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
제28화 -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지도...
제28화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지도...
1979.03.28 방송
인생극장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은 1979년 03월 01일부터 1979년 03월 31일까지 31회에 거쳐 방송되었다.
고은정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여덟번째.

- 자, 좀 마셔라. 목 좀 축이렴.

- 어. 고맙다.

- 야, 이거 멀리서 온 친구 이렇게 부려 먹기나 할거냐?

- 미안해.

- 치. 그 소리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다. 너희 남편한테 배운거냐?

- 웃기지 마. 웃을 기운도 없어.

- 그래 헤밀턴 이라는 사람하고 교회에 마당에서 그 쇼가 벌어진건 순석 씨가 못 본 거니?

- 흠.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비연했나 너 아직 모를거야.

- 그래?

- 내가 얼마나 대단해 졌는지 아니?

- 허허허. 어떻게 대단해 졌는데?

- 얼마나 사나워 졌다구.

- 그거 다행이구나 뭐. 사나워야 여기서 살거 아니니?

- 내가 사나움 피우면 너 아마 벌벌 떨거다.


- 들어와서 얘기해요. 뭐예요? 뭐가 또 트집 이에요?

- 아니 왜 왜이래? 미쳤어?

- 난 나대로 영호 보러 간 거고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교회에 온 거에요. 그런데 어째서 같이 나왔느냐구요?

- 우연치곤 너무 이상 하니까 그 사람이 거기 왜 왔느냐고 물었잖아. 그게 무슨 트집이야?

- 사전에 또 무슨 약속이 돼있던 거냐곤 안 물어요?

- 나 참, 적반하장 일세.

- 뭐가 적반하장 이에요?

- 내가 뭘 어째다고 이렇게 길길이 뛰는거지? 정말 뭐가 있기라도 한거야?

- 차츰 본론이 나오는 군요.

- 뭐야? 본론? 너 같이 바람이 삥삥하게 차서 아무나 보고 셀셀대는거 하곤 상대를 안 하기로 했어. 아예 재쳐 놓기로 했다구.

- 뭐예요? 말 다한 거예요?

- 아니 엊다대고 바락바락 덤벼? 또 맛을 봐야 알겠어?

- 아니!

- 아니 이거 정말 미쳤네.

- 미치긴 왜 미쳐요. 정작 미친건 누군데.

- 뭐야?

- 미쳐서 치료까지 받은게 누군데.

- 아니. 그런 얼굴 하지 말고 덤벼 봐요. 언제부터 그렇게 병신이 됐어요. 너 까짓거 없으면 내가 혼자 못 살줄 아느냐고 덤비지도 못 해요? 두들여 패서 내치게 되게도 못 해요? 그 까짓 치료 좀 받은게 뭐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숨겨요. 그 까짓게 뭐라고 여편네 까지 한테 숨겨요. 세상이 다 알고 있어도 여편네만 모르면 될 것 같았어요? 모르고 있어야 붙어있을 것 같고 알면 당장이라도 달아나 버릴 것 같았냐구요.

- 씨...

- 어디 가요! 어디로 도망치는 거에요! 서요! 서란 말이에요!


- 일종의 히스테리 현상 입니다. 흔히 오랜 동안에 긴장과 과로에서 폭발하는 임시 현상 이지요. 곧 회복 될 겁니다. 보호자 되십니까?

- 아닙니다. 아, 예. 그렇다고 해 두지요. 케이, 챠우챠우에 연락 했습니까?

- 미스터 변의 연락을 받고 연방 경찰에 갔답니다.

- 자, 환자가 깨어날 때 까지 나가서 기다려 주십시오.

- 저 죄송 합니다만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환자 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면 그러시죠. 허나 환자는 절대 안정이 필요 합니다.

- 감사 합니다.

- 자, 그럼.

- 케이, 내 차로 집에 돌아가서 아이들 데려 오십시오. 수의 회복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필요 할 겁니다. 키 여기 있어요.

- 헤밀턴 씨, 제가 경솔 했던 것 같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 쉬이... 지금 지난 얘길 할 때가 못 됩니다.

- 다녀오겠습니다.

- 으흠....


- 조, 같이 가요. 무서워요. 전쟁이 나고 석 달 동안 우리 애기하고 나 죽을만큼 무서웠어요. 이제 겨우 만났는데 또 어디로 간다는 거에요. 조, 제발 같이 가요. 네? 무서워요.

