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야행열차 - 제29화
야행열차
제29화
1979.01.29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스물아홉 번째.

(음악)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거리. 화랑 모나리자가 마주 보이는 골목길에 차를 세운 채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는 강현배.

이윽고-.

- 음...

(차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차문을 열고 내려선 강현배가 똑바로 모나리자를 향해 걸어간다.

(철문 여닫는 소리)

실내등마저 꺼버린 어두컴컴한 화랑, 모나리자 안.

- 누구시죠?

- 예, 여기 차인경 씨 계십니까?

- 제가 차인경인데요. 어디셔 오셨죠?

- 저하고 빨리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 어디를요?

- 아버님이 지금 교통사고로 입원중이십니다.

- 네?!!

(음악)

실내조명등만 켜져 있었어도 차인경이 강현배의 얼굴을 식별하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화랑을 정리하는 일로 한가닥 허탈감에 빠져있었던 차인경으로선 뜻밖의 허를 찔린 셈이 아닌가.

- 아니, 어느 병원이에요? 얼마나 다치셨어요? 예?

- 아, 저... 자세한 건 저도 모릅니다. 우선 같이 가보도록 하시죠. 차를 가지고 왔으니까요.

- 네, 어서 가요!

(발자국 소리)

두 사람이 막 모나리자의 출입문을 열고 나섰을 때였다. 맞은 편에서 달려오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차인경과

강현배의 얼굴을 훓고 지나간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 아니, 당신은?

인경이 흠칫 놀라며 강현배의 얼굴을 쏘아본다.

- 쓸데없는 짓 하지 마. 괜히 그랬다간 재미없을 줄 알라고.

어느 틈인지 인경의 옆구리에 날카로운 칼끝이 와 닿는다.

- 강현배 씨죠?

- 그래.

- 틀림없는 강현배야.

- 왜 이러시는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시는 거죠?

- 조용히 하라니까! 니 아버지가 날 경찰에 팔았어. 그러니까 너라도 그 속죄를 해야지.

- 도대체 날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 여러 말 말고 저기 차 있는 데까지만 가자고. 돈 주고 빌린 차지만 쓸만은 하니까.

- 소용없는 짓이에요. 전 이 정도의 위협에 넘어가지 않아요.

- 아하하하, 애비를 닮아서 고집 하난 세군. 하지만 이 칼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칼끝이 금새라도 살갗에 와 닿는 느낌이다. 차인경으로서는 절대절명의 이 위급한 순간.

- 이봐!! 강현배!!

- 아니?!

바로 그 자리에 박 형사가 나타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강현배, 강현배의 얼굴에 낭패의 빛이 역력히 떠오른다.

바로 그때-.

- 에잇!!

- 아유!!

- 아아아, 아닛?! 아니, 저게?!

- 강현배!! 자, 순순히 손 드는 게 어때?

- 아아... 거지 같은 수작 말라구!! 날 잡을 자신이 있으면은 어디 한 번 잡아보지 그래!!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골목에 세워둔 차를 향해 달려가는 강현배. 그런데.

- 이봐!! 서!! 위험해!! 서라구!!

(차에 치이는 소리)

- 아!!!

(음악)

마주 달려들던 대형 트럭을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강현배의 몸뚱이가 허공으로 떠오르는가 했더니

그대로 검불처럼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고 만다.

(음악)

-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생명에는 이상이 없습니다만 뇌를 몹시 다쳤습니다.

- 아니, 뇌를 다쳤다면은... ?

- 예, 뇌의 기능이 상실되는 거죠. 일종의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도 있구요.

- 기억상실증이요?

- 그렇게 되면 영 고칠 수 없는 겁니까?

- 아, 글쎄 두고봐야죠. 기적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 지금 좀 만나볼 수 없을까요?

- 그야, 뭐 어렵진 않지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군요. 아이, 들어가보시죠.

- 네.

- 박아, 가보자.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중환자 회복실. 독한 소독약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한쪽 구석, 머리를 온통 흰 붕대로 감은 강현배가 누워 있다.

- 강현배, 나다. 송 반장이다. 나, 알아보겠니? 강현배!

- 아..

- 뭐라고?

바짝 타들어간 입술에 가까스로 침칠을 하는 강현배.

- 강현배, 뭐라고 했지? 지금?

