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추적자
야행열차 - 제1화
야행열차
제1화
1979.01.01 방송
(달리는 발자국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차 급정거 하는 소리)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

연속수사극 추적자.

(음악)

야행열차.

(음악)

고려식품 제공.

(광고)

(음악)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첫 번째.

(음악)

부산. 외항선원들이 단골로 드나드는 허름한 술집. 외항선원들뿐만 아니라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거물급 밀수책들과 밀항 알선책들이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는, 이를 테면 정보교환센터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및 잔잔한 음악 소리)

조명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컴컴한 한쪽 구석에 허름한 바바리코드 사내가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사내의 날카로운 시선은 아까부터 줄곧 사내에게 등을 돌린 채 카운터에서 역시 혼자 술 마시고 있는

짝달막한 사내의 등 뒤에 꽂혀있다.

- 어떡한다, 지금 덥쳤다간 패거리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고 으으흠...

- 호호홍, 아저씨?

- 어? 예예.

- 아이, 저 목이 몹시 말라요. 마실 거 한 잔 안 사주시겠어요?

- 예? 마, 마실 거요? 아, 저 말이지...

- 아잉, 무슨 남자가 그래요? 앉으라는 말도 안 하기에요?

- 아이고, 이거 죽여주는구만.

- 아하하하하, 앉아도 되죠?

- 아아아?

- 그쵸? 좋아요. 그럼 앉겠어요.

- 어어어...

이런 곳엔 어울리지 않게 화장기라곤 없어 보이는 얼굴. 그러나 대담하게 파헤친 앞가슴이

여인이 움직일 때마다 도발적으로 출렁인다.

- 아, 아이, 아가씨. 저 사실은... 난, 난 말이야. 에?

- 그만두세요. 사실은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 말이죠?

- 어이구, 나 이거 참.

- 그런 건 상관없어요. 아저씬 뭐 하시는 분이세요? 아니에요. 가만 계세요.

내가 알아맞힐게요. 음... 장사꾼? 깡패? 아하, 아니야. 아저씨, 형사신가 보다.

- 뭐...어?

박 형사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는 것과 거의 같은 순간, 카운터의 사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서더니 곧바로 출입문을 향해 나가고 있지 않은가.

- 아가씨, 미안해. 나중에 다시 보자구! 실례해요!

- 어머, 아유, 시시해. 뭐 저런 남자가 다 있어.

(달리는 발자국 소리)

(뱃고동 소리)

- 아니, 이 녀석이 어디로 꺼졌지? 이거.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부둣가의 뒷골목.

- 앗, 저 녀석!

짝달막한 키의 사내가 저만큼 외동 아래 모습을 드러내는가 했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윽!

(달리는 발자국 소리)

(열차 기적 소리)

- 야!! 서!! 서지 못해!!

(달리는 발자국 소리)

- 이 자식!! 이 녀석이!!

- 으윽!!

- 일어서! 너 장꼬마지? 대답해, 장꼬마지?

- 헤헥...헤헥...

- 아니, 이게?! 아유, 내가 참지.

- 하아...

- 너, 내 신경 건드리지 마라. 너 때문에 연말이고 연시고 깡그리 잡쳐버린 줄 알라구. 앞장 서, 빨랑. 빨랑, 임마!!

(음악)

- 뭐야?! 장꼬마를 잡았다구?

- (전화 음성)네, 알고 봤더니 이 녀석 대마도로 튈려고 손을 대고 있었지 뭡니까.

- 응, 아무튼 수고했다. 난 하도 소식이 없길래 니가 놈들한테 당한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했지 뭐야.

- (전화 음성)에이, 반장님도요.

- 자, 자세한 얘기는 우리 만나서 하기로 하고.

- (전화 음성)네.

- 당장 서울로 압송해. 밤차 타겠니?

- (전화 음성)에, 그렇게라도 해야죠.

- 응, 그럼 수고해라. 올라오면은 내 한잔 톡톡히 살 테니까.

- (전화 음성)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그래, 박아. 정말 고생했다.

- (전화 음성)말로만 그러실 게 아니라요. 저 한잔 단단히 기대하겠습니다.

- 헤헤, 그래. 자, 그럼 끊는다.

- 에이.

- 어떻게 됐대요?

