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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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야행열차 - 제18화
야행열차
제18화
1979.01.18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열여덟 번째.

(음악)

똑바로 선 자세 그대로 윤세현을 쏘아보는 차인경.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차디찬 눈길.

- 할 얘기가 있다면서 왜 그러고 서 있어?

- 무서워요.

-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 거지?

그러나 여전히 싸늘한 눈길로 윤세현을 쏘아보는 차인경.

- 도대체 무슨 일이야? 뭣 때문에 그러는 거야?

- 네, 말씀 드리죠. 솔직히 말씀 드려서 전 지금까지 이 집에서 방관자 노릇만 해왔어요.

그것이 두 분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이죠.

- 그런데?

- 근데 이젠 저도 방관자 노릇만 할 수 없게 됐어요. 저도 이젠 뭔가를 알아야겠어요.

- 인경이, 좀 더 솔직하게 얘길 해줘요. 뭘 알고 싶다는 거지?

- 아빠가 왜 저렇게 되셨죠?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작품을 부시고, 적어도 제가 이 집에 있을 땐-. 아니에요.

제가 아는 아빠께선 지금까지 한 번도 흔들려보신 적이 없어요!

- 인경이, 그건 내가 알고 싶은 일이야. 인경인 내 마음 모를 거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그 일 때문에 괴로워 해왔는지.

하소연도 해봤고 울고 매달려서 사정도 해봤어. 왜 그러시느냐고. 하지만 번번이 당신은 알 필요가 없다는 거야.

당신하곤 상관없는 얘기라는 거야. 나도 알고 싶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근데 인경이까지 그런 질문을 하면 난 어떡하지?

- 한 가지만 묻겠어요.

- 뭐든지 물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얘긴 다 들려줄 테니까.

- 지난 2일, 밤차를 타고 올라오셨다는 말, 아니 좀더 분명히 말씀 드리면 민 선생님이 피살되던 그날 밤.

오페라 구경은 안 가셨죠?

- 그건 언젠가도 얘기했잖아? 그 일이라면 오히려 인경이가 나한테 일러줬잖아? 누가 와서 묻거든 오페라구경을 했다고 대답하라고.

- 네에, 공연한 일로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말이죠.

- 그런데?

- 지금은 사정이 달라요. 이젠 알아야겠어요.

- 도대체 뭘?

- 그날, 밤늦게까지 어디서 뭘 하셨죠?

- 그것도 이미 옛날에 얘길 했잖아?

- 일곱 시에서 열 시까지 시내구경을 다니셨다구요? 그것도 민삼열 씨가 피살된 그 시간에 말이죠.

- 인경이 지금 무슨 얘길 하려고 그러는 거야? 설마 내가 민삼열 씨 그 사람을? 아하, 아니야. 절대로 난 아니야.

내가 왜 그 사람을? 인경이, 제발 이러지 말아요.

그런데-.

- 아니,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이야?!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차준호 화백이 현관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어? 아빠. 어디로 들어오셨어요?

- 어디로 들어오긴, 차고에 차 넣어두고 뒷길로 들어오는 길이지. 그래, 차 소리도 못 들었나?

- 네에, 저 지금 한창 재미있는 얘기를 하던 중이었어요. 아하하.

- 재미있는 얘기? 니 어머니 얼굴 보니까 하나도 재미없는 얘기였나 본데.

- 아이, 아빠도. 재미있는 얘기라고 모두 우스꽝스러운 얘긴가요? 때론 심각한 얘기가 재미있을 수도 있죠. 아하, 그렇지 않아요?

- 그야 물론.

- 야아, 두 사람이 무슨 음모라도 꾸미고 있었던 것 같구만.

- 아, 음모는요. 그래, 나가셨던 일은 잘되셨어요?

- 그래, 잘됐어요. 아주 참 잘됐어. 그보다도 오랜만에 바깥바람 흠씬 쏘였더니, 아, 이 배가 고픈걸. 나 먹을 것 좀 주겠소?

- 제발 얼굴 좀 펴세요. 괜히 아빠가 엉뚱한 생각하시기 전에.

- 알았어, 하지만 인경이.

- 왜 그러세요?

- 나도 언젠가 인경이한테 들려줄 말이 있어.

- 지금은 왜 안 되나요?

- 인경이 말대로 지금은 아빠를 걱정해야 하니까.

- 네?!

(음악)

- 아이, 뭐야?! 강현배가 나타났다구?!

- (전화 음성)아, 아니에요. 직접 나타난 건 아니구요. 전화로 조미령이와 통화를 했어요.

