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정 극본, 이규상 연출 일곱번째.
- 아하하하. 아 힘이 든다. 헬렌. 헬렌. 또 실어갈 짐 없어 해?
- 순석이 제 차로 다 실어 갔어요.
- 아. 스톤이 자동차 사자마자 이삿짐 날라 해고 괜찮겠다. 하하하하하. 내 저 외건 살 때 하고 똑같아 핸다.
- 뭐가 똑같아요? 시보레 하고 서독제 볼브 하고 대기나 할거에요?
- 너 그 자동차 많이 핸다. 이삿짐 나르는거 많이 했지. 당신, 나하고 이혼 한다구 성내고 뉴욕 가 있을 때 내 저 외건 새로 사서 타고 당신이 데릴러 했잖아.
- 아 아유 캐캐묵은 얘기는 왜 꺼내요?
- 외건 가져가 해서 당신 트렁크 싣고 당신 데리고 와 할때 나 결심했다. 내가 다시 포카하러 가면 내가 내 손 도마 위에 놓고.
- 그 되지도 않는 소리 마세요. 내가 그 때 이혼 한다고 혼을 냈으니까 안했지 그냥 참았으면 당신 지금은 안 할거 같애요?
- 아, 내가 그 때 이혼 했으면 조금 예쁜 색시 얻었을텐데.
- 뭐라구요? 지금이라도 합시다. 늦지 않았어요.
- 하하하하하. 내 당신 없으면 죽은거나 한가지다. 그러니까 비싼 자동차 새로 사 해가지고 당신한테 빌러 가 했지.
- 괜히 얼버무리지 마세요. 위자료 주기 아까워서 그랬지 나 못 잊어서 그랬어요?
- 아 무슨말이 하고 있어?
- 아니에요? 그 때 부터 지금까지 한달에 400불씩 나한테 꼬박꼬박 바쳤으면 지금 이런 가게 할 수나 있었을거 같아요? 어림도 없지.
- 위자료 내가 왜 줘 하나? 나 미국사람 안하고 홍콩으로 가버려 해지.
- 아니 뭐에요? 당신 정말이에요? 아유 이제보니 정말 상종 못할 사람일세.
- 당신 나한테 억울한 소리 해 하니까 나도 했잖아. 나 중국여자, 미국여자, 일본여자 모두 일 없어 했다. 당신하고 미국 대통령 자리하고 바꿔 해라도 나 안바꿔 해. 알아 했어?
- 아이구 참. 아 누가 당신한테 대통령 자리를 주기나 하게요?
- 안 줘 해도 내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어 해지. 미국 땅 50개 주에 차이나 타운 몇 백개 있는 줄 알아 해? 인제 우리 오래오래 여기 살아 해 하면서 두고봐 해. 캐세정 유태사람 국무장관 해 하지? 머지 않아서 흑인이 대통령도 나와 해고, 중국사람 대통령도 나와 해 할거야.
- 아이구 헛소리 그만 하세요. 어머, 저거 봐요. 순석이 벌써 갖다 오네요.
- 헬렌 고모.
- 어. 벌써 다녀오니?
- 고모, 우리 차 타 봤어요?
- 그럼. 너희집도 벌써 가보고 왔단다, 얘.
- 아이 응. 저기 학교에서 나오는데 뒤에서 빵빵 하고 차가 쫓아 오잖아. 보니까 아빠가 운전을 하고 있는데 아이 신나.
- 그렇게 좋나. 영아?
- 네. 난 우리집 자가용 처음 타보잖아요.
- 그래. 그래. 그래. 영아 미국 잘 왔다. 자가용도 타 하고.
- 아니 왜들 이렇게 나와 계세요. 가게 손님이 뜸 한가요?
- 스톤이 색시 가게 주인 대신 일 잘해 하는데 우리 좀 쉬어 해지 뭐. 하하하.
- 그동안 너희 내외가 잘 봐줘서 편했는데 이제 앞으로 정말 걱정이다.
- 아 누이도 우리가 뭐 거저 봐 드렸나요?
- 자자자 그만 들어가 해지. 이제 손님 몰릴 시간이야.
- 아, 네.
- 왠만하면 목돈이 벌릴 때 까지는 누이내 집에서 견뎌 보자는게 처음 생각이었는데 서울에서 이삿짐이 도착하고 부터 수화 내외는 돈이 들더라도 자기들만의 집이 있어야 되겠다고 결심을 굳혔던 겁니다. 그래서 짐이 도착한지 일주일만에 서둘러 아파트를 마련했죠. 에즈베리 파크 비치타운은 흑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집값이 쌌습니다. 그나마 침실 셋이 있는 집은 한달 불입금이 100불이나 더 비싸서 자식 남매가 있는 가정으로써는 위법인줄 알면서도 침실 2개 있는 콘도미늄, 그 곳에선 그냥 아파트라 그럽니다만 우리 식으로 보면요 연립주택 같은거죠. 그런 집을 장만 했습니다. 뉴욕같은 대도시에는 30층 40층의 아파트를 짓게 하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면은 아파트 역시 2층 이상을 못 짓게 한다 그래요. 자연 경관을 헤친다는 거죠. 아무튼 수화 내외는 아랫층에 있는 침실 두개 중에서 하나를 쓰고, 또 하나는 영아의 방으로 정했다나요? 그리고 영호 한테는 2층 부엌 옆에 식탁을 응접실 한쪽으로 옮기고 칸을 막아서 임시 침실로 꾸며준 겁니다.
