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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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스물일곱 번째.
(음악)
- 어떻게 오셨나요?
- 어, 저, 박 상무님 뵙고 싶어서 왔는데요. 전 서수연이라고 합니다.
- 약속 하셨나요?
- 약속 없었어요. 지금 계신가요?
- 네, 계십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문 여닫는 소리)
- 들어오시랍니다.
- 아, 감사합니다.
(발자국 소리)
- 아유, 아하, 어서 오십쇼.
- 아하, 안녕하세요.
- 아하하하.
- 아하하하.
- 아니, 수연 씨가 절 다 찾아주시고 웬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 지금 굉장히 놀라고 있어요.
- 하하,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 아니요. 천만에요. 영광입니다. 아, 참 내 정신. 자자, 앉으세요.
- 네.
- 아하하, 여전하시군요.
- 박 선생님도 여전하세요.
- 그러고 보니까 참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 아, 그래요. 아주 오랜만이에요.
- 글 많이 쓰십니까?
- 네.
- 아, 참. 차 한 잔 하시죠. 뭘로 하시겠습니까?
- 아, 차는 밖에 나가서 사주셨음 해요?
- 음? 나가서요?
- 바쁘시지 않으세요?
- 아, 아무리 바빠도 수연 씨가 오셨는데 그럴 수가 있나요. 아, 근데 웬일로 절-.
- 차 들면서 찾아온 용건 말씀드리겠어요.
- 궁금한데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수연 씨가 제게 볼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 아, 그러실 거예요.
- 나가시죠.
- 그러죠.
(음악)
- 드시죠.
- 네.
(차 마시는 소리)
- 저 오늘 박 선생님께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 왔어요.
- 제게 의논을요?
- 네.
- 무슨 의논이신지 말씀해 보십쇼.
- 제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 수연 씨 일이 아니라면-.
- 세경이 일이에요.
- 예? 세경이?
- 전 다 알고 있어요.
- 닥터 리가 그러던가요?
- 전 세경이 친구예요. 전 알아도 괜찮잖아요? 그런 거 신경 쓰시지 마세요.
지금 그런 신경 쓰실 때가 아니에요. 세경이 죽으려고 해요. 지금.
- 또 그 얘깁니까?! 그 얘기라면 닥터 리한테 다 들었어요. 세경이 안 죽어요! 죽을 사람 따로 있어요.
왜 멀쩡한 사람을 가지고 이 야단들입니까?
- 세경인 죽어요.
- 네?
- 세경인 지금 죽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난 박 선생님보다 세경일 더 잘 알고 있어요.
내 말 믿으셔야 돼요. 믿지 않으면은 세경인 죽고 박 선생님은 큰 망신을 당하게 되세요.
아시겠어요?
- 큰 망신이요?
- 자살한 아내의 남편이 되고 싶진 않으시겠죠?
- 그만두십쇼. 나 지금 당장 세경이 데리러 가겠습니다. 죽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 더 듣고 있을 수 없어요.
더 이상 그 소리 안 나오게 내 눈앞에 데려다 놓겠어요.
(발자국 소리)
- 앉으세요.
- 나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 세경인 지금 병원에 없어요.
- 뭐라고요?
- 세경인 제가 딴 데다 데려다놨어요.
-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왜 수연 씨가 내 아내를 맘대로 데려가고 말고 해요?!
- 목소리가 크시군요. 딴 사람들이 듣겠어요.
-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세경일 가지고 수연 씨와 닥터 리가 왜 이 야단들이에요?!
- 세경이 죽는 걸 두고 볼 순 없으니까요.
- 죽든 말든 수연 씨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친구가 무슨 소용이에요? 세경인 내 아냅니다!
나 지금 당장 가서 닥터 리한테 세경이 찾아내라고 하겠어요. 왜 보호자 허락도 없이
병자를 마음대로 왜 내보냅니까?
- 이 선생님도 병원엔 안 계세요.
- 닥터 리와 수연 씨가 짰군요! 그럼 원장한테 찾아내라고 하겠어요! 내가 가만히 있을 거 같습니까?
- 동네방네 다 알릴 셈인가요?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낼 가졌다고요.
- 아니, 지금 날 협박하는 겁니까?
- 천만에요. 박 선생님이 그걸 겁낼 뿐이죠.
- 도대체 뭘 원하십니까?
