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다섯 번째.
(음악)
(문 두드리는 소리)
- 응? 어딜 갔지?
(문 두드리는 소리)
- 이봐, 정 씨. 정 씨.
- 예.
- 아주머니, 외출하셨나?
- 아니에요. 정원에 계세요.
- 정원?
차준호 화백의 눈길이 정원 쪽으로 난 창문을 향한다. 저만큼 밑쪽을 향해 등을 돌린 채
묵묵히 서 있는 윤세현. 한줄기 바람에 그녀의 긴 머리채가 흩날린다.
- 알았소. 가서 일 봐요.
- 예.
(새 지저귀는 소리)
- 여보.
- 응? 아...
- 왜 그렇게 놀라지?
- 아... 아니에요.
- 방에 가만히 누워 있으랬더니 왜 나왔어?
- 아이, 그저 좀... 답답해서요.
- 바람이 차요. 그만 들어가도록 해요.
- 여보.
- 응?
- 사실은 저... 어제 오페라 구경 간 거 아니에요.
- 음...
- 사실은...
- 그만해둬요. 그 이상 얘기할 필요 없어요.
- 당신 궁금하지도 않으세요? 어젯밤 제가 어디서 뭘 했는지.
- 여보. 당신이 어디서 뭘 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야. 당신 나한테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들어서 거북한 얘기라면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당신은 아직 젊고 그래서 한두 가지 비밀쯤은
가지고 있어도 무방한 게야.
- 여보!
- 글쎄, 그만해두라니까. 난 말이야. 당신이 그 정도로 솔직하게 나와 준 것만 해도 충분해요.
내 말 알아듣겠소? 알아들었으면 어서 들어가 쉬어요.
- 네.
- 참.
- 네?
- 만일에 말이야. 누가 와서 당신한테 묻거든 당신 어젯밤 오페라 구경 갔었다고 얘기해요.
나도 그렇게 알고 있을 테니까.
-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 여보. 내 성격 당신도 잘 알지 않소. 난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야. 혹시라도 미스터 민 때문에
집안이 시끄러워질까봐 난 그게 걱정이 돼서 하는 소리요. 알겠소? 내 말?
- 네. 알겠어요.
- 어서 들어가 봐요. 난 조금 이따가 들어가 볼 테니까.
- 네.
- 차준호 화백. 육십을 바라다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게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정력가.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일까. 한겨울의 매운바람이 흡사 눈이라도 내리듯 하얗게 세어버린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바람 소리 및 담배에 불붙이는 소리)
(음악)
- 차인경?
- 네. 어제 마지막으로 민삼열이와 함께 코트를 떠났답니다.
- 뭘 하는 여자야?
- 에, 안국동에서 화랑을 열고 있는데 아직은 미혼이래요.
- 그밖엔?
- 그게 좀 묘합니다. 민삼열이한테 개인교습 받은 여자만 해도 줄잡아 스무 명은 되는데요.
어... 정작 민삼열이 쪽에선 어느 누구하고도 특별히 가깝게 지낼 순 없었던 모양입니다.
- 어째서?
- 속된 말로 손님 발 떨어질까 봐서 그랬다고 할까요?
- 음...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은 코트 밖에서는 문제가 다르지 않니?
- 네. 그래서 가능성이 있는 쪽부터 하나하나 알아봐야 할 것 같애요.
- 그 친구 여자들한테 인기가 퍽 좋았던 모양이구만.
- 아, 덕분에 팔자에 없는 여복이 터졌지 뭡니까?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음, 수사괍니다.
- (전화 음성)아, 반장님이세요? 저예요.
- 어, 그래. 진전이 좀 있나?
- (전화 음성)예. 저... 현장에서 떨어진 숲속에서 피해품으로 보이는 시계가 발견됐어요.
- 그래? 그밖에는?
- (전화 음성)예. 뭐 아직 이렇다 하고 드러난 건 없습니다.
- 알았어. 이따가 내 그쪽으로 갈 테니까 계속 수고 좀 해줘.
