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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
제29화 - 사랑하는 감정이 좀 균형을 잃었을 뿐...
제29화
사랑하는 감정이 좀 균형을 잃었을 뿐...
1979.03.29 방송
인생극장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은 1979년 03월 01일부터 1979년 03월 31일까지 31회에 거쳐 방송되었다.
고은정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아홉번째

- 수화 보고 뭐라고 그러죠?

- 그냥 입원 시켰다고 하지 뭐.

- 어차피 알아야 할거 아니에요?

- 상처 낫는 동안에 정신 치료도 받을 테니까 그 안에 효과가 있겠지.

- 아휴, 무슨 난린지 원. 그래도 교통 사고로만 끝난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 글쎄 말이야. 나는 스톤이 정신 깨어 났을 때 경찰관 한테 횡설수설 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 했어.

- 내가 신랑 하난 잘 골랐지.

- 뭐 뭐야? 헬렌이 나를 골랐어?

- 아니면요. 세고 센 사람 중에 뚱돼지 같은 중국 사람 한테 누가 시집을 와요? 나니까 골라 줬지.

- 하하하 이거 이거 정말 웃기는군. 나야말로 세계 각국의 처녀들이 세고 셌는데 어째서 헬렌하고 결혼 했겠어. 자선 사업 하느라고 한거지.

- 아이구 그랬다고 칩시다. 아 어쨌든 결혼하고 20년이 넘어 피차 손해본거 별로 없으니 되지 않았어요? 으이구 이 곰동지 같은 양반아.

- 내가 곰동지야?

- 당신, 말은 좀 헤프고 그래도 순석이나 순석이네 식구들 한테 마음 쓰시는거 보면 얼마나 곰동지 같으우? 순석이 횡설수설 할까봐 어쨌다구요? 가슴이 조마조마 했어요?

- 아 안그럴 수가 있어? 다른데도 아니고 연방 경찰인데 까딱 잘못 하다가 정신에 이상 있다구 체크가 되면 어떡할거야?

- 그래요. 그건 사실이죠.

- 밤낮 야채 가게나 하면 모를까 영호, 영아 이 다음에 어디 취직 하려고 해도 신원 조회에서 드러나면 재미 없을거구.

- 까딱 잘못해서 무슨 불상사가 일어나도 정신이 이상한 걸로 몰기 쉽구요.

- 하여튼 차이나 타운 병원에 입원 시킨건 우리 잘 한거야.

- 아휴 그건 잘 한건데 수화나 애들한테 어떻게 얘길 하느냐가 문제지요 뭐.

- 다른 병원보다 그 곳이 싼 곳 이라서 그랬다고 하지 뭐.

- 그래요. 어쨌든 우리 연극 잘 해봅시다.


- 아니, 그럼 넌 순석씨가 어느 정도로 사고가 나서 입원을 한 건지도 모르는 채 있었구나?

- 그렇지 뭐. 나 역시 3일은 더 입원을 하라는 의사의 지시였으니까 병원에 누운 채로 소식을 들을 밖에 도리가 없었지 뭐.

- 아이구, 그 동안 가게며 집이며 어떡했니 그래? 여기 사람들 보험 혜택으로 병원에 입원해도 돈 문제는 큰게 아니거든? 근데 나도 사흘 누웠으면서 절실히 느꼈지만 몸 편한 생각 하면 누가 입원을 안하겠니. 돈 벌일 못 하고 누웠다는게 오금이 쑤셔서 죽을 병 아니곤 입원을 안하는 거야. 시간이 곧 돈 이니까.

(따르릉~)

- 전활 안 받지?

- 여보세요? 네? 아, 미안 합니다. 배달은 갈 수가 없는데요? 절약도 하실 겸 가게까지 나와 주시면 어떨까요? 네? 아, 그러신 줄은 알겠지만 미안 합니다. 사람이 없어서요. 다른 가게로 부탁을 해보시죠. 갖다 주지 못 한다는데 욕은 왜 욕이야? 저희 바쁘나 여기 바쁘나 마찬가지지.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네. 배달은 안 되겠는데요. 미안 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어서 오세요.

- 영호, 영아가 때때로 도와 준다고 해도 케이 혼자 가게를 지킨다는 건 힘든 일이었어. 그러니 그 동안 단골 손님 다 놓치고 우린 2~3일 가게가 좀 어떻다고 단골을 옮기거나 별로 그렇진 않잖아. 여긴 단박이야. 그래서 단골 맺기도 쉽고, 잃기도 쉽고 그렇단다.


- 영아야, 너는 엄마하고 뒷 자리에 타라. 영호는 고모하고 앞에 타고. 헤밀턴 씨, 미안 합니다. 일부러 이렇게 오셨는데.

- 아닙니다. 나는 또 라이드 할 차가 없을까봐 온 거죠.

- 헤밀턴 씨, 와 주신것 만으로도 감사 합니다. 바쁘실텐데 이렇게 까지 신경을 써 주셔서.

- 그보다 미스터 변이 아직 쾌유되지 않았다니 유감 입니다. 상관 없다면 한 번 문병을 가고 싶습니다만.

- 빨리들 오지 않고 뭐 하는 게야?

- 지금 가요. 갈게요.

- 저 그럼, 헤밀턴 씨 안녕히 가세요.

- 수화, 빨리 가자구.

- 아무쪼록 건강 조심 하십시오.

- 감사 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네. 어서 가십시오.

- 헤밀턴 씨 안녕히 가세요.

- 안녕.


- 아휴.

