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 1화
고은정 극본, 이규상 연출 첫번째
- 이 놈의 차가 왜 이러지? 밤낮. 큰일날 뻔 했잖아. I`m sorry.
- Get back!
- 뉴욕에서 두시간 채 못가서 에즈베리파크라는 동네가 있더군요. 대서양의 지평선이 보이는 비치타운 이었어요. 지평선 너머로 해가 이제 막 떨어지는 풍경이 너무너무 장관이라 전 차를 세워놓고 잠시 미국의 황혼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집을 나와서 여행길에 오른지 한 달 됐을 때니까 벌레 우는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날때죠. 사람없는 바닷가 그리고 파도치는 소리,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았으니까요. 거기다가 에즈베리파크라는 그 바닷가 마을은 사람이 통 사는것 같지를 않았습니다. 창마다 널판자를 엑스자로 못질을 해서 봉해 놨어요. 그리고 앞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구요. 왜 저 우리 서부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있잖아요. 말 탄 도둑때가 한바탕 난장판을 벌이고 지나간 마을 같은거요. 바로 그랬습니다. 별안간 오싹 소름이 끼치데요. 그래서 얼른 그 곳을 떠났죠. 해변가에서 30분 쯤 시내로 들어오니까 길거리 상점들이 벌써 전깃불을 환히 켜놓고 있어요. 수퍼마켓, 양품점, 꽃집, 햄버거집, 햄버걸 보니까 갑자기 배가 고프더군요. 하지만 또 햄버거를 먹을 순 없었어요. 그동안 햄버거에 신물이 나서 말이죠. 그 바로 옆에 챠우챠우 라는 중국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눈이 반짝했죠.
- 어서 오십시오. 몇 분 이세요?
- 유창한 영어를 하는 이 동양 여잔 중국 여자 같지가 않았습니다. 아무리 메뉴를 봐도 자장면 같은건 없는거 같고, 만두국 비슷한걸 한 그릇 시켜 먹고는 중국 엽차를 또 한잔 달라고 하니까.
- 중국차를 좋아하시나요?
- 네. 좋군요.
- 일본 분이세요?
- 아니요. 한국 사람이요.
- 네?
- 왜 그러세요?
- 나도 한국이 고향이에요.
- 어머, 그러세요? 어쩐지 중국분 같지 않다고 생각을 했어요.
- 아우 반가워요. 어디 사세요.
- 네. 여행 왔어요.
- 네. 좋으시겠어요.
- 할렌.
- 네. 실례하겠어요.
- 네. 저 여기 얼마죠?
- 아 저 이쪽으로 오세요.
- 자요? 이봐요. 자요?
- 왜그래 해.
- 나 주스 한잔만 갖다 줘요.
- 그냥 자 해. 아 주스는 무슨 주스야.
- 목말라서 그래요. 아후 피곤해서 꼼짝도 못 하겠어. - 그 자는 사람 귀찮게 한다. 나도 피곤해 하는데. 음.
- 오늘이 월요일 이니까... 일주일 남았네요. 그쵸?
- 뭣이 일주일 남아했나. 마셔라 이거.
- 땡큐. 순석이네 식구 말이에요.
- 아. 순석이 누구야.
- 이는? 변순석. 당신 처남 이름도 몰라요? 몇 달이나 더 있어야 외요?
- 어. 스톤이 말하는 거이야?
- 스톤이 뭐에요. 스톤이.
- 순석이 그 임름 어렵다. 스톤이 좋지않아. 이름 아주 스톤이 해야지 뭐.
- 하여튼 걔네 식구 당장 어떡하죠?
- 어떡하긴 뭣이 어떡해. 아 밥먹고 살아해지.
- 밥은 뭐 거저 입으로 들어가요?
- 왜 거저 들어가해나. 일하고 먹어해믄 되지. 아이들 몇 명이라고 했지?
- 남매래요. 보진 못 했지만 중학교 다닌 다니까 꽤 크겠죠?
- 당신, 스톤이 정말 친동생이야?
- 아, 뭐라구요?
- 그럼 어째서 이십년 가까이 소식이 없이 지내하다가 인제서 동생 만나해구 또 가족 데려와 해구 그래.
- 아이구 정말 누가 중국 사람 아니랄까봐. 아 몇 번 말해야 돼요? 전쟁 때문에 그랬다구.
