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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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야행열차 - 제3화
야행열차
제3화
1979.01.03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세 번째.

(음악)

(차 달리는 소리)

- 이것 봐라, 박아.

- 네.

- 사람이란 어쨌든 육감이란 걸 무시할 순 없는 법이다. 더구나 내 나이쯤 되면 말이야.

- 무슨 얘기십니까?

- 니 말대로 오늘 2차, 3차 헤매고 다녔다고 생각을 해봐라. 일이 어떻게 됐겠니?

- 네, 꿈보다 해몽이 좋으십니다.

-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살게 마련인 게 세상이야.

- 아하하, 알아 모셨다니까요.

- 원 참 내. 최 순경. 산장호텔까진 아직 멀었어?

- 예, 이제 거진 다 왔습니다.

(차 멈추는 소리 및 차문 열고 내리는 소리)

수사관들이 현장인 산장호텔에 도착했을 땐 거의 밤 11시가 넘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아, 어서 오십쇼.

- 지배인은 어디 있소?

- 제가 지배인입니다.

- 우선 현장으로 안내를 좀 해주겠소?

- 네, 가시죠.

- 음.

(발자국 소리)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이십여 개의 방갈로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그런 형태의 관광업소다.

그 어느 한 곳에 몇 명의 경관이 불을 밝힌 채 지키고 있다.

- 아, 여깁니다.

- 저... 현장은 잘 보존돼 있겠죠?

- 네, 물론입니다. 저 방입니다.

- 예.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방문을 여는 순간,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방 한가운데 한 젊은 사내가

똑바로 하늘을 향한 채 누워 있다. 가슴께에서 흘러내린 피가 방바닥을

검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 뭣들 하고 있는 게야?! 시체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테고!

- 아, 네.

- 예.

(발자국 소리)

초동수사가 시작된다. 범인의 유류품은 없는가, 피해자의 소지품은 잘 간수돼 있는가. 범인은 어떻게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으며, 또 어느 경로로 도주를 했는가. 아니, 무엇보다도 궁금한 것은 피해자의 신원이다.

방안을 샅샅이 뒤지던 박 형사의 시선이 어느 순간 피살자의 얼굴께로 머문다. 단정한 이마, 오똑한 콧날,

유난히 숱이 많은 검은 눈썹.

- 아니?! 아니, 이 친구 이거!!

- 아는 얼굴이야?

- 네. 제 기억이 틀림없다면 이 친구, 민삼열이 같습니다.

- 민삼열이?

- 민삼열이라면은... 그 유명한 테니스 선수 말이에요?

- 네. 작년까지만 해도 대표선수로 뛰었죠. 지금 어디서 개인 테니스코트를 경영한다고 들었는데...

- 그래...?

피해자의 신원이 의외로 빨리 밝혀지자, 정작 송 반장은 맥이 빠진 얼굴이 된다.

숙박부를 열람한 결과, 민삼열이 가명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은 곧 밝혀졌다.

- 그러니까 여기 올 때는 꼭 그 305호실에만 들었단 얘깁니까?!

- 네, 대개 2,3일 전에 예약을 하곤 했죠.

- 음... 혹시 피살자와 같이 온 사람 중에 기억이 나는 사람은 없습니까?

- 그게... 좀 이상합니다. 그 사람은 언제든 혼자 열쇠를 받아가곤 했었으니까요.

- 나갈 때는요?

- 네, 나갈 때도 늘 그런 식이었습니다.

- 그래요?

- 그런데...

- 얘길 해요!

- 예, 종업원들이 나중에 방을 정리하려고 들어가 보면 여자가 다녀간 흔적이 있곤 했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 구체적으로 어떻다기보다는 거 왜 있지 않습니까? 우리 애들만 해도 그렇고 그런 사정엔 눈치가 빤하니까요.

- 음... 그렇겠군요.

그렇고 그런 사정. 상대방의 신분을 숨길 수밖에 없는 그런 사정.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어, 어떻게 됐니?

- 예, 1차 검안 결과 사망시간은 밤9시 전후로 추정된답니다. 역시 예리한 흉기로 가슴을 찔린

것이 치명상일 것 같다구요.

- 그 밖에는?

- 네, 시계와 반지 따위가 보이질 않아요. 피살자의 손목과 손가락에 착용했던 흔적이 뚜렷한 데두요.

- 현금은?

- 안 보입니다. 아마 주민등록증 따위와 함께 둔 걸 범인이 어떻게 한 모양이에요.

