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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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9화 내일만 갈 거에요. 내일만...
창밖의 여자
제9화 내일만 갈 거에요. 내일만...
1979.01.09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깼군요.
- 제가 많이 잤나요?
- 두 시간쯤?
- 이젠 눈앞이 환합니다.
- 아깐 뿌옇게 보였어요?
- 네, 안개가 낀 것처럼
- 해열제 두 알의 효과가 제법이군요. 그걸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는데..
- 감기일텐데요 뭐
- 그렇게 지독한 감기도 있나요? 어쩐지 아세요? 굉장히 아픈 사람 같애요. 눈이 쾡하고.
- 열이 지독했으니까요.
- 언제부터 그랬어요?
- 어제 아침에 눈을 뜨니 일어날 수가 없더군요.
-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 머리맡에 술병이 3개나 있었어요.
- 새벽까지 마셨었죠. 여기서 혼자.
- 새벽까지? 왜 그렇게 술을 많이?
-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요.
- 물이 끓고 있어요. 그보다 뭘 좀 먹어야잖아요?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죠?
- 네. 열 때문에 배고픈줄도 몰랐어요.
- 그러다가 죽어도 모르겠어요. 정말.
- 하지만, 부인께서 이렇게 와 주셨어요.
- 경화가 왔었어요. 내게로.
- 경화가요?
- 모두들 걱정하고 있나봐요. 경화가 오지 않았으면 여기 안 왔을거에요. 안 왔으면 미스터 한 어쩔 뻔 했을까요?
- 죽으란 법은 없나 봅니다.
(우유를 따른다)
- 일어나서 드세요.
(넘어진다)
- 왜 그러세요?
- 어지러워서.
- 도로 누우세요.
- 괜찮을 겁니다.
- 이거 드세요.
- 아니 이건 우유 아닙니까?
- 빈 속에 커피는 안돼요. 누굴 오라고 해야죠? 연락해 드릴께요.
- 아무도 올 사람 없어요.
- 아무도? 그럼 경화라도 오라고 하죠.
- 경화한테 빚지고 싶지 않습니다. 경화한테 아무것도 줄 게 없거든요.
- 경화가...
- 경화얘기 그만 하세요.
- 그러죠. 그럼 어떡하실거에요? 여기 이러고 계실 거에요?
- 아파트로 돌아가도 어차피 혼잔걸요. 여기 있고 싶어요. 그냥. 제가 딱해 보이세요? 하지만 전 지금 대단한 호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세요.
- 병원으로 가세요. 며칠 입원하도록 하세요.
- 무슨 큰 병이라구요. 싫습니다.
- 하지만 어떻게 혼자 있겠어요.
- 이젠 정신이 나는데요. 뭐.
- 그래도 곁에 누가 있어야 되요. 앰블란스를 부르겠어요. 미스터 한....
- 여기 있겠어요. 여기요.

- 일찍 들어오시네요.
- 응
- 애들 자?
- 막 잠들었어요 둘 다.
- 어유. 속쓰려 죽겠다.
- 왜요?
- 술때문이지 뭐. 사흘 연거퍼 마셨더니.
- 저녁 드셔야죠?
- 아니 생각없어. 꿀물이나 한 컵 타줘.
- 그러세요 그럼.
- 당신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이지? 무슨 일 있었어?
- 일은 무슨...
- 옷이나 벗으세요.
- 일찍 들어와도 좋아하지도 않고. 왜 그래?
- 옷 갈아 입고 샤워나 하세요.
- 아 무슨일이냐니까?
- 아무일 아니에요.
- 그래?

그래요. 아무 일 아니에요. 아무일도.... 하지만 하지만 내일 미스터 한 한테는 가야 돼요. 그가 기다려요. 하지만, 내일만 갈 거에요. 내일만 지나면 그는 일어날 거거든요. 그럼 안 가도 돼요.

- 오셨군요.
- 어떠세요?
- 열은 다 내렸습니다.
- 다행이군요.
- 사무실에다 전보 쳐 주셨습니까?
- 쳤어요.
- 뭐라고 치셨어요.
-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 곧 돌아간다. 난 아무 일 없다.
- 고맙습니다. 여러가지로.
- 이상해요.
- 뭐가요?
- 미스터 한하고는 이상하게 만나서 또 이상하게 자꾸 만나게 되는게 말이에요. 왜 그렇게 보세요?
- 아닙니다.
- 죽을 끓여 왔어요. 우유만 마시고 일어나지진 않을 꺼에요. 자, 좀 들어 보세요. 아직 따뜻해요. 어서 드세요. 식으면 맛 없어요. 왜 그러세요?
- 다신 못 뵙게 되는거죠? 그렇죠?
- 왜요? 못 만나기는요?
- 하지만, 여긴 다시 안 오실 꺼죠? 다시 만나는 일도 없을꺼구요? 그렇죠?
-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세요?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 하지만 전 압니다.
- 전 그런 생각 해보지도 않았는데 미스터 한이 어떻게 아세요? 어머 다 식겠어요. 어서 마셔요. 왜 그러세요. 갑자기. 아니?
- 담배가 피우고 싶어요.
- 담배 참으면 안 되겠어요?
- 답답해요.
- 그럼 내려가서 사다 드리죠.
- 아닙니다. 그냥 두세요.
- 그래요. 참으세요. 병 중에 담배는 해로워요. 뭘 생각하세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쉬세요. 미스터 한 지금 환자에요.
- 가실... 겁니까?
- 낼 또 오겠어요.
- 내일?
- 약속해요. 뭐 또 부탁하실 거 없으세요?
- 네. 없어요. 아무것도.
- 쉬세요. 그럼 내일 올께요.
- 잠깐.
- 아니 왜요?
-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 그냥 쉬세요. 아무 생각 마시구요.
- 네.
(나간다)

내일 올게요. 다신 안 오려고 했는데. 오면 안 되는데. 모르겠어 뭐가 뭔지.

- 불 안 꺼? 안 잘거야 당신?
- 네?
- 안 잘 거냐고?
- 자요. 안자기는요
- 불을 꺼야 잘거 아니야.
- 그래요. 끌게요.
- 여보?
- 12시에요. 빨리 자요.
- 왜요? 내일 우리 애들 데리고 온천에나 갔다 올까?
- 온천에요?
- 이 겨울에 애들 데리고 갈 데가 있어? 온천물에 목욕이나 하고 오자고. 기분전환이나 할 겸.
- 글쎄요.
- 왜? 싫어? 좋아할 줄 알았는데.
- 그냥 집에 있죠 뭐.
- 당신 생각해서 가자는 거야. 당신 요새 저기압인 것 같아서 바람쐬어 줄려고 그려는 거라고.
- 나 아무렇지도 않아요. 신경쓰지 마세요.
- 안 갈거야 그래?
- 안 갈래요.
- 왜?

왜냐구요? 나 내일 미스터 한한테 가야 돼요. 일요일인 줄도 모르고 약속을 했어요. 내일 안 가면 아주 안 오는 줄 알 거에요. 가야 돼요 내일.

제8화 “증발해 버렸어요. 이틀째.” 제10화 그렇게 보지 말아요. 눈이 부셔요. 눈이.


(입력일 : 200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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