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아홉 번째.
(음악)
- (전화 음성)아, 저, 차 선생님. 지금 계시죠?
- 네. 저, 잠깐만 기다리세요. 여보.
- 어디서 온 전화요?
- 경찰이래요.
- 경찰? 아니, 경찰이 왜?
- 안 받으시겠어요? 계신다고 했는데.
- 받아보세요. 아마 민 선생님 때문일 거예요.
- 음... 아, 여보세요? 차준호입니다.
- (전화 음성)아, 차 선생님이십니까? 전화로 실례합니다.
- 경찰이시라구요. 무슨 일이죠?
- (전화 음성)네, 저, 민삼열 씨 피살사건은 아, 알고 계시죠?
- 압니다. 아까운 사람인데 아직 해결이 안 됐습니까?
- (전화 음성)네. 어, 사실 그 문제로 좀 찾아뵐까 해서요.
- 글쎄, 오시는 건 좋지마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군요.
- (전화 음성)아, 저, 그럴 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에, 자세한 얘기는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죠.
- 좋도록 하십쇼. 집은 알고 계십니까?
- (전화 음성)그야 금방 찾을 수 있겠죠. 그럼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
- 네, 그렇게 하십니다. 이따가 만납시다.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음...
- 뭐래요? 아빠.
- 니 얘기대로다. 미스터 민 때문에 할 얘기가 있다는구나.
- 근데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죠?
- 그야 미스터 민을 통해서 알았겠지. 인경이가 집에 있을 때 가끔 통화를 하지 않았소? 안 그렇니?
- 네... 가끔. 근데 왜 절 찾지 않고 아빠를 찾죠?
- 그야 당연하지 않니. 전화번호부엔 내 이름이 적혀 있으니까 말이다.
- 경찰이라면 혹시 인경이를 찾아갔던 사람 아닐까요?
-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 아무튼 별일이야 있겠소만. 유쾌한 일은 아니구려.
- 죄송해요. 아마 저 때문일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너, 그것도 말이라고 하니?! 걱정을 하지 말라니! 도대체 이게 누구 때문에 생긴 일인데!
- 아빠, 민 선생님하고 저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 그래서 말씀 드리는 거예요.
- 아무 관계도 없다면 경찰이 왜 너를 찾아갔겠니?!
- 그래서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았어요?! 의례적인 거라구요!
- 그래요, 그래. 알았어요. 나도 너하고 미스터 민 사이가 결백한 줄은 알아요.
하지만은 결국 너 때문에 경찰에 개입된다는 건 유쾌한 얘기는 못 돼.
- 그쯤 해두세요. 인경이가 아무 일 없다면 걱정하실 필요 없잖아요?
- 그래요. 음, 내가 공연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먼. 그래, 쓸데없는 걱정이야.
얘기는 이 정도로 끝내둡시다.
그로부터 30분 후.
(초인종 소리 및 인터폰 드는 소리)
- 아, 여보세요. 누구시죠?
- (전화 음성)네, 좀 전에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 어머, 혹시 박 선생님 아니세요?
- (전화 음성)네, 네, 저 박인데요. 왜요? 어떻게 절...?
- 아하, 잠깐만 기다리세요. 문 열어드릴게요.
(인터폰 내려놓는 소리)
- 너 찾아왔다던 바로 그 사람이냐?
- 네. 아주 좋은 사람이에요. 미술대학 다녔다구요.
- 미술대학...?
- 한번 만나보세요. 아빠하고도 곧 친해지실 거예요.
- 글쎄다. 경찰하고 친해졌다고 손해볼 건 없겠지? 음, 들어오는구나.
- 제가 열게요.
(문 여는 소리)
- 안녕하세요?
- 아? 아니, 이게 누굽니까? 아이, 차인경 씨 아니십니까?
- 왜 그렇게 놀라세요?
- 아, 그러니까 미스 차가 바로 차 선생님의...
- 그렇소이다. 그 애가 바로 내 고명딸입니다.
- 아하하하, 아유, 정말 놀랬습니다. 아, 차 선생님이시죠?
- 그렇소이다. 내가 바로 차준호올시다.
- 이, 이런 일로 찾아뵙게 돼서 죄송합니다. 전부터 한번 찾아뵙겠다고 하면서...
- 날 전부터 아시오?
- 아빠, 아까 말씀 드리지 않았어요? 미술대학 다녔다구요.
- 아, 참, 그랬지.
- 이, 부끄럽습니다. 이런 일로 찾아뵙게 돼서요.
- 참, 여보. 인사하지. 알고 보니까 피차 그럴 사이가 아니구만.
- 아, 사모님 되십니까? 저, 박 형사라고 불러주십쇼.
- 안녕하세요.
- 음?!
순간 박 형사의 눈이 커다랗게 열린다. 어디서 본 얼굴. 분명히 기억에 있는 얼굴이다.
어디서 봤을까?
- 왜 또 그렇게 놀라세요? 두 분이 만나보신 일이 있으신가 보죠?
- 아...?! 아, 네네. 이거 거듭거듭 실례를 했는데요. 사실은 얼마 전 부산에서 밤차를 탄 적이 있습니다.