- 뭐야. 아니, 그렇다면 통화한 장소는?

- 아, 그게 공중전화를 사용했더라구요. 아, 게다가 이 친구 어찌나 능구렁인지 자기가 있는 곳을

대야 말이죠.

- 그야 그 녀석이 그 정도 눈치도 없을라구.

- 저, 그리구요. 저..조미령이가 우리가 지키고 있다는 걸
녀석에게 알려줘 버렸지 뭐야.

- 그거야 조미령이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 하지 않았어!

- (전화 음성)아, 이거 그나저나 이제부턴 어떻게 하죠.

- 좀 더 기다려 봐요. 급한 놈이 우물을 판다고 혹시라도 그 녀석. 삽을 쥔 채로 불속에 뛰어들 런지도 모르니까.

- 네네, 알겠어요.

- 고생스럽더라도 계속 수고해요.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전화 음성)어떻게 됐답니까?

- 강현배라는 놈한테 전화가 걸려왔는데 조미령이가 그걸 강현배한테 일러줬다지 뭐야.

- 조미령이, 그 아가씨 어떡하죠? 당장 연행을 해버리죠!!

- 차 선생님 협박한 죄로 말이야?

- 그 문제도 그 문제지만요.

- 또 서두른다, 또 서둘러.

- 네?

-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는 기야. 속담에 여우 제 꾀에 속아 넘어간다는 말 있지 않니?

아니, 근데 야! 너... 차인경이 허락할 시간 안 됐니?

- 아아, 아이 아이 참. 아, 예. 다녀오겠습니다.

- 어, 단단히 캐봐라.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아이구, 무슨 놈에 수사가 이 모양이지? 앉아서 손가락 세다가 좋은 세월 다 놓치는구나. 원 경을 칠!

(음악)

- 이번엔 또 무슨 일로 보시자구 했죠?

- 아이, 아닙니다. 무슨 특별한 일은 없구요. 저, 이것저것 얘기도 좀 하구 싶구.

- 아, 참. 화랑에 새로운 아가씨 말이에요.

- 네.

- 상당한 미인이던데요? 네?

- 박 형사님.

- 네, 왜요? 제가 무슨 실수라도요?

- 언젠가 거기 반장님 별명이 너구리라고 하신 적 있죠?

- 아하하, 네. 그걸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죠?

- 제가 보기엔 박 형사님이 한술 더 뜨시는 것 같아요.

- 아하아하, 칭찬입니까. 아니면 욕입니까?

- 양쪽 다죠. 자, 쓸데없는 얘긴 그만하시고 어서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오늘따라 전에 없이 냉담한 차인경의 태도.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 참, 듣자니까 아버님께서 좋은 차를 가지고 계신다구요?

- 그건 농담인가요? 진담인가요?

- 아, 차인경 씨 제발 이러지 마십쇼. 전 호기심으로라도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정말 끝내 그런 식으로 나오신다면 저 그만 가서 일 보겠어요!

- 아, 인경 씨!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아이, 인경 씨. 잠깐...!

(발자국 소리)

(음악)

- 음, 덕분에 저녁 잘 먹었어요.

- 이제 보니까 차인경 씨, 아주 고약한 취미 가지고 계셨군요.

- 고약한 취미라뇨?

- 가난한 월급쟁이 주머니 터는 버릇 말입니다. 아하하하.

- 저녁 사신 게 억울하다면은 오늘 저녁 값은 제가 낼 용의도 있어요.

- 아이, 아, 제발 너무 그러지 마십쇼. 사실 전 속으로 영광으로 알고 있습니다.

-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세요?

- 아, 맹세코 이건 진심입니다.

- 좋아요. 진심이라면. 앞으로 이런 영광 자주 베풀어드리죠.

얼핏 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연인으로 착각하기에 알맞는 두 사람.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차인경 씨.

- 네.

- 제가 꼭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 궁금하신 게 어디 한두 가지 일려구요?

- 저, 딴 게 아니구요. 어... 초대권 있지 않습니까.

- 초대권이요?

- 왜 있지 않습니까. 오페라 초대권.

- 아... 네. 그 초대권이 어때서요?

- 예, 사실 그 오페라를 공연한 단체에 가서 알아보니까 차 선생님 댁으로 초대권을 보낸 적이 없다고 하지 않겠어요?

- ...예?!

순간 인경의 표정이 가볍게 흔들린다. 놓치지 않고 그 표정을 따라잡는 박 형사. 정작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되려는 것인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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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홍계일, 배한성, 박웅, 이경자, 이근욱, 권희덕.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종.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열여덟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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