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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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겨울나무 - 제26화 부인께서 위험한 생각을 하고…
춤추는 겨울나무
제26화 부인께서 위험한 생각을 하고…
1979.10.26 방송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광고)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스물여섯 번째.

(문 여닫는 소리)

- 선생님. 퇴원 인사 왔습니다.

- 축하해.

(등 두드리는 소리)

-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 여기 와서 반년이었지?

- 네, 그렇게 됐더군요.

- 고생 많았어.

- 선생님도요.

- 이렇게 퇴원하는 걸 보니 기뻐.

- 참, 구경서 씨는 아직 한참 더 있어야 되나요?

- 어, 이제 정견발표회도 안 열고 국회의원도 이제 시시해 가는 참이야. 잘될 거야. 구경서 씨도.

- 잘돼야죠.

- 그래도 그렇게 싸우더니 구경서 씨랑 정들었던 모양이지.

- 불쌍한 사람이에요.

- 이게 바로 학수 군이 건강해졌다는 증거야.

- 그런데 막상 떠나자니 섭섭해요. 그동안 정들었던가 봐요. 선생님이랑 다.

- 하지만 이런 이별이라면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안 그래?

- 선생님 정말 그동안 고맙게 해주셨어요.

- 이제 다신 이런 데 오지 마. 응?

- 네.

- 나가봐. 가족들이 기다리잖아.

-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 잘 가요.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 (전화 음성 소리)박영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 어, 안녕하십니까.

- (전화 음성 소리)별일없습니까?

- 별일 없지만 좀 와주시겠습니까?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 (전화 음성 소리)무슨 말씀인데요?

- 뵙고 말씀 드리죠.

- (전화 음성 소리)어쩌죠. 요새 회사일이 빠져나갈 틈새가 없는데

무슨 말씀인지 전화로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 글쎄요. 전화로 이런 말씀 드려도 될 런지-.

- (전화 음성 소리)아내한테 무슨 일이 있나요?

- 부인께서 아주 위험한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 (전화 음성 소리)위험한 생각이라뇨?

- 제가 지난번에 얘기했죠? 자살을 기도할지도 모른다는.

- (전화 음성 소리)그래서요?

- 부인이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계세요. 의외로 차분하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지 뭡니까?

- (전화 음성 소리)기막힐 일이군요. 세상에 자기 남편이 싫어서 자살하겠다는 여자가 어딨습니까?!

내가 벌렌가요? 아니면 아직 제정신이 아닌 거 아닙니까? 아, 세경이가 제게 그 말을 전하라고 하던가요?

- 제가 두 분을 위해서 부인의 생각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선생께서 부인의 생각을 알고 계셔야죠.

- (전화 음성 소리)분명히 세경이가 제게 그 말 전하라고 한 거 아니죠?

- 흠, 부인은 아직 환잡니다. 자기 생각밖에 몰두할 줄 모르는-. 왜요? 부인께서 그 말 선생께

전해달라고 한 것 같습니까?

- (전화 음성 소리)그 사람이 날 협박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해서 말이요.

- 흐흠, 부인이 누굴 협박할 만큼 현명하지 못하다는 거, 선생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 (전화 음성 소리)글쎄요.

- 깊이 생각해주십쇼.

- (전화 음성 소리)그 일 말고 딴 일 없습니까?

- 네.

- (전화 음성 소리)알았소.

- 알았다뇨?

- (전화 음성 소리)낱낱이 알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럼 퇴원 때 뵙겠습니다.

(전화 끊는 소리)

- 정말 큰일 날 사람이군.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안 되겠어. 안 되겠어. 이대로는.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 오빠.

- 아니, 지숙이 아니냐?

- 아하, 놀라셨죠?

- 놀래지 않구. 웬일이냐?

- 시내 나왔다가 수연이한테 전활 걸었더니 없잖아요. 어제도 없구요.

글쎄 여기까지 와버렸어요. 근데 수연이한테 무슨 일 있어요? 오빤 알죠?

- 무슨 일은. 수연 씨 여행 갔어.

