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
제17화 - 미국이라는 나라의 마력을 연구하는 중이죠.
제17화
미국이라는 나라의 마력을 연구하는 중이죠.
1979.03.17 방송
인생극장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은 1979년 03월 01일부터 1979년 03월 31일까지 31회에 거쳐 방송되었다.
고은정 극본, 이규상 연출 열 일곱번째

- 아가씨 타시오. 뉴욕까진 다 안가지만 그 가까이 까지 가는 차니까.

- 노 땡큐.

- 괜찮아요. 타요.

- 안탄다니까요. 흥!

- 싫으면 관둬라. 얻어 타는 주제에 저런거 까지 괄세해? 드러워서.


- 우리나라는 그런 광경 아직 없죠? 고속도로변에 서성거리고 있는 무전 여행자. 가슴에 커다랗게 가는 방향의 지명을 매달고 서 있는 젊은이들 말이에요. 변순석 주말에 오후 필라델피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말동무 삼아 모처럼 선심을 쓰려고 했는데 퇴짜를 맞은 것입니다.


- 드러워서 참.

- 어머, 어서 오세요.

- 미스터 변은 어디 갔습니까?

- 헤밀턴 씨는 오시면 미스터 변만 찾으시는 군요.

- 오, 아닙니다. 사실은 부인을 보러 오는 거지요.

- 정말 이세요?

- 나 거짓말 안합니다. 부인은 너무 너무 매력적이십니다.

- 그냥 수라고 불러 주세요.

- 오, 수. 이름까지 아름답군요. 나 수를 처음 본 순간부터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 어머나. 어쩜.

- 수, 나 고민 했어요. 당신은 남의 부인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많이 자제를 했습니다만 이제는 어쩌는 수가 없군요. 수, 당신을 사랑 합니다.

- 사실은 저도 처음 뵜을 때 부터 남 같지 않았어요.

- 오, 수.

- 야 이 새끼야!


- 얘, 니가 처음에 그런 말을 할 때만 해도 난 긴가민가 했다. 그런데 다 늦은 밤 시각에 전화로 시시덕 대는걸 보니까 정말 예사 사이가 아니더라. 그 꽃다발 얘기도 끝내 안하지? 헤밀턴이 자기가 보냈단 얘길 수화한테 했을거야. 근데 어쩜 너한테 한마디가 없니? 아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면 너한테 말 한마디 못 할게 뭐있어. 그렇잖아?


- 수, 큰일 났어요.

- 왜그래?

- 신고를 할까요?

- 뭔데 그래? 밖이 왜 저렇게 소란하지?

- 오후에 영호 미식축구 시합 있다고 그랬지요?

- 그런데.

- 싸움이 붙은 모양인데요. 저기 창너머로 보세요. 저기 깜둥이들 틈에 영호 맞지요?

- 어머나, 저걸 어쩌지? 케이, 어떻게 해야돼? 응?

- 글쎄 신고를 하면 나중에 어떤 보복이 올지 그걸 모르겠고, 영호도 어쩌면 원하지 않을 거거든요?

- 아니 제 몸이 상할텐데 원하지 않다니?

- 비겁쟁이로 몰리면 지내기가 더 어렵죠. 경찰이 누구 편을 들런지도 모르고.

- 무슨 소리야? 경찰이야 죄 없는 사람을 보호 하라고 있는거 아니야? 아이 참.

- 그렇긴 하지만 저런 싸움이야 누가 먼저 잘못 한건지 애매 하잖아요. 그럴때는 맡아놓고 불리하죠. 영호는 코리안 이니까요.

- 코리안이라서?

- 놔두죠. 죽진 않을거에요.

- 뭐야? 끔찍한 소리 하네. 케이, 어떻게 좀 해봐. 내가 나가볼까?

- 아 수, 안돼요.

- 아이 어쩐담. 아빠도 안계시고 고모 한테라도.
여보세요?

- 아, 여보세요?

- 고모부세요? 저 수화에요. 저 지금 영호가 파크 야드에서 패싸움을 하고 있는데 어떡하지요?

- 뭐 뭣이? 어떡하나.

- 신고를 할 수도 없고, 말릴 사람도 없고 어떡해요? 고모부.

- 이 이거 야단났군. 조금만 기다려봐. 영호 태권도 잘해서 일나지 않는다. 스톤이 없나?

- 네. 필라델피아에서 아직 안왔어요. 어머나! 고모부, 전화 끊겠어요.
영호야! 영호야!

- 아, 엄마.

- 저 많이 다친거냐? 어디야?

- 걱정 말아요. 새끼들 겁 먹었으니까.

