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스물한 번째.

(음악)

- 여보, 날 찾는 전화야?

- 네.

- 어지간하면 없다고 그러지 그래.

- 계시다고 했는데.

- 그럼 하는 수 없지. 이리 줘요.

- 아, 전화 바꿨습니다.

- (전화 음성)차 선생님이십니까?

- 그렇소...이다만. 누구시죠?

- (전화 음성)전화로 실례합니다. 혹시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저, 강현배라는 사람이에요.

- 강현배?

- (전화 음성)기억에 없으십니까?

- 글쎄...

- (전화 음성)그렇다면 기억이 나게 해드리죠. 조미령이는 잘 아시겠죠?

- 뭐?!

- (전화 음성)기억에 있으십니까?! 없으십니까?!

- 음?! 저, 잠깐만 기다려주시오. 아, 여보.

- 네? 아이, 네, 알았어요.

세현이 저만큼 자리를 비켜준 다음.

- 자, 계속해 봐요. 무슨 일로 전화를 했소?

- (전화 음성)좋습니다. 그렇다면 차 선생님이 저라는 놈을 아신다는 전제 하에 말씀드리죠. 앞으로 민삼열 씨 건에 관한

거래는 저하고 틉시다.

- 아니, 여보시오?!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요?!

- (전화 음성)네네, 말씀 드리죠. 똑똑히 들어두십쇼. 조금 전 조미령이가 어느 놈팽이한테 피살을 당했어요!

- 뭐?! 뭐라고?!

(음악)

한편, 조미령의 아파트에서는-.

-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장 형사더러 괜히 여기 지키고 있으라고 한 줄 알아?!

그것도 강현배라는 자가 전후 사정을 빤히 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 죄송해요, 반장님.

- 이거 죄송하다고 해서 될 얘긴가 말이야!! 그렇게 하고 어떻게 수사관이라고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

- 네.

- 네는 뭐가 네야?!!!

말끝마다 장 형사를 물고 늘어지는 송 반장. 그러나 송 반장이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초 피차가 알고 있는 일이 아니었던가. 강현배로서도 경찰이 조미령이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쪽에서도 강현배의 그런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도 송 반장이 계속 잠복근무를 지시한 것은

제2, 제3의 침입로를 지키라는 뜻이 다분히 내포되어 있었던 셈. 그런데 정작 잠복근무 중이던 장 형사가

설마 했던 것이 결국 이런 끔찍한 일을 불러들인 것이다.

(문 여닫는 소리)

- 반장님.

- 뭐야?!

- 아, 저, 범인의 칩입로를 발견했습니다.

- 침입로?

- 네, 저쪽에 말이죠. 쓰레기를 버리는 홈통이 있는데요. 거길 이용한 흔적이 보이는데요.

- 그래서??

- 네?! 아니, 그래서라니요?!

- 조미령이는 갔어! 근데 지금 와서 그런 걸 따져서 뭘 하자는 거야?!! 너 지금 죽은 자식 나이 세고 있니?! 어?!!

- 그렇다고 버럭버럭 화를 내시면 어떡합니까?!

- 뭐, 뭐야?!

- 그래서 제가 애초에 뭐라고 말씀 드렸습니까?! 조미령이의 신병을 확보해놓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신병확보를 주장한 거는요! 무조건 잡아 처넣자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조미령이의 신변에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것까지 전 계산을 했던 거예요!!

이번에는 송 반장이 할 말을 잃는다. 박 형사가 처음부터 조미령이의 신병 확보를 주장하고 나섰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그 속셈이야 어쨌든 박 형사의 제의를 묵살했던 송 반장이었다.

송 반장의 마음 한편에서도 설마, 제까짓 게... 설마 하는 한 가닥 안이한 생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숨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설마, 설마.

- 장 형사, 내가 목소리를 높여서 미안하구만.

- 아이, 아니에요. 반장님. 아, 정말 면목 없어요.

- 아이 참!! 장 형사님도. 그쯤 해두십쇼!! 실수는 실수고 수사는 수사 아닙니까?!

뭐 왜들 이러세요!! 왜들!! 에이 참!!

- 야가 아주 날 만났구나? 왜 소리는 빽빽 지르고 그러니?!

- 사실이 그렇지 않아요?!

- 그래그래, 니가 요즘 아주 자주 바른 소리를 하는구나.

- 아하하하하하.

