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딩동~
"어, 누구지? 누구세요?"
"경화에요 언니."
"경화?"
"무슨일이니? 밤에 다오고."
"나 언니 보고싶어서 집에 가다말고 이리로 와 버렸어. 낮에 거기 들렸다면서요?"
"어. 들어가자."
"들어오셨어요?"
"애들 아빠? 벌써 들어오니? 아직 8시도 안됐는데."
"애들은요?"
"자. 저녁만 먹으면 자. 앉어."
"혼자 커피 마시면서 음악듣고 있었어요?"
"애들은 자고... 뭘 하니?"
"언닌 애를 둘 씩 낳고도 변하질 않아요."
"무슨 소리니? 이래봬도 나 학부형이다."
"그래도 언닌 아직 근사해. 살림꾼 냄새도 안나고. 나 그래서 언니가 좋아요. 나도 나이를 언니처럼 먹을 수 있었음 좋겠어."
"저녁 줄까? 안 먹었지?"
"먹고 싶지 않아요."
"너 우울한 모양이구나. 친구 결혼식에 갔다더니 결혼하는 친구 보니까 마음이 이상해지디?"
"쓸쓸해. 허전하구. 나 정말 나이 먹었나봐."
"옆에 남자가 없기 때문이야. 누가 있어봐라."
"언니 말이 맞았어."
"왜 연앨 못하니?"
"언니, 난 정말 한심해. 대책 없는 남자를 혼자 바라보는 여자. 그게 바로 나예요."
"뭐? 경화 답지 않은데?"
"하지만 그게 나예요. 나 참 못났죠 언니."
"경화가 그렇게 무능한가?"
"나도 내가 이렇게 무능한 줄은 미쳐 몰랐어요."
"다른거 틀까?"
"아니에요. 갈래요 나."
"집으로?"
"집으로 가야죠. 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잠이나 잘래요. 참 언니, 치과엔 왜 갔었어요?"
"영하 때문에. 미스터 한 이라는 사람 얘기 안하든?"
"학수 형 말이지?"
"응."
"손님이 왔었지. 박혜진 씨. 3층 치과에 왔다가 들렀다더군."
"그리고?"
"그게 다야. 왜 무슨 얘기 전해달라고 했었어요?"
"전해달란 얘긴 안했지만 차도 마시고."
"어머, 차를 마셨어요? 학수 형이랑요?"
"어제 아담 화랑에서 봤거든? 근데 널 보러 가니까 거기 없잖아."
"어, 그랬어요?"
"재미있는 사람이더라. 근데, 왜 그 얘길 안했지?"
"아... 글쎄말이에요."
"아니, 그게 뭐예요?"
"낚시대 아니야."
"샀어요?"
"음."
"낚시대 있는데 또 사요?"
"이거 바다 낚시 하는거야."
"바다 낚시?"
"음. 배 타고 바다에 나가서 바다고기 낚는거야. 내일 회사 사람들하고 가기로 했어."
"이 겨울에 바다로 낚시를 가요?"
"기가 막히다는거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확 트이는 거 같애. 솜에다 기름 뭍혀 가지고 횃불 켜놓고 밤 낚시 할거라고. 물론 낮에도 할거고."
"그럼, 내일 갔다 일요일에 온다는 거예요?"
"밤 낚시 하자면 그래야지 뭐."
"아이 왜 갑자기 바다 낚시는 하겠다는 거예요?"
"갑자기는. 그 전 부터 가자는 걸 안 간다고 했었는데. 겨울이라 산에도 못가고 답답해 죽겠어. 가서 머릿 속 소제 좀 해야겠어. 어디 머리 뿐이야? 심장 소제까지 하고 와야겠어. 아니 왜? 화났어?"
"당신, 낚시 간 동안 나는 뭘하죠?"
"자주 가지 않을께. 한 달에 한 두번만 갈 테니까 걱정마."
"씻기나 하세요."
