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열두 번째.

(음악)

(철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으음.

- 어떻게 오셨죠?

- 응? 아가씬 누구야?

- 네?! 그림 보시게요?

- 으응, 인경이 있나?

- 어디서 오셨냐니까요?

- 으음.

- 누구 오셨니? 어머, 아빠. 어서 오세요.

- 어, 아버님이세요.

- 응.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 아, 참. 아빠는 처음 보시죠? 며칠 전에 장부 좀 보라고 데려다 놨어요.

- 응, 그랬냐?

- 안으로 들어가세요.

- 그러자.

(발자국 소리)

- 차 좀 끓여 와요.

- 네.

(문 여닫는 소리)

- 아빠, 이쪽에 앉으세요.

- 응, 아... 처음 차렸을 때보단 많이 안정이 됐구나. 불편한 건 없냐?

- 네, 별로 없어요 .오히려 마음만 편한 걸요?

- 녀석, 또 그따위 소릴...

- 아하, 성냥 여기 있어요.

- 으흠.

(성냥에 불붙이는 소리)

- 휴우... 그래, 꼭 단둘이 만나서 해야 할 얘기라는 게 뭐냐?

- 민삼열 씨 사건 때문이에요.

- 그것 때문에 니가 나한테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거냐?

- 그동안 저... 경찰 몇 번 만났어요.

- 뭐야? 아니... 그 녀석들...

- 그 녀석들이 아니에요. 제가 협조하기로 한 거예요.

- 니가 뭣 때문에 그 일에 자진해서 말려들려고 하니?

- 자진해서 말려드는 게 아니에요, 아빠!

- 뭐야? 그럼.

- 우리 일가가 의심받고 있어요.

- 뭐라고?! 우리 일가.

- 네.

- 음...

- 저, 차인경과 아빠, 그리고... 그리고 그 여자.

- 또 그런 말버릇!

- 말버릇이 문제가 아니에요. 경찰이 우리 일가, 아니죠. 바로 말해서 차준호 화백을 의심하는 농도가 꽤 짙어요.

- 후우... 어떻게 짙어?

- 아빠가 민삼열 씨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었어요.

- 그야...!

- 경찰은 이렇게 단정 짓고 있어요. 아빠가 민삼열 씨를 미워하고 있다. 그 원인은 윤세현, 그 여자 때문이라고.

- 뭐?!

(음악)

- 반장님, 조미령이는 어떡하죠?

- 글쎄 말이다. 니 말대로 강현배란 친구를 알아보려면은 일단 조미령이를 내보내는 것도 방법이겠지?

- 에, 물론 그렇지만. 조미령이를 어떻게 지키죠?

- 싸롱 외뿔소 아가씨들 중에 한 아가씨를 잡으면 되지 않겠니?

- 네?

- 하지만 무슨 수로요?

- 너, 그 멀쩡한 허우대는 어따가 쓰려고 차리고 다니니?

- 글쎄요? 제가 멀쩡하긴 합니까? 틀림없이?

- 지금 멀쩡하고 말고가 문제야?! 어떻게 됐든 일단 부딪쳐보는 게 순서 아니겠어?

- 네, 알겠습니다. 일단 부딪쳐보도록 하죠. 외뿔소 아가씨들이 과히 강현배란 친구를 좋아하지 않더군요.

- 시간이 없다. 서둘러. 나는 그동안 차준호 씨를 좀 만나볼 테니까.

- 아이, 아이, 차 선생님은 왜요?

- 도무지 석연치가 않아. 산장호텔에서 민삼열이가 전화를 건 상대가 차인경이라는 아가씬지, 윤세현인지, 아니면

차준호 화백인지.

- 저, 저, 반장님.

- 그만해둬! 니 체면에 금이 갈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

- 아, 체면이 문제가 아닙니다!

- 글쎄, 알았으니까 그만해두라고 하지 않니?!

(음악)

한편, 여기는 차준호 화백의 작업실. 차준호 화백이 전공인 서양화를 그만두고

조각 작품에 언제부터 손을 댔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왤까? 차인경의 의견을 들어보자.

- 이상하게 생각하실 거 없어요. 아빠는 언젠가부터 평면에 매달리는 일에 싫증을 느끼고 계셨으니까요.

아하, 아빠는 욕심이 많으신 분이에요. 평면만으로 만족하실 수 없으셨던가 봐요. 아마 좀 더 적극적인

뭐가 필요하셨나 보죠?

회화를 전공다가 가끔 조각 작품으로 전향하는 화가를 우리는 가끔 볼 수 있다.

결국은 타고난 성격 탓. 문자를 써서 얘기하자면 결국 1차원의 세계에 만족할 수 없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차준호 씨의 경우는 어떤 것일까? 아무튼 그날 오후.

