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스물여덟 번째.
(음악)
- 아니, 송 반장.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요?
(발자국 소리)
- 이거 정말 본의 아니게 무례를 했습니다.
- 내 얘기는 어디로 어떻게 해서 우리 집안까지 들어왔느냐고 묻고 있는 거요.
- 너무 걱정 마십쇼. 뒷문으로 해서 들어왔으니까 아무도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 아니,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장담을 하실 수가 있소?! 옛말에도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지키지 못한다는
말이 있소. 강현배란 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앞문 근처에서 서성거릴 리가 있소?! 송 반장이 뒷담을 넘어
들어올 수 있다면은 강현배도 뒷담을 넘어 들어올 수 있는 노릇 아니오?!
- 그거야 제가 여기를 지키고 있는 한, 걱정하실 필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 내 얘기는 그게 아니라니까! 당신이 담을 넘어 들어오는 것을 이미 그자가 봤다고 칩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게 허사가 되고 말지 않소?!
- 차 선생님! 저는 차 선생님을 도우러 여기 온 사람입니다. 혹시 뭔가 착각하고 계신 거 아닙니까?!
- 착각? 송 반장이야말로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로구만!! 나는 이런 식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했소!!
보아하니 경찰을 잠복시킨 모양인데 당장 철수를 시키시오!! 여보.
- 네.
- 어서 송 반장을 대문까지 안내해 드리오.
- 아, 진정하세요. 당신 신경과민이신 것 같애요. 반장님도 다 생각이 있으셔서 오신 거 아니겠어요.
아, 오히려 전 반장님이 곁에 계시니까 든든한데요?
- 음... 송 반장.
- 말씀하십쇼.
- 후문에도 경비를 세웠소?
- 아닙니다. 후문은 일부러 터놨습니다.
- 이유가 뭐요?
- 조금 전 차 선생님이 걱정하신 대로 강현배란 자,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봐서 서툰 전화질 대신 직접 댁으로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런 경우, 후문을 이용하기가 십상이죠. 말하자면 강현배란 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라고나
할까요?
- 유인이라고?!
- 그래서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미리 와 있는 거 아닙니까?
- 나, 이런 참. 그래서 내 집 안방에서 살인극이라도 벌이겠다는 거요?! 난 돈만 주면 그만이야!!
여기, 여기, 이 돈만 전해주면 그만이란 말이오!! 내가 뭐라고 했소?! 이까짓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한테 내 가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소?!
- 물론 차 선생님께서는 돈만 전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마는 그자는 살인범입니다.
저희들의 입장도 이해를 해주셔야죠.
- 아무래도 서로가 맞질 않아. 내가 돈을 전해준 다음에 그자를 잡아도 되는 일 아니오?!
- 차 선생님, 만에 하나 그자가 그 돈을 이용해서 덜컥 밀항선이라도 타버린다면은 그땐
그 책임을 어떻게 지실려고 그러십니까?!
- 책임이라니!! 범인을 잡고 못 잡고가 내 책임이란 말이오?! 그건 어디까지나 당신네들 책임 아니오?!
- 그래서 제가 여기 있는 거 아닙니까!!
좀처럼 해결이 날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논쟁. 그러나 같은 순간 차 화백의 후원.
여전히 가정부 정 씨가 수북이 쌓인 눈을 쓸고 있는데-.
(뛰어내리는 소리)
- 누, 누, 누구세요!!!
- 조용히 해요.
- 아, 저, 댁에서도 경찰이신가요?!
- 경찰?!
- 아니, 그럼 댁은?
(음악)
순간, 강현배는 모든 상황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강현배가 후문을 통해서 접근을 시도하려 한
송 반장의 추리는 적중했다. 그런데 고지식한 가정부 정 씨에 의해 송 반장의 추리는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후원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 줄은 알 리가 없는 송 반장과 차준호 화백. 잠시 후.
(전화벨 소리)
- 여보세요.
- (전화 음성)차 선생님이십니까?
- 아,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던 참이오. 지금 어디 있소?
- (전화 음성)그건 알 거 없고! 송 반장 좀 바꾸시오!!
- 아니,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요?! 송 반장이라니?!
- 아, 아, 아니?!
- (전화 음성)여러 말 말고 바꾸라면 바꿔요!!
- 당신... 지금?!
- (전화 음성)아니, 끝내 시치미를 뗄 작정이오?! 어서 바꾸라니까!!
- 음...
- 송 반장.
- 예.
- 받아보시오. 강현배요.
- 음, 전화 바꿨습니다.
- (전화 음성)송 반장, 하마터면 당신이 파놓은 함정에 꼼짝없이 빠질 뻔했소.