- 뭣이? 나 중국 사람이면 당신도 중국 사람이다 이거.
- 내가 왜 중국 사람이에요? 나는 어엿한 미국 시민이란 말이에요.
- 미국 시민 좋아해 한다. 신랑이 미국 시민 하니까 저도 미국 시민해 하지. 아 무스건 저 혼자 미국 시민해 하나.
- 아이고 그래요. 그래요. 당신 없으면 난 꼼짝 못 해요.
- 아하하하 히히히. 인제 참말이 하는구나. 그런데 스톤이 색시 인물 예쁘다고 했지?
- 그건 갑자기 왜 물어요? 예쁘면 어떻고 미우면 어쩌려구요.
- 아하 또 또 그 고양이 눈 또 한다. 예쁘면 홀에서 일해 하고 미우면 스톤이 하고 주방에서 같이 일해 하라고 그래 하지 않아.
- 예쁘더군요.
- 당신, 봐 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 사진 보니까 이쁘더라구요. 대학 시절엔 뭐 연극 배우도 했다던데요?
- 배우해서?
- 아유 아유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자 주무세요. 자.
- 아하. 배우 한 사람이 왜 여기 와 해나. 스톤이 정말 스톤이다 이거.
- 빌어먹을. 누구세요?
- 나다. 안 일어나니? 4시 넘었어.
- 네. 금방 나갈게요.
- 저 물건 차에 있으니까 바로 나가라.
- 알았어요. 아이 참 이 내 무슨 짓이지 이게. 조금만 참아라 조금만. 일주일만 있으면.
- 왠 놈의 안갠 밤낮으로 이렇게 끼는지.
- 아빠, 미국 고모가 그렇게 부자야?
- 아버지, 난 그럼 지금부터 영어 공부만 하면 되겠네요.
- 여보, 좀 더 기다렸다가 우리식구 다같이 가는게 어때요. 당신 먼저 가신다고 자리가 잡히겠어요?
- 흐흐흐흐. 자리가 잡혔네. 내 손바닥에 못 자리가 잡혔다구.
- 하하. 어째서 이 해삼이 차이나 타운에서 아니 사와 했어?
- 글쎄 에즈베리파크에 너무 안개가 껴서 도저히 못 가겠어요. 할 수 없이 썸머빌로 왔죠.
- 썸머빌? 거기 한국 사람이 하는 가게 가 했구나.
- 안개가 끼어서 그랬다잖아요. 한국 사람 가겔 가고 싶어서 그랬나요. 제가.
- 차이나 타운 미스터 백이 물건이 안 들어와서 없을때도 신용 지켜서 두었다 우리 줘 했잖아. 우리도 신용 지켜 줘 해야지. 안개 끼어 해도 자동차 간다 이거.
- 아이고 저번에도 자동차 사고 날 뻔 했잖아요? 만일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안개 낀 길을 가요? 고물차를 가지고.
- 왜 나 한 사람이 얘기 하는데 두 사람이 같이 얘기하고 이래? 당신이 나하고 결혼 한 사람이다 이거.
- 그래요. 내 실수 했어요. 다음부턴 그런 일 없도록 할게요.
- 해삼이 잘못 사 해면 두 접시 할거 한 접시 나와 했다. 팽가네 해삼이 잘이 말라 해서 물에 넣어 하면 두 접시 세 접시 막 나와 핸다. 우리 돈이 많이 벌어 해면 스톤이 너도 좋다 이거. 또 예쁜 색시 와 해면 돈이 많이 줘 해고, 너희 아이들 두명 모두 홀에서 접시날라 해면 내가 또 돈이 줘야 하지. 이거 모두 띵호아, 띵호아다 이거. 내 말 알아했나 스톤이?
- 아유 저저저저 그만 홀에 나가 보세요. 아유 저 벌써 손님 오기 시작해요.
- 당신도 빨리 나와 해.
- 아이고 네. 네. 네.
- 챠우챠우 라는 이 중국 음식점 우연히 들렀다가 만난 한국 여자가 바로 변순석 씨의 누님이자 나수아의 시누가 된다는 걸 안건 그 2년 뒤였어요. 나수아 라고 기억 하시는 분 기억하실 거에요. 대학시절 학생들 간에는 K대학의 오필리아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이 오필리아 얘기, 지금도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내일 다시 말씀 드리죠.
극본 고은정,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에즈베리파크의 저녁놀 첫번째로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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