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두 번째.
(음악)
이른 새벽. 도시가 그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날 때쯤 시내 후암동 주택가에
깊숙이 자리 잡은 300평 규모의 저택. 한 대의 택시가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면서
육중한 철문 앞에 멎는다.
(차 멈추는 소리)
(차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지금 막 택시에서 내리는 검은 코트의 여인.
(차 달리는 소리)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 몇 번 깊은 심호흡을 한 뒤, 철문 앞으로 다가간다.
(벨소리)
- 누구요?
- 저예요.
- 오, 당신이야?
- 잠깐만 기다려요.
(철문 열리는 소리)
자동개폐식 철문이 둔한 소리를 낸다.
- 어서 와요.
- 아... 일찍 깨셨군요.
- 아니야, 나 여태 작업실에 있었어.
- 그럼 또 밤을...
- 그게 뭐 새삼스러운 일이요? 그보다도 여행 즐거웠소?
- 네.
- 그렇다면 다행이구만.
- 자, 들어갑시다. 피곤할 텐데 씻고 자도록 해요. 나도 지금부터 한숨 잘 작정이니까.
- 네.
(발자국 소리)
- 여보.
- 어?
- 저...
- 말해 봐요. 뭘 가지고 그래? 혹시 여행 중에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었던 거 아니오?
- 아니에요. 절대로 그런 거 없었어요.
- 그런데?
- 당신한테... 할 얘기가 있어요.
- 그래, 얘기하라고 하지 않았소? 아, 우선 잠부터 한숨 자고 나서 말이야. 자, 우선 가서 씻기나 해요.
- 네, 알겠어요.
(발자국 소리 및 음악)
그날 오후.
(테니스공 치는 소리)
한겨울의 추위도 아랑곳없이 하얀 테니스공이 허공을 가른다. 북악산 아래에 자리 잡은 이면 넓이의 아담한 코트다.
- 아... 어이,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지.
- 아하하, 왜 그러세요? 어디 편찮으세요?
- 아니야, 그저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그래.
- 어머, 그러고 보니까 정말 안색이 안 좋으시네.
- 신경 쓰지 말아요. 뭐 쓰고 누울 정도는 아니니까.
한땐 대표급 테니스선수였으며 지금은 이 테니스코트의 주인이자 개인코치이기도 한 민삼열.
훤칠한 키와 귀족적인 용모로 코트에 설 때마다 여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사내.
그런데 오늘따라 그의 안색이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얼마 후.
(음악)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커피숍, 모모.
-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 음, 정말 걱정도 팔자라더니 괜찮아요, 난. 아 참, 그보다도-.
- 말씀하세요.
- 집엔 별일 없나?
- 집이라면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 말인가요? 아니면 그 여자의-.
- 또 그 말버릇.
- 선생님, 이해해주세요. 저한테 어머니는 절 낳아주신 분 한 분만으로 충분해요.
그 여잔 날 낳아주지도 않았고 키워주지도 않았어요. 그러니까 그 여자는 그 여자일 수밖에요.
- 이거 내가 얘길 잘못 꺼낸 모양이군.
- 아... 근데 갑자기 그 여자가 왜요?
- 음, 요즘 통 코트에 나오질 않아서 말이야.
- 아, 뭐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죠. 그보다도 선생님.
- 응?
- 혹시 그 여자한테 필요 이상의 관심 갖고 계신 거 아니에요?
- 이것 봐, 차인경. 사람들이 나랑 그 여잘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쯤은 나도 벌써부터 눈치 채고 있었어.
하지만 인경이 마저 그런 식으로 의심한다면 난 누구한테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지?
- 아, 미안해요. 제가 지나쳤다면 사과할게요.
- 뭐, 사과까지 할 건 없고.
(발자국 소리)
- 실례합니다.
- 네?
- 민삼열 씨죠?
- 네, 그런데요?
- 잠깐 저하고 얘기 좀 하실까요?
- 네?
- 어... 말씀들 하세요. 저 일이 있어서 그만 가봐야겠어요.
- 응,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구.
- 네. 자, 그럼.
- 앉아도 좋소?
- 앉으시죠.
- 음.
(발자국 소리)
- 누구시죠?
- 나, 강현배라는 사람이요.
- 강...현배?
- 싸롱 외뿔소의 조미령이 아시지?
- 미령...
- 어, 나 그의 애인 되는 사람이요.
- 네?!
(음악)
(전화벨 소리)
- 후암동입니다.
- (전화 음성)저, 인경이에요.
- 어, 오래간만이군.
- (전화 음성)별일 없죠?
- 아, 별일은 늘 그저 그렇고 그렇지. 왜, 한 번 들리지 않고?
- (전화 음성)아, 그렇잖아도 내일쯤 한 번 들릴 작정이에요. 그보다도 요즘 왜 코트에 안 나오시죠?
- 음. 아이, 저 아무래도 테니스가 나한테는 좀 벅찬 운동 같아서. 딴 이유는 없어요.
- (전화 음성)아, 그래요? 내가 괜히 테니스 권했나 보다.
- 별소리를 다.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미안하잖아.
- (전화 음성)아, 근데 아빠 계세요?
- 지금 작업 중이셔.
- (전화 음성)요즘도 이틀씩, 사흘씩 밤을 새고 그러시나요?
- 여전하시지, 뭐.
- (전화 음성)알았어요. 수고가 많으시겠어요. 그럼 내일 뵙겠어요.
- 그래요.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음...
윤세현. 지난 밤 여행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탓일까? 어림잡아 서른 안팎의 나이.
그런데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다.
- 저...
- 뭐죠?
- 이거...
- 음...
가정부 정 씨가 수신인의 주소만 있고 발신인의 주소가 없는 우편물을 조심스럽게 내민다.
- 으음... 아, 알았어요. 가서 일 보세요.
- 예.
(문 여닫는 소리)
세현의 희고 긴 손가락이 약간 떨린다. 이윽고.
(우편물 열어보는 소리)
봉투 속에서 나온 것은 두 장의 오페라 초대권. 세현의 얼굴이 순간 창백하게 굳어진다.
어디서 보내온 것일까.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야, 박아. 너 술잔 하나 놓고 제사라도 지낼 작정이야? 어서 잔을 비우고 나한테도 권해봐라.
- 아아이, 그만두세요.
- 야가 왜 이렇게 또 심통을 부리고 이러니?!
- 저요, 다신 안 속겠습니다.
- 속다니? 아니, 누가 널 속이기라도 했니?!
- 나 참, 한잔 톡톡히 산다고 해서요. 허리띠 잔뜩 졸라매고 기대했더니 겨우 쇠줍니까?
- 에이그, 아도 참.
- 이봐이봐, 너무 보채지 말어. 2차라는 것도 있고, 3차라는 것도 있잖어.
- 네, 2차도 있고 3차도 있죠! 하지만 반장님 얼굴 좀 보십쇼. 2차, 3차 가게 생겼습니까?!
게다가 지금 몇 십니까?!
- 야, 박아, 박아.
- 글쎄, 일 없습니다!
- 그러지 말고 그 차에서 봤다는 여자 얘기가 계속해라.
- 글쎄, 일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야가 이거 참 나.
(문 여닫는 소리)
- 어서 오세요.
(발자국 소리)
- 아, 여기 계셨군요.
- 무슨 일이야?
- 방금 상황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응?! 상황실에서?!
- 살인사건입니다.
(음악)
(광고)
(음악)
홍계일, 배한성, 박웅, 이경자, 이근욱, 오세홍, 설영범, 권희덕, 정경애, 양미학, 이기전.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종.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두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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