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어? 이건 또 뭐야?"
"쓰레기 아냐? 연탄재 부스럭지에 껌포장지 하며. 허 허 허"
"쓰레기를 갖다놓고 작품명은 무제라? 이것도 미술이니?"
"쓰레기 까지도 미술이다 이거지."
"아냐. 틀렸어. 전위미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고 설명하는 거야. 간단 명료하게."
"쓰레기 통에나 들어가라 그래. 전위미술 따윈. 가자 야."
"아 이렇게 우릴 웃겨주는데 그렇게 악담할 필요 있니?"
"그래. 니 말이 맞다. 짧은 인생 즐겁게 살자고?"
"우향 앞으로~ 가!"
"하나 둘 하나 둘."
"왜 웃지 않으시나요?"
"네? 제게 물었나요?"
"여기 또 누가 있습니까?"
"아.. 그렇군요."
"다들 이걸 보고 웃고 야유하고 그러는데 왜 웃지 않으십니까?"
"웃어야 되나요?"
"여기 10분 서 있는 동안 16명이 이
전시장을 다녀 갔는데 다들 이 부분에 와서 웃었어요."
"이 작품의 주인이세요?"
"제 친구죠."
"아..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거예요?"
"사기꾼의 사기놀음에 관심이 있을 까닭은 없어요."
"사기꾼의 사기놀음?"
"이게 어디 미술 입니까? 그냥 쓰레기일 뿐이죠."
"그래요. 그냥 쓰레기예요. 그래서 웃지 않았어요."
"웃는 것 조차 무의미 하다는 걸 아시는군요."
"이번엔 내가 질문할까요?"
"하세요."
"왜 여기서 관람객의 반응을 살피고 있어요? 관심도 없다면서요."
"음.. 그냥.."
"그냥?"
"그냥 좀 심심해서요."
"나랑 비슷하군요."
"뭐가요?"
"나두 그냥 좀 심심해서 여기 들어와 봤어요. 난 전위미술에 흥미도 관심도 없거든요. 그랬더니 역시."
"역시 와보나마나가 되버렸군요."
"호호호."
"하하하."
"난 이쪽으로 가요. 안녕."
- 여보세요 나도 그쪽으로 간다구요. 하지만 저 쪽으로 가겠어요. 왜냐구요? 당신이 안녕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저쪽으로 가라고 했기 때문이예요. 아시겠어요? -
따르릉~
"네. 아! 주여사님. 물론 잘돼가죠. 덕분에요. 네? 보라색으로요. 네네. 언제까지 하면 되겠어요? 네 그러지요. 학수요? 없습니다. 지금 슬며시 없어진거 보니까 오늘 들어오긴 틀린거예요. 그 문제라면 내가 얘기한번 해보죠. 네네."
"경화, 지금 뭐하고 있어?"
"어. 스카프 도안. 주여사가 보라색으로 뭘해달라는 거예요?"
"칵테일 드레스용이래."
"칵테일 드레스라면... 어, 있어요."
"그래?"
"써먹을데가 있군. 해놓으니깐."
"그런데 학수 이 친구 오후만 되면 슬며시 어딜 가는거지? 경화 몰라?"
"바람 가는 곳을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긴."
"아, 아 너 왠일이니?"
"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는데."
"그럴 생각이었지."
"그런데?"
"그런데 그러고 싶지가 않더군 오늘은. 오늘은 사라지지 않기로 했어."
"너 대체 오후만 되면 어딜 가는거냐?"
"알거 없어."
"안 가르쳐 주면 미행한다."
"에이, 싱거운 자식."
"내가 할 소리다."
"형섭이, 그 그림이 너무 크지 않아?"
"아이, 그렇죠?"
"우리나라 사람 체격을 생각 해야지."
"아, 오늘 벌써 세 개째 버리는 거예요."
"아, 그거 버리지 말라고. 놔 둬. 쓸데가 있을거야. 수출용 주문을 받으면은 쓸 수 있으니까."
