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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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여자가 촛불을 끌때 - 제2화
여자가 촛불을 끌때
제2화
1979.03.02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여자가 촛불을 끌 때.

(음악)

고려식품, 백화양조 제공.

(광고)

(음악)

극본 박성조. 연출 이형모. 두 번째.

(음악)

- 아, 아니, 저게 뭡니까?! 사, 사람 아니에요?

- 네. 여자예요. 할아버지.

밤눈이 희끗희끗 떨어지는 외딴 숲속에 웬 여자가 목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 어서 가세요! 무서워요. 할아버지!

- 아... 가만 계세요.

- 어머! 어딜 가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그러나 노인은 잠시 시체가 있는 곳에 다녀온다.

(눈 밟는 소리)

- 여... 이미 죽었나 봅디다요.

- 어서 가요! 어서요!!

- 아이구~~ 조심하세요!

보영은 남편을 찾겠다는 생각도 잊은 채 황급히 산장으로 돌아온다.

(문 여닫는 소리)

- 아, 할아버지, 문 좀 잠궈버리세요.

- 어디들 갔다 오는 거야?

- 어머, 태형 씨?! 아니, 도대체 당신 어떻게 된 거예요?

- 아니, 왜들 그래?!

- 아, 아이고, 이거 벌써 와 계시는 걸 모르고-.

- 아, 저기. 태형 씨. 저 밑에 웬 여자가 목매달려 있어요.

- 아.. 어디 와 죽을 데가 없어서 하필 거기 와서 목을 매달아?!

- 웬 여자야?!

- 모르겠어요. 근데 태형 씨는 어디 가서 뭘 하고 오신 거예요?

- 이 밤중에 날 찾으러 나갔다 오는 거야?

- 그래요! 방금 오겠다던 분이 자정이 넘도록 안 들어오는데 궁금하지 않겠어요?

- 그러게, 제가 뭐랬습니까요. 사모님. 거 공연히 나갔다가 못 볼 걸 보시고-.

- 아... 소름끼쳐.

- 헌데 웬 여자가 거기서 그러고 있지?

- 아, 글쎄 누가 아니랩니까요? 거 오래 살아도 그런 꼴은 처음입니다요. 어, 혹시나 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벌써 죽은 모양이에요.

- 어서 신고나 하고 오세요. 할아버지.

- 아, 아이. 이 밤중에 어디 가서 신고를 합니까? 아, 여기서 지서까지는 20리도 넘는 걸요. 기왕 죽은 여자가 신고한다고

살아날 것도 아닌데 날이나 밝아야 어딜 나가보죠.

- 우리 일 아닌데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어서 가 주무시기나 하세요.

- 아, 예.

(문 여닫는 소리)

- 근데 태형 씨,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어디 가 계셨다가 오신 거예요?

- 회사일 때문에 내일 새벽에 서울 좀 다녀와야겠어.

- 저도 같이 가겠어요.

- 당신은 여기 있지 그래? 일이 빨리 끝나면 곧 올 테니까.

- 싫어요! 저도 여기는 더 있고 싶지 않아요.

- 그러게,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 그런 일 없잖아.

- 태형 씨, 그 호텔 몇 호실에 계셨댔어요?

- 신경 쓸 거 없어.

- 미스 장 있는 데가 어디에요?!

-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당신 날 의심하는 거야, 뭐야?! 미스 장은 내 비서야, 비서!

- 그렇다고 여기까지 따라올 이유는 없잖아요? 그리고-.

- 글쎄, 급한 회사 일 때문에 왔대지 않았어? 쓸데없는 생각 말고 어서 자요!

(음악)

다음 날 아침. 보영이 일어났을 때 이미 김태형은 그 산장에 없었다.

(문 여닫는 소리)

- 아, 태형 씨! 태형 씨!! 아니, 이이가?!

- 아유, 인제 일어나셨어요?

- 할아버지, 이이 어디 갔어요?!

- 이, 새벽 일찍 가셔야 된다며 서울로 떠나셨습니다요. 사모님이 일어나시면 모레쯤 돌아올 테니 그리 아시라고 하시던뎁쇼?

보영은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무리 바쁜 일이라 해도 자기에게 말 한마디 없어 급한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 할아버지, 서울 가는 차 아침 몇 시에 있죠?

- 아니, 사모님도 가시게요? 사장님이 모레까진 오신다고 했는뎁쇼.

- 아니에요. 저, 아침 차로 가겠어요.

- 저... 그런데 이상한뎁쇼?! 어젯밤 저 밑에서 목을 맨 여자 있지 않습니까요? 방금 전 신고라도 할려고 내려가다 보니깐

아, 아무것도 없는뎁쇼?!

- 어머?! 시체가 없어졌단 말이에요?!

- 누가 와서 풀러간 흔적이 있어요.

- 어머나... 그 여자 누가 죽인 거 아니에요?! 어, 어젯밤 우리가 호텔에 갈 때 끌려간 그 여자 아니에요? 바로 그 여자 아니에요?

