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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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12화 끝이라는 생각이 절 미치게 만들어요
창밖의 여자
제12화 끝이라는 생각이 절 미치게 만들어요
1979.01.12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괜찮아요? 네?
- 전 전 괜찮아요.
- 다치지 않았어요?
- 괜찮아요. 놀라셨죠?
- 어떻게 된 거에요? 갑자기.
- 눈앞이 흐려서 그만. 앞에 뭐가 있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브레이크를 밟아버린 겁니다. 죄송합니다.
- 길이 한산해서 다행이었어요. 큰일 날 뻔했어요.
- 여기가 어디죠?
- 아니. 어딘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 통일로변인가 보군요.

- 왜 샛길로 들어오는 거에요?
- 운전할 엄두가 안 납니다.
- 네?
- 이대로 가다간 뭘 들이받을 것만 같애요. 아니 들이받고 싶어질까봐 겁이 납니다.
- 뭐라구요?
- 택실 잡아드리겠어요. 모셔다 드릴 자신이 없어요.
- 그 문 닫아요. 닫아요!
- 택시
- 내가 어떻게 돌아갈 수 있어요? 그 소릴 듣고 혼자 어떻게 혼자 돌아가요?
- 제 걱정은 마십시오.
- 걱정 말라구요? 갈 수 있게 해 줘야 가잖아요. 네? 그러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 절 미치게 하지 마세요. 끝이라는 생각이 절 미치게 만들어요.
- 어떻게 끝이 아니길 바라세요. 난 남편이 있는 여자에요. 두 아이가 있구요.
- 알아요! 죄송해요. 소리를 질러서.
- 돌아가요.
- 왜 이래요. 왜 이러는 거에요. 놔요. 놔요.
- 못 놔요.
- 이럼 안 돼요. 놔요.
- 놓을 수 없어요. 이 손을 놓으면 그만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아요. 이제 주저앉으면 난 일어나질 못 해요. 난 세월을 물어 뜯으면서 살아왔어요. 이제 다시 그렇게는 살지 못해요. 혜진씨.

- 니가 잘못한 게 아니야.
- 아니야. 역시 내가 잘못 한 거야. 오늘 만나지만 않았어도.
- 연민을 느끼는데 어떻게 안 나갈 수가 있니.
- 무서워.
- 그 사람이?
- 내가
- 니가?
- 그 사람을 거부할 자신이 없어.
- 뭐라고?
- 솔직히 얘기할까?
- 아니 얘!
- 오늘도 열쇠 돌려 준다는 핑계로 나 그 사람을 보러 갔었어. 그 얼굴을 보면 가슴이 서늘해져. 열쇠 받은 것도 그래서 받았고. 그가 앓아누웠을 때 얼마나 참기 힘들었는지 몰라. 열에 들뜬 그 이마를 짚어주고 싶어서 말이야. 이 손으로.
- 너~ 아니 너!
- 그렇게 보지 마. 나 진심을 얘기하고 있는 거야.
- 그걸 아니까 놀래잖니. 남자한테 니가 어떻게 하는지 아니까 놀래잖니. 너 영아아빠 첨 만났을 때 생각나니?
- 생각나구 말고.
- 그땐 너 이러지 않았어. 만난 지 일년 만에 손을 겨우 내줬어. 근데 그 사람 이마를 짚어 주고 싶었다니. 서른 다섯 살 먹은 여자가 말이야.
- 아이를 둘씩 낳은 여자가 말이지...
- 너 어쩔려고 그러니? 응? 말 좀 해봐.
- 날 더러 지금 무슨 얘길 하라는 거야.

(똑똑똑똑)
- 네. 들어오세요. 어머나 어서 와요.
- 안녕들 하세요?
- 어~ 어서 와 준이!
- 재미가 어때?
- 뭐. 좋습니다.
- 좋은 때지. 아유. 나도 학교나 다시 한 번 다녀봤음 좋겠다.
- 부러워 마십시오. 이제 한 달 있으면 저도 학교에서 쫓겨나는 걸요 뭐.
- 아 참 졸업반이었지?
- 웬일이냐?
- 그냥 들렸어요.
- 할 얘기가 있는 모양이구나.
- 바쁘세요?
- 나가자
- 어 자주 좀 와?
- 네, 안녕히 계십시오.

- 마셔라.
- 네.
- 무슨 얘기야?
- 집에 좀 가세요. 저랑 같이요.
- 왜? 무슨 일 있어?
- 어머님 심부름이에요. 형 데려오지 않으면 아예 저도 들어오지 말래요.
- 무슨 일로?
- 손님이 온대나 봐요.
- 손님?
- 네.
- 어떤 손님?
- 형이 꼭 와야 될 손님이래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 형 결혼 때문에.
- 알았어.
- 형. 어머니 손님 맞을 준비 하시는 거 보니까. 안 가면 안 될 것 같애요. 굉장해요. 어제부터 준비하셨어요.
- 알았어.
- 아니 어디 가세요?
- 앉아 있어.

(전화를 건다)
- 접니다.
- 학준이 거기 안 갔어?
- 왔어요.
- 저녁에 말이다...
- 난 안 갑니다. 손님들 앞에서 어머니 연극하시는 거 더는 안 봅니다. 그리고 재산에도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 아버지 눈치 보실 것 없어요. 맘 놓고 계셔도 아버지 재산 학준이 것 될 거니까요. 이제 됐죠?
- 너! 너!
- 끊겠어요.

- 형. 형 얼굴이 왜 그래? 어디 아파요?
- 아니다.
- 백지장 같애요.
- 너 졸업하고 뭐 할거냐?
- 우선 군대 가야죠.
- 그리곤?
- 어머니가 유학가라세요.
- 아버진?
- 아버지도 반대하실 까닭 없죠.
- 뭘 전공할 거냐?
- 난 사회학 계속하고 싶은데 어머니는 자꾸 경영학을 하라세요.
- 어버진?
- 아버진 저 좋을 대로 하라시죠 뭐.
- 사회학도 하고 경영학도 하면 되지 뭐.
- 아이구. 두 가지를 어떻게 해요. 공부만 하다 말게요?
- 해 두면은 좋잖아. 뭐 학위 둘 가진 사람들 더러 있잖아.
- 아직 삼 년 후 일인데요 뭐. 천천히 생각하죠.
- 그래
- 일 언제 끝납니까?
- 혼자 가.
- 안 갈 거에요?
- 걱정 말고 가. 너 야단맞지 않게 해 줄 테니까.
- 누가 야단맞을까 봐 그래요?
- 알아.
- 아까 어머니한테 전화했어요?
- 아니.
- 웬만하면 가요. 형.
- 약속 있어.
- 에휴. 어머니도 참.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 연락을 하시지.
- 그만 나가자.

- 여보. 나에요.
- 응. 당신
- 퇴근시간 됐죠?
- 응. 왜?
- 나 지금 회사앞에 와 있어요. 빨리 좀 나오세요.
- 아니 왜? 무슨일 있어?
- 빨리 좀 나오세요.

제11화 놔주세요. 부탁이에요. 부탁이에요. 제13화 내가 바람끼 있는 여잘까?


(입력일 : 2007.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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