- 그 장꼬마 녀석. 대마도로 튈려고 공작 중이었다지 뭐야.

- 아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는데요.

- 여하간에 중간보스가 잡혔으니까 그 허범길이 그 녀석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겠지. 자, 허범길이한테 가볼까?

- 예예.

(문 여닫는 소리 및 기차 달리는 소리)

부산발 서울행 야간열차.

(열차 달리는 소리)

3등 객실 구석진 좌석에 바바리코트로 가슴께에서 무릎까지를 감싼 채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내.

박 형사와 금괴밀수조직의 중간보스인 장꼬마다. 그런데 박 형사의 시선이 얼마 전부터 어느 한 곳에

머문 채 떠날 줄을 모른다. 그러니까 박 형사와 대각선으로 마주보이는 앞좌석에 그린 듯이 앉아 있는

검은 코트의 여인. 희미한 실내조명 탓으로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그 차림새와 단정한 자세만으로도

도무지 이 살벌하기까지 한 3등 객실엔 어울리지가 않는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공연히 위태로워 보인다는 표현이 옳을 런지도 모른다. 가끔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릴 때마다

유난히 드러나 보이는 오똑한 콧날. 그런데 여인의 옆자리에 자리한 말쑥한 차림의 사내가

갑자기 여인 쪽으로 몸을 돌린다.

(열차 달리는 소리)

- 늘 혼자십니까?

- 네?

- 혼자시냐구요.

- 음... 네.

- 막차를 타신 걸 보니 그럴 만한 사정이라도 있으신가 보죠.

- 아니요. 그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 아, 그래요? 전 보통 때도 밤차를 즐겨 타는 편입니다. 낮에는 맛볼 수 없는 어떤 흥분 같은 거

있지 않습니까?

- 네...

-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 심우봉입니다. 시 씁니다.

- 그러...세요?

- 표를 끊으면서 오늘 밤 좋은 말벗이라도 생겼으면 했더니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 죄송합니다. 저는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요. 말벗이 필요하다면 자리를 바꿔드릴 용의는 있어요.

- 네?!

(열차 달리는 소리)

마치 무성영화라도 보듯 박 형사가 두 남녀의 대화를 눈으로만 지키고 있는데.

- 형사님.

- 응? 응.

- 담배 있으면 한 대만 꿉시다.

- 뭐? 나 이것도 여러 가지 하네.

박 형사가 한쪽 손으로 불편하게 담배를 꺼낸다.

- 기왕이면 불도 좀 빌립시다.

- 알았다, 알았어, 알았어. 치, 이거야 원.

- 형님.

- 뭐야, 또?

- 우리 이거, 아, 이러지 않을 수 없습니까?

코트 아래쪽엔 박 형사의 왼쪽 손과 장꼬마의 오른쪽 손이 한데 묶여 있다.

- 기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거 우리 좀 신사적으로 놉시다.

- 제발 형님, 신사 너무 밝히지 마셔. 형님이 지금 신사 찾게 되셨소?

- 그러는 형님도 신사되긴 다 틀린 모양인데.

- 뭐야?! 어?

- 아까부터 웬 남의 여자는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유?

- 으...응? 으으으응.

- 형님도 꽤 순진하셔.

- 시끄러, 임마.

- 그러나 저러나 형님이 한수 늦었수다.

- 늦다니?

- 그 여자 벌써 떴수.

- 음?!

박 형사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마주보이는 앞좌석 쪽을 향했다. 그러나 조금 전까지 그 자리에

앉아 있던 검은 코트의 여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멀쑥한 차림새의 사내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 흐음, 어, 이거 참...

(열차 달리는 소리)

- 아하하하하하하.

- 웃지 마, 임마.

- 저 때문에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 어? 이게?

- 미련두지 마십쇼. 혼자서 밤차 타는 여자, 다 그렇고 그런 여자라고 봐도 틀림없습니다.

- 시끄러, 어?

- 으으하하하하. 하하하하.

(열차 달리는 소리)

(음악)

(광고)

(음악)

홍계일, 배한성, 이경자, 이근욱, 김환진, 안경진, 이기전.

해설 김규식. 음악 오순종.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극본 신명순, 연출 이형모. 추적자 야행열차 첫 번째로 고려식품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2.01)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