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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
제6화 - 미국와서 처음으로 간 유흥장 구경
제6화
미국와서 처음으로 간 유흥장 구경
1979.03.06 방송
인생극장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은 1979년 03월 01일부터 1979년 03월 31일까지 31회에 거쳐 방송되었다.
고은정 극본, 이규상 연출 여섯번째.


- 당신, 안되겠어. 자꾸 배 나와 핸다.

- 어? 아니 내가 무슨 배가 나와요? 이만하면 날씬하지. 하하.

- 엉덩이 흔들때마다 배가 따로 출렁출렁 하는데 무슨 배가 안나와.

- 어 어머.

- 아이 밴거 한가지 해야 배 나와 하는건가?

- 아니, 이 이이가 정말. 아이구 저기 저 바지입은 미국여자 배 좀 봐요. 거기다 대면 나는 양귀비 라구요.

- 하하하하. 양귀비 다 죽어 했다 이거. 스톤이 색시 봐 해. 당신도 같은 한국사람인데 어째서 달라 해지?

- 나이가 있잖아요. 나도 그 나이엔 그랬다구요.

- 우리 그만 가 해지. 스톤이 색시 혼자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어 해서 심심 하겠다.

- 아이구 대학까지 나왔다면서 왜 저렇게 촌딱 같은지 모르겠어. 아이구 저것봐요 저거. 남자가 또 와서 추자는 모양인데 고개만 썰레썰레 흔들고 앉았으니 으이구 참.

- 내 스톤이 색시 춤 가르쳐 줘 해야겠다. 당신, 자리에 가서 좀 쉬어 해라.

- 그런 걱정 마세요. 순석이가 어련히 가르쳐 줄까봐. 저, 우리 이곡 끝나면 집에 갑시다. 순석이 저희 색시 기다릴거 아니에요. 누가 업어갔나 하고. 음.

- 그럼 그러지 뭐.


- 수화는 미국와서 처음으로 남녀가 어울려 흔들어 대는 유흥장 구경을 갔습니다. 미국에서 뿐만아니라 연애시절 이후 이런 분위기 자리에는 가 본 일이 없었죠. 그 무렵, 서울에서는 장바구니 든 채 여자들이 몰려가는 아르바이트 홀 얘기, 신문에서 본 일은 있었지만 그런 일 하고 수화하곤 관계가 없었죠. 그런데 관심이 갈 만큼 남편하고 틈이 있다던가 사는게 무료하단 생각을 해본 일이 없었으니까요. 남편인 변순석 역시 대학시절에 거창한 꿈이 일개 수출 상사에 월급쟁이로 오므라들긴 했지만 뭐 별로 큰 불만 없이 아내와 아이들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불만이 없다기 보다 외려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스위트 홈 이었죠. 경제적으로 풍족한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생계에 위협을 받을 만큼 가난하지도 않았고, 더구나 미모에 교양까지 갖춘 아내와는 잉꼬부부라는 놀림을 받았으니까요.


- 여보. 자요 여보? 여보, 어디 아픈거에요?

- 아니.

- 나 좀 봐요. 이쪽으로 돌아누워 봐요.

- 참 왜이래. 귀찮게.

- 당신, 언짢은 거죠?

- 뭐가 언짢아. 피곤해서 그러지.

- 여기 사람들은 주말만 되면 다 그런데로 몰리나 보죠? 내가 보기엔 60노인같은 부부도 흔들고 야단이데요.

- 그래서.

- 그래서는 뭘 그래서. 그렇더라는 말이지.

- 주말만 되면은 모두 그런데로 몰리니까 당신도 그런데 갔다 왔으면 됐지 뭘그래.

- 내가 가고싶어 갔나?

- 가고싶지 않으면 왜 가. 입은 뒀다 뭐해. 안가겠단 말 하나도 할 줄 모르나?

- 그랬어요. 바로 집으로 가자구요. 근데 누님이 그러잖아. 짱게가 기분낼 때 한번 미친척 구경해 보라고.

- 그 짱게 왜 기분을 냈는데.

- 그야, 자기 내외 가는데 내가 있으니까 그냥.

- 굉장히 순진 하시군.

- 네?

- 당신이 거기에 없었어도 그 노랭이가 그렇게 기분을 냈을거 같애?

- 어머. 나 때문에 그럼 그런델 갔단 말이에요?

- 관둡시다.

- 여보, 나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주스만 마셨단 말이에요.

- 그럼, 거기다 춤까지 췄어야 했나? 어. 그래서 불만스러웠다는 말씀이군.

- 여보, 자꾸 왜이래요.

- 뭘 자꾸 왜이래. 내가 돌기라도 한거 같애?

- 누구세요?

- 엄마, 나에요.

- 아 가만. 왜그러니.

- 들어가 봐도 돼요?

- 어.

- 자지않고 왠일이냐.

- 잠깐만요.

- 들어와. 문 안 잠겼어.

- 아니 이게 무슨 짓이냐?

- 카메라에요. 싸구려 카메라요. 찰리랑 밖에 나갔다가 지금 막 사가지고 오는 길이에요.

- 아니.

