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스물일곱 번째.
(음악)
- (전화 음성)왜, 왜 대답이 없소?! 경찰은 왜 알렸느냐고 묻지 않았소?!!
- 이것 봐요. 당신이야말로 어린애 같은 소리 작작 해둘 수 없소?! 경찰에 알리다니! 내가 왜!!
괜히 넘겨짚지 말고 할 얘기나 해요. 그렇지 않으면은 전화 끊겠소!!
- (전화 음성)아, 아, 잠깐! 돈은 준비했소?
- 지금 막 은행으로 나가려던 참이오.
- (전화 음성)좋소. 그렇다면 오후에 다시 연락하리다.
- 좋도록 하시오.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음... 자, 여보. 계속 해봐요. 아직도 할 얘기가 남았소?
- 여보. 전 지난 반년 동안 열 번도 넘게 민삼열 씨를 만나러 산장호텔로 갔었어요.
민삼열 씨가 피살되던 바로 그날도요.
- 더 정확히 말하면은 당신 방에 서랍 속에 들어 있는 초대권의 수 만큼이지. 오페라, 연극, 무용.
그밖에 또 뭐가 있더라...
- 당신... 다 알고 계셨군요.
- 물론이오. 당신이 민삼열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소.
- 네?!
- 자, 다 털어놓으니까 이젠 시원하오?!
- 아니, 그럼 당신이?! 아... 당신 알고 계시죠? 누가 민삼열 씨를 죽였는지.
- 지금 와서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오? 민삼열인 죽을 만하니까 죽었을 뿐이오.
지금 와서 내게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은 그건 단 한 가지, 왜 좀 더 일찍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했나 하는 것뿐이야.
- 앗, 여보.
- 내 얘기 마저 들어요. 시작은 어땠는지 몰라도 민삼열이의 정체를 안 다음, 당신은 민삼열을 멀리
하려고 애를 썼어.
- 음...
- 그런데 당신이 애를 쓰면 쓸수록 민삼열인 더욱 끈질기게 당신한테 매달렸지. 회유하고,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니까 나중에는 협박까지.
- 무서워요. 어쩜 그렇게 속속들이 알고 계시면서.
- 여보, 우리 이 얘기는 이 정도에서 끝냅시다. 민삼열인 결국 다른 사람 아닌 자기 자신 때문에 죽은 거요.
- 누구한테 말이에요?
- 난 경찰이 아니에요. 그 문제는 경찰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야.
- 근데 왜 강현배라는 사람이 당신을 협박하고 있는 거죠?
- 그자는 오해를 하고 있어. 내가 미령이라는 여자를 시켜 민삼열이를 죽인 걸로 말이야. 하지만 그건
사실과는 달라. 아니,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미령이라는 아가씨가 죽어버렸으니 그걸 증명할 재료도 없어진 셈이야.
- 그렇다면...?!
- 섣부른 탐정취미는 집어치워요! 나 지금부터 은행에 좀 다녀오겠어.
- 은행이요?!
- 거짓으로라도 강현배라는 사내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해야 할 입장이야. 내키지는 않지마는 그 버릇없는
녀석한테 언제까지 협박만 당하고는 있을 수 없지 않소?! 음, 그럼 나 다녀오리다.
- 여보!
- 나 바빠요. 할 얘기가 있으면은 내가 다녀온 다음에 하구려.
(문 여닫는 소리)
- 아...
차준호 화백이 문을 열고 나가자 탈진이라도 된 듯, 털썩 그 자리에 앉아버리는 윤세현.
막상 차준호 화백과 헤어질 각오로 민삼열과의 과거를 털어놓았건만, 그래서 고백 뒤 오게 마련인
참회의 눈물로 가슴 한구석이나마 시원하게 되기를 바랐건만, 오히려 전보다 더 짙은 안개에 뭍혀 버린 듯 답답해진다.
(음악)
- 아유, 얘가 차 빌리러 가서 여태 웬일이지? 용달차가 동이 났나?!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안녕하세요.
- 어머? 박 형사님.
- 아유, 여기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 화랑 폐업 하는 겁니까?
- 아하하하, 네. 보시다시피. 당분간 폐업하기로 했어요.
- 그래요? 섭섭한데요.
- 그 집으로 들어가시게요?
- 네, 아버님이 걱정이 돼서요.
- 아, 아버님 왜요?
- 늙으셨잖아요. 그동안 제가 너무 불효를 끼쳐드렸나 봐요.
- 네네네네네.
- 아, 참. 그보다 강현배라는 사람 어떻게 됐어요?
- 아하, 아, 그게그게.
- 여태 못 잡으셨어요?
