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열일곱 번째.
(음악)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강현배의 목소리에 잠시 얼이 빠졌던 조미령.
- 이봐,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어디서 전화 걸고 있는 거냐구?
- (전화 음성)왜? 그걸 알면은 경찰에 고발이라도 하겠다는 뜻이니?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 왜 전화 했어?
- (전화 음성)나, 지금 돈이 몹시 필요해.
- 아니, 돈을 나한테 맡기기라도 했어?! 돈이 어디 있어?
- (전화 음성)아니, 내가 이렇게 숨어 다닌다고 정말로 우습게 알기야?!
- 우습게고 뭐고.
- (전화 음성)여러 말 할 것 없어. 내가 곧 그리로 갈 테니까 한 20만 원만 준비를 해놓으라고.
- 아, 이봐.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경찰이 며칠 전부터 내 집 밖을 지키고 있다구!!
- (전화 음성)경찰?!
- 그렇다니까. 자기 잡을려고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있단 말이야!
- (전화 음성)흠, 흐흐흐흐흐흠. 웃기는 소리 작작하라지. 내가 그렇게 쉽게 잡힐 놈이야?! 에?!
진범이 체포될 때까진 절대로 잡히지 않을걸?
- 거기 어디야? 도대체 어디서 전화 거는 거야?
- (전화 음성)그런 건 알 것 없고. 경찰 선생님이 계신다니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지. 다시 보자구!
(전화 끊는 소리)
- 이봐! 이봐! 아, 아이 참! 내가 미친다니까 그냥! 아!
조미령. 잠시 성난 암고양이처럼 방안을 헤매던 그녀가 문득 방 한가운데서 걸음을 멈춘다.
- 아, 그래. 마음대로 해!! 나도 이제 이판사판이야!! 죽기 아니면 살기라구!! 으윽!!
갑자기 미친 듯이 장롱을 열어 젖히드니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쩌자는 작정인가.
그런데 같은 시각, 아파트 교환실에선-.
- 아, 이거 정말 죽여주는군. 하필이면 공중전활 게 뭐람! 이이잉!
조미령의 전화를 도청하고 있던 장 형사가 화난 표정으로 레시바를 집어던진다.
(음악)
한편, 고급스러운 호텔의 깊숙한 밀실에서 자리를 마주한 송 반장과 차준호 화백.
- 아니, 그러니까 그동안 차 선생님이 줄곧 조미령이한테 협박을 받아왔단 말씀이십니까?
- 협박이라고까지 할 건 없소이다. 오히려 늘그막에 저지른 실수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애초부터 잘못은 내 쪽에 있었으니까 말이요. 정말 한 번 저지른 실수가 이렇게 날 괴롭힐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소이다.
- 그렇지만은 조미령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결백하다고 얘길 하던데.
-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소? 사실대로 얘기하면은 자기의 협박 사실도 드러날 테니까.
- 안 그렇소?
- 하지만은 그런 일이라면은 차 선생님이 미리 저희들한테 협조를 구할 수도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 내 입장을 이해해주시오. 내게도 육십 평생에 쌓아올린 알량한 명성이라는 게 있소. 아니,
그까짓 명성 따위는 또 그렇다고 칩시다. 난 가정을 가진 사람이오. 아내가 있고 장성한 딸이 있소.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소중한 가정 말이오. 어디 그뿐이오?!
조미령이 곁에는 조미령이를 뜯어먹고 사는 건달들이 언제나 득실거리고 있었소. 만일 조미령이가
입을 열게 되면은 그들 모두가 나와 내 가정의 적이 될 판국이었어. 그러니 난들 어떻게 할 수가 있었겠소.
송 반장으로선 너무나 뜻밖의 사실.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는 그런 사실이 아닌가.
- 차 선생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은 저로서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은-.
- 하지만은 뭐요?! 하지만이요. 당신! 아직도 내 얘기를 믿지 못하는 모양인데 난 지금 내 모든 명예와 인격까지를 헌 신짝처럼 내던졌소. 그런데 뭐가 하지만이요?! 내 얘기를 믿지 못하겠다면은
그만이요. 나도 당신들에게 이 이상 할 말이 없소. 가겠소!
- 잠깐만 고정하십쇼. 제가 차 선생님의 말씀을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 그럼 뭐요?
- 고정하시고 앉으시라니까요.
- 음...
- 저희들의 입장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저희들이 관심을 가졌던 건 민삼열 씨 피살 사건의
범인이 누구냐 하는 겁니다. 솔직히 말씀 드려서 차 선생님과 조미령 씨 사이를 알고 싶어 한 것도 사건해결에
도움이 될까 해서지 딴 뜻은 없었습니다. 한마디만 말씀을 해주십쇼. 조미령이를 둘러싼 건달패들이란
구체적으로 누구누굽니까? 그건 당신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오?!