- 내가...

- 민삼열이는 어떻게 된 기야? 민삼열이 니가 죽였니?

- 조미령이... 죽였어.

- 조미령이 말고 민삼열이 말이다. 민삼열이!

- 내가... 내가 죽였어.

- 이런 이...

- 반장님. 물으나마납니다. 제 이름 한 번 대볼까요? 저도 지가 죽였다고 할 거예요.

- 아...

- 속수무책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1시간 이상 강현배의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송 반장이 들을 수 있었던 말은 단 한 마디.

- 내가... 내가 죽였어...

(음악)

아이, 저, 반장님. 너무 우울해 하지 마시고 잔이나 비우세요.

- 어...

- 뭐 어쨌든 범행에 사용한 흉기가 나타난 이상, 일단 사건은 해결된 걸로 봐야하지 않겠어요.

- 아니야, 아직 끝나지 않았어. 조미령이 살해사건 때 사용한 흉기와 민삼열이 살해사건 때

사용한 흉기가 달라. 민삼열이 피살사건 때 사용한 흉기가 나타나기 전엔 그 사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 없어요.

- 아, 반장님. 여태도 조각돈가 뭔가에 집착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아이, 그만 잊어버리세요.

- 박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 뭘 말입니까?

- 이번 사건 말이다. 끝난 걸로 생각하니?

- 글쎄요. 끝난 것도 같고 안 끝난 것도 같고. 뒤끝이 영 엉망진창인데요.

- 야, 박아. 너 내일 차인경 한번 만나볼 생각 없니?

- 아니, 그렇지 않아도 내일 점심이 초대받았습니다.

- 아, 아니, 그게 정말이야?!

- 네, 요전날 하마터면 강현배한테 당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고맙다구요.

- 아하하, 아무튼 그 박 형사 실력도 알아줘야겠어.

- 아하하아하하.

- 그런 뜻에서 말이야, 한잔 받으라구.

- 네.

한 가지 사건이 끝날 때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다음에 닥쳐올 사건에 대비하는 것이

수사관들의 오랜 관례다. 그런데 오늘따라 송 반장은 물론, 박 형사와 장 형사의 표정에도

도무지 개운한 빛이라곤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태 차준호 화백에 대한 용의점들이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다음 날 오전 차준호 화백의 저택.

- 아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게야?! 박 형사를 점심에 초대를 했어?

- 네.

- 아니, 도대체 왜?

- 아이, 참, 당신도. 박 형사가 하는 분 아니었더라면 인경이가 어떻게 됐겠어요.

- 하기야 어떤 식으로던 인사는 하는 게 도리겠지만은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은...

- 아이, 그럼 어떡해요. 그렇게 약속을 해버렸는 걸요. 아빠. 괜히 신경쓰지 마시고 쇼핑이나

다녀오세요. 오래간만에 점심도 밖에서 두 분이 드시고 말이에요.

- 그래그래, 알았다. 주객이 전도라더니 나야 원. 여보, 아무래도 우리가 자리를 비켜줘야 할 모양이요.

- 아, 네. 진작 그렇게 말씀을 하실 일이죠.

- 아빠 고맙습니다. 그래요, 그래. 알았어요.

(음악)

그로부터 약 2시간 후.

- 이, 정말 오랜만에 포식했는데요.

- 좀더 드시지 그러세요.

- 아이, 아닙니다. 양껏 먹었습니다.

- 근데, 저...

- 예?

- 선생님과 사모님, 왜 외출하셨어요?

- 아, 모르고 계셨던가요? 아빠 내일 모레 여행 떠나세요.

- 네? 여행이요?

차준호 화백 부부가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박 형사는 무엇때문에 이토록 놀라는 것일까.

(음악)

(광고)

(음악)

송 반장, 홍계일. 박 형사, 배한성. 차준호, 박웅. 윤세현, 이경자. 장 형사, 이근욱. 강현배, 설영범. 미스 안, 양미학.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종.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스물아홉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연속수사극 추적자는 2월 1일부터 이인영 극본의 ‘겨울안개’를 보내드립니다.

통금 직전에 벌어진 택시강도사건을 계기로 묘하게 사건에 얽혀든 송 반장과 박 형사.

그들은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갈 것인지 많은 성원을 부탁합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6.27)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