- 실수는 실수고 수사는 수사지. 음. 아, 왜 내 얼굴만 멍청하니 쳐다보고 있는 기야?!

- 예, 예... 알았습니다.

- 음.

다시 한 번 면밀한 현장수사가 시작된다. 지문을 따고. 족적을 확인하고. 사물함을 뒤져보고.

혼자서 살다간 여자가 그래도 생전에는 비밀로 간직하고 싶어 했음직한 그 모든 구석구석들이 하나하나 벗겨진다.

- 어? 아이, 반장님. 이거 좀 보세요.

- 어?

- 뭐야?!

- 아이, 저, 편진데요. 알맹이는 없고 겉봉만 있어요.

- 어디 보자. 부산시 범일동 산 190에... 홍? 홍이라...

- 아, 저, 여기 또 있습니다.

- 가만 이건 인천으로 돼 있잖아?! 게다가 이건 최로 돼있고.

- 아이, 그래도 그, 같은 글씨체예요. 자세히 보세요.

- 으흠...

- 각각 부산과 인천에서 띄운 편지. 발신인의 성은 달랐지만 글씨체만은 첫눈에도 동일인의 것임이 분명했다.

- 장 형사.

- 예.

- 강현배라는 자, 전과기록이 어떻게 됐다고 했지?

- 전과 3범이에요. 두 번은 밀수조직에 관련된 혐의구요. 가장 최근 것은 폭행이에요.

- 밀수라... 관할경찰서가 어디였지?

- 부산으로 기억되는데요. 하지만 그건 10년 전 사건인데요?

- 10년 전이 아니라 20년 전이라도 그렇지. 놈이 밀수조직에 손을 댄 적이 있다면은 이거 밀항을 할 가능성도 있잖아?

- 아니, 반장님. 밀항도 밀항이지만요. 이 녀석이 멀리 튀기 전에 사진수배부터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사진을 빼고 돌리고 할 시간이 어디 있니?! 지금!!

- 하지만 버스 지나간 다음에 손들면 뭐합니까? 그 녀석 근거지가 부산하고 인천이라면 우선 그것부터 막고 봐야죠.

하긴 뭐 벌써 멀리 빠져나갔는지도 모르지만요.

- 그래, 행차 뒤에 나팔 부는 격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선 그렇게라도 해보도록 하자. 장 형사, 계속 여기 남아서

수고를 해줘야겠어.

- 아, 예.

- 자, 가자. 박아!!

- 네.

(음악)

한편, 본서 수사과. 그러니까 송 반장과 박 형사가 미쳐 도착하기 전.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수사괍니다.

- (전화 음성)저, 미안합니다. 송 반장님 지금 계슈?

- 송 반장님 지금 현장에 나가고 안 계신데요. 어디시죠?

- (전화 음성)네, 아닙니다.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리겠수다.

- 아이,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이.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발자국 소리)

- 어머, 반장님.

- 어, 별일 없었나?

- 네. 저, 방금 전화 왔었어요.

- 전화? 아이, 어디서?

- 어디라곤 않구요. 반장님 현장에 나가셨다니까 그저 알았다고 하던데요.

- 아니, 다른 말은 없고?

- 네, 다시 전화 걸겠다고 그러더군요. 아이, 그런데 기분이 좀 이상해요.

- 어떻게?

- 목소리가 왜... 있잖아요. 그런 거.

- 있기는 뭐가 있다고 그러지?

- 아... 아, 반장님. 혹시 강현배 그자가 전화한 거 아닐까요? 그럼.

- 야가 무슨 소릴 하는 게야?! 그자가 미쳤다고 전화를 해?!

- 아이, 왜 전에도 조미령이가 여기 있을 때 전화 건 적 있지 않습니까?

- 그때는 조미령이가 있을 때니까 전화를 했지! 지금이 때가 어느 때야?!!

- 아하하, 아, 반장님 자꾸 그렇게 화부터 내지 마십쇼. 그냥 예감이 이상해서 말씀드려 본 겁니다.

- 으흠, 흠!

확실히 지금 송 반장의 신경은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져 있다. 그런데-.

(음악)

(광고)

(음악)

송 반장, 홍계일. 박 형사, 배한성. 차준호, 박웅. 윤세현, 이경자. 장 형사, 이근욱. 강현배, 설영범. 미스 안, 양미학.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종.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스물한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