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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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야행열차 - 제15화
야행열차
제15화
1979.01.15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열다섯 번째.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앗, 반장님. 도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고기가 그물 채 들어왔는데 그물까지 놓아주는 법도 있어요?!

- 야, 박아. 그만하면은 오늘 소득은 충분했어.

- 아이, 그렇다고 해도 말이죠. 만일에 조미령이가 잠적이라도 해버리면 어쩌시겠어요?

- 만일 그렇게 된다면은 조미령이한테 새로운 용의점이 드러나는 게 아니겠니?

- 아이, 강현배라는 친구 경우 그렇습니까?

- 다 때가 되면은 나타나게 돼있어. 지가 외국으로 튈 재주가 없는 한 뛰어야 벼룩인 게야.

- 조미령이는 저 정도로 해두고 이번엔 차준호 쪽을 캐보는 기다. 꾸며낸 얘기에는 어디엔가 반드시 허점이 드러나게 돼있어요.

- 반장님? 허, 참. 속도 편하십니다. 정말.

- 아하하하하, 너도 참 생각을 느슨하게 갖도록 해봐라. 번갯불에 콩 구워먹겠다고 팔짝팔짝 뛰지만 말고.

- 네?!

(전화벨 소리)

- 이 시간에 어디서 전화지?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수사괍니다.

- (전화 음성)아, 저, 장 형사예요.

- 어, 그래. 뭐 좀 알아봤어?

- (전화 음성)아유, 말씀도 마십쇼. 거 차준호라는 사람 그렇게 추태를 부릴 줄 몰랐어요. 양주에 정종에 맥주에다

아주 술집거리를 휩쓸고 다니지 뭐예요.

- 아이, 그래. 여태 술잔치 하고 다니는 것만 지켰다는 얘기야?

- (전화 음성)예, 글쎄, 일이 그렇게 됐습니다.

- 장 형사도 술이 많이 취한 모양이구만.

- (전화 음성)아이, 그럼 어떡합니까? 술집에서 술 안 마시고 가만있게 둡니까?

- 그 밖에 무슨 수상한 거동은 없고?

- (전화 음성)예,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했어요.

- 으흠, 아무튼 팔자에 없는 술 마시느라고 고생했겠구만. 오늘은 그만 돌아가 쉬도록 하고 대신 내일 일찍 나오도록 해.

- (전화 음성)예예, 그럼 저 그렇게 하겠습니다.

- 그래그래.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자, 늦었는데 우리도 오늘은 이만 철수하도록 하지.

- 네, 저도 온종일 여기서 밤샐 생각은 없습니다.

- 아, 참. 내일 아침 출근하는 길로 그 흉긴지 조각돈지 하는 거 감식반에 넘기는 거 잊지 말고.

- 네.

- 자, 어서 나가자. 지금 나가서 찾아볼려면은 또 한창 실랑이를 해야 할 모양이다.

(음악)

같은 시간, 차준호의 저택.

(벨소리)

- 누구세요?

- 아, 나야. 어, 문 좀 열어줘.

- 아, 네. 잠깐만요.

(철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음...

- 아, 여보. 조심하세요. 아유, 어디서 이렇게 술은 잡수셨어요.

- 술은 술집에서 마시지, 어디서 마셨느냐?

- 아이, 참.

- 그런 말이 어디 있소?

- 아빠.

- 오~~ 인경이도 있었구나.

- 걱정이 돼서 갈 수가 있어야죠.

- 아하, 이것 봐라. 난 딸 하나를 잃어버린 셈으로 쳤더니 니가 내 걱정을 해줄 때가 다 있구나.

- 아유. 냄새~ 어서 들어가세요. 감기 드시겠어요.

- 네네네네, 그렇게 합죠. 아아아아아...

(문 여닫는 소리)

- 저, 이리로 좀 앉으세요.

- 음...

- 냉수 갖다 드릴까요?

- 아니야, 아니야. 냉수 필요 없어. 아, 당신도 이리 좀 앉아요. 앉아. 오랜만에 우리 세 식구 다정한 얘기라도 나누게 말이야.

- 밖에서 무슨 일 있었나 보다.

- 아니야아니야, 그런 거 없었어. 그저 살아가는 모양에 관해서 나 혼자 생각을 해봤을 뿐이야. 특히 내 이 두 손에 관해서 말이야.

- 아이, 손이요?

- 한때는 이 손을 신의 하사품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 그래서 신주단지 모시듯 한 적이 말이야. 하지만

신의 하사품은 뭔 말라비틀어진 것이란 말이야? 에, 오늘 혼자 술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 손을

유심히 봤지. 사무실에서 펜을 잡는 손, 남의 호주머니에 실례하며 사는 것 같은 녀석의 손. 빈부귀천의 차이가 없어요.

두 손바닥에 각각 손가락이 다섯 개씩, 그저 한결같더구만.

- 아이, 갑자기 웬 손 타령이시죠?

