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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
제14화 - 한국 사람은 왜 그렇게 악발이죠?
제14화
한국 사람은 왜 그렇게 악발이죠?
1979.03.14 방송
인생극장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은 1979년 03월 01일부터 1979년 03월 31일까지 31회에 거쳐 방송되었다.
고은정 극본, 이규상 연출 열 네번째


- 나, 챠우챠우에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 네. 필라델피아에서 전화가 와서 알았죠.

- 뭐라고?

- 그냥, 이 선생 부인이 얼마나 힘드냐 그러면서 안부 전화 했어요.

- 죽을 지경이라고 그러지 그랬어. 도망가고 싶다고.

- 네?

- 케이가 뭐라고 했다고?

- 네. 아까 말했잖아요. 이번 주말에 놀겠다고 임시로 다른 사람 고용 하시라구요.

- 그런 얘기가 그렇게 중요해서 일부러 전화를 하고 그러느냐구.

- 걸래서 건게 아니라 이 선생 부인이 그러데요. 당신이 영호 걱정도 하고 그랬다면서 돌아가는 길에 챠우챠우에 들리겠다고 했으니 거기 계신가보다 하고 전화 끊고 생각하니 사람 임시 쓰는 문제도 어차피 챠우챠우 근방에서 알아 볼거니까 알려 드려야 겠다 싶어서 걸었지요.

- 아니 내가 무슨 못된 짓이라도 하고 다니는 것 같이 보여?

- 아 저, 사람 알아보고 오셨어요?

- 어. 이번 주말에 우리끼리 하기로 했어. 영호, 영아 다 나오래지 뮈.

- 여보, 아이들 집에서만은 일 안시켰으면 좋겠어요.

- 고용인 일당 주나 집에 아이들 일당 주나 그게 그거 아니야?

- 그렇긴 하지만 왠지 미국 사람 다 된거 같고, 아이들 하고 거리가 생기는거 같고 그래요. 차라리 다른 사람 쓰는게 낫지.

- 한가한 소리 말어. 아이들을 쓰면 최소한도 물건 빼내는 일은 없을거 아니야.

- 그까짓 과일 정도 먹는걸 빼낸다고 할 수 있어요? 기껏해야 5, 60전 일텐데.

- 본전 5, 60전 벌려면 어딘데 그래? 땅 파면 5, 60전 나오나?

- 당신, 서울에서 그렇게 무서웠으면 우리 진작에 재벌 됐을 거에요.

- 됐겠지. 아직도 늦지 았았어.

- 뭐가요?

- 달러로 재벌 되는거야.


- 달러로 재벌이 된다. 10전 20전 남는 장사로 재벌이 되려면 한참 걸려야 되겠죠? 허나, 착실하게 몸값을 치르면 언젠가는 재벌이 된다는 신념을 심어주는 것이 그 쪽 풍톱니다. 신념이라기 보다 차라리 일종의 마취제 같은 것이라 그럴까요?


- 어서오... 아니.

- 하하하하. 미스터 변, 반갑습니다.

- 어서 오십시오. 왠일 이십니까?

- 네. 난 뉴욕에서 오션타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입니다. 부인, 어디 가셨습니까?

- 네. 아직 안나왔습니다. 주말이라서 집에 정리할 일들이...

- 어, 그렇습니까. 이거 부인 드리십시오. 후리지아는 향이 은은해서 내가 참 좋아하는 꽃 입니다.

- 뭐 이런거 까지. 감사 합니다.

- 가게가 참 아담 합니다.

- 네. 벌써 좁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처음엔 넓어 보였는데.

- 일본인 고용을 두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네? 누가요?

- 일전에 부인께서 그러시던데.

- 아니 그러니까 헤밀턴 씨 께서는 제가 없는 사이에 가게에 오셨었군요. 몰랐습니다. 죄송 합니다.

- 아니요. 와보기는 처음 입니다. 일전에 부인께서 전화를 주셔서.

- 아, 네. 아유 이거 의자도 마땅치 않고 죄송 합니다.

- 천만의 말씀 입니다. 한국 떠나신거 일년 넘었다고 했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 많이 달라졌지요?

- 그럼요. 전쟁 때 보셨으면 이젠 전혀 다른 나랍니다.

- 예. 사진으로 그 모습 많이 봤어요. 한 번 가보겠다고 하면서도. 아하하. 국내 여행은 자주 하는 편인데 말입니다.

- 출장 다니십니까?

- 그렇다고 할 수 있죠.

- 네. 오션타워에는 그럼 누가?

- 네. 월남에서 온 고아가 셋 있습니다. 내 아이들인 셈이지요.

- 네.

- 언제 한번 부인과 우리집에 오십시오. 초대 하겠습니다.

- 감사 합니다만 쉬는 날이 없어서.

- 오, 참 그렇군요. 이거 유감 입니다.


- 왠일들이세요?

- 주말에 수고가 많군.

- 뉴욕 나가는 길이야.

- 네. 잠깐 들어 오세요.

- 어. 들어 가지.

- 어. 수화는 아직 안나왔군?

- 네. 아이들하고 좀 있다 나올거에요. 아직 바쁜시간 아니니까 뭐.