"아우, 눈 아퍼. 이건 쓸만 해요? 스카프예요."
"응 괜찮군. 좀 노블하긴 하지만은."
"가만있자 그걸 어디에 뒀더라? 어, 여깄군. 이거 어때요? 칵테일 드레스로."
"야~ 그거 괜찮은데."
"주여사가 주문했어?"
"응."
"응 그거 아주 괜찮은데?"
"내가 이런 컬러에 이런 무늬로 드레스를 해 입고 싶었거든. 흠, 큰 맘먹고 주여사한테 한 벌 해달랠까?"
"그거 입고 만날 남자나 있어?"
"있겠지. 어딘가에."
"경화 한테는 안어울려. 보라는 아무나 입는거 아니야."
"뭐라구요?"
"하하하하. 저 눈 좀 봐."
"학수형, 나 값 좀 제대로 매겨줄 수 없어요?"
"이건 그 여자한테 어울리겠군."
"그 여자?"
"아 진철이 나 담배하나 줘."
"아 학수형."
"왜?"
"그 여자가 누구야?"
"나도 몰라."
"뭐라구요?"
"아, 시원하다. 여보 이거 끓는데."
"어머, 그 새 끓는 구나."
"아, 이 냄새 좋은데"
"들어요."
"음."
"하~ 좋군. 목이 칼칼했는데. 안 마셔?"
"생강차는 빨갛게 탄 난로 옆에서 마셔야 제 맛이 나는건데."
"하하. 옛날 얘기지."
"겨울에 난로 피우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마당있는 집에서."
"나 참. 연탄 난로 피우며 살 땐 뜨거운 물 나오는 맨션을 그리워 하더니, 맨션에 앉아서는 또 연탄 난로가 그리워져?"
"낸들 알아요? 여기 앉아 있으니까 겨울인지 가을인지도 모르겠고 지루해요. 난롯가에 앉아서 마당도 좀 내다 보고 나무도 좀 보고 눈도 좀 쓸어보고 그랬으면 좋겠어."
"사람 참...하하."
"올 겨울은 별나게 긴 것 같애. 아직도 한 겨울이야."
"아직도가 뭐야? 겨울이 왔는가 싶더니 벌써 한 겨울인데."
"당신은 좋겠어. 세월이 그렇게 빨라서."
"당신이야 말로 좋겠어. 나도 좀 한가해져 봤으면 살겠어."
"뭐라구요? 이틀만 집에서 놀아도 몸살이 나면서."
"어? 그랬던가?"
"오늘 별일 없었지?"
"별일 있을 턱이 있어요? 참, 영하 치과에 데리고 가야겠어요. 충치가 생겼어."
"그래? 열심히 양치질 하잖아."
"글쎄 말이예요. 윤이는 괜찮은데."
"빨리 데리고 가봐."
"근처에 치과가 있던가?"
"어 저 그리로가. 내 친구 형 한테로. 알지? 안국동 거기."
"알아요."
"가서 내 얘기 해. 잘 해줄거야."
"그럴께요. 그만 자요."
"음."
"영하, 아직도 우니?"
"아니. 이제 안 울어."
"아프지도 않은데 괜히 피가 나서 울었지. 그치?"
"응."
"엄마가 뭐랬어. 안 아프다고 했잖아."
"하지만 무서웠단 말이야."
"이젠 괜찮어. 이제 안 와도 되니까."
"이젠 양치질 세번씩 할거야."
"오호호, 그래."
"왜 안내려가고 그리로 가?"
"어, 여기 경화 아줌마가 있데거든. 우리 경화 아줌마 잠깐 보고 가자."
"여긴가? 저... 여기... 아니.!"
--------------------------------------------홍계일, 김수희, 김태현, 오세홍, 김한진, 정경애, 양미학, 신성호,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국, 기술- 이원석, 주제가 작곡, 노래- 조용필
(입력일 : 2007.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