- (전화 음성)예, 이따 뵙겠어요.
- 그래그래.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장 형사님입니까?
- 응. 현장 부근에서 피해품으로 보이는 시계가 발견됐다는구만.
- 역시 강도를 위장한 계획살인으로 봐야 되겠네요.
- 그럴 수밖에 없겠지?
- 아, 참. 싸롱 외뿔소는 어떻게 됐습니까?
- 응, 전화를 해봤더니 아무도 안 봤어. 저녁때가 돼서야 문을 열 모양이지?
아, 근데 아까 누구라고 했니?
- 네? 아, 차인경이요?
- 어. 참, 그랬지. 그 아가씨 만나보고 시간 되거든 외뿔소에도 한번 들려보도록 해.
나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볼 테니까.
- 네. 나가시죠.
- 응, 서둘러야겠어.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시내 안국동에 자리 잡은 화랑 모나리자.
(발자국 소리)
- 음, 어디서 오셨죠?
- 아, 저, 여기 차인경 씨 지금... 계십니까?
- 차인경이요?
- 네. 이 화랑 주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혹시... 경찰에서 나오신 분 아니세요?
- 네?!
- 찾아오실 줄 알았어요. 제가 바로 차인경이에요.
(음악)
- 와와와, 놀랬는데요? 어떻게 제가 경찰인 줄 아셨습니까?
- 으흠, 글쎄요. 지나치게 경찰관 같지가 않아서 그게 마음에 걸렸다고 하면 대답이 될까요?
- 아하, 글쎄요?
- 자, 말씀을 해보세요. 뭘 알고 싶으시죠?
- 아, 예. 에... 단도직입적으로 좀 묻겠습니다. 물론 민삼열 씨 피살사건 알고 계시겠죠?
- 네, 신문 보고 알았어요.
- 네. 어제 민삼열 씨와 같이... 계셨다고 들었는데요.
- 사실이에요. 아, 그때가 아마 오후 서너 시쯤 됐을까요?
- 네...
- 별안간 민 선생님이 몸이 불편하다고 하시면서 커피를 한잔 사겠다고 하시더군요.
- 아, 그래서요?
- 그래서 명동으로 나와서 같이 차를 마셨어요.
- 예... 참, 미술대학 출신이라든가요?
- 잘 아시네요.
- 어... 언제부터 테니스코트에 나가시게 됐습니까? 그럼.
- 작년 여름이에요.
- 아아.
- 일에 쫓기다 보니까 건강이 말이 아니었어요. 그때 마침 민 선생님이 개인코치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라켓을 잡을 생각이 들더군요?
- 네네네네... 이이... 거두절미하고 묻겠습니다. 이.. 혹시 말이죠. 코트에 드나드는 여자들 가운데
민삼열 씨와 특별히 가깝게 지낸 여자 없었어요?
- 글쎄요? 가깝다면 제가 비교적 가까운 편이었겠죠?
- 아, 아, 차인경 씨는 빼놓고 말이요.
- 죄송합니다. 성격이 좀 이기적이어서 남의 사생활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에요.
- 아아, 그러세요.
- 도움이 돼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아이, 천만에 말씀. 바쁘신 분 시간 뺏어서 오히려 제가... 아하하하하.
- 아, 참.
- 네?
- 아, 혹시 참고가 될 런지 모르겠네요.
- 네, 말씀 계속하시죠.
- 어제 찻집에서 헤어지기 전에 어떤 남자가 우리 테이블로 왔었어요.
- 음, 그래서요.
- 민 선생님 보고 잠깐 얘길 좀 하자구요?
- 어... 어떻게 생긴 사람입니까?
- 어떻게 생겼다기보다는 과히 인상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뭐라고 할까... 깡패 비슷한... 왜 있잖아요?
(음악)
(광고)
(음악)
홍계일, 배한성, 박웅, 이경자, 이근욱, 김정미, 설영범, 권희덕.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종.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다섯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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