- 하지만 범인 체포란 항상 시간문제니까 그 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근데 오늘은 어떻게 한가하세요? 절 다 찾으실 시간이 있으시고.
- 네. 우연히 이 앞 지나다가 그동안 본의 아니게 인경 씨 괴롭혀드린 일 사과도 할 겸 해서 들렸습니다.
- 아하하, 사과까지 하실 건 없어요.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이요.
- 하지만 잘못 짚은 거만큼은 사과를 해야죠.
- 하긴, 저도 잘못 짚었는걸요.
- 네?
- 전 그 여자를 의심하고 있었어요.
- 그 여자라뇨?
- 차준호 화백의 사모님 말이에요.
- 아니, 아니, 아무리 새어머니라지만 그렇게 부르는 법이 어딨습니까?
- 죄송합니다. 버릇이 돼서 그래요.
- 그래요. 왜 사모님은 의심하려...
- 지금이니까 얘기지만 그 여자랑 민 선생님 사이가 항상 위태로웠거든요.
- 위태로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 그걸 꼭 제 입으로 얘기를 해야 하나요? 그 여자도 젊었고, 민 선생님도 젊었었죠.
- 아, 근데 차 선생님은 늙으셨구요.
- 같은 여자로서 그 여자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무척 애를 썼죠. 하지만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 물론이죠. 그런데 그 사실을 아버님이 전혀 눈치를 못 채셨을 리 없는데요?
- 박 선생님?
- 음, 네.
- 사과를 하러 들리셨다는 말은 공연한 말이고 사실은 지금 공무집행중인 거 아니세요?
- 아하하하, 아닙니다. 아닙니다. 절대 그건 아닙니다.
- 저 오늘 바빠요. 범인 체포하고 한가해지시면 한번 들리세요. 그땐 몇 시간이라도 말벗 해드리죠.
- 네, 범인에 관해선 걱정하지 마세요.
- 네, 범인 체포는 항상 시간문제니까요.
- 아하하하하.
(음악)
그런데 그때까지 송 반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여긴 차준호 화백이 차고가 있는 후문 돌담 근처.
- 읏차!
훌쩍 담을 뛰어넘는 행상 차림의 사내. 마침 후원에서 눈을 쓸고 있던 가정부 정 씨가 놀란 입을 열지 못한다.
- 아이구! 누, 누구세요?
- 쉿! 조용히 해주십쇼. 저, 경찰입니다.
- 경, 경찰이요?!
-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실례를 했습니다. 차 선생님, 계십니까?
- 아유, 예. 조금 전에 외출하셨다가 돌아오셨어요. 아이고, 저, 근데 정말 경찰이세요?
- 그렇다니까요.
- 아휴... 난 또...
- 근데 한마디만 물어봅시다.
- 아, 네.
- 저, 자동차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연초에 혹시 차 선생님이 저 차로 외출하신 적 없습니까?
- 연...초요?
- 예, 그러니까 정확히 말해서 지난 2일 날입니다.
- 아유, 웬걸요. 그런 적 없어요. 지난 2일이라면 저차가 정비공장에 들어가 있을 때인데요.
- 그래요?
- 예. 정비공장에서 빼내온 게 7일 날인가, 8일 날인가 그렇게 될 걸요? 아유, 아니, 근데 그건 왜 물으세요?
- 아, 아하하, 아닙니다. 근데 저, 현관으로 가자면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합니까.
- 예. 저리로 돌아가 보세요.
- 실례했어요.
- 아휴, 내가 낮도깨비한테 홀렸나 원. 경찰이 웬일로 월담을 한대? 버젓이 현관문을 놔두고서, 원.
(음악)
- 에?!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왜 그렇게 놀라는 거요?!
- 아...
- 내 언젠가도 얘기하지 않았소? 이런 불유쾌한 일들 다 잊고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그런데 어제 외무부에를 들렸더니 비자가 나와 있지 뭐요. 어쨌든 이번 일만 끝나면 같이 여행을 떠나도록 합시다.
-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끝난 건 없어요.
- 그건 또 무슨 소리요?
- 당신 생각은 어떨 런지 모르지만 전 당신을 따라갈 자격이 없는 여자예요.
- 여보.
- 실례합니다.
- 음?
- 음? 아니? 당신이?!
(음악)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스물일곱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연속수사극 추적자는 2월 1일부터 이인영 극본의 ‘겨울안개’를 보내드립니다.
통금 직전에 벌어진 택시강도사건을 계기로 묘하게 사건에 얽혀든 송 반장과 박 형사.
그들은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갈 것인지 많은 성원을 부탁합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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