- 아니, 뭐야?

- 내가 본떼를 보여줘서 다 잘됐는데 마지막에 한 놈이 칼을 뽑아서 던지잖아. 여기 허벅다린데 정통으로 맞진 않았어. 칼을 맞고도 쫓아가서 냅다 이단 옆차기로 메다 꽂으니까 개구리처럼 엎어지잖어?

- 그게 자랑이냐?

- 엄마, 서울 있을 때 도장에 나오기를 잘했지? 이제 이 동네에서 나 깔볼 자식은 없을거야.

- 알았어. 그만 얘기해. 아빠가 오셔야 병원엘 가지. 차가 없으니 우선 저 케이 침대에라도 좀 누워야겠다.

- 영호, 자 나 붙들어.

-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네. 네. 어서 오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 몇 시 쯤에 리키 차가 왔어?

- 오시기 전에 바로요.

-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몰라?

- 모르겠어요. 리키하고 수가 같이 데리고 갔으니까요.

- 많이 다친거 같애?

- 허벅다리 있는데 상처가 꽤 깊은거 같았어요.

- 망할놈의 껌둥이 새끼들.

- 왜 이런곳에 자릴 잡으셨죠?

- 뭐?

-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 있는 집은 이런곳에 살지 말아야지요.

- 골라가면서 살 만한 여유가 없었어.

- 지금도 후회 안하세요?

- 무슨 후회?

- 미국 오신거요.

- 건방지군.

- 뭐가요?

- 그런걸 왜 묻지? 수화 한테도 물었다면서.

- 네. 이해가 좀 안돼서요.

- 뭐가?

- 제가 보기엔 두 분이 남의 나라에 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것 같아요. 이런 야채가게 까지 하면서 말이에요.

- 케이, 넌 우리집에서 일을 하는게 아니라 우릴 실험대에 올려놓고 관찰 하는거냐?

- 그런게 아니라 전 도대체 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마력이 뭔가를 연구하는 중이죠.

- 마력?

- 우리 일본에서도 전에는 많이 와서 살았죠. 중국 사람들이 주로 했던 야채가게, 식품점, 세탁소를 물려 받아서 그런거 하면서도 미국시민 되는걸 후회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젠 잠시 와서 돈 벌어 가지고 고국에 저금하고 그리곤 떠나지 여기 시민 될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거든요. 다 그런건 아니지만 아직도 여기 와서 살려구 이태리, 중국, 한국 같은데서 와가지고 여기 사람들이 힘들어서 안하는 일을 맡아 하면서 돈을 벌어 보겠다고 기들을 쓰는게 난 암만 생각해도 수수께끼에요.


- 순석은 새파란 일본 청년 케이의 지껄이는 말이 아니꼬왔지만 새삼스럽게 자신을 돌아 봤습니다. 왜 이민을 결심 했었던가. 정말 뚜렷한 목적이 있었나. 이민와서 그럭저럭 2년이 지나가는 지금 얼마나 돈을 벌고 얼마나 보다 잘 살게 됐나.

- 하지만 후회는 안한다. 후회는 더 있다 해도 늦지않아.

- 케이가 말한 미국의 마력은 바로 이것 이었습니다. 후회는 더 있다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 뛰면 뛸수록 앞길이 탄탄히 열릴것 같은 환상을 안겨주고 그래서 마냥 뛰게 만드는 마력이 그곳에 있었던 겁니다.


- 아, 이제 돌아오는 군요.

- 어떻게 됐어?

- 여보!

- 아하 괜찮아. 꼬메는 수술 마쳐 했다.

- 다치고 들어와서 멀쩡하게 얘길 하길래 그렇게까지 상처가 깊은줄은 몰랐어요. 어쩜 그렇게 태연한지. 얼마나 아팠겠어요.

- 또 울어. 생명 아무일 없는데 이제 안심해도 된다.

- 자, 울지마. 미안해. 내가 나가지 않았어야 하는건데.

- 아이들을 위해서 오는거라 수십번 다짐하면서 여기 왔어요. 그런데 아이들 위해서 우리가 뭘 해줬지요? 들판에 팽개치듯 망아지 처럼 자라는걸 보려고 검둥이 아이들 틈에 끼어 엎치락 거리는걸 본연히 창 너머로 보면서도 다칠걸 알면서도 꼼짝 할수가 없었어요.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밖에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단 말이에요. 아이가 서른 바늘이나 꼬매도록 칼을 맞을 때 까지 말이에요.


- 극본 고은정,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에즈베리 파크의 저녁놀, 열 일곱번째로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9.28)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