- 방금 얘기하지 않았소. 내 손도 결국은 신의 하사품은 못된다고 말이야. 나도 이 두 손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인간이 하는 일 중에 못할 거 없지. 도둑질도, 살인까지도.

- 아빠, 왜 그런 끔찍한 말씀을! 그러다가 주정되시겠어요.

- 아이고, 아이고, 아아아이. 내가 심한 얘기를 했나? 여보,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만일에 내가 살인을 저지른 끔찍한 범인이라면은 날 지금처럼 위해주겠소?

- 아이, 무슨 그런 얘길 다하세요?

- 아아아아, 그만둡시다. 그만둡시다. 이거 다 술 때문이야. 술이란 이래서 좋은 거거든.

어지간한 과실은 술 탓으로 돌리고 어물어물 넘어가게 마련이니까.

- 안방에 가서 좀 누우세요.

- 아니야, 나 오늘 작업실에서 자겠소. 신의 하사품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졸작품과 함께 말이야.

인경아, 여보. 그럼 내일 봅시다! 아하하하.

(문 여닫는 소리)

-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 보죠.

- 아이, 글쎄. 술이 저렇게 취했으니 자꾸 물어볼 수도 없고. 우리끼리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자, 늦었는데 나하고 안방으로 건너가지.

- 네, 그러죠.

(음악)

다음날.

(문 여닫는 소리)

- 어, 어서 와라, 감식결과 나왔니?

- 네, 나왔는데요. 유사점이 있긴 하지만 이건 아니랍니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상처부위로 보아서 이거 보다 훨씬 정교하고 날카로운 거래요.

- 아이, 이보다 더 어떻게 날카롭고 정교하단 말이야?!

- 혹시 외제 가운데 그런 것이 있을 런지도 모르죠.

- 외제?!

- 저, 그보다도요. 차준호 화백하고 조미령이 일부터 따지는 게 순서 아닙니까?

- 그렇잖아도 지금 막 전화를 걸려던 참이다.

(전화번호 돌리는 소리 및 통화중 소리)

- 이, 통화중이군.

그런데 바로 그 시간에 차준호 화백과 조미령이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 아니, 나한테 다시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또 전화를 했지?

- (전화 음성)아주 중대한 문제가 생겼어요.

- 중대한?! 무슨 얘기?!

- (전화 음성)경찰이 왔다갔어요.

- 뭐야, 경찰이?!

- (전화 음성)네, 어젯밤에 전화로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늦게까지 안 들어오셨더군요.

- 경찰이 뭘 알려고 그럽디까?!

- (전화 음성)그야 물론 차 선생님하고 저하고의 관계죠.

- 뭐라고 대답했소?

- (전화 음성)그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어요. 2년 전, 선생님 전시회장에서부터 쭉 그저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그랬어요.

-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이요?

- (전화 음성)쭉 흉허물 없는 스승과 제자 비슷한 사이라고요.

- 근데 돈은 어떻게 됐소?

- (전화 음성)네, 마침 그 사람들 오기 전에 안전한 곳에 감춰뒀어요. 그 사람들도 거기까지 눈치 채지

못했을 거예요.

- 알았소. 돈만 들키지 않았다면 과히 걱정할 거 없어요. 부탁인데 지레 겁을 먹고 남에 눈에 띌 짓은 하지 않도록 해요.

내가 거길 찾아간 이유에 관해서는 적당히 꾸며댈 테니까.

- (전화 음성)그럼 저, 그렇게 알고 끊겠어요.

- 아, 그리고 돈 관리 잘하도록, 괜히 헤프게 굴었다간 이도저도 다 틀어져버리는 거요.

- (전화 음성)네, 그런 것쯤은 저도 알아요. 선생님이나 실수 않도록 하세요.

- 그만 끊읍시다.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이거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지? 용의점이 없다고 하고 일단 풀어주고 나서 사실은 뒤를 캐고 있었잖아.

(문 두드리는 소리)

음, 누구야?

- 인경이에요.

- 아, 들어오너라.

(문 여닫는 소리)

- 웬일이냐?

- 저, 나오셔서 잣죽 좀 드시라구요. 잣죽 끓여놨어요.

- 나, 생각 없다.

- 아이, 아빠.

- 생각 없다고 하지 않았니?! 아침부터 별 거 아닌 것 가지고 소란 피우지 말고 날 좀 혼자 편안히 있게 해줄 수 없니?!

- 네, 알았어요. 죄송해요. 음.

- 에잇!

(물건 던지고 깨지는 소리)

- 에잇!

(물건 던지고 깨지는 소리)

-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깐!! 에잇!!

흡사 미친 듯이 반 이상이 깨져나간 자신의 작품을 두드려 부수기 시작하는 차준호 화백.

간밤 과음의 여독 때문일까. 반백이 넘은 머리카락. 오늘따라 더욱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물건 던지고 깨지는 소리)

(음악)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열다섯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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