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스무 번째.
(음악)
실로 눈 깜짝 할 사이,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들이대고 방안에 들어선 사내. 멋대로 자라서 반쯤 얼굴을 덮어버린 수염.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허옇게 드러나는 이빨. 그러나 그 눈빛만은 무섭게 번뜩인다.
- 아... 현...배!!
그렇다. 비록 걸인이나 다름없는 남루한 행색이었지만 사내는 틀림없는 강현배다.
- 아... 어... 어떻게 들어왔어? 그리고... 그 차림새는 뭐고?! 응?! 아... 이봐!! 무서워! 제발 그 칼부터 치워!
아... 저, 그리고 이리 좀 앉어. 그리고 얘기 좀 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응? 아...
조미령이 한 걸음 강현배에게 다가서자 날카로운 칼끝이 마치 거기에 대답이라도 하듯, 조미령을 향해 움직인다.
- 아...! 어쩌자는 거야?! 그걸로? 날 찌르겠다는 거야?! 돌았어, 자기?! 아... 어린애도 아니고 왜 칼을 들고 그래?
제정신이야?! 지금?
강현배의 입술이 무섭게 일그러지는가 했더니.
- 닥치고 있어?!
- 아이고! 뭐라고...?
- 닥치고 있으라고...!
- 현배...
- 정말 닥치지 못하겠니?
- 아.. .알았어. 내 아무 말 안 할게. 이렇게 입 꼭 다물고 있을게.
그제서야 강현배의 시선이 천천히 침대 한구석에 팽개쳐진 여행용 가방을 향한다. 칼끝이 찌를 듯이 그 가방을
가리킨다.
- 그것 열어.
- 이거?!
- 그래, 열어!
- 아... 알았어.
(가방 지퍼 여는 소리)
- 자.
- 그 속에 있는 것들 다 침대 위에 차곡차곡 꺼내놔.
- 보채지 마.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 거기 그 작은 손가방, 이리 던져.
- 어... 어...?! 이거?
- 그래, 던져!!
- 아...!! 이건 안 돼!! 아... 아...
- 뭐야?!
재빠르게 손가방을 주워 한쪽 옆구리에 낀 조미령.
- 으흐흐흐흐흐!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 아...
- 모두 얼마니?
- 어... 어떻게 알았어?
- 얼마야?!!
- 으.. 천...
- 으흐흐흐, 소용없어. 이리 내. 아하하하. 난 니 곁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진 않았어.
- 아...
- 이런 차림으로 처음부터 줄곧 니 곁을 지키고 있었어. 그래도 거기까진 너한테 대한 내 일편단심 때문이었다고 해둘까?
하지만 그저께부터 사정이 달라졌어.
- 아...!
- 바로 아파트 입구에서 그 고매하신 차준호 화백을 본 다음부터 말이야.
- 아...?! 자기 뭘 오해하고 있는 거야?! 나는 절대로-!
- 닥치고 있으라고!! 이젠 내가 왜 칼을 들고 들어왔는지도 설명해주지. 너란 애는 내가 조금만 틈을 줘도
당장 날 무력하게 해놓고 경찰을 부를 수 있는 애야.
- 아아아! 자기!!
- 무서운 기지배, 민삼열이를 죽인 건 너야!! 너하고 차 화백인지 뭔지 하고 짜고 죽인 거야!!
- 아니야!!
- 그 죄를 몽땅 나한테 뒤집어씌우고 너 혼자 재미를 보려구?!!
- 아니야!! 아니래도!!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짐은 왜 쌌어? 나들이라도 갈 참이었나? 다 알아. 니 언니가 일본에 살고 있다는 것도.
니 솜씨정도라면 밀항선을 구하는 건 누워서 떡먹기겠지. 모든 것이 처음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대로였어.
진범이 체포될 때까지만 이라도 숨어 있으라고?! 괜히 남의 송사에 끼어들어 사서 고생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 나만 믿으라고! 하! 어림도 없지. 세상이 그렇게 니 마음대로만 될 줄 알았니?!
