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여자가 촛불을 끌 때.
(음악)
고려식품, 백화양조 제공.
(광고)
(음악)
극본 박성조. 연출 이형모. 세 번째.
(음악)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시체는 반은 눈 속에 파묻힌 채 그 얼굴의 형체는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피투성이가 돼있었다.
-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기야?!
- 신원을 밝힐 만한 소지품이나 유류품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봐서 범인은 이 여자와 가까운 사이 같습니다.
- 현장은 원상대로 보존돼있는 거지?
- 네, 근데 어젯밤에 내린 눈 때문에요. 발자국 흔적을 찾을 수가 없는데요.
- 음, 그렇다면은 이 여자의 옷가지나 소지품, 그리고 범인의 유류품 역시 눈 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야?!
- 그렇죠.
- 그럼 이 부근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 우선 여자의 신원부터 알아내야 되지 않니?
- 예, 여자의 양말 한 짝까지도 남기지 않은 걸로 봐서 범인은 용의주도한 자 같습니다.
- 이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누군가?
- 서울에서 놀러온 대학생인 모양입니다.
- 그래?
(문 여닫는 소리)
- 아, 반장님 오셨군요.
- 어, 수고한다.
- 근데 말이죠. 저 위에 이쪽으로 내려온 것 같은, 사람이 뒹군 흔적이 있는데요?
- 네네네?!
- 어디야, 거기가?
- 저 뒵니다.
(음악)
- 아줌마.
- 예?
- 그 여자, 몇 살이나 먹어 보이든가요?
- 누구...? 아...!! 그 여자요? 한 서른은 됐겄든데요?! 경상도 말투가 대구 쪽 여자 같애요.
- 아줌마, 회사에 전화 좀 걸어주세요.
- 아이그, 이 시간에 누가 있겄어요?!
그러나-.
- (전화 음성)네, 사장실입니다.
- 아이그!! 저, 여기 사장님 댁인데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 계세요?
- 비서 아가씬가 봐요.
- 아... 여보세요?
- (전화 음성)어허, 사모님이세요. 저 미스 장이에요. 언제 오셨어요?
- 그이 계세요?
- (전화 음성)사장님이요? 지금 안 계신데요. 급한 일로 잠깐 나가셨어요. 바쁜 일이신가요?
- 아니에요. 들어오시면은 저 지금 집에 와 있다고 그래주세요.
- (전화 음성)아, 네. 알았어요. 그리고 빨리 댁에 들어가시라고 말씀 드릴게요.
-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미스 장이.
- (전화 음성)죄송합니다.
(전화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그러나 그날 밤, 김태형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 아이구머니, 이것 좀 보세요. 사모님. 대관령 산속에서 웬 여자가요. 알몸으로 눈 속에 파묻혀 죽어 있었다지 뭐예요?
- 그게... 언제 신문이에요?
- 오늘 아침 신문이에요.
- 어디 좀 보세요.
- 보세요, 보세요. 여기 사진까지 났잖아요? 아이고, 대관령 스키장이 있는 산속이라면 사모님이 있던 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겠어요?
순간 보영은 어젯밤 산속에서 본 목매단 여자의 시체가 눈앞에 떠올랐다.
- 아이구, 끔찍해!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 반장님. 바로 이 영감입니다.
- 어, 그래. 이리, 이리 앉으세요.
- 예에...
(발자국 소리)
- 거, 영감님께서 나무에 목매단 시체를 본 게 어제 몇 시쯤이었습니까?
- 아... 어, 그렇지. 밤 자정이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오는데 아, 웬 여자가 그 숲속에서
목을 매달고 늘어져 있질 않겠어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이미 죽은 것 같애요.
- 그래서요.
- 그, 헌데 시간도 시간이지만 지서까진 20리나 되는 길이고 아, 눈은 허리까지 쌓여 있는데 그 밤중에 신고를 하러 갈 수가 있어야죠.
그렇게 해서 다음 날 날이나 밝으면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어, 헌데 다음 날 아침에 나와 보니깐 드루 아, 그 시체가 없어졌질
않았겠어요?!
- 영감님이 보신 그때 목매단 여자의 인상이 어떻든가요?
- 인상이라뇨?
- 어떤 옷을 입고 있었으며 그 여자의 얼굴을 보셨습니까?
- 아이고, 그, 얼굴을 어떻게 봤겠어요. 전지로다가 슬쩍 비춰보니까 이미 죽은 사람 같기에 자세히 볼 생각도 안 했습니다.
- 그 여자가 입고 있던 옷은 기억하실 거 아니겠습니까?
- 오.... 오... 옷은... 곤색 바바리 같애요.
- 아, 그리고, 그, 바지나 구두는 무슨 색이었어요?
- 글쎄... 그건 모르겠는데요.