- 그래요? 아이, 언제요?

- 올 때 됐어. 오늘쯤 올 거야.

- 아, 이 겨울에 무슨 여행이람. 오늘 온다고 했어요?

- 아니, 내 생각이야.

- 오빠.

- 왜?

- 수연이 사랑하세요?

- ...

- 왜 대답이 없으세요?

- 나... 감정처리가 이렇게 불투명하긴 처음이다.

- 수연이 탓인가요?

- 아니, 내 탓이야.

- 아이, 오빠답지 않군요. 오빤 분명한 걸 좋아하면서.

- 그래, 나도 분명해지고 싶어. 조만간 분명해지겠지.

- 오빠, 수연이 좋은 아이예요.

- 좋은 여자야. 아주 좋은 여자야.

- 그런데 오빠는-.

- 그만해둬라. 나도 초조해. 지금. 지금은 더 말하지 마.

- 알겠어요.

- 휴게실에 가서 차라도 한 잔 마시자.

- 네, 그래요!

(음악)

(새 지저귀는 소리)

- 어머, 이 선생님.

- 아, 세경 씨, 산책 나오셨어요?

- 아, 여기서 뭘 하세요?

- 아, 그냥 좀...

- 우울하신 것 같애요.

- 아, 아닙니다. 날씨가 따뜻하길래 나와봤죠. 앉으시죠.

- 선생님 방에 갔었어요.

- 그랬어요?

- 오늘은 왜 제 방에 안 와주셨어요? 아침에 잠깐 들리시고는-.

- 기다리셨습니까?

- 네, 수연이도 안 오고 선생님도 안 오시고. 수연이가 빨리 왔음 좋겠어요.

- 저도 수연 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악)

(차 멈추는 소리)

- 불 꺼져 있군. 오늘도 안 돌아오려나. 음...

(라이터 열고 담배에 불붙이는 소리)

- 후... 오늘은 꼭 돌아올 것만 같은데.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수연 씨를 기다리는 거지? 나 때문인가? 아니면

세경 씨 때문인가. 아... 나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세경 씨 때문인 것도 같고.

오, 바람이 차군.

(발자국 소리)

- 선생님 아니세요?

- 어? 수연 씨.

- 오, 네. 저예요.

- 오셨군요.

- 절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 네, 오늘은 꼭 돌아올 것만 같아서요. 근데 와보니 불이 꺼져 있지 뭡니까.

그래서 돌아가지도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겁니다.

- 오호, 좋은데요. 여행에서 돌아오는데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날 기다려주고 있다니요.

- 잘 다녀오셨군요.

- 네.

- 겨울바다가 너무 쓸쓸해서 울어버리진 않았습니까?

- 아, 울 뻔했어요. 오호호호.

- 하하하하하.

- 그래, 떠나보시니까 왜 떠나고 싶었던지 알아지던가요?

- 네, 알아지더군요.

- 저도 알면 안 됩니까?

- 아하, 지금 얘기해드릴 수 없어요.

- 지금은?

- 네, 지금은 안 되겠어요.

-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는데요?

-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오겠죠. 그때까지 참아주세요.

- 어쨌든 왔으니까 됐어요. 저, 많이 기다렸습니다. 왠진 모르지만. 세경 씨도 많이 기다렸구요.

- 아하하하, 기다려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행복하네요. 오호, 올라가서 차 마셔요.

(음악)

(찻잔 부딪치는 소리)

- 그런데 선생님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신 거 같애요? 무슨 일 있었어요?

- 별일 없었어요.

- 그래요?

- 좀 우울했거든요. 그래서-.

- 왜 우울하셨던가요?

- 글쎄요... 저도 다음에 얘기해 드리겠어요.

- 어머나, 금방 되돌려 받는군요.

- 하하하하하.

- 근데 세경이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 수연 씨가 박영진 씨 좀 만나셔야겠습니다.

- 제가...요?

- 네, 수연 씨가요.

(음악)

박웅, 배한성, 송도영, 김민, 권희덕, 김한진.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스물여섯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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