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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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여자가 촛불을 끌때 - 제1화
여자가 촛불을 끌때
제1화
1979.03.01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여자가 촛불을 끌 때.

(음악)

고려식품, 백화양조 제공.

(광고)

(음악)

극본 박성조. 연출 이형모. 첫 번째.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사장실입니다.

- (전화 음성)신흥무역 김태형 사장실 맞지예?!

- 네. 그렇습니다만...

- (전화 음성)사장님 좀 바꿔 주이소.

- 사장님 지금 안 계신데 어디시죠?

- (전화 음성)대구에서 올라온 백정숙이라카믄 압니더. 좀 바꿔 주이소.

- 글쎄, 사장님은 지금 휴가중이시라 안 계신데요?

- (전화 음성)지금 계신 거 알고 전화했는데 와 없다고 그라지예?! 어서 바꿔 주이소! 어서예!!

- 어머머머? 안 계세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참, 별 여자 다 있네, 정말. 응?

그러나 잠시 후.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어머?! 아니, 누구시죠?

- 내 방금 전화했던 여잔데예! 사장님 안에 계시지예?!

- 안 계신다고 했잖아요? 휴가중이시라고 했잖아요?!

- 나, 실례 좀 하겠어예!!

- 어머!! 아, 왜 이러세요?!!

(문 여닫는 소리)

- 안 계신다면 그런 줄 아실 거지, 왜 이러세요?!!

- 네, 여기서 기다리겠슴니더!!

- 아, 도대체 무슨 일로 그러세요?!

- 이것 보세요!! 내는 김태형 씨 부인이라예!!

- 어머?! 아, 저, 우리 사장님은 한 달 전에 결혼하셨어요. 그런데 누가 부인이란 말이에요?!

- 그래, 김태형 씨가 얼마 전에 결혼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 네, 그래요.

- 아가씨, 이건 언제 어찌 알아도 알 수 있는 깁니더! 그 사람 지금 신방 차린 데가 어딥니꺼?!!

- 지금 찾아가보셔도 안 계실 거예요. 두 분이 함께 여행 떠나셨어요.

- 아무튼 그 집 전화번호라도 좀 가르쳐 주이소!

-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 아가씨가 안 가르켜 준다고 내가 못 찾아갈 줄 압니꺼?!!

- 아이, 참. 글쎄 전 모른다니까요?!

- 이것 보이소!! 오늘의 김태형 씨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줄 아는교?!! 누구 때문에 오늘날 20억 재산가가 된 줄

아느냔 말입니더!! 그런데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아이고!! 어림도 없지!! 어림도 없어!!!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여긴 대관령 스키장. 그 스키장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외딴 산장. 아까부터 김태형은 멀리 스키장을 바라보며

골몰한 생각에 잠겨 있다.

- 뭘 하고 계세요?

- 응? 음음.

- 뭘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 아... 아니야, 아무것도.

-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보세요. 당신, 나하고 결혼한 거 후회하고 계시죠?

- 아니, 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그럼 뭐예요?

- 저기 눈 위에 거미 같은 것이 울긋불긋 미끄러져 다니지? 보라고. 보이지?

- 그게 어쨌다는 거예요?

- 당신, 당신 눈엔 저게 다 뭘로 보이나? 저게 뭐 같아?

- 뭔, 뭐예요. 스키 타는 사람이지 뭐예요.

- 아. 아하하하하하. 그런데 내 눈에는 저것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구. 내 눈에는 저것들이 다 돈뭉치들로 보이는 거야.

돈뭉치. 저 한 사람들이 제각기 이곳에 와서 뿌리고 가는 돈이 과연 얼마씩이나 될까? 그 뿌린 돈 중에 절반을 내 손에

넣기 위해서 어떤 장사를 하면 가능할 것인가?

- 아... 이런 데까지 와서 당신 돈 얘기만 할 거예요?! 정말?!

보영은 금방 눈물이 글썽인다. 신혼 초에 바라는 여자의 마음을 그토록 몰라주기 때문인가?

- 아아, 미안미안. 자, 이리 와.

- 아유, 왜 이래요? 아...

- 어디 봐.

- 어머?

- 역시 당신은 미인이야. 이 세상에서 내가 본 여자 중에 이 여자가 제일 미인이라구. 돈? 돈?! 내가 왜 치사한

종이 쪽지들을 벌려고 야단이겠어?! 바로 이 여자,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야. 알겠어??!

-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 당신은 목덜미가 아름다워. 살결이 이렇게 고울 수가 없어. 정말이야.

- 으음... 저도 태형 씨가 그렇게 볼 때가 좋아요. 아, 태형 씨가 그렇게 쏘아보고 있으면은 내 몸이 다 뜨거워져요.

- 으으흠.

- 아아...

(음악)

남자의 애정을 가슴으로 확인한 보영은 또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 어? 어머?!! 아우, 안 되겠어요! 아, 무서워서 죽겠어요!!

- 아하하하! 겁쟁이!! 스키를 배우려면 넘어질 각오를 해야지. 자자, 천천히 걸어와 봐.

