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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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야행열차 - 제14화
야행열차
제14화
1979.01.14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열네 번째.

(음악)

그로부터 얼마 후, 아파트 광장에 도착한 송 반장과 박 형사.

(차 멈추는 소리)

(차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아, 반장님. 여기예요.

- 어, 음. 혼자서 수고가 많구만.

- 수고하십니다.

- 그래, 아직도 차 화백이 조미령이하고 같이 있나?

- 예. 아, 근데 이쪽으로 드러낼 수가 있어야죠. 계속 멀리서 지키고 있었어요.

- 아무튼 수고했어.

- 아, 근데 어떡하죠? 장 형사님 말씀대로 이쪽을 함부로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 차준호의 방문목적이야 나중에 조미령이 편을 캐보면은 자연히 드러낼 테니까 문제가 안 돼요.

문제는 차준호가 언제부터 조미령이를 알게 됐느냐 하는 사실에 있어.

- 이것도 또 삼각관계네요. 이거?

- 삼각관계가 아니라 어쩌면은 사각관계인지도 몰라요. 강현배와 조미령, 민삼열이와 차준호 화백.

아무튼 저리로 가서 기다려보도록 하지.

- 그러죠. 여기 있다가는 눈에 띌 염려도 있겠구요.

그런데 정작 조미령의 방에서는-.

- 아직 덜 썼소?

- 아, 네. 다 썼어요. 보세요.

- 나, 조미령이는 1월 13일자 차준호 씨로부터 일금 천만 원을 수령함-.

- 다시 쓸까요?

- 아니야. 형식이야 아무렴 어떻소. 음, 여기 있소. 이걸로 당신하고의 그 불유쾌한 거래는 완전히 끝낸 걸로 합시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소.

- 아, 참. 사모님은 안녕하신가요?

- 염려해준 덕분에 안녕한 것 같소. 자, 그럼 난 이만 실례를 해야겠구만. 아무튼 오늘 이후로 우리 가족을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 염려 마세요. 저도 그 정도의 예의는 지킬 줄 아는 여자랍니다.

- 그런데 경찰에서 왜 오라 가라 했소?

-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현배라는 건달 친구가 있는데 공연히 이번 사건에 끼어들어서 말썽이지 뭐예요.

- 아니? 사건에 끼어들다니. 어떻게 말이요?

- 선생님하곤 상관없는 일이에요. 공연히 저하고 민삼열 씨와의 과거를 가지고 죽인다 살린다 입을 놀리다가

자기 도끼에 자기 발등을 찍힌 꼴이 됐죠. 아하하, 이 돈만 있으면 그 사람하고도 끝이에요.

- 경찰이 아직도 그 사람 뒤를 쫓고 있나?

- 네.

- 하지만 진범이 잡히기 전에 내 앞에 나타나지 못할 거예요.

- 자, 그럼 정말 가봐야겠군. 음, 나올 거 없어요.

- 아, 네. 남의 눈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안녕히 가세요.

(음악)

한편, 어두운 곳에서 조미령의 방을 지키고 있는 세 사람.

- 아, 저, 나옵니다.

- 음, 정말 차준호가 틀림없구나.

- 아, 근데 이상한데요?

- 뭐가 말이야?

- 아까 들어갈 때는 그, 가방 같은 걸 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 그야 뭐, 조미령의 방에 놔두고 나올 수도 있지 않겠니? 흠, 그보다도 장 형사는 말이야. 차준호의 뒤를 좀 밟도록 해.

여긴 나하고 박 형사가 맡을 테니까 말이야.

- 네, 알겠어요. 저, 그럼 나중에 뵙겠어요.

- 그래, 수고해.

- 예.

- 자, 우린 조미령이를 한번 만나보도록 할까?

- 네, 그러죠.

(발자국 소리)

잠시 후. 조미령의 방 앞에 선 송 반장과 박 형사.

(문 두드리는 소리)

- 누구시죠?

- 아, 조미령 씨죠? 저, 경찰입니다. 잠깐 문 좀 열어주실까요?

- 잠깐만 기다리세요.

- 아휴.

- 어머, 박 형사님? 반장님도 오셨네요?

- 에헤헤헤, 늦게 실례합니다.

- 아하, 그런 식의 인사치례는 안 차리셔도 돼요. 방안이 누추하긴 하지만 들어와서 앉으세요.

- 네.

(문 여닫는 소리)

- 그런데 여태도 강현배 못 잡았어요?

- 조미령 씨.

- 네, 말씀하세요.

- 오늘 우리가 방문을 한 거는 강현배 때문이 아니에요.

- 네?!

- 조금 전에 차준호 화백이 여길 나가는 걸 봤는데...

- 예...에... 네.

그 순간, 조미령이의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스치고 지나간다. 여간한 일에 웬만하면 깜짝하지 않는,

산전수전 다 겪어온 조미령이가 아닌가.

- 설마 거기까지도 모른다고 잡아뗄 작정은 아니시겠죠?