엿장수 마음대론 줄 알았어?!
- 이 바보야?!! 윽...!
- 에?! 아하하하, 그래, 난 바보야. 하지만 그 바보노릇도 오늘로 끝내겠어. 그리고 다음은 바로 니 차례야.
자, 이리 내. 어서!!
- 안 돼!!!
- 어딜?!!
- 아...
- 정 이러기야?!
- 안 돼!! 안 돼!!!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수사괍니다.
- (전화 음성)아, 저, 장 형사예요.
- 어, 그래. 무슨 일이야?
- (전화 음성)조미령이한테 사건이 생긴 것 같애요.
- 무슨 소리야, 사건이라니?
- (전화 음성)저, 혹시나 하고 제가 전화를 걸어서 십여 분 이상 신호를 보내 봤는데요. 계속 응답이 없어요.
- 그래?
순간 송 반장의 빛에 낭패의 빛이 역력히 떠오른다.
- (전화 음성)어떻게 할까요? 반장님.
- 어.. 응. 내가 곧 그쪽을 갈 테니까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
(전화 수화기 내려놓은 소리)
수화기를 내려놓은 송 반장은 잠시 허탈감에 빠진다.
- 왜 그러세요, 반장님?
- 조미령이한테 일이 생긴 모양이다.
- 네?!
(음악)
(발자국 소리)
- 두드려 봐라.
- 네.
(문 두드리는 소리)
- 아이, 안 되겠는데요?
- 장 형사, 열쇠 가지고 왔어?
- 예.
- 열어.
(열쇠 여는 소리 및 문 세게 여는 소리)
(발자국 소리)
한꺼번에 방안으로 들이닥친 수사관들.
- 아니, 왜 이렇게 서둘러?! 조심들 하지 않고.
- 아이, 아이, 예.
성큼 한 발짝 더 방안께로 들어선 송 반장. 그러나 얼른 송 반장의 얼굴은 당황한 빛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방안은 흐트러진 데라곤 없이 잘 정돈된 그대로였고, 문제의 조미령이는 시트까지
덮은 채 그녀의 침대 위에 얌전히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 음, 으음?!
다음 순간, 조용히 조미령의 침대 앞으로 다가간 송 반장. 침착한 손놀림으로 조미령이를 덮고 있는 시트를 들춘다.
- 아...
송 반장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신음이 새어나온다. 그 젊은 나이에게 그처럼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조미령은 거기 싸늘한 주검이 되어 누워 있었다.
(음악)
- 음... 음... 이거 오늘 저녁은 유난히 맛이 나는구만. 특히 이 찌개가 말이요.
- 저녁이 늦어서 그럴 거예요. 왜 시장에 반찬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 야... 너무 규명할 거 없어요.
- 으흠.
- 난 말이야. 음식 솜씨야말로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남자 조리사가
없는 건 아니지마는 그건 어디까지나 직업적인 것이고 여자의 섬세한 손맛과는 그 격이 다르지.
- 아... 당신도 참.
실로 오랜만에 늦은 저녁을 오붓이 즐기고 있는 차준호 화백과 윤세현. 그런데-.
(전화벨 소리)
- 제가 받을게요.
- 음, 그래주겠소?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여보세요? 후암동입니다.
- (전화 음성)이거, 차준호 선생 댁이 틀림없죠?
- 네.
- (전화 음성)차 선생님, 지금 계십니까?
- 네, 근데 실례지만 어디시죠?
- (전화 음성)강현배라는 사람한테서 전화 왔다고 전해주시오.
- 강현배?
강현배가 무슨 일로 차준호 화백을 찾고 있는 것일까.
(음악)
(광고)
(음악)
홍계일, 배한성, 박웅, 이경자, 이근욱, 김정미, 설영범.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종.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스무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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