- 아아, 가만히 계세요!!

- 자, 몸을 앞으로 약간 숙이고.

- 아!

- 아, 그렇지! 옳지, 옳지!

- 어머머머, 아유!!

- 아하하하하하!!

- 아아우!

- 아니, 다치지 않았어?!

- 아유, 창피해!!

- 처음엔 다 마찬가지야. 우선 스키는 넘어지는 것부터 배워야 해. 자, 다시 한 번 해봐.

- 아... 안 되겠어요. 나 좀 쉬었다 갈 거예요.

바로 그때, 날씬한 한 아가씨가 스키를 타고 날렵하게 미끄러지며 선다.

- 아하, 어머. 사장님, 여기 계셨네요?

- 응?

- 아하하하하, 아하하.

- 아니, 미스 장이 웬일이야?

- 아하하하, 여기 계신 줄 모르고 온데 다 찾아다녔지 뭐예요.

- 근데 웬일이야?

- 아이, 저도 스키 좀 타러왔죠. 뭐. 말씀 드릴 것도 있구요?

- 아, 그래? 아무튼 잘 왔어.

- 안녕하세요? 사모님.

- 아아, 당신 모르나? 왜, 비서실에 있는 미스 장.

- 아, 네. 한 번 본 기억은 나요. 몰라봐서 미안해요.

- 아하하, 아니에요. 어머나? 아, 저, 눈 좀 터셔야겠어요. 사모님은 이제 배우시나 보죠?

- 아하하하, 방금 한바탕 곤두박질했지.

- 아하하, 배울 땐 다 그렇죠. 뭐.

- 그래도 이 사람에 비하면 미스 장은 빨리 배운 셈이야.

- 아, 저는 운동신경이 있는 셈이거든요. 아하하하.

- 아, 그런데 회사에 무슨 일 있었나?

- 내려가서 말씀 드리죠.

- 그래? 내려가자구.

- 네, 가세요.

- 아, 여보. 당신도 부지런히 내려오라구.

- 어머어머?! 아... 같이 가요!! 태형 씨!!

(음악)

그날 밤, 미스 장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간 태형은 자정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핑계는 손님이 와 있다는 것.

- 저... 할아버지! 할아버지!

- 예에... 에... 저, 저... 부르셨습니까?

- 아, 네. 저, 미안하지마는 저 건너에 있는 호텔에 좀 다녀와 주시겠어요?

- 어... 호텔에요?

- 이이한테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이렇게 늦게 안 오실 리가 없는데.

- 아, 하지만 제가 가서 찾을 수가 있겠어요? 좀 늦으실 일이 있으신가 보죠. 뭐.

그러나 보영은 낮에 본 미스 장의 얼굴이 눈앞에 떠오른다. 그 싱그러운 처녀의 첫인상이.

- 아...! 제가 좀 다녀와야겠어요!

- 아니... 이 밤중에요? 아, 가만. 그럼 함께 가시죠.

숲속엔 때 아닌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 밟는 소리)

- 아이고... 이거 다 늦게 무슨 눈이 이렇게 오누, 그래.

- 어머! 아...

- 아유, 조심하세요. 미끄러운데.

- 아...!

- 자, 이쪽, 이쪽 길이 빠릅니다요! 예예, 에, 그쪽입니다.

바로 그때.

- 아아아아아!!

가까운 숲속에서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어머나! 저것 보세요! 할아버지!

- 아악!! 아!! 아아아!!

- 아!

- 어서 가세요!

- 아아아아악!!

- 아, 저거! 남자들이 죽이겠어요! 저 여자!!

- 아이고, 아니에요. 여긴 이따금 젊은 것들이 저러지만 아무 일 없습니다. 아, 괜찮다니까요. 자, 어서 가세요.

- 어서 오십쇼.

- 저... 미안하지마는 여기 미스 장이라고 아가씨 한 분이 투숙하고 있나 좀 봐주시겠어요?

- 미스 장이요? 이름은 모르시나요?

- 네, 오늘 아침에 투숙했을 텐데요.

- 오늘 아침에 투숙한 손님은 없을 텐데요. 그리고 아가씨 한 분만 투숙한 방은 없습니다. 혹시 다른 호텔 아닙니까?

- 아니에요! 이 호텔 맞아요. 다시 한 번 찾아봐주세요.

그러나 김태형도 미스 장도 그 호텔엔 없었다.

- 저, 할아버지, 먼저 들어가 계세요!

- 아, 아이고! 그쪽엔 길이 없습니다요! 사모님! 저, 사모님!!

- 아!!!!

- 아니?!

- 할아버지!! 할아버지!!!

- 아니, 왜, 왜 그러십니까?!! 예?!!

- 저, 저기 좀 보세요.

- 에?! 에, 저, 저게 뭐야?!!

- 여자예요! 목 매달은 여자!!!

그것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여자의 시체임에 틀림없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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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연속수사극 추적자. 박성조 극본. 이형모 연출. 여자가 촛불을 끌 때. 첫 번째로 고려식품, 백화양조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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