- 두 분이서 이미 다 알고 오셨는데 제가 부인을 한다고 부인이 될까요?

- 우리 피차 한두 번 만난 사이도 아니고 제발 시간낭비는 말도록 하는 게 어때요?

- 네, 좋도록 하세요. 차 선생님이 여길 다녀간 건 사실이에요.

- 차준호 씨와는 언제부터 알고 지내는 사입니까? 아파트까지 알고, 또 혼자 찾아올 정도라면은

예사 사이는 아닐 텐데.

- 그렇다고 특별한 관계도 아니에요.

- 그건 무슨 뜻이죠?

- 우리는 그저 친구일 뿐이에요.

- 아니, 육십이 다 되신 차 화백하고 조미령 씨가 말입니까?

- 아... 그런 뜻에서라면 좀 특별한 관계랄 수도 있겠군요.

- 우리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얘길 해봅시다. 처음 차준호 씨를 알게 된 게 언제죠?

- 재작년 가을이었어요. 마침 차 선생님 전시회를 구경 갔다가 알았어요.

- 아니, 조미령 씨가 미술 전시회를요?

- 박 선생님, 술장사나 하는 여자라고 너무 무시하지 마세요. 그래도 학교 다닐 때는

차 선생님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어요.

- 아... 아, 네네.

- 그래, 전시회에서 차 선생을 만났다고 칩시다. 어떤 방식으로 피차 알게 됐죠?

- 제 쪽에서 사인을 부탁한 적이 있어요. 학교 때 얘기도 해드렸고. 으흠, 무척 반가워하시면서

저녁을 사시겠다고 하시더군요.

- 아하하하하, 꼭 소설 같은 얘기로군요. 아하하하.

- 얘기가 재미없으신 모양인데 이 정도로 해둘까요?

- 아이, 아닙니다. 아주 재밌습니다. 계속 하세요. 네.

- 함께 저녁을 들면서 자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제 처지를 무척 동정해주셨어요.

- 네.

- 그때는 아직 외뿔소를 내기 전이었는데 가끔 가게로 절 찾아와서 술도 사주시고 이런 저런 얘기도

들려주시고 했어요. 하지만 차 선생님은 우리 둘의 관계가 드러나는 걸 좋아하시질 않으셨어요.

그 뒤에 차 선생님은 재혼을 하셨고 그 뒤로는 좀 뜸한 편이 돼버렸지만 시간이 있으시면은 곧잘

전화도 주시고 했어요. 시내에 나오실 일이 있으면 제 아파트에 들러서 뭐 필요한 게 없느냐고도 하셨구요.

- 으흠, 그러니까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 이상은 아니었다는 얘긴데.

- 아, 제발 부탁이에요. 이런 얘기 남들이 알게 되면 차 선생님이 무척 화내실 거예요.

- 조미령 씨의 얘기가 사실이라면은 두 사람의 관계는 하나의 미담으로 덮어둘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두 사람의 관계를 따님이나 부인도 알고 있습니까?

- 아유, 아, 아무리 그런 얘기를 어떻게 따님이나 사모님에게 할 수 있어요?!

- 이거는 딴 얘긴데 윤세현 씨 말입니다.

- 네.

- 차 선생님 사모님 말이에요. 그분에 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 네, 아, 저,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죽은 민삼열 씨를 통해서 얘기는 듣고 있었어요. 나무랄 데 없는 분이라고 들었어요.

- 우리가 듣기로는 민삼열 씨와 윤세현 씨가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는데-.

- 아니에요! 누구한테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민삼열 씨가 그분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직접 들은 적이 있어요.

제 가게에 와서 술 넋두리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 그러니까 윤세현 씨 쪽에선 전혀...

- 네! 전혀요.

- 예...

- 민삼열 씨가 일방적으로 짓궂게 접근하려고 드니까 테니스도 중도에 포기할 정도인 걸요.

도대체 어디까지를 믿고, 어디까지를 믿지 않아야 하는지 송 반장과 박 형사의 시선이 잠시 마주친다.

그러자 송 반장이 갑자기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 아이구, 이거 숙녀 혼자 있는 방에서-.

- 아이.

- 실례가 너무 많았어요.

- 아이, 반장님?

- 야야야, 너 언제까지 여기 앉아 있을 작정이야?! 아무리 수사상 필요하다고 해도 지킬 건 지켜야 할 게 아니야?!

- 아이, 그렇지만 반장...

- 으흠! 흠!

순간 송 반장의 짙은 눈썹이 박 형사를 향해 한 번 찡긋한다. 너구리 송 반장,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음악)

한편, 차준호 화백의 저택에선-.

- 지금 몇 시나 됐죠?

- 11시 조금 넘었어. 아, 전엔 이렇게 늦으신 적이 없는데 웬일이시지?

그렇다면 조미령의 아파트를 나온 차준호 화백. 그 시간에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음악)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열네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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