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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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야행열차 - 제30화
야행열차
제30화
1979.01.30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서른 번째.

(음악)

- 아이, 여행이라뇨? 갑자기 어디로 여행을?

- 아마 구라파 쪽이 될 거예요. 하하, 그렇게라도 하셔야지. 그동안 좀 시달리셨어요?

그야 뭐 모두 여러분 덕분이지만요.

- 예?! 아하하, 이거 또 한 방 얻어맞았는데요.

- 아하하하하.

- 아이, 저 그보다 인경 씨.

- 네.

-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차 선생님 작업실... 구경 좀 할 수 없을까요?

- 아...빠... 작업실이오?!

- 아니, 왜, 어렵습니까?

- 아... 글쎄요. 근데 왜 갑자기 아빠 작업실이 보고 싶어지셨어요?

- 아, 제가 언젠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이래봬도 미술대학 졸업의 경력이 있다고.

- 어머, 아하하하. 참 그러셨죠. 아하하하.

-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닙니다. 전 전부터 차 선생님의 작품세계, 무척 동경해왔습니다.

- 아하하, 그러세요? 아빠가 계시면 싫어하시겠지만 마침 아빠가 안 계시니까 구경시켜 드릴게요.

- 아하하하하.

- 대신 작업실에 있는 물건은 손끝 하나 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 물론이죠. 저한테도 그만한 상식은 있습니다.

- 아하하하, 자요. 따라오세요.

- 네.

잠시 후.

- 야, 이거 굉장한데요?

넉넉잡아 20여 평은 됨직한 차준호 화백의, 이른바 작업실. 박 형사는 입으로는 계속 감탄사를 터트리면서도

눈길만은 날카롭게 화실 구석구석을 살핀다.

- 아, 근데 저기, 저것도 차 선생님 작품입니까?

박 형사의 손이 무심한 듯, 한쪽 구석에 놓인 목각의 여인흉상을 가리킨다.

- 어머, 글쎄요? 아빠는 석재만 다루시는 줄 알았더니 언제 목재까지 다루셨을까?

- 이거 굉장히 정교한데요? 아, 이런 작품을 다룰 때는 어떤 연장을 씁니까?

- 미술대학 다니셨다면서요?

- 죄송합니다. 전 동양화 전공이었습니다.

- 아하하하, 아빠는 좀 특별한 용구를 써요.

- 예, 특이하다뇨?

- 아, 뭐, 따지고 보면 특별할 것도 없죠. 2년 전엔가 독일 가셨을 때 용구 일체를 구입해 오신 적이 있어요.

- 아, 네네...

- 아시겠지마는 목재라는 건 재료 자체가 워낙 민감해서 용구에 따라 작품의 생명을 좌우할 때도 있죠.

- 네, 근데 조각용구로는 어느 나라 제품을 가장 높이 평가하나요?

- 어...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요. 독일 슈피켈 회사 제품을 꼽는다고 들었어요.

- 네, 그러니까 아버님이 쓰신 용구도 바로...

- 네, 2년 전 여행에서 돌아오셨을 때 자랑 삼아 구경시켜주신 적이 있어요.

- 아, 네, 그거 구경 좀 할 수 없을까요?

- 아이, 그야 뭐 어려울 건 없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서랍에서 물건 꺼내는 소리)

- 바로 이거예요.

- 아이, 열어봐도 괜찮겠습니까?

- 열어보세요. 대신 만지진 마시구요?

- 아하하하, 네네네.

(상자 여는 소리)

- 야... 이거 정말 놀라겠네요. 아, 제가 보기에는 이 용구 자체가 벌써 완벽한 예술품 같습니다.

- 그래요?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박 형사의 시선은 날카롭게 상자 속에 진열된 조각도를 살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박 형사의 시선은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어느 한 지점에 머무른다.

가지런히 놓은 조각도 중에 어느 하나가 나머지 조각도들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박 형사의 심장이 무서운 속도로 뛰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 여닫는 소리)

- 인경아.

- 음?

- 아...빠...

- 도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게야?!

언제 돌아왔는가. 차준호 화백의 시선이 무섭게 인경과 박 형사를 노려본다.

(음악)

- 변명은 집어치워!! 내 허락 없이 작업실을 외부사람에게 구경을 시킨다! 그것도 내가 그런 일을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 말이야!!

- 죄송해요. 아빠.

- 죄송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이 애비의 작업이 어떤 것이라는 걸 알만한 애가 그런 짓을 해?!

- 아... 여보 그쯤 해두세요. 인경이가 잘못했다고 사괄 하잖아요?!

