 어이! 점심들 먹으러 가지.
- 어유. 그럽시다.
- 학수 가지.
- 나 별로 생각이 없는데? 왜?
- 너 요새 왜 그러니? 하루는 천국이었다가 하루는 지옥이고. 오늘은 지옥이군? 입도 열기 싫어 하는 걸 보니까.
- 그런데 경화 왜 오늘도 안 나오죠? 오늘은 나오겠다고 했는데.
- 감기가 심한가 보지.
- 경화 어디가 아파서 안 나오는 줄 알아요?
- 아니야?
- 경화 어쩜 안 나올지도 몰라요. 아주.
- 아주?
- 네. 아유. 왜들 다 이러는 줄 모르겠군. 경화 안 나오면 어쩌죠?
- 학수.
- 경화 나와. 걱정마.
- 나온다고? 니가 나온다면 나오겠군.
- 밥들이나 먹고 와.
- 정말 안 갈 거야 밥 먹으러?
- 그렇다니까 그러네.
- 그럼. 방이나 지켜라. 가지 영섭이.
- 네

(전화를 건다)
- 접니다. 뵙고 싶어요. 듣고 계세요? 혜진씨!
- 듣고 있어요.
- 지금 거기로 가겠습니다. 대답해 주세요.
- 30분 후에 만나요. 나 할 얘기 있어요.
- 얘기?
- 네.
- 아무튼 가겠습니다.
- 끊어요. 그럼.
- 네
할 얘기가 있다구?

- 무슨 얘깁니까? 또 그 얘긴 아니겠죠? 왜 그렇게 보세요?
- 미스터 한. 나 좀 도와 주세요.
- 도와 달라니요?
- 나 이제 미스터 한 걱정은 안 하겠어요. 아니 할 수가 없어요. 힘이 없어요. 이젠.
- 무슨 얘길 하고 계신겁니까?
- 이젠 당신이 날 좀 도와 주세요. 내가 내 남편의 아내 노릇 애들 엄마 노릇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줘요.
- 뭐라구요?
- 그게 내 인생이에요. 내가 내 인생을 제대로 살게 좀 도와주세요. 내가 미스터 한을 잊게 좀 도와주세요.
- 날 잊게 도와달라구요?
- 당신을 잊어야 내가 온전할수 있어요. 그러니 내 앞에 좀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부탁이에요. 대답해 주세요.
- 내가 당신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날 잊을 수 있어요?
- 잊어질 거에요. 안 보면.
- 자신있어요?
- 될 거에요. 늘 그랬어요. 안 보면 잊을 것 같았어요. 근데 만나기만 하면 무너져 버리곤 했어요. 그러니 제발.
- 당신. 나 잊지 못해요. 난 알아요.
- 그래도 잊겠어요. 왜요?
- 이럴수가 없어요? 이렇게 다를 수가 없어. 내가 당신한테 결사적이라면 당신은 날 뿌리치기 위해 결사적이군요. 네?
- 당신은 혼자지만 난 혼자가 아니에요. 나 혼자만의 인생을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게 나에요. 그러니 이제 당신이 날 좀 도와줘요. 부탁이에요. 부탁.


제13화 내가 바람기 있는 여잘까? 제15화 안 보면 가라앉을 줄…


(입력일 : 2007.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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