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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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4화 “지금 난 심심한건가? 한번 가봐?”
창밖의 여자
제4화 “지금 난 심심한건가? 한번 가봐?”
1979.01.04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헤헤헤, 더 길게 달아줘요. 꼬리를 길게 달아야 더 높이 올라간단 말이에요.
- 꼬리가 너무 길면 실에 감겨서 떨어질지도 몰라요.
- 엄마도 연 날려 봤어?
- 엄만 못 날려 봤어. 엄만 여자거든? 여자는 연 안날린단 말이야
- 음? 근데 어떻게 알아요? 연도 못 날려 봤으면서?
- 그래도 엄마는 알어. 연 날리는거 많이 봤거든?
- 헤에, 구경만해도 안단말이지?
- 그럼
- 자 됐다, 가서 날려봐. 높게 안 올라가면 꼬리 더 달아 줄께
- 응
- 넘 오래 놀지말고 들어와야 한다. 추워서 감기 들어요.
- 응. 알았어요.

- 오빠 어디가?
- 연 날리러 간단 말이야.
- 여자는 연 날리는거 아니래.
- 구경만하면 되잖어
- 영아 피아노 치고 왔니?
- 엄마 나도 따라갈꺼야.
- 갈꺼면 빨랑 따라와.
- 엄마 엄마 피아노책 여기다 놓고 가요.
- 아니 제가?

(전화를 건다)
- 경숙이니? 어머 아줌마군요? 목소리가 비슷하네요. 나갔어요? 어딜갔어요? 그렇겠죠. 전화 좀 하라고 그래 주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띵동)
- 누구세요?
- 나야.
- 경숙이구나. 문 안 잠겼어. 들어와
- 아유. 왜 문도 안 감거 놓고 있니?
- 애들 들락 거리잖니.
- 아유. 팔자 좋구나. 편하게 앉아서 책이나 뒤적거리고.
- 전화했엇어. 방금.
- 왜?
- 왜는? 심심해서지.
- 아휴. 나도 심심해 봤으면 원이 없겠다.
- 누가 애를 셋씩 놓으래?
- 누군 놓고 싶어서 놓은 줄 아니? 다 아들 때문이지. 어휴. 아들이 뭔지
- 어딜 갔다오는 길이야?
- 응 소포 부치러. 미국에다?
- 마른 반찬 좀 부쳤어.
- 몇달 됐니?
- 석달. 아직 아홉달이나 있어야 와.
- 따라가라니까 안 가구.
- 애 셋씩 데리고 공부하러 가는 사람 따라가서 뭘하니. 일년이면 올껄. 그리고 좀 떨어져 있어보는 것도 괜찮아. 맨날 붙어 앉아서 할 얘기도 없는데 뭐.
- 하긴
- 얘, 우리집에 가자. 응? 애 때문에 불안해서 못 앉아 있겠어.
- 싫어. 안 가.
- 왜?
- 가봐야 애 때문에 무슨 정신이 있니? 빼빼 거리면서 울고.
- 애들 다 키워 놨다구 그러지 말아라. 응?
- 파출부 아줌마 있는데 뭘 그래.
- 꼬마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래.
- 그럼 뭐 하러 왔니? 금방 갈꺼.
- 지나가는 길이니까 들렀지 뭐. 나 간다. 너 좀 와,
- 참, 어제 경화 왔었어.
- 그래? 우리집엔 안 오고. 하긴 고 계집엔 나 보단 널 더 좋아하니까.
- 생각해보고 갈께.
- 생각은 무슨. 간다~

(따르릉~따르릉~)
- 여보세요?
- 당신이야?
- 나에요. 어디에요?
- 회사
- 아직 안 끝났어요?
- 끝났어.
- 왜 전화했어요? 낚시 안 가요?
- 안 가긴? 지금 떠나. 문단속 잘 하고 자라구?
- 그 얘기 할려구 전화했어요?
- 내 싱싱한 생선 잡아 갈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 괜히 미안하니까 그러죠?
- 하하하 나 좀 봐 줘. 응?
- 조심해서 다녀와요.
- 알았어. 낼 일찍 올께.
- 끊어요.
- 응

- 무슨 얘기 할려구 그렇게 뜸을 드리지?
- 어제 혜진언니하고 차 마셨다면서요?
- 응
- 화랑에서도 봤다면서요?
- 응
- 그런데 왜 그 얘긴 나한테 안 했어요?
- 내가 안해도 경화 알고 있잫아?
- 하지만
- 하지만 뭐야?
- 이상해요. 학수형이 그 얘기 나 한테 안한게 이상하다구요. 왜 안했어요?
- 하고 싶지 않아서.
- 왜요?
- 그냥 하고 싶지 않아서. 왜? 그럼 안되니?
- 안될꺼야 없지만 왜 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 무슨 대답이 그래요?
- 글쎄
- 학수형 정말 이상하다.
- 이상하꺼 없어.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안했고. 왜 하고 싶지 않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뭐 그래. 사람이 어떻게 항상 명명백백 할 수 있니.
- 하지만...
- 따지지말어. 궁금하건 바로 나야 나.
- 뭐라고요?

‘아파트 열쇠에요. 심심할때 거기 가보세요. 가고싶지 않으시면은 안 가도 상관없어요. 혹시 가시거든 웃진 마시고. 뭐 웃어도 좋습니다. 대신 웃음이 나시거든 즉각 이 열쇠를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7동 807호라고 했지? 거기 뭐가 있지? 뭘 하는 곳도 아니라고 했고. 심심하지 않을 땐 갈 필요가 없다고? 지금 난 심심한건가? 부질없는 일이야. 아니 그 사람은 진지했어. 한번 가봐? 그래. 가 보고 열쇠를 돌려주든가 어쩌든가 하자. 이 열쇠를 마냥 가지고 있을 순 없고. 가 보지 않고 돌려 주면 실망할 꺼야.

(전화를 건다)
- 아줌마세요? 마침 계셨군요. 우리집 좀 봐주세요. 두 시간이면 충분해요. 금방 오실 수 있죠? 네, 기다릴께요.
- 엄마 어디가?
- 어 엄마 잠깐 어디 좀 갔다 올께. 아줌마하고 집에 있어.
- 내 친구 오래서 인형놀이 할껀데
- 그러렴
- 오빠는 어딜 갔어?
- 오빠는 아직도 연 날리잖니. 엄마가 나가다가 들어가라고 할꺼야
- 오빠는 연 날리는게 굉장히 재밌나봐?
- 영아는 재미없었니?
- ㅎㅎ 나는 인형놀이가 더 재미있어. 가서 내 친구 데려 와야지
(나간다)

오빠는 연 날리고 영아는 인형놀이 하고 아빠는 낚시하고 엄마는 아파트로 가고 겨울이 왜 이렇게 길지?

- 아니, 다 그려가지고 왜 찟어버려요?
- 마음에 들지 않아.
- 형은 참 까다로워요. 아니 까다로운게 아니라 철처한 거겠죠. 딴건 모르겠는데 일엔 너무 철저한거 같애요.
- 철저한 게 아니고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야.
- 아니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 마음엔 들던데요. 그거.
- 중요한건 딴 사람이 아니고 나야. 내 마음에 우선 들어야 돼. 날 위해서 하는 일 내 마음에 들어야 하잖아?
- 그렇긴 하지만 아까워서 그러잖아요. 다 그린걸.
- 나 좀 나가봐야 되겠어
- 아니 어디를요?
- 거기!
- 거기?

제3화 대책 없는 남자를 혼자 바라보는 여자 제5화 “이 물빛 카페트... 바닷속 같애”


(입력일 : 200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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