- 누구요?

- 저예요.

- 아, 잠깐만 기다려요.

(문 여닫는 소리)

- 어쩐 일이요? 요즘 내 방 출입이 잦은 것 같은데?

- 아, 저, 경찰이 또 찾아왔어요.

- 뭐야?! 아니, 미스터 박인가 하는 그 친구?

- 아니에요. 송 반장이라고 미스터 민 피살사건 담당잔가 봐요.

- 그래?

(음악)

- 송이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실례가 많았다구요?

- 실례는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소?

- 허허, 그렇게 얘기를 해주시니까 반갑습니다.

- 우리 솔직하게 털어놓고 얘기합시다. 이번에 또 뭘 알고 싶으셔서 오셨죠?

- 이거... 실례가 될 런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사모님에 관해서 좀...

- 아, 실례될 것 없습니다. 물어보실 게 있으시면 얼마든지 물어보시죠. 여보.

- 네, 곧 가요.

- 차를 끓이고 있는 모양이구만. 내 자랑 같지마는 우리 집사람 참 차 끓이는 솜씨는 대단해요.

- 이, 이거 참, 영광입니다.

-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진 마시오. 기대가 크면은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

- 입에 맞으실 런지 모르겠군요. 워낙 솜씨가 서툴러놔서.

- 이것 봐. 기껏 당신 솜씨 자랑을 했는데 이렇게 되면은 솜씨 자랑이 지나친 게 됐잖아.

- 음, 차 맛이야 드시는 분 입맛에 달린 거 아니겠어요? 자, 우선 한 잔 드시고 말씀 계속하시죠.

- 네네, 이거 아주 영광입니다. 으흠.

(차 마시는 소리)

- 거 참, 역시 차 선생님 말씀이 과장이 아니었군요. 이렇게 마시는 커피 정말 처음입니다.

-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 아하하하.

- 아, 제 처한테 뭘 알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 네, 저 다름이 아니고 여행을 자주 다니시나 보죠?

- 네?

- 미스터 박이 그러더군요. 그 왜, 요전 날 찾아온 젊은 친구 있지 않습니까? 그 친구 얘기론 열흘 전쯤

부산에서 막차를 타신 일이 있다구요?

- 아, 글쎄요. 그런 일은 있지만 미스터 박이라고 했나요? 그분을 만난 기억은 없는데...?

- 아, 그야 박이라는 친구가 일방적으로 봤다니까 부인께서 모르시는 것도 당연하죠. 근데 부산에는...?

- 아, 네. 저...

- 여보. 그 얘기는 내가 해드리리다. 결국 나라는 사람이 문젠데. 난 한 번 작업실에 들어가면은

2,3일 정도 일을 계속하는 버릇이 있어요. 일단 작업을 시작하면은 아예 문을 잠그고 아무도 출입을 못하게 하죠.

그래서 내 처에겐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할 때는 아예 내 처한테 여행을 보낸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어요.

- 아, 그러니까 특별한 용무가 있었던 게 아니군요.

- 이해를 좀 해주십쇼. 내 처 탓이 아니라 내 못된 버릇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근데 저, 이거 또 실례가 될 런지 모르겠습니다마는 민삼열 씨 피살 당일

오페라 구경을 가셨다구요?

- 네, 마침 누가 초대권을 보내서 가봤어요.

- 아, 초대권이라면은 거, 뭐,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동녕부인 귀하라든가, 그런데 초대권이 한 장밖엔

안 왔었던가요?

- 어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난 그때 작업 중이라고 하지 않았소?

송 반장 말씀대로 초대권은 틀림없이 2장이 왔었소. 여보, 그 한 장 남은 초대권 갖다 보여드려요.

- 네.

- 아, 저, 그러실 거 없습니다. 뭐, 차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셨는데.

- 송 선생.

- 아, 예. 경찰은 다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오?

- 무슨 말씀이십니까?

- 송 선생, 그 젊은 친구도 그렇고 남의 사생활에까지 이렇게 파고들어야 하오?!

- 저, 차 선생님.

- 그만둡시다. 송 선생. 미스터 민 피살사건에 우리 부부가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변명을 하자는 뜻이 아니오. 다음에 찾아올 때는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오시오!

- 아니, 저, 차 선생님.

- 일 없어요! 나가시오! 당장 나가요!

- 아니?! 저...

- 다음에 올 때는 좀더 그럴 듯한 증거를 가지고 오시오! 아시겠소?!

(문 여닫는 소리)

- 자, 이쪽이오. 왜 그렇게 서 있소?! 나가달라고 하지 않았소?!! 내 말 듣고 있는 거요?!

- 으흠, 으흠.

(음악)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열두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