- 제 생각에는 말씀이에요. 단순강도를 위장한 면식범의 소행 같아요.

- 어째서?

- 피살자가 그렇게 건장한 체구인데도 전혀 반항을 한 흔적이 보이질 않아요.

범인은 일단 피살자를 안심시켜놓고 그 불시에 기습을 한 것 같아요.

- 저도 동감입니다. 시계나 반지, 현금이 든 지갑 따윈 수사의 초점을 흐리게 하려는 유치한 연극이구요.

- 그렇다고... 단순강도의 소행일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순 없지. 우선 장 형사는 말이야.

- 예.

- 현장을 중심으로 종업원들, 불량배들 모두 목격자 유무를 알아보도록 해.

- 예.

- 그리고 박아.

- 예.

- 아까 그 무슨 테니스코트를 경영한다고 그랬지?

- 네네.

- 피살자의 주소를 알아가지고 피살자의 교우관계, 특히 여자관계를 중심으로 당일 행적 철저히 파보도록 해.

- 네네, 알겠습니다. 근데 참. 여기-.

- 아니, 이게 뭐냐?

- 네... 이, 저, 탁자 밑에서 발견이 된 건데요.

- 거 줘봐.

- 으음...

자그마한 선전용 성냥. 앞면에 싸롱 외뿔소라는 활자와 함께 전화번호가 또렷이 적혀 있다.

- 외뿔소?

(음악)

거의 비슷한 시간.

(발자국 소리)

한강변에 자리 잡은 아파트촌. 그 어느 한 방에 주인인 듯한 젊은 여인이 발걸음을 멈춘다.

- 으음?

분명히 잠가놓고 나간 방문이 실눈만큼 열려 있지 않은가. 여인이 흠칫 놀라면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문 여닫는 소리)

- 들어와.

- 음...아...?!

- 들어와. 들어와, 어서!!!

- 아!!

사내의 우악스러운 손이 여인을 방안으로 끌어 들이는가 했더니 이내 여인은 방바닥에 팽개쳐진 몸이 된다.

- 아...

- 여태 어딜 쏘다니다가 지금 들어오는 거야?!

- 흥!

- 말해. 너, 그 자식 만나고 오는 길이지? 그렇지. 어제 그렇게 혼나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니? 말하라니까?!

- 마음대로 해. 난 할 얘기 없어. 실컷 혼자서 상상하고, 혼자서 화내고 부수고 다 하란 말이야.

- 배짱이군?

- 그래, 배짱이야. 배짱이니 어쩔 거야? 난 이제 지쳤어. 신물난다구! 도대체 니가 뭐야?!

뭔데 사사건건 이래라 저래라 생트집이야?!

- 아, 이게! 닥쳐!!

(뺨 때리는 소리)

- 아아!!

- 애초에 널 술집에 내보낸 게 내 불찰이야. 말해두겠는데 또 그런 식으로 입을 놀리면은

가만있지 않겠어!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한 발짝도 여기서 움직일 수 없을 줄 알라구!

듣고 있는 거야?!

- 그래!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때리지만 마... 부탁이야!! 때리지만 마...!

(흐느껴 우는 소리)

(음악)

다음 날 오후.

- 음... 인경아.

- 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허투루 듣지 마라.

- 아이, 아빠두. 무슨 얘길 하실려고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세요?

- 부탁이야, 화랑인가 뭔가 딴 사람한테 맡기고 내일이라도 집에 돌아와 줄 수 없니?

- 아빠, 저도 생각은 굴뚝같지만요. 두 분한테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사양하고 있는 중이라구요.

- 그렇게 말꼬리 돌리지 말라니까.

- 전 지금 진정으로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 아... 글쎄... 난 인경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걸 찬성하는 쪽인데.

- 그것 봐라. 니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무슨 방해고 뭐고가 있겠니? 그러니 인경아.

- 제발! 두 분이서 자꾸 그러시면은 제가 무슨 불량소녀 같아지잖아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결정해요! 그러니까 당분간은 제멋대로 있게 해주세요.

- 음...

- 어... 뭐... 뭐죠?

- 저녁 신문 왔어요.

- 어, 이리 주세요.

(신문 펼치는 소리)

- 음... 음? 아니...?!

- 신문에 뭐가 났니?

- 민 선생님이...! 민삼열 씨가?!!

- 아니, 그 테니스 선생 말이냐?!

- 죽었어요...!

- 죽어...?!

- 아...!! 아...

- 여보?!!

- 갑자기 왜 이래, 정신 차려! 정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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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입력일 : 201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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