- 스톤이 부부도 같이 가 했으면 좋을걸.

- 어디 가시는데요?

- 응. 6개월 전에 예약 해 둔 브로드웨이 뮤지컬 보러 나가는 길이야.

- 그러세요?

- 스톤이도 배우 했다고 했지?

- 네. 옛날 얘기지요.

- 하하. 배우 한 사람이 밤이나 낮이나 사과 팔고, 오이 팔고 유감이다 이거.

- 그렇게 안됐으면 그 뮤지컬 얘네들 보라 그럴까요? 우린 대신 가게 봐주고.

- 아 아이고 무슨 말씀이세요?

- 괜찮아. 지금은 돈이 많이 벌어 해 놓고, 이 다음에 그런거 구경 해 하지.

- 물론이죠.

- 아 아니, 이거 왠 꽃다발이냐?

- 네. 저저 누이 그 극장에 가지고 가시죠. 주인공 한테 증정 하시면 좋아할거 아니에요?

- 얘, 왠거야? 이거 적잖이 줬겠는데.

- 선물 들어 온 거에요.

- 선물? 스톤이 한테?

- 매형두. 남자한테 누가 꽃을 선사 해요?

- 그러면 그렇지. 스톤이 한테 꽃다발 선물 할 사람 없다. 하하하하. 스톤이 색시라면 몰라도.

- 그런거야? 누구야, 데체?

- 그냥 손님이에요.

- 하하. 이거 손님이 꽃다발 다 가져와 해고, 스톤이 정말 참 행복해 하다. 에?

- 아유 가요 빨리. 이렇게 마냥 있으면 어떻게 해요?

- 아 그 그 그렇지.

- 아 누이, 정말 가져 가세요.

- 아이구 싫다 얘. 나한테 온 것도 아닌데 그걸 왜 내가 가져가니?

- 아아 스톤이 돈 많이 벌어 해.

- 다녀온다.

- 네. 안녕히 가세요.

- 아 아이구 참. 아이구 얘, 오렌지 여섯개들이 하나 주렴. 이따 차에서 먹게. 얼마냐. 보자. 어 2불 40전 이구나. 여기 3불 놓고 간다.

- 누이 누이 누이, 그냥 가져 가세요.

- 미쳤니? 잘있어.


- 안녕 하세요.

- 어. 어서 오세요.

- 이리 오세요.

- 네. 이걸로 드릴까요?

- 음... 채 50전, 오이 1불 20전, 어니언 2불, 3불 70전 이요. 감사 합니다. 아빠, 이것 좀 같이 넣어 주세요.

- 어. 알았다.

- 어서 오세요.

- 안녕 하세요.

- 오늘 사과는 낱개가 없는데요. 오렌지 가져 가시죠.

- 네. 네.


- 아휴.

- 아, 정신 없었네.

- 수고 했다. 저, 너도 뒤뜰에 가서 손 좀 씻으렴. 인제 제법 여름 같지?

- 그새 아빤 또 어디 가신 거에요?

- 냉동고가 좀 이상하다고 기술자 데리러 가셨어.

- 오늘 같은 주말에 누가 일 하나?

- 그 가게에도 한국 기술자가 한 사람 있는데 오늘 쉬지 않고 일 한데요. 미리 약속해 놓으셨덴다.

- 나도 한국 사람 이지만 한국 사람은 왜 그렇게 악발이죠?

- 악발이라도 되니까 이 땅에서 살지.

- 엄마도 비슷해졌어.

- 뭐야?

- 엄마, 외국말 하는것도 소질이 있는 건가봐요?

- 왜?

- 이렇게 보면 엄마가 아빠보다 잘하는것 같애.

- 그럴리가 있니. 아빤 우리보다 일년이나 먼저 오셨는데.

- 아니야. 아빤 말이야 자꾸 정식으로 할려고 하시거든?

- 그런데 엄마는 엉터리란 말이구나?

- 그게 아니라 엄만 아주 부드럽게 쓱쓱 하신단 말이야.

- 땍! 어른을 막 놀리고 있어.

- 엄마, 세수도 했어.

- 어, 잘했다. 더운데 그 가디건은 벗으렴.

- 응. 근데 엄마, 뒷뜰 쓰레기 주머니에 왜 꽃을 버렸지? 아직 시들지도 않았던데.

- 뭐? 무슨 꽃을 버리니?

- 어디서 꽃 냄새가 자꾸 나잖아. 그래 이상하다 하고 보니까 쓰레기 주머니에 후리지아가 한 묶음이나 있던걸?

- 그래? 어디 가 보자. 무슨 꽃인가. 요새 꽃은 산 일이 없는데.

- 제가 가져와 볼게요.

- 우리 영아가 인제 처녀 같구나.

- 나, 미국 와서 많이 컸지?

- 크고 말고.

- 엄마, 꽃다발 인데요? 아직 다 피지도 않았어.

- 어머. 아니, 이게 왠 꽃이냐?


- 장미자, 김수희, 김규식, 오세홍, 설영범, 안경진, 신성호, 나레이터 고은정,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극본 고은정,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에즈베리 파크의 저녁놀 열 네번째로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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