- 엄마, 살 거 같죠?

- 그래. 살 거 같다.

- 원, 녀석. 언제는 엄마가 뭐 죽을 거 같았니?

- 고모 처럼 병원에 누워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 그래. 그래. 맞았다. 너희 고모는 너무 건강해서 징그러워요.

- 아니, 뭐예요? 복에 겨우면 겹다고 하세요.

- 가끔 미세스 변 처럼 쓰러지고 그러면 내 병원에 꽃도 사가고 할텐데. 20년 동안 한 번도 안 쓰러졌거든?

- 하하하하.

- 가는 길에 차이나 타운에 들르면 안 될까요?

- 응? 아이 거긴 뭣 하러 가? 가봐야 면회도 안 되는걸.

- 고모부가 같이 가시면 되는거 아니에요?

- 그래요. 고모부 빼고는 면회 좀 하지요.

- 도데체 아빤 얼마나 다치신 거예요? 고모가 우리 한테 거짓말 하는거 아니에요?

- 얘는 뭘 거짓말을 해? 찰과상에 불과 하다니까.

- 그런데 입원까지 할게 뭐 있어요?

- 남자라두 얼굴에 흉 있는 건 나쁘다. 정형 수술 까지 하려면 시간이 걸려서 그런거야.

- 정형 수술 이라니 얼굴이 어떻게 됐는데요?

- 아이구, 저 이는 저렇게 과장을 한다니까. 아이 저 정형 수술이 아니라 처음부터 흉터가 생길까봐 치료를 신중히 한다는 말이야.


- 치료를 신중히 한다는 헬렌 고모의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이 섬칫 하더구나. 그렇지 않아도 하필이면 차이나 타운에 있는 병원에 갈게 뭔가 하고 처음부터 걸렸었거든.

- 음. 그렇겠지. 전에 차이나 타운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얘기가 쇼크 였을텐데.

- 여기 와보니까 정신과 의사한테 카운셀링을 받는 미국 사람 의외로 많어. 하지만 한 시간에 40~50불 씩 내면서 카운셀링 받는 환자라면 왠만한 수준으로야 어림이나 있니? 하, 게다가 더 우스운건 공개적으로 정신과 의사 한테 비싼 돈 내면서 카운셀링을 받는 사람은 오히려 치명이 아닌데, 한 번 정신이 이상 하다고 낙인이 찍히거나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던 사람은 치명이 되는거야. 어떻게 보면 자기가 병인 줄 아는 사람은 오히려 병자가 아니라는 얘기가 되는거 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불공평한 일이니?


- 아닙니다. 저는 정말 이상이 없습니다.

- 글쎄, 누가 이상이 있다고 그랬습니까. 미스터 변의 증상은 누구 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지요.

- 선생님, 지금까지의 모든 데이터를 내보셨으니 알겠지만 전 정신이 혼미해서 과오를 범하거나 한 일이 한 번도 없어요. 그 전에도 그러셨지요. 지극히 정상이다. 앞으로 마음 먹기에 따라서 더욱 튼튼한 신경을 가질 수 있다.

- 물론 그랬지요. 그 말에 하나도 틀림이 없어요. 다만 당신은 사랑하는 감정이 좀 균형을 잃었을 뿐 이에요.

- 사랑하는 감정이 왜 균형을 잃어요.

- 맨 처음 부인과 헤밀턴 씨가 심상치 않다고 단정한게 언제였나 더듬어 보십시오.

- 글쎄 몇 번이나 말 했습니까? 처음부터 그 사람 눈짓이 고약 했다구요.

- 당신은 고용인 케이 한테서도 심상치 않은 기미를 느꼈다고 했지요? 매형이 되는 리차드 왕도 지나치게 친절 했다고 했지요?

- 사실 입니다. 하나도 틀림이 없어요.

- 그렇다면 부인이 어땠다는 얘기는 하나도 없잖아요.

- 네? 그렇지만 그게...

- 말해 보십시오. 그게 그거 아니냐? 동시에 둘의 눈짓이 고약했고, 동시에 심상치 않은 기미를 보였고, 동시에 친절 했었다고 말하고 싶은거지요? 어때요. 그런 겁니까?

- 증거가 있어요. 뚜렷한 증거가.

- 무슨 증겁니까?

- 전엔 안 그랬는데 날 피합니다.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고 내가 싫어진 증거지요.

- 부인한테 확인 해 보셨어요?

- 했지요.

- 부인은 뭐라고 하던가요?

- 피곤 하다는게 대답 이었습니다.

- 거짓말이라고 생각 하셨습니까?

-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믿어지고, 어떤때는...

- 안 믿어 졌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 어떤 생각 이라니요.

- 떠오르는 얼굴 이라던가 혹은 죽고 싶다던가 죽이고 싶다던가.

- 모르겠어요. 하여튼 분명한 것은 아내와 주변의 사내들과의 불륜스런 환상이 때때로 살아 오는 겁니다. 미치겠습니다. 미칠 것 같아요.

- 미칠 것 같은게 아니라 당신은 미쳤습니다.

- 네?

- 어때요. 나를 때려주고 싶지 않나요? 아니면 뭔가는 자신이 이상이 있다는 걸 자인하고 싶은가요?


- 그 인 멀쩡한 사람을 갖구 왜 이러느냐고 할 만큼 돌진 않았던거야. 본래 얼마나 결이 고운 사람 이었니.

- 아휴, 그래.


- 극본 고은정,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에즈베리 파크의 저녁 놀 스물 아홉번째로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 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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