- 아이 참. 난 이사온게 되려 불편하게 된 셈이잖아요.
- 어떡하니. 당분간은 참아야지. 넌 좀 불편하더라도 그대신 영아가 잘 되지 않았니? 밤마다 그 넓은 응접실에서 어린게 혼자 자던 생각을 해보렴.
- 하긴 뭐. 한달에 보름밖엔 안 잘거니까.
- 너 그럼 챠우챠우에서 일하는 날은 계속 그냥 잘 생각이냐?
- 아이 그럼 밤 2시에 자동차도 없이 어떻게 와요?
- 오빠 사이클 타고 오면 되잖어.
- 야, 자동차로도 30분이나 걸리는데 사이클을 타란 말이니?
- 안돼 그건. 이쪽 동네는 위험해. 더구나 밤 시간에.
- 그까지 흑인 아이들 쯤이야 뭐.
- 쟤좀 봐. 너 자전거 뺏기고 질질 울던게 엇그제야. 큰 소리 치지마.
- 아 워낙 오자마자 물정을 몰라서 그랬죠. 지금이라도 그 놈 만나기만 하면 당장 해치우겠는데.
- 영호야, 너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 오빠가 학교에서 태권도로 폼 한번 재더니 저런덴다.
- 뭐? 누군한테 폼을 쟤?
- 영아, 너 집에와서 입 벌리면 안된다 그랬지?
- 아이 아무한테도 말 안했단 말이야.
- 그런데 왜 지금 까불어?
- 영호야, 너 왜그러니? 너 벌써부터 엄마한테 비밀 가질거니?
- 그까짓게 무슨 비밀이에요? 내가 뭐 어린앤가요? 학교에서 아이들 손 좀 봐준거 까지 엄마한테 말 하게요? 엄마, 걱정 마세요. 제 할일은 제가 다 할거니까요.
- 그래. 엄마는 널 믿을 도리밖에 없지 뭐. 그만 자라. 영아야, 내려가자.
- 어, 아빠가 너무 늦으신다. 왠일이지?
- 아빠 고모네 가신거 아니야?
- 고모랑 고모부는 아까 포컨으로 스키 가시지 않았니? 가게 문 닫았는데 뭣하러 고모넬 가시니?
- 그럼, 아빠 어디 가신거지?
- 필라델피아에 친구 만나러 가셨어.
- 아빠 친구가 거깄어? 한국사람?
- 그래. 식료품 하는 아저씬데. 어, 그래. 영아 너도 그 아저씨 보면 알거다. 너 국민학교 졸업식 때 사진 찍어주신 아저씨 기억나지?
- 응... 아 털보 아저씨?
- 뭐?
- 뺨에 털이 시꺼멓게 났잖어.
- 그래.
- 그 아저씨가 그럼 아빠만 초대했어?
- 아니야. 그냥 뭘 알아보러 가신거야.
- 뭐 알아보는건데.
- 우리도 그런 가게 할까 하고.
- 그럼, 우리 모두 챠우챠우에서 일 안할거야?
- 글쎄. 두고 봐야지.
- 어, 아빠 오셨다.
- 잠깐만요.
- 대강 잠궈두지. 힘들면 열쇠 내. 내 밖에서 열테니까.
- 아니에요. 다 됐어요.
- 아빠.
- 어. 너 여태 안 잤구나.
- 엄마 친구 해줬지 뭐.
- 고맙다. 인제 들어가 자. 엄마 친구 왔으니까.
- 하하. 굿나잇 맘, 굿나잇 대디.
- 그래. 잘 자라. 샤워 하실 거에요?
- 어. 넓기는 경을 치게 넓은 땅에.
- 왜요?
- 고속도로를 오면서 생각해 보니까 서울 같으면 내가 지금 대구쯤 갔다 오는건데 저녁 먹고 시내에서 우이동쯤 산책 갔다 오는거 같으니 넓은 땅 아니야?
- 그래. 이 선생 부부는 잘 되신데요?
- 그동안 또 털렸다는군.
- 털리 다니요?
- 까땜한테 금고 털렸지 뭐.
- 어머나.
- 그런데 그 장사가 매력은 있나봐. 두번씩이나 총 든 녀석들 한테 털리고도 그만둘 생각은 꿈에도 없는 모양이야.
- 세상에. 오금이 떨려서 어떻게 장사를 해요.
- 오금이 떨리는게 뭐야. 국민학교 다니는 막내까지 나와서 1불 짜리 50전 짜리 물건 파느라 정신이 없던데?
- 아니, 주말도 안 놀아요?
- 주말이 뭐야? 하루 24시간 오픈이라고 간판이 꽉 차게 써 붙였던걸.
- 어머나, 무서워라.
- 우리도 합시다. 안되겠어. 뭔가 우리도 끝장을 봐야할거 아니야. 기왕에 온건데.
- 네. 어떤 끝장을 보려고 우리 변순석 이렇게 서둘러 대는지 두고 보지요.
극본 고은정,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에즈베리 파크의 저녁놀 일곱번째로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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