- 난 원하는 거 없어요. 세경이가 원하는 대로만 해주세요. 박 선생님은 아주 유능하세요.
차분하게 앉아서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 흠... 해보시죠. 들어볼 테니까.
- 세경일 버리세요.
- 네?
- 세경이는 박 선생님 곁에 있으면 다시 병에 걸리고 그러다가 종래에는 미치고 말 거예요. 아주.
세경이 이제 선생님 곁에 더는 못 있어요. 박 선생님은 세경이가 왜 정신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됐는지
그걸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해요. 그걸 아신다면 세경일 보내주실 거예요.
- 계속 해보시죠. 다 들어드릴 테니까.
- 선생님은 이해 못하시겠지만 세경인 그런 여자예요.
- 그래서요?
- 세경인 박 선생님과 맞지 않는 여자예요. 그건 박 선생님도 인정하실 거예요.
- 하지만!
- 제 얘기 마저 들어주세요.
- 좋아요. 계속 하세요.
- 박 선생님은 아주 유능하세요. 세경이보다 더 예쁘고 재능 있는 여자 얼마든지 다시
맞이하실 수 있어요. 어, 그리고 잘 생각해 보시면 박 선생님 자존심 하나도 안 다치고
이혼하는 방법 있을 거예요. 반드시 있을 거예요. 그리고 박 선생님은 얼마든지 새 출발 하실 수 있어요.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한 일이에요. 그렇게 명백한 일을 가지고 왜 이런 시련을 겪으려고 하세요?
박 선생님이 아쉬운 게 뭐가 있다구요. 따지고 보면 박 선생님도 세경이와 생활하면서
얻은 게 없지 않으세요? 그렇잖아요?
- 없기는커녕 내게 골탕만 먹이려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
- 그러니까 하는 얘기예요.
- 그런데 세경이가 날 떠나서 얻는 게 도대체 뭐죠? 뭡니까?
- 하아, 내가 보기엔 세경인 아무것도 얻는 게 없어요. 세경이 박 선생님 곁을 떠난다면은
남편도, 돈도, 배경도,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이름 없는 여자가 될 거예요. 그런데도 세경인
죽기를 작정하고 떠나겠다니 어쩌겠어요? 그게 세경이 성품인데 어쩌겠어요?
거듭 얘기하지만 세경인 아무것도 얻는 게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세경이가 뭘 얻겠어요?
- 그런데도 왜 죽어라하고 날 떠나려는 겁니까? 왜?
- 그게 세경이 성품인데 어쩌겠어요?! 그게 성품인데!
- 끝끝내 어리석은, 끝끝내 그 소시민 근성을 못 버리고서 정작 미친 사람은
세경이가 아니라 납니다! 나예요!!
- 그러니까 그만 끝내버리세요. 서로를 위해서 말이에요. 냉정하게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방법이 있을 거예요. 세경이에게도 박 선생님에게도 좋은 방법이 있을 거예요. 반드시.
아, 제 얘긴 이게 다예요.
- 아...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뭘 물으시려구요?
- 세경이 지금 어딨죠? 말하세요. 알아야 하니까.
- 만나도 소용없어요.
- 수연 씨 집에 있습니까?
- 아니요.
- 그럼 닥터 리 집에 있나요?
- 아... 그럴 리가 있나요?
- 난 기분이 나쁩니다. 왜 내 아낼 멋대로 퇴원을 시키고 나도 모르는 곳에 데려다놓고 그럽니까?
그것은 날 모욕하는 일이에요!
- 그건 오해예요. 전 추호도 박 선생님 모욕할 생각 없어요.
- 그렇다면 얘길 해주세요.
- 세경이 그대로 병원에 있어요.
- 뭐라고요?
- 당장 뛰어가실 것 같아서 거짓말 했어요. 사과하겠어요. 아무리 친구고 담당의사라도
남편을 제치고 어떻게 우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린 남이에요. 거듭 사과드리겠어요.
거짓말 한 거.
- 그렇다면 됐습니다. 그렇다면 됐습니다!
- 설마 세경이 데리러 가시려는 건 아니죠? 그렇죠?
- 이만 일어서죠.
- 박 선생님!
- 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 박 선생님! 박 선생님!
(음악)
배한성, 권희덕, 장춘순.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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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스물일곱 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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