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열한 번째.
(음악)
차준호 화백의 서재. 그 앞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윤세현.
흰 손을 들어 가만히 노크한다.
- 누구요?
- 저예요.
- 어, 어서 들어와.
(문 여닫는 소리)
- 당신, 어쩐 일이요?
- 말씀 드릴 게 있어요.
- 아하하하하, 당신이 무슨... 아하하하하, 자, 앉아요. 아니, 새삼스럽게 무슨 얘길...?
- 드릴 말씀이 있어요.
- 그만둡시다. 부부란 게 뭐요? 그만둡시다. 당신이 새삼스럽게 나한테 무슨 얘기요.
- 말씀드릴 게 있다니까요.
- 인경이 얘기요?
- 아니요. 제 얘기예요.
- 당신한텐 들을 얘기가 없어. 난 당신을 믿어. 당신은 내 사랑하는 아내야.
- 믿지 마세요.
- 난 믿겠소. 난 알고 있어. 당신과 민삼열. 그래도 난 당신을 믿어.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해야 하오?
(음악)
- 박아.
- 네.
- 차인경이 만나본 결과는 어떻디?
- 글쎄요, 별로 의심이 가지 않는데요?
- 야가, 이게. 너 혹시 차인경이한테 반한 게 아니야?
- 바, 바, 바, 반하다뇨?
- 너, 미스 차한테 미친 거 아니냐고?!
- 아이, 예, 좀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미쳤다고는 하지 마십쇼. 좋아하는 게 나쁩니까? 좋아해요?!
예, 좋아합니다. 뭐가 나쁩니까? 그게?
- 야야야야야, 야가 왜 이래?! 응? 응? 장가 못 간 노총각 해가 바뀌니까 보이는 게 없는가 보지? 이거?!
- 아니, 보이는 게 없는 게 아닙니다! 좋아하니까 좋아하는데 왜 그러세요, 반장님?!
- 그래그래, 좋다, 좋다. 좋아, 좋아. 많이 좋아해라. 어? 그러니까 가서 한 번 더 만나봐라. 어?
- 네? 뭐라구요?!
- 차인경이 말이다.
- 왜, 왜요?!
- 혐의가 없는가를 재확인해서 용의자를 압축시키라구.
- 네.
그로부터 얼마 후.
(문 여닫는 소리 및 잔잔히 흐르는 음악소리)
- 아, 여기, 여깁니다.
- 아.
- 아, 자꾸 만나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 아하,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저는 괜찮은데 왜 자꾸 거북해하세요?
- 익, 제가 거북해 하다니요?!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아이, 어떻게 불렀으면 좋겠습니까?
- 어떻게...라뇨?
- 예, 차인경 씨라고 불러야 합니까? 미스 차라고 불러야 합니까?
- 아...! 아하하하하, 편하신 대로 하세요.
- 아하하하하, 알겠습니다. 근데 저... 차 선생님 말씀이죠.
- 아버님이요?!
- 네. 전혀 테니스를 못 하신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 어머? 아빠 운동 좋아하시는데? 축구선수였어요. 지금도 운동을 계속 하셔서 근력이 상당히 좋으세요.
- 아... 그러시군요. 어쩐지 연세보다 건장해 보이시더군요. 차 선생님은 왜 그런 말씀을 안 하셨을까요?
- 아이, 저 때문일 거예요. 제가 민삼열 씨를 좋아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럴 거예요. 그 때문에 아빠가
무척 테니스를 싫어했고 민삼열 씨도 싫어했어요.
- 예.... 왜 그러셨을까요? 민삼열 선수를 전 참 좋아했었는데.
- 글쎄요.
- 어... 차 선생님이 특별히 싫어하실 이유라도...?
- 아, 없어요.
- 아... 인경 씨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 아이, 참. 벌써 끝난 얘기라고 했잖아요?
- 아, 저 그러면 혹시 에... 윤세현 씨와...?
- 네?!
- 맞죠?!
- 아, 아니에요!
무엇인가 감추고 있는 것이 드러난 듯 차인경의 예쁜 얼굴의 당혹의 그림자가 스친다.
그것을 놓치지 않는 박 형사.
(음악)
- 사랑한 건 사실이에요. 매력이 있는 남자죠. 일방적으로 제가 좋아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 사람 매력,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에요.
- 그 사람 싸롱 외뿔소의 단골이었죠?
- 네, 제가 잘해주었고 그래서 꽤 가까워졌죠. 하지만 그 사람은 여자들 속에서 살았어요. 굉장한 인기였어요.
