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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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6화 “난 지금 누굴 기다려”
창밖의 여자
제6화 “난 지금 누굴 기다려”
1979.01.06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아빠, 살은 고기 가지고 오지 그랬어요? 그럼 내가 어항에다 키울텐데 말이야.
- 바닷고기가 어항에서 살아?
- 바닷물을 퍼가지고 오면 되잖아요?
- 녀석도 참.
- 바닷 고긴 바다에서 사는 거야. 그만 어서 가서 자. 9시가 넘었어. 영아는 아까아까 자는데.
- 그래 가서 자라 윤이.
- 네 엄마 아빠 안녕!
- 그래, 잘자요 윤이!

- 우리도 잡시다.
- 이제 겨우 9시에요.
- 아유. 피곤해 이 어깨도 뻐근하고
- 내 얘기 좀 들어봐요 여보.
- 무슨 얘긴지 내일 하면 안돼? 나 피곤해 죽겠다구
- 당신도 참. 피곤하단 말이 나와요? 혼자 즐기다 와가지곤
- 아 무슨 얘길 할려고 그래.
- 그만 둬요. 얘기하고 싶은 기분 싹 사라져 버렸어요.
- 아니. 해봐 해봐 들어 줄테니까.
- 그만 두란 말이에요. 어 정말 재미없어
- 재미가 없어?
- 네 재미가 없어요. 당신, 바다낚시 가겠다고 했을때 내가 왜 아무 말 안한줄 알아요?
- 자주 안가겠다고 하니까 아무말 안한 거겠지?
- 그게 아니에요. 집에 있으면 당신도 지루해할꺼고 지루한 당신 바라보면 나도 따분해요. 그래서 기분전환하고 오는게 당신한테나 나한테나 나을것 같아서 말리지 않았어요. 근데 뭐에요. 기껏 돌아와서 피곤하다구요? 집에서 당신 기다리고 있은 난 뭐에요?
- 미안해. 나 피곤한 생각만 해서.
- 당신, 벽에 걸린 저 그림 사올 때 기억하시죠?
- 그림? 갑자기 저건 왜?
- 한달 월급에 보너스 까지 몽땅 털어서 저 그림사와서 당신 참 좋아했었어요.
- 그랬었었지. 도대체가 그림이라곤 난생 처음 사봤으니까. 내가 그 때 무슨 마음을 먹고 월급까지 털어서 샀나 몰라. 하하하. 그 땐 젊었어 역시.
- 저 그림 사와서 보고 또 보고 누가오면 자랑하고 참 흐믓해 했죠. 하지만 이제 당신 저 그림 일년가도 쳐다보지 않아요. 그냥 거기 걸려 있겠거니.
- 아니 무슨 소릴 하자는 거야? 응?
- 여기 앉아서 당신 기다리면서 저 그림을 쳐다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알아요? 나나 저 그림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구요.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처음 만났을땐 하루도 안 보면 못 살것 처럼 그랬어요. 그런데 이젠 이렇게 무심해요. 어제 아침에 나가서 오늘 밤에 돌아왔어요. 당신 그러면서도 당신 없는 동안 내가 뭘 하고 지냈는지 묻기는 커녕.
- 아니, 그게 그렇게 섭섭해?
- 저 그림이나 나나 똑같애요. 당신에게 말이에요.
- 하지만 저 그림도 당신도 내겐 없어선 안될 존재야.
- 그만 둬요. 나도 내 일이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허구헌날 당신이나 기다리고 앉아 있지 않아도 좋을 껄.
- 이제 와서 뭘 할수 있을것 같애?
- 그만 가서 자요. 그만 가서 자라구요. 피곤한 사람.
- 아. 얘기 들어주겠다고 했잖아? 해봐.
- 하고 싶지 않아요.

