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정 극복, 이규상 연출 두번째
- 리키! 리키, 나 좀 봐요. - 아하 왜 또 그러하나. 어디 불이 났어 해? - 순석이 다쳤어요. 도마질 하다가 손을 벳어요. - 손이 다쳐 했으면 약 발라 해지. 아 무슨 호떡집에 불이 난것 처럼 이러 해. - 음. 많이 다쳐 했나? -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요. - 괜찮은게 뭐야. 피가 뭉클뭉클 나오던데. - 지혈 시켰어요. - 스톤이 손 양파 아니다 이거. 양파하고 손이 하고 잘 보면서 두들겨 해야지. 제 손 놓고 도마질 하는 사람 어디 있어 해. - 아유 그런 사람이 정말 어딨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아 저 빨리 병원에 같이 가보세요. - 병원에 가 해라구? 우리 가게 도마질 사고 나는거 보험 안들어 했다. 병원에 가 해믄 누가 돈이 내 하나. - 이이가 정말. 관두세요. 얘, 빨리 나와. 병원에 가자. - 아 누이, 병원 갈 필요 없어요. 며칠 있으면 아물텐데 뭣하러 비싼 병원빌 내요? - 아이구 잔소리 말고 빨리 나와. - 아하 헬렌, 정말 병원에 가는거야? 가가면 내가 데려다 줘 해지. 스톤이 내 가불 해 준다. - 아니에요. 그까짓거 쯤으로 돈 쓸 생각 없어요. 저 안 갑니다. - 아 정말로 내 말 안들을 거니? 아 리키! 빨리 나가서 자동차나 내 놓으세요. 그 고물차는 왜 밤낮 차고에 집어넣나 몰라. - 하하. 이거 우리사람 자꾸자꾸 손해봐 했네. 손 다쳐 해서 병원에 가 해지. 일 할수 없어서 또 손해 봐 해지. - 아이그, 아이구, 아이구, 원.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인심은 다 쓰면서도 입으로만 인색한거 너 알지? - 제가 왜 몰라요. 매형 참 괜찮은 사람이야. - 그래. 미국 와서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마음은 참 우리하고 비슷하단다. 입하고 머리만 여기사람 닮으려고 그러지. 아구 얘 빨리 나가자. 밖에서 또 꿍얼 거리고 있겠다, 얘.
(빠앙 빵~)
- 아유 아유 거저 보라니까. 아유. - 사실 병원 갈 필요 없는데.
- 엄마. 왜 그래, 엄마. - 어... 어. - 꿈꿨어, 엄마? - 아이 꿈이었구나. 지금 몇 시냐? - 12시. 아빠 꿈 꿨어요? - 그래. - 엄마가 막 뭐라고 뭐라고 잠꼬대를 하잖아. - 넌 안자고 여태 뭘 했니? - 영어회화 테잎 듣고 있었어. - 어. 그래서 그랬나보다. - 뭐가? - 꿈에 우리가 미국엘 갔다 그러는데 너희 아버지가 차 사고로 다치셨다는구나. 그러면서 흰 가운을 입은 미국 사람들이 저희들끼리 웅얼웅얼 하더니 아버질 엠브란스에 싣고 어디로 가버리는거야. 그래 나도 가야 한다고 막 뒤를 쫓아 가는데 당췌 목소리가 나와야 말이지. - 흐흐흐흐흐. 우리 어머니 견몽 꾸셨군? - 아니, 영호 너 안자고 있었구나. - 자는 중이에요. - 엄마, 오빠 귀에다가 레시바 끼고 자는거봐. - 귀에다 그런걸 끼고 무슨 잠을 자니. - 영어로 꿈꾸려고 저런덴다. - 뭐? - 영어를 진짜 잘 하려면 꿈도 영어로 꿔야 한다고 선생님이 그려셨데나? - 아이구, 참. 영아야 몇시라 그랬지? - 12시라니까. 왜 자꾸 시간을 물어요? - 아빤 지금쯤 외건을 끌고 안개가 잔뜩 낀 새벽길을 혼자 가시겠구나. 하품을 몇십번씩 하시면서. - 엄마가 아주 가보고 온거 같네? - 보지 않았어도 엄마 눈엔 선하단다. 아버지께서 얼마나 자상하게 써보내셨든. - 엄마, 진짜 아빠 편지 재밌게 쓰지? 난 아빠 편지 올 때마다 너무너무 재밌드라. - 일부러 그렇게 쓰시는 거야. 우리가 걱정 할까봐. - 무슨 걱정? - 얼마나 고되시겠니. 머리맡에 담배도 집어드려야 피우시던 양반인데. - 엄마, 진짜 우리가 미국 가 살면 아빠가 앞치마 두르고 탕수육 만들어 줄까? 아이 신나.