- 내가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니?
- (전화 음성)여러 말 말고 후원으로 가보시오. 가정부 아주머니를 내가 좀 심하게 다룬 것 같소.
따지고 보면 생명의 은인인 셈인데 말이오. 헤헤헤... 자, 그럼 또 나중에 연락합시다!
- (전화기 두드리는 소리)
- 이것 봐!! 이것 봐!!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도대체 뭐라는 얘기요?
- 저와 같이 후원으로 가보시죠. 가정부 아주머니가 당한 모양입니다.
- 뭐요?!
(음악)
정통으로 급소를 얻어맞은 듯 가정부 정 씨는 그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급히 거실로 옮겨진 가정부 정 씨.
- 아줌마, 저, 여기 냉수 좀 드세요.
- 예...
(물 마시는 소리)
- 아...
- 정신이 좀 드세요?
- 아... 예...
- 어떻게 된 영문인지 차근차근 얘길 해봐요.
- 아...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냥 별안간 쿵 하고 어떤 사람이 담을 뛰어 넘길래
전 또 경찰인 줄 알았죠. 그래서 경찰이냐고 물었더니 그 편에서 되묻질 않겠어요?
경찰이 와 있느냐구요.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을 했더니, 아유, 그 다음부턴 어떻게 됐는지 생각이 안 나요.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고...
- 알았어요. 알았어. 더 얘기할 거 없어요. 자, 송 반장. 이제부턴 어떻게 하시겠소?!
분노로 일그러진 차준호 화백의 시선이 곧바로 송 반장의 얼굴에 꽂힌다.
- 왜 대답을 못하시오?! 우리 가족들을 보호해주신다고 하셨잖소?! 그런데 결국 일이 어떻게 됐어?!
다행히 이 정도에서 끝났으니 망정이지. 정작 칼부림이라도 났으면 어떡할 뻔했소?!
- 정말 이거 면목 없게 됐습니다.
- 면목 없다고 말로만 해서 해결이 될 문제요?! 그자가 내가 경찰에 연락한 줄 알아버렸으니, 다음에는
무슨 짓을 할지 아오?!
- 아, 참. 따님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 딸? 아니, 그럼 그자가 인경이한테?!
- 혹시 또 모르잖아요. 어서 화랑으로 연락해보세요.
- 으음...
(전화 수화기 들고 전화번호 다이얼 돌리는 소리)
- 이런... 이거 벌써 전화를 뗀 모양이구만.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전화를 떼다니요?!
- 당분간 화랑 일을 그만두기로 했소. 오늘 가게를 정리하겠다고 했는데.
- 그래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송 반장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화랑이 문을 닫게 됐다면 지금쯤
차인경이 혼자서 화랑을 지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런데 정작 차인경과 헤어져
수사과로 돌아온 박 형사.
- 아니, 반장님. 차인경이하곤 방금 헤어졌는데! 차인경이를 지키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 (전화 음성)조금 전에 강현배가 여길 다녀갔다.
- 에?!
- (전화 음성)게다가 녀석이 내가 여기 와있는 줄 알아버렸지 뭐야.
- 아, 반장님! 어쩌다가요?!
- (전화 음성)긴 말 할 시간 없어요! 어서 가서 차인경이를 지켜! 지키되 너무 접근하거나 하지 말고.
멀리서 지키란 말이야. 무슨 뜻인지 알아듣겠니?!
-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전화 끊겠습니다.
- (전화 음성)그래, 실수 없도록 해라.
- 네!
- 이거 좌충우돌이네. 뭐? 차인경이야. 이번엔?
(음악)
사무집기를 몽땅 실어내간 텅 빈 화랑, 모나리자. 거기 차인경은 혼자 앉아 있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정리를 한 터였지만 가슴 한구석에 몰려드는 공허감은 어쩔 수 없는가.
(담배에 불붙이는 소리 및 기침 소리)
피울 줄도 모르는 담배까지 태워보는 차인경. 그런데 정작 화랑 모나리자가 마주 보이는 골목길.
아까부터 한 대의 자가용이 누구를 기다리는 것처럼 멈춰서있다. 그리고 그 차 안에서 뚫어져라
화랑 모나리자를 쏘아보고 있는 사내. 강현배가 아닌가.
(담배에 불붙이는 소리)
- 아...
(음악)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스물여덟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연속수사극 추적자는 2월 1일부터 이인영 극본의 ‘겨울안개’를 보내드립니다.
통금 직전에 벌어진 택시강도사건을 계기로 묘하게 사건에 얽혀든 송 반장과 박 형사.
그들은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갈 것인지 많은 성원을 부탁합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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