- 잠깐 이리와 보시겠어요?
송 반장은 여자의 시체를 덮은 가운을 제쳤다.
- 아아?!! 아... 아이구머니나!
- 이 여자 같지 않았습니까? 영감님?
- 아... 아... 아유, 아닙니다. 그 여자는 이렇게 홀랑 옷을 벗고 있질 않았습니다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하, 어서 오세요. 오늘은 출근이 늦으셨나 봐요?
(발자국 소리)
- 어젯밤, 어디서 잤지?
- 아니, 누가 어디서 자요?
- 누군 누구야, 미스 장 말이지.
- 아이, 집에서 잤지. 어디서 자요.
- 으흐흐흠, 정말이야?
- 정말이에요.
- 왜 그러세요?
- 어젯밤 사장님이 댁에 안 들어가셨나?
- 모르겠어요.
- 미스 장은 어젯밤 여기 몇 시까지 있었어?
- 어머머?! 아, 오늘 아침 장 선생님이 이상하신 거 아니에요? 범인의 알리바이를 묻는 형사 같으셔.
으흐흠, 아이 참. 오늘 아침 신문 보셨어요? 대관령 여인 변사체 사건 말이에요.
- 하필이면 벌거벗겨 버릴 게 뭐야. 아직 안 나오셨나?
- 선생님이요? 나오셨다가 댁으로 들어가셨어요. 사모님이 와 계신가 봐요. 으흐흠, 어젯밤에 외박하셨나 보죠. 아마?
- 으흐흐흠, 조심해. 미스 장.
- 무슨 뜻이에요? 그건?
- 아무튼 조심하라고.
- 네, 조심하죠.
(음악)
- 왜 거기서 더 있으라니까 올라왔지?
- 나... 당신한테 한 가지 물어보겠어요.
- 피곤해서 한숨 자야겠어. 할 말 있으면 이따 하라고.
- 김태형 씨!
- 아니, 왜 이래? 이 사람.
- 아... 그저께 이 집에 누가 다녀간 줄 아세요? 당신, 뭐예요? 도대체!! 날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어요?!
- 당신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 그저께 당신 부인이 다녀갔어요! 당신 부인이 말이에요!! 그래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시치미를 떼시겠느냐구요?!
- 아하하하하하. 난 또 무슨 소리라고. 이것 봐, 김태형의 부인은 당신이야. 그런데 누가 또 김태형의 부인이라는 거야?
- 당신, 그런 넉살로 넘길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 그러니까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란 말이야.
- 그것도 말이라고 하세요?!! 당신의 부인이 이 집에 나타났다는데도 내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것도 말이라고 하고 있어요?!
- 그렇다면 어디 말해보자구.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 뭐라고 했지? 당신이나 나나 피차간의 과거에 대해서는
불문에 붙이기로 하지 않았어? 그래? 안 그래?
- 그래서 어쨌다는 거죠?
- 그것으로 내가 할 말은 다 하지 않았나?
- 그렇다면은 왜 지금에 나타나서 당신 부인이라는 거예요? 그게 어째서 과거의 얘기냐구요!!
-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잖아! 웬 미친 여자가 떠들고 다니는 얘기를 내가 어떻게 알아?!
설령 과거에 약간의 관계가 있었다 해도 그건 당신과 만나기 전 일이야! 오늘날 내가 돈푼 꽤나 벌었다니까
미친 척하고 달라붙어 보려는 거야. 그런 골빈 여자들까지 당신이 신경 쓸 이유는 없는 거 아니냔 말이야!
- 그렇다고 어떻게 그런 여자가 본처라고 이 집에 나타날 수가 있어요? 그게 어디 보통 사이로 그럴 수 있는 문제예요?!
- 걱정할 거 없어.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테니까. 당신은 누가 뭐래도 내 말만 믿으면 되는 거야. 당신이
날 믿지 못한대서야 우리가 어떻게 부부라고 말할 수 있나.
- 도대체 그 여자하고 어떤 사이였기에 여기까지 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당신하고 어떤 관계였어요?!!
- 아, 그만! 그 얘기는 그것으로 충분해. 나 피곤해서 한숨 자야겠어. 미스 장한테 전화 오면 오후 4시쯤 나간다고 해.
(문 여닫는 소리)
- 아...!
(음악)
(현관 벨소리)
- 누구시죠?
- 실례합니다. 경찰에서 나왔는데요.
송 반장 일행이 보영을 방문한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음악)
(광고)
(음악)
홍계일, 배한성, 양진웅, 송도영, 이근욱, 김정미, 오세홍, 설영범, 정경애.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정.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극본 박성조. 연출 이형모. 추적자, 여자가 촛불을 끌 때. 세 번째로 고려식품, 백화양조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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