- 당신!! 잠자코 있어요, 좀!! 도대체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

- 네?!

도대체 차준호 화백은 무엇 때문에 이처럼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일까?

(음악)

- 뭐야?! 그러니까 조각도 중에 하나가 딴 게 섞여 있었단 말이야?!

- 네, 그렇습니다. 생김새가 비슷해서 얼핏 봐서는 식별이 어려웠지만은요. 반장님 따라 시내 화구점을

모조리 훑은 덕분으로 식별이 가능했던 셈이죠.

- 그래서?

- 그래서 일단 민삼열이 살해범과 조미령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슬쩍 비췄습니다. 특히 눈이 녹는 대로 범인이

사용한 흉기를 찾기 위해 현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이 있을 거라구요.

- 정말 수고했다. 하지만은 차 화백이 민삼열이 살해 진범이라 하더라도 흉기를 다른 곳에 버렸다면은 문제가

달라지지 않니?!

- 네, 그래서 얘긴데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놓는 게 어떨까요?

- 압수수색영장? 아니야... 그것도 소용없는 짓이다. 차 화백이 조각도를 다른 것으로 바꾼 걸로 미루어 봐서

차 화백의 집에는 조각도가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니?

- 저도 답답해서 해본 소립니다. 차 화백 부부는 내일 모레면 구라파로 뜨거든요.

-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수사괍니다.

- (전화 음성)반장님이십니까? 저, 여기 산창호텔입니다.

- 아,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전활 주셨습니까?

- (전화 음성)네, 저, 좀 이상한 일이 있어서요.

- 이상한 일이라니요?

- (전화 음성)전화가 왔는데 굳이 503호실을 쓰게 해달라는 거예요.

- 아니, 민삼열이가 피살된 방 아닙니까?!

- (전화 음성)그래서 저희도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서 수리중이라고 했더니 그 옆방이라도 좋다는 겁니다.

- 혹시 예약신청한 사람의 이름을 알 수 있습니까?

- (전화 음성)에... 그건 알 수 없구요. 직접 이리로 오겠다고 하더군요.

- 네, 좋습니다. 정말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화 음성)저희들은 어떻게 할까요?

- 네, 평소대로 업무를 보십쇼. 저희들 일은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자, 그럼 끊습니다.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아이, 어떻게 된 겁니까?아, 그럼 차 선생이 503호실 예약한 겁니까?

- 얘기는 가면서 하도록 하고 어서 따라오기나 해!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음악)

문제의 산장호텔 503호실. 그 바로 뒤쪽에 작은 도랑이 있고 꽁꽁 얼어붙은 그 도랑 위엔 눈까지 수북이 쌓여 있다.

그런데 거기 그 눈에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린 채 묵묵히 서 있는 사내, 차준호 화백 그 사람이 아닌가.

한동안 얼어붙은 도랑을 내려다보던 차준호 화백은 갑자기 발작이라도 하듯 돌멩이를 집어들어 얼음을 깨기 시작한다.

(얼음 깨는 소리)

- 잇!! 이잇!! 익!! 익!! 익!!

그러나 단단하게 얼어붙은 얼음은 좀체 깨지질 않는다.

- 에잇!!

- 저만큼 돌멩이를 던져버리는 차준호 화백. 그러나 코트 주머니에 깊숙이 두 손을 찌른 채 좀체 움직일 줄 모른다.

그런데-.

- 아이,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작정이죠?

- 어차피 혼자서는 불가항력이다. 곧 포기를 하겠지.

- 어?! 움직이는데요.

- 으흐흠, 그러면 그렇지. 박아, 가서 사람들을 좀 모아오너라. 밤을 새워서 라도 저기를 파헤쳐야 할 모양이니까.

- 알겠습니다!

(뛰는 발자국 소리)

송 반장의 얼굴에 또다시 착잡한 표정이 떠오른다. 하마터면 미궁으로 빠질 뻔했던 민삼열 피살사건의 실마리를 쥐게 됐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아니면 그 진범이 육십 고개를 바라보는 저명한 예술가이기 때문에 오는 서글픔인가. 아무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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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홍계일, 배한성, 박웅, 이경자, 권희덕, 김환진.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종.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서른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연속수사극 추적자는 2월 1일부터 이인영 극본의 ‘겨울안개’를 보내드립니다.

통금 직전에 벌어진 택시강도사건을 계기로 묘하게 사건에 얽혀든 송 반장과 박 형사.

그들은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갈 것인지 많은 성원을 부탁합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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