- 인기는 그런 거 아니겠어요? 저도 따라 다녔어요. 할 수가 없었어요. 따라다니고 또 따라다녔어요.
눈물도 흘렸어요. 창피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전 참았어요. 아, 이상해요. 사랑이라는 거, 믿기도 했지만
사랑도 했어요. 많은 여자들이 민삼열 씨를 사랑했어요. 그 중에 저도 하나구요.
- 그럼 강현배하고는 어떤 사이예요?!
- 아하, 아하하하... 그 사람 소위 말하는 제 기둥서방이에요.
- 그러면 강현배는 민삼열과의 사이를 알았어요?
- 알았죠.
- 아, 그런데 가만히 있었어요?!
- 선생님 같으면 가만히 계셨겠어요?
- 으흠...
- 거의 매일 맞았어요.
- 그렇게 무대포예요?!
- 출신이 그러니까 어쩌겠어요?
- 으흠... 음... 그렇다면은...
그렇다면. 장 형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 보쇼. 조미령 씨. 민삼열과 강현배가 서로 만난 적 있죠?
- 네?
- 있어요?! 없어요?!
- 네, 한 번 만났다고 하던데요.
- 강현배는 민삼열을 굉장히 미워했을 거예요?
- 네, 그랬죠. 하지만!!
- 하지만?! 뭡니까?
- 강현배, 그 사람 살인을 할 정도의 인물은 못됩니다.
- 아하, 살인하는 사람은 누가 자격을 타고난다고 합디까?!
- 아하하, 글쎄요. 그러나 강현배 그 사람은 제가 잘 알아요.
글쎄, 정말일까? 장 형사의 지금의 판단으론 강현배가 말다툼 끝에 민삼열을 죽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 반장님. 다녀왔습니다.
- 어, 그래. 그 차인경이는 어떻드냐?
- 네, 확실히 아닌 것 같애요.
- 확실히면 확실히지. 아닌 것 같은 건 또 뭐냐?
- 확실히 아닙니다.
- 확실히?
- 예, 확실히.
- 으흠...
- 저, 그런데 바, 반장님.
- 응?
- 윤세현 씨가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애요?
- 뭐야?!
(문 여닫는 소리)
- 반장님. 감식반에서 잠깐 오시라는데요?
- 아, 그래? 알았어. 가보자, 박아.
(발자국 소리)
송 반장과 박 형사는 수사 분석 결과, 차준호와 윤세현을 강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장 형사는-.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아, 미스 안. 반장님 어디 가셨어?
- 네, 금방 감식반에서 오시라고 해서 박 형사님하고 가셨어요.
- 감식반에서? 뭐가 나왔나?
- 장 형사님, 어떻게 성과 좀 있으세요?
- 어, 좀 있어. 어쩌면 쉽게 풀릴지도 몰라.
- 네?!
- 음, 강현배 아까 전화 왔었지?
- 그런가 보던데요?
- 그 녀석을 우선 검거해보면은 무슨 실마리가 풀릴 것 같애.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송 반장과 박 형사는 차준호, 윤세현에게 혐의를 두고 있고
장 형사는 강현배에게 거의 심증을 굳히고 있으니.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여보세요? 여보세요?
- (전화 음성)아... 왜 전화가 거기로 갔지?
- 아? 인경이. 아, 지금 어딨어?
- (전화 음성)아빠 있죠? 다시 걸게요.
- 아니, 이봐. 지금 아빠 방이야.
- (전화 음성)아, 그래요? 아빠 좀 바꾸세요.
- 음, 그러지.
- 전화예요. 인경이.
- 응? 인경이가? 그래, 나다.
- (전화 음성)아빠. 저하고 얘기 좀 해요.
- 그래, 하려므나.
- (전화 음성)아니, 전화로는 안 되구요. 좀 나오세요.
- 니가 이리로 오지 그래?
- (전화 음성)아니에요. 그 여자 없는 데서 해야 될 얘기예요.
- 인석이 또 그런 말버릇! 얘기해.
- (전화 음성)좀 전에 경찰을 만났는데 문제가 심각해요.
- 뭐야? 경찰이?
- 아니... 경찰..?
- 야, 인경아. 아니, 무슨?!
- (전화 음성)저... 모나리자에 있을게요.
- 아니, 인경아! 인경아!
- 무슨 얘기예요?
- 무슨 얘길까...?
(음악)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열한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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