- 예, 우선 강현배라는 자가 있고.
- 잠깐, 죽은 사람을 두고 얘기하기는 뭣하지마는 민삼열이, 그 양의 탈을 쓴 이리도 한 패거리였소!
- 응?! 으응?!
- 민삼열이, 민삼열이라고 했소!! 민삼열이도 모르시오?!
(음악)
- 아, 반장님, 차 선생님이 직접 그렇게 말씀하시던가요?
- 그렇다니까.
- 믿을 수 없는 일인데요. 차 선생님 같은 분이 어떻게 민삼열 씨와... 혹시 사건의 방향을
흐리게 하려는 연막전술 같은 거 아닙니까?
- 두 가지를 다 생각할 수 있다. 조미령이와 차 선생의 관계가 한 번 실수로 생긴 불행일 수도 있고.
- 네.
- 니 말대로 연막전술일 수도 있고.
- 아, 근데 말입니다. 차 선생님이 그렇게 조미령이와의 관계가 드러나는 걸 꺼려했다면은 지금 와서
그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는 이유는 뭡니까? 차 선생님 얘기로는 우리들이 두 사람이 만나는 현장을
알아버렸으니까.
- 네.
- 조미령이도 그 이상 협박 따위는 못할 거라는 얘기더구만.
- 예... 그럼 차 선생님 견해로는 민삼열의 살해 주범이 누군 것 같다는 얘기는 안 하던가요?
- 결국 조미령이를 둘러싼 건달들의 치정살인극이 아니겠냐고 말이야.
- 믿기 어렵습니다. 피살현장의 정황으로 봐선 그건 완전히 계획된 살인입니다. 그것도 완전범죄를 노린
살인이었어요. 건달의 패싸움이라면 그렇게 치밀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민삼열이만 해도 미쳤다고 그
산장호텔까지 가서, 그것도 쉬쉬하면서 조미령이를 기다립니까?
- 민삼열이 기다리는 여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니?
- 그야 물론 윤세현이죠. 에, 이제야 뭔가 윤곽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차 선생의 오늘 고백은 하나의 연기라고밖엔
볼 수 없어요. 자기 처한테로 향하려는 수사의 초점을 흐려놓기 위한 연기요.
- 그렇다면은 너 왜 여태 그 여자의 뒤를 캐보지 않았냐? 내가 진작부터 그 여자 뒤를 캐보라고 하지 않던!!
- 네, 지금 다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오늘쯤 차인경이를 만나보려던 참이었어요.
- 또 차인경이냐?
- 정면으로 부딪치기 보다는요. 측면에서 일단 알아둘 건 알아둔 다음에 부칠려고 합니다.
- 으흠, 그럴 땐 누구 닮아서 느슨해서 좋구나. 으흐흐흠.
- 네?!
- 야야, 참참참. 잊어먹을 뻔했다. 차 화백이 오늘 손수 자가용을 몰고 나왔더구나.
- 네?! 자가용이요?!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여보세요?
- (전화 음성)네, 거기 후암동이죠?
- 네, 그런데요?
- (전화 음성)어, 차인경 씨 거기 계십니까?
- 차인경 씨요? 네, 있어요.
- (전화 음성)네, 좀 바꿔주시겠어요?
- 실례지만 어디라고 전해드릴까요?
- (전화 음성)흠, 박이라고 전해주십쇼.
- 잠깐만 기다리세요. 인경이? 인경이?!
(문 여닫는 소리)
- 여기, 전화.
- 화랑인가요?
- 아니야. 박이라고만 그러는군.
- 그래요? 음.
- 전화 바꿨습니다.
- (전화 음성)아, 예. 저 박입니다.
- 아, 네. 어쩐 일이세요?
- (전화 음성)네, 지금 좀 만나뵐 수 있을까요?
- 저... 지금은 좀 곤란하구요. 두 시간 후 화랑에서 만나면 어떨까요?
- (전화 음성)네, 좋도록 하십쇼. 네, 그럼 이따 화랑에서 만나뵙죠. 끊겠습니다.
- 네.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그, 박이라는 사람, 형사지?
- 네.
- 근데 왜 인경이를 만나자는 거지?
- 글쎄요, 저 그보다도...
- 왜 그러지?
- 저, 할 얘기가 있어요.
- 나한테...?
- 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일까? 똑바로 윤세현을 쏘아보는 차인경의 눈초리가 예사롭지가 않다. 무슨 얘길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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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열일곱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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