- 오늘 왕한테 첫 주급 탔잖아요. 십불 주고 샀는데 진짜 카메라하고 사진이 똑같이 나온데요.

- 영호야, 엄마한테 주급 탄거 말하지도 않고 뭐가 급해서 그것부터 샀니?

- 찰리가 돈 탔으니까 나가자고 하길래 그냥.

- 물론 니가 애써서 번 돈 엄마나 아빠가 갖겠다는게 아니야. 하지만 니 일생에 처음으로 니가 돈을 벌었으니 아빠나 엄마한테 보일만 하지 않니?

- 아까 찰리하고 나가는거 아빤 보셨잖아요.

- 자식, 누가 임마 돈 쓰러 나가는 줄 알았어? 됐다. 가 자. 쟤가 돈 벌어서 저 사고 싶은거 샀음 됐지 뭘.

- 사진 멋있게 나올거에요. 잉꼬부부의 침실, 제목 근사하죠?

- 뭐? 얘, 영호야. 아니 쟤가.


- 엄마, 엄마. 고모부가 빨리 나오래.

- 왜이리 수선이니?

- 헬렌 고모도 벌써 나와있단 말이야.

- 알았어요. 짐 찾으러 가는건데 어디 뭐 놀러라도 가는거 같니?

- 아이 그래두 여기와서 처음 어디 나가보는 거잖아?

- 그래. 우리 영아 그동안 애썼다. 접시 나르느라고.

- 엄마, 아저씨 한테 돈 받은걸로 나 우표 사도 돼?

- 우표는 해서 뭘해? 아빠가 서울가는 니 편지는 꼬박꼬박 부쳐 주시잖니.

- 내가 직접 사 보고 싶거든. 그리고 엄마랑 아빠랑 고모 고모부 한테 모두 선물 사고 싶거든.

- 참, 녀석. 그런건 천천히 해도 돼. 말도 익숙해지고 그런 다음에 해.

- 아이 엄마. 빨리빨리.

- 그래.

- 스톤이 들어가 해 봐. 어째 이렇게 안나와 해나.

- 아이 곧 나오겠죠. 여자들은 외출 준비가 복잡한 법이에요.

- 복잡하기는 뭣이 복잡해. 남자는 옷이 하나 입고, 여자는 둘이 입어 해나?

- 아 옷 입는거 뿐이 아니잖아요.

- 아이 어디 나가려면 내 기다리는거 질려서. 이 버릇은 참 못 고친단 말이야.

- 고치지 말래도 여기 살면 고쳐 질테니 이제 두고보렴.

- 그런데 스톤이 이삿짐 부피 많아 해나?

- 아무래도 이것저것 부쳤을테니 좀 있겠죠.

- 고럼 그 짐 어디 놔 해지?

- 글쎄 그게 걱정이에요.

- 뭐 걱정될게 있니. 정원 창고에 넣어두지.

- 아무래도 어디 아파트를 하나 얻어야 될까봐요.

- 아파트 얻어 해면 자동차 또 사 해지. 달달이 월부 다 부어 핼라면 돈이 많이많이 들어 핸다.

- 하긴, 돈이 많이 들건 어쨌건 독립은 해야지 뭐. 우리하고 언제까지 같이 있을수는 없는 노릇 아니니? 밤낮 떠돌이 생활 같을테고.

- 아 아빠 인제 가.

- 미안합니다. 짐표를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 이야. 미세스 변 정말 미인이다 이거. 어디 파티에 여왕 한가지다.

-고모부는 왜그렇게 절 놀리세요.

- 내가 미세스 변 놀려 해? 천만에.
스톤이 그 음악 좀 틀어 핼까? 날씨 따뜻하고 하늘 봐라. 기분이 좋다 이거.

- 아이 이렇게 화창한 날 왜 그런걸 트니?

- 누이가 밤낮 좋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 스톤이 십일번 하웨이로 돌아서 가 해자. 바닷가 끼고 가는게 드라이브 멋이 있다.


- 에즈베리 파크의 해변엔 화창한 봄볕이 내려 비추고 있었습니다. 바닷가의 바람은 아직 쌀쌀 했지만 시보레 외건 속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아름다웠죠. 황금색으로 물든 바다가 고깃비늘처럼 일렁이며 끝없이 펼쳐져 있었으니.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그 곳 쯤에 서울이 있을까. 허나 눈이 부셔 차마 거기까지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서 목책이 드리워져 있고, 목책에 기대서 드문드문 놓여잇는 벤치는 손에 잡힐 듯 아스팔트 길가에 있습니다. 차만 세우면 바로 벤치에 앉아서 바다 내음을 맡을수가 있고, 한 발만 내 딛으면 부드러운 모래를 밟을 수가 있습니다. 아직은 인적이 없는 바닷가. 발자국 하나 없는 모래사장이 겨울로 부터 서서히 녹아 가느라고 모락모락 아지랑이를 피우고 있었죠.


- 엄마, 바다에 금붕어들이 아주 많이 떠 있는거 같애. 그치?

- 어. 그런가? 하하하하.



장미자, 김수희, 오세홍, 설영범, 안경진, 신성호, 나레이터 고은정,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극본 고은정,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에즈베리 파크의 저녁놀 여섯번째로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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