- 빨리 남쪽으로 가는 기차 타십시오. 난 밀선으로 가는 겁니다. 거긴 수임 못 따라와요. 나 이제 죽을지도 몰라요. 수임 내 말 들어요.

- 조, 안돼요. 조 죽으면 나도 함께 죽어요. 나 무서워서 혼자 못 갑니다. 조, 제발 날 데리고 가 줘요.

- 오, 수임. 빨리 타십시오.

- 싫어요. 부대가 이동하는 곳이 어디에요. 나 혼자라도 따라 갈 겁니다. 제발 버리지 말아요, 조.

- 수임 수임, 이러면 안 됩니다. 나 떠나야 할 시간 입니다. 수임, 남으로 가 계십시오. 전쟁 끝나면 나 꼭 수임과 애기 찾습니다. 약속 할게요. 자, 빨리 타요. 이제 저 기차 떠나면 남으로 가는거 없습니다. 수임. 오! 수임, 꼭 살아 있어야 합니다. 내가 반드시 찾을 겁니다, 수임.

- 조! 조! 조!


- 수, 정신이 드십니까?

- 아니, 아니 여기가...

- 병원 입니다. 안심 하십시오.

- 그 인 우리집 그 인 어떻게 됐어요?

- 연방 경찰에서 연락 받고 헬렌 부부가 갔다고 했습니다. 무사 할 겁니다.

- 헤밀턴 씨 께선 어떻게.

- 네. 케이가 연락을 해왔습니다. 수가 흥분해 있다고. 기억 없으십니까?

- 어딘가 달려가고 있었어요. 거기가 어디였지요?

- 하이웨이 였습니다.


- 창 밖에 하늘을 보십시오. 가을 입니다.

- 한국은 가을이 참 아름다워요.

- 네. 나도 한국의 가을을 기억 합니다. 겨울도 봄도 그리고 여름도요. 어제처럼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 전쟁 때 라고 하셨지요?

- 그렇지요. 그 여름부터 겨울까지 두 번의 후퇴를 나는 생생하게 기억 합니다. 서정리 라고 지금도 그런 지명이 있겠지요?

- 아이 그럼이요.

- 전세가 회복 되면서 나는 곧장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임 에게로 갔었지요. 애기와 수임을 만나기 위해서.

- 기다리고 있었나요?

- 기다렸습니다. 기차 선로가 있는 도로변 한 줌 흙에 덮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어머나, 애기두요?

- 애기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 남쪽으로 갔다고 했습니다.

- 그러셨군요.

- 아직까지도 난 수임에게 빚을 갚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 혹은 죽었을지 모를 내 아들에게두요.


- 어떻게 된거야 케이 아저씨?

- 아버진 어디 계신 거에요?

- 곧 돌아 오시겠지. 헬렌 고모가 갔으니까.

- 거기가 어딘데요?

- 링컨 철교.

- 자동차 사고야 그럼?

- 그런 셈이지.

- 많이 다치신 거야?

- 아직 모르겠어. 헬렌이 전화를 했는데.


- 케이? 어. 수화는 좀 어때? 다행이군. 어. 여기는 걱정 말어. 저 병원에 가더라도 아무말 하지마. 큰 부상은 아니니까. 우리 곧 그 쪽으로 갈테니까 그렇게 알아요.

-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에요 케이 아저씨. 엄마도 그럼 차 사고야?

- 아니야. 이제 가 보면 알겠지만 과로로 쓰러지신 거야. 영안 엄마한테 아무것도 묻지마. 알겠어?

- 왜?

- 환자는 신경이 예민한 법이잖아?

- 불미스런 일이 일어난 거군.

- 뭐야?

- 우리 선생님이 편지에 그러셨어.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 하더라도 핑계 대지 말고 꿋꿋히 살라고.

- 영아 이제 보니까 어른 이구나?

- 뭐가.

-선생님 편지가 제일 기다려지지? 그 선생님 미남 이시니?

- 케이 아저씨 나쁘다. 아저씨 같이 껄렁패는 아니야 우리 선생님.

- 뭐야? 내가 껄렁패야?

- 아니면. 아저씬 일생동안 세계를 떠돌이 처럼 다니며 산댔잖아?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애인도 없이.

- 뭐? 애인? 정말 영아 다시 봐야 겠는데?

- 영아야, 우리 지금 드라이브 나온거 아니야. 잘못하면 우리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할지도 모른단 말이야.

- 왜. 뭘 보고 그러는 거야.

- 그냥 예감이야.


- 극본 고은정,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에즈베리 파크의 저녁놀 스물 여덟번째로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9.28)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