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하기 싫어 졌어요. 당신이 바다에 간 동안 난 환상의 바다에 갔었다고 얘기해 주려고 했어요. 그 멋진 방이며 살아서 날아갈 것 같은 갈매기 얘기. 또, 그 방에 실증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 방 주인얘기를 해주려고 했었는데

- 차 고장 났어요?
- 공장에 있어.
-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아이 어디로 가느냐구요?
- 내 걱정말고 경화 갈 길이나 가라고.
- 나 지금 학수형 따라가는 거라구요. 그래서 묻는 거에요. 알아요?
- 귀찮게 굴지 말어.
- 오늘도 여자 만나요? 요새 전화도 통 안오던데? 여자 만나는거 아니죠? 궁금한데? 여자도 안 만나도 밤에 뭘 해요? 아 학수형! 어딜가는 거에요? 빨간 신호등 안보여요?
- 엉
-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래요? 내가 안 잡았음 그냥 차도로 내려섰을꺼 아니에요.
- 그렇군. 고마워. 나 아직 죽고 싶은 생각 없거든. 왜 그래?
- 학수형 요새 이상해. 뭘 그렇게 생각해요? 어제도 그제도 요 며칠 내 두루 계속이에요.
- 저녁 먹으러 가자.

- 넉 잔 째에요. 좀 쉬어가면서 마셔요. 물도 아닌데 물처럼 마셔요. 어쩜.
- 목이 말랐거든.
- 왜 그렇게 목이 말라요. 학수형은 언제나 목마른 사람 같애요. 언제나.
- 낸들 아니.
- 난 학수형을 도대체 모르겠어. 다 알것 같으면서도 도무지 모르겠어.
- 나두 잘 모르는데 경화가 날 알리 없지. 하하하
- 사는 게 그렇게 재미없어요?
- 술이나 마셔
- 학수형!
- 귀찮게 굴지 말어. 잠자코 술이나 마시라고.
-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요? 학수형은?
- 난 지금 누굴 기다려.
- 여기서요? 여기로 누가 올꺼에요?
- 아니
- 그럼 어디서 누굴 기다린다는 거에요?
- 환상의 바다에서 기다리는 거야. 그런데 오질 않아. 내일 당장 올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오질 않아. 어쩌면 안 올지도 모르지. 일주일을 가다렸는데도 오질 않았어.
-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에요?
- 세상이 왜 이렇게 넓어 보이지.
- 네?

(따르릉~ 따르릉~)
- 여보세요?
- 어. 나야.
- 너 시내에 나갈일 없니? 나 쇼핑 좀 하러 가야 겠는데. 갈일 있으면 같이 가자구.
- 오늘은 안되겠는데. 나 지금부터 화장해야돼. 저녁에 그 이가 나오래. 근사한 데로 안내하겠데.
- 야! 역시 영아 아빤 달라.
- 부러워 하지마. 엎드려 절 받는거야.
- 그건 무슨 소리니 또?
- 바가지를 좀 긁었거든? 계속 부어있었더니 안되겠던 모양이야.
- 호호호호 그래?
- 그래서 미장원에도 다녀오고 모처럼 모양 좀 내고 있는 중이야.
- 그래 폼 좀 잡고 나가서 무드도 좀 잡고 그래.
- 쇼핑은 내일 하지. 나도 살 거 좀 있거든.
- 그래. 그럼 낼 전화해. 끊어.

(따르릉)
- 여보세요?
- 나야.
- 왜 전화했어요?
- 저녁 약속 내일로 미뤄야겠어. 지금부터 간부회의가 있데. 지금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 몰라. 그러니까 아예 내일로 하자고 응?
- 아예 그만 두죠 뭐.
- 화났어?
- 아녜요. 그냥 맥이 좀 빠질 뿐이에요. 정말이에요.
- 내일로 하면 되지 뭘. 오늘이나 내일이나 다를게 뭐 있어.
- 그래요 다를거 없죠. 당신하고 밖에서 만나봐야 다를 것 없을꺼구요. 안그래요?
- 사람 참. 아무튼 일찍 들어갈께.
- 끊어요.

(문을 연다. 발자국소리)
- 어. 미스터 한....

제5화 “이 물빛 카페트... 바닷속 같애” 제7화 “매일 기다렸습니다”


(입력일 : 200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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