- 헬렌, 헬렌, 빨리 와 해. 한참 바쁜데 여기 와 있으면 어떻게 하나. - 순석 이마 좀 짚어 보세요. 불덩어리예요. - 부 불덩어리? 아 손이 아파 해니까 열이나서 그러 해지. 아스피린 먹으면 싹 나 핸다. - 당신, 정말 자꾸 그러면 나 화 낼거에요. 당신 저번에 정원수 자르다가 손가락 조금 다친 것 가지고 병원에 가서 기브스하고 왔죠? 하나밖에 없는 처남이니 친형제나 마찬가진데 그렇게 말 할거에요? - 아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어. 우리사람 병원에 가서 기브스 공짜로 해줘 하니까 해고 왔지. 내 돈 줘 했나. 열이 높아서 불덩어리 한가지면 아스피린 먹으라 해고 뭣이 잘못이야. 나 혼자 말 해면 또 둘이 말해 하는거 하지말고, 자 빨리 나와 해라. 이거 손님 바빠서 그냥 가 핸다. - 누님, 빨리 나가 보세요. 좀 누워 있으면 괜찮을 거에요. - 그래. 한잠 푹 자라. 자고나면 좀 낫겠지. - 누워서 예쁜 당신 색시 얼굴 생각하면 금방 나 핸다. 아스피린 먹어 해면 불덩어리 싹 낳아 해고, 우리 돈 벌어 해야 스톤이 병원비 갚아 해지. 자, 자 해. - 어휴. 돈이 벌어 해라. 나도 너 같이 벌어 핸다. 어, 아우. 어떡하지. 며칠 더 있다 떠나라고 전활 할까? 그럴수도 없겠지. 아휴, 미치겠군.
- 단칸방 신세도 이젠 면하겠구나. - 아유. 얘, 얘. 신랑 대신 애들 남매라서 그렇지. 신접살림 때처럼 오붓하고 아주 좋구나, 뭐. - 그래. 이삿짐은 모두 붙인거냐? - 어. 벌써 부쳤지, 뭐. - 아유 그래도 사람보다 늦게 닿을걸. 모르긴 해도. - 글쎄. 비슷하게 맞추려고 서둘러 부쳤는데. 모르겠어. 가 봐야 알지. - 얘, 너희 신랑 요즘 잠 못자겠다. 아 얼마나 눈이 빠지게 기다리시겠니? - 그렇잖아도 잠은 어차피 못 자는걸 뭐. - 아니, 왜? 불면증이래? - 아니, 잘 시간이 없는거지, 뭐. - 아이구. 해외교포 입주 전에 또 한사람 나오겠구나. - 아이 뭐? - 아 해외 나가서 돈 벌고 출세한 사람치고 밤 잠 제대로 잔 사람 없다잖니. - 얜. 잠 안자서 다 돈 벌고 다 출세하면 그거 못 할사람이 어딨겠니. - 하긴 그래. 말이 쉽지. 사람이 잠을 제대로 못 잔다는거 그게 보통 일이냐? - 그래. 너희 아빠 그동안 돈 좀 모아 놓으셨데니? - 아이 모르겠어. 남의 나라에 가서 돈 번다는게 그리 쉽겠니? - 아니 너희는 시누이가 미국 재벌이라면서? - 재벌은 무슨. 그냥 먹고살만 한가봐. - 아유 너는 뭐 어기서 먹고살만하지 못해서 가는거니? 먹고사는 기준이 문제겠지. - 얘는 참. - 아 얘 수화야. 인제 정말 좀 물어보자. 무슨 이유로 이민을 결정 한거니? - 이유? - 그래. - 글쎄. 영아 아빠가 어려서 헤어진 누나가 미국에 있다는걸 알곤 별안간 어느 한 날 우리도 거기 가서 살자고 그러더라. 농담처럼 그랬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렇게 됐어. - 하여튼 가보는 거야. 기왕에 결정 된 거니까. - 아니 그럼, 가 봤다가 아니면은 다시 온다 그거니? - 아이 다시 오든 안오든 그건 나중문제 아니니? - 그게 왜 나중 문제니. 아 늙도 젊도 않은 우리 나이에 연습 할 인생이 어딨니? - 아유 아유아유 다들 그만 둬, 얘. 우리가 송별회 하자고 모였지 토론회 하자고 왔니? - 그래. 왕년에 서울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우리의 오필리아가 한국을 떠나는 마당에 이별주 한잔이 없을 수 있을소냐. 이별주 대신 커피라도 한잔씩 나누자 이거 아니니? - 아이구 정말. 이거 미안해 어떡하지, 얘? 우린 그동안 커피잔 하나도 없이 살았어. 몽땅 부치고 말이야. - 그럴 줄 알고 들어오다가 요 앞 길목에 있는 다방에 주문하고 왔어. 아이 우리가 니 대접 받게 생겼니? - 할 말 없다. 기왕에 결정된 일이니까 그냥 가보는 거야. 구지 명목을 세우자면 아이들 조금 있으면 고등학교, 대학교 가는데 남 처럼 과외공부 시킬 능력도 우린 없고 말이야. 고생은 각오하고 있어.
네. 이별주 대신 나누자던 커피가 온 모양이죠? 고생은 각오하고 있다. 글쎄요. 각오를 아무리 한 들 몸으로 겪어보기 전엔 실감할 수 없는 거겠죠? 우리 오필리아 얘기 내일 다시 하죠.
- 장미자, 김수희, 오세홍, 설영범, 김민, 권희덕, 유명숙, 안경진, 신성호, 나레이터 고은정,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군구, 기술 이원섭.
- 극본 고은정,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 두번째로 고려식품 삼성제약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