우, 우연히 그때 뵌 분하고 분위기가 비슷...해서 말이죠.
- 어허, 이것 좀 봐라. 그러고 보니까 두 사람이 초면이 아닌 것 같구만.
- 네?!
- 이 사람도 열흘쯤 전에 부산에서 막차를 탄 적이 있어요.
- 아... 아하, 그래요?!
박 형사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세현의 얼굴을 스친다. 바로 그 여자다. 검은 코트를 입은 여인.
야행열차의 3등 칸. 좀처럼 어울릴 수 없는 분위기. 차창 쪽으로 얼굴을 돌렸을 때 선명하게 드러난 오똑한 콧날.
- 자, 이젠 얘길 해주시겠소? 날 찾아온 용건 말이요.
- 아, 예. 저...
- 아, 나하고 단둘이서 얘기를 하고 싶다는 뜻이오?
- 두 분이서 말씀하세요. 저흰 자리를 비켜드릴게요. 가시죠.
- 응, 아, 우리가 너무 눈치가 없었나 보지? 말씀들 하세요.
- 예, 죄송합니다.
- 아, 괜찮아요. 초면도 아닌데요, 뭘. 갈까?
- 네, 나중에 뵙겠어요.
- 아, 예예.
(문 여닫는 소리)
- 미스터 민 때문에 딸애를 만났다면서요?
- 네. 어, 저, 아, 민삼열 씨 주변 얘길 알고 싶어서요.
- 그래, 뭘 좀 알아냈소?
- 네, 사실 말이죠. 죽은 민삼열 씨가 산장호텔에서 건 전화번호 가운데 차 선생님의 전화번호가 나와서 말입니다.
- 글쎄, 그 사람이 왜 내 전화번호를... 이상하구만. 그래, 언제쯤 일이죠?
- 네, 지난해 가을쯤으로 기록이 돼있더군요.
- 그렇다면은 인경이한테 건 전환지도 모르겠구만.
- 작년 가을이라면 이 집에 있을 때니까.
- 그러니까 선생님께선 전혀 전화 받으신 적이 없으신가요?
- 글쎄 난 통 기억에 없는데.
- 아, 참. 혹시 내 처한테 전화를 걸었는지도 모르겠구만.
- 음, 사모님이? 아니, 그럼 사모님도 민삼열 씨와 아는 사입니까?
- 오호, 이것 참. 딸애가 얘기를 안 해줍디까?
- 무슨 얘길요?
- 내 처를 테니스장에 끌어들인 게 내 딸이요.
- 아, 그렇습니까?
- 그렇지만 미스터 민이 내 처한테 전화를 건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 네. 그럼 역시 따님께서...
- 아마, 그러기가 쉬울 게요.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마는 딸애와는 통화가 잦은 편이었으니까요.
- 하지만 따님께선 민삼열 씨한테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던데요?
- 그럴 수도 있을 게요. 딸애가 한땐 미스터 민을 좋아했던 건 사실이요. 하지만 그건 철부지 소녀일 때 얘기였소.
- 철부지 소녀 때요?!
- 그래요. 여학교 시절 때 미스터 민이 딸애의 개인코치를 한 적이 있어요.
- 아... 예.
- 그만한 나이의 스승과 제자 사이란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니겠소? 하지만 철이 들고 난 다음에는 딸애 쪽에서
미스터 민을 멀리한 걸로 알고 있어요.
- 네. 아, 네. 이건 딴 얘깁니다만 저... 사모님은 어떻습니까?
- 아니,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거예요?
- 아, 아하, 제 얘기는 사모님도 테니스를 배우셨다니까 하는 얘긴데요.
- 미스터 박이라고 했소?
- 으, 으음.... 네.
- 그걸 알고 싶거든 내 처한테 직접 물어보시오. 난 이런 식 불유쾌한 질문에는 대답을 하기가 싫구만!
난 지금 작업장에 들어갈 작정인데 더 물어볼 건 없소?
- 네. 됐습니다. 저, 여쭤볼 일이 있으면 다시 찾아뵙죠.
- 한마디 해두겠는데 그런 식의 질문이라면 나한텐 어떤 대답을 기대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소.
자, 악수나 하고 이만 헤어집시다.
- 아... 네. 이거 정말 실례를 많이 했습니다. 저, 다음에 찾아뵙고 단단히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음악)
- 윤세현?
- 네, 우연치고는 좀 지나칩니다. 바로 그 여자가 차 선생님의 처라니 말이죠. 이...
- 음, 니가 밤차 타고 올라올 때 그 여자를 봤다고 했지?
- 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다음 날 저녁에 민삼열 씨가 피살이 됐어요.
- 윤세현... 일단 말이야. 윤세현의 당일 행적을 좀 알아보도록 하지. 그리고 민삼열이와의 관계도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해.
- 제 생각엔 말입니다. 윤세현이를 직접 캐는 것 보다는 차인경이 쪽을 먼저 알아봤으면 하는데요.
- 차인경이?
- 예, 한참 시절에 민삼열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답니다.
- 뭐야?!
(음악)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아홉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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