"자아~ 씻고 자야겠어. 내일 못 자니까 푹 자둬야지."
똑똑똑~
"아침에 누구지? 누구요?"
"나다."
"기다리세요. 왠일이세요 일찍."
"출근하기 전에 만나려고 왔다."
"오르세요."
"그래."
"앉으세요."
"너도 앉아라."
"아버지 안녕하시죠?"
"아버지, 일본 출장 가셨다. 오늘 오셔. 저녁에 집으로 오너라. 아버지가 보고싶어 하셔."
"가보도록 해보죠."
"기다릴거야 나."
"그 일 때문이라면은 사무실로 전화를 하시지 않구요."
"이사는 언제하니?"
"이산 안해요."
"안하다니. 왜?"
"그냥 여기 눌러 있을거예요."
"아파트 사 놓은건 어떡하구."
"거긴 그냥 쓰기로 했어요. 아니 쓰고 있어요."
"쓰다니? 짐도 안 옮기고?"
"짐은 그냥 둬요. 잠도 여기서 자구요."
"그럼... 그 아파트는..."
"내게 사주신 거니까 나 좋을데로 쓰겠어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야... 하지만 여기서야 어디 앉을 자리도 없잖니. 그 아파튼 뭘로 쓰니 그럼."
"나 좋을데로 쓰고 있다고 했잖아요."
"알 수 없구나. 넓은 아파트 놔두고 이렇게 좁은데서 이러고 있다니."
"동생들도 잘 있죠?"
"학준이가 예전에 사무실로 갔었나보드라."
"왔다갔다고 하더군요."
"아침은 어떡하니?"
"나 아침에 아무것도 안 먹는거 아시잖아요."
"서른이 넘어서도 아침 굶고 다녀야 되겠니? 집 놔두고 이게 무슨 고생이람."
"출근 준비 해야겠어요."
"알았다. 저녁에 온다고 약속해 주겠니?"
"약속은 안 하겠어요."
"아버지를 생각해서.."
"아버지 때문이 아니잖아요. 어머니 때문이지요."
"뭐라구?"
"틀렸어요?"
"좀 솔직하세요."
"뭐라구?"
"앞으로는 아버지 핑계대지 말고 그냥 집으로 오라고만 하세요. 그 편이 훨씬 나아요."
"가겠다."
"안 나가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네. 네. 저녁까지요? 어떻게 해보도록하죠. 네. 그러세요. 네. 그럼. 네네."
"형섭이 그 몇 개나 그렸어?"
"아직 4개 밖에 못 그렸어요."
"저녁 때 까지 다 하겠어?"
"모르겠어요. 날씨까지 잔뜩 흐려가지고 이거. 아..이... 눈 아퍼 죽겠는데. 형, 우리 사람 좀 끌어 옵시다. 이래가지구야 이거."
"올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뭐 쓸만한 사람들은 큰 기업체에서 다 데려가고 일은 많아지고 말이야. 며칠 있으면 둘이 올거다."
"형, 그거 정말이예요?"
"어디서 와? 누군데?"
"알만한 얼굴들이야."
"그래?"
"대신 그 애들 수입 보장 해 줘야 돼. 실력있는 애들이니까. 일 끌어대는 건 진철이 니 책임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걱정 마. 일이 밀려서 골치니까."
"형, 이러다 회사 되겠어."
"글쎄 말이다. 아무튼 좋았어. 좋았다구 형."
"아니 그런데 경환 오늘 입이 붙어 버렸어. 왜 저기압이니?"
"저기압은.. 학수 형."
"왜. 왜 불러놓고 쳐다 보기만 하니? 왜그래 경화?"
제2화 “호기심이 생겨요” ◀ ▶ 제4화 “지금 난 심심한건가? 한번 가봐?”--------------------------------------------홍계일, 김수희, 김태현, 오세홍, 김한진, 정경애, 양미학, 신성호,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국, 기술- 이원석, 주제가 작곡, 노래- 조용필
(입력일 : 200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