- 흠... 그, 저, 그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말씀이에요. 사람을 죽이면 죽였지, 나무에 매달아 놨다가 또 풀어갈 이치가 있겠습니까?

- 혹시 우리 그이가 나가다가 신고한 거 아닐까요?

- 아, 그, 그런 모양인데요.

- 할아버지, 전 무서워서 여기 더 이상 못 있겠어요. 첫차로 갈 테니까 준비 좀 해주세요.

- 아... 아, 예. 알겠습니다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어머! 아하하하, 어서 오세요. 사장님. 어머머머?! 아, 한 사장님도 웬일이세요?!

- 아하하하하, 그래그래. 잘 있었나?

- 아하하, 네, 2층으로 올라가세요.

여긴 김태형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이태원 뒷골목에 자리 잡은 고급 싸롱 ‘알랑’.

- 언니, 오셨어요. 사장님하고 한 사장님, 송 전무님, 그리고 처음 오시는 손님 한 분하구요.

- 어, 어서, 추자하고 혜경이 오라고 그래라.

- 추자는 2호실에 들어갔는데요?

- 사장님 오신다고 들어가지 말랬는데 왜 말들 안 들어?!

- 나가겠어요, 언니. 사장님 오셨어요?

- 그래, 추자, 혜경이. 그리고 너희들하고 들어가.

- 오늘 내 파트너는 우리 사장님-.

- 아하하! 누구 마음대로?

- 내 마음대로.

- 까불지들 말고 오늘은 신경들 좀 써야 돼.

- 으흐흠, 아유, 언제는 우리가 신경 안 쓴 일 있어요? 누구시라구요.

잠시 후.

- 아하하하, 저, 실례하겠어요.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 응, 여기 술들이나 갖다놓고. 너희들은 잠깐 나가 있어. 내가 조금 이따가 부를 테니. 그때들 오라고.

(음악)

- 아이고! 아유, 아이고!! 강원도 쪽에는 눈이 그렇게 많이 왔다는데 괜찮았어요?!

- 우리 그이, 집에 들렸던가요? 아줌마.

- 아니요.

- 아, 전화 연락도 없었죠?

- 없었으요. 아니? 아까 함께 오시지 않았으요?

- 사무실에 전화 좀 걸어주시겠어요? 그이가 없으면 비서라도 바꿔주세요.

- 아이고, 이 시간에 누가 계시겠어요?

- 아, 그냥 두세요.

- 왜? 무슨 일이 있었어요?

보영은 아직도 막연한 배신감에 울적한 기분을 풀지 못하고 있다.

- 저, 혹시 산에 누가 찾아갔든가요?

- 아...? 누가요?

- 아아아이, 아니에요. 아하하하하, 그저껜가... 아, 웬 이상한 여자가 찾아오지 않았겠어요? 어? 아이그, 기가 막혀!

자기가 무슨 사장님의 부인이래나요?! 아하하하하, 참.

- 무슨 소리예요, 그건?! 아줌마.

- 아, 글쎄. 미친 여자도 아니고 그저께 밤 7시나 됐으니까요. 아, 느닷없이 여길 뛰어 들어오더니-.

- 이 집이 김태형 씨 집인교?!!

- 예...에, 어디서 오셨죠?

- 내가 김태형 씨 부인입니더!!

- 아니?! 아니!! 무슨 말씀이에요?!! 아, 아, 아이구, 어딜 들어가세요?! 아이고, 지금 아무도 안 계세요!!

- 이거 놓소!! 이거 놓소!!!

(음악)

- 아줌마, 아, 그게 사실이에요?!

- 아이... 글쎄 마침 관리인이 들어와서 띠어냈으니 망정이지 세상에 난 또 그런 여자 처음 봤어요?!

- 그래, 그 여자 이름이 뭐라던가요? 어떻게 생긴 여자예요?!

- 이름을 물어볼 겨를도 없었지만 나이 서른은 족히 됐겠어요.

- 어디 술집 여자 같지 않아요?

- 술집 여자요? 아이구, 그런 것 같진 않던데요?

- 아, 그래. 그 여자가 자기 입으로 김태형 씨 부인이라고 해요?

- 아이구!! 그 여자 말만 듣고서 사실인지 아닌지 알겠어요?!

그러나 설령 그것이 일방적인 말이라고 할지라도 결혼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보영에겐 그 이상의 큰 충격이 없다.

(음악)

- 아, 반장님. 여깁니다.

- 응, 어디야?

- 바로, 저 밑입니다. 저.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 곳은 스키장과는 반대편 계곡 밑에서였다.

- 응?!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기야?!

눈 속에 파묻혀있는 30세가량의 여인.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피투성이가 된 채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았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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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연속수사극 추적자. 박성조 극본. 이형모 연출. 여자가 촛불을 끌 때. 두 번째로 고려식품, 백화양조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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