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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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겨울나무 - 제24화 아내 하나 어쩌질 못해서 결혼에 실패한다면…
춤추는 겨울나무
제24화 아내 하나 어쩌질 못해서 결혼에 실패한다면…
1979.10.24 방송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광고)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스물네 번째.

(음악)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닫는 소리)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집사람 이젠 괜찮더군요.

- 네, 안정만 좀 하고 있으면 괜찮을 겁니다.

- 내가 보기엔 안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을 안 하더니

말도 아주 잘하구요.

- 겉으로 보기엔 그렇지만 이럴 때가 사실은 중요하죠.

- 선생께서 그러시다면 그런 줄 알아야겠죠.

- 그래, 얘긴 좀 하셨나요?

- 난 아무래도 결혼을 잘못 한 것 같애요. 도대체가 날 따르겠다는 생각조차 없는 여자예요.

- 성격 차이겠죠.

- 하지만 난 포기할 순 없어요. 난 실패는 딱 질색입니다. 내 아내 하나 어쩌질 못해서

결혼에 실패한다면 말도 안 돼요.

- 부인께서 뭐라고 하시든가요?

- 늘 하는 얘기죠. 들으나마나.

- 근데 부인이 한사코 선생께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면은 어쩌시겠습니까?

- 아니, 지금 무슨 말씀 하고 계신 겁니까? 돌아오지 않다니요? 우린 엄연한 부붑니다!

- 만일... 안 가려고 자살이라도 기도한다면...

- 뭐라구요?!

-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얘깁니다. 그만큼 부인에겐 절실한 문제구요.

선생께서 납득을 하시든 못 하시든 부인으로선 그렇게 절실해요. 선생께서도 그걸 느끼셨을 텐데요?

- 난 세경이의 남편입니다. 내가 아무리 세경이를 이해 못한다고 해도 선생보단 많이 알고 있어요.

선생께선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보시는 것 같은데 신경 쓰실 거 없습니다. 내 문제 내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 하지만 제 말 기억해주십쇼. 이건 정확한 관찰입니다. 노엽게만 생각지 마시고 새겨주십쇼.

- 글쎄! 이것은 내 문제예요!!

- 전 다만 두 분을 돕고 싶은 겁니다. 그뿐입니다. 달리 생각지 말아주십쇼.

-음...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서 아내 맞을 준비를 해야겠죠. 퇴원시킬 때 또다시 뵙겠습니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음...

(음악)

- 세경아, 뭐라고 말 좀 해. 응? 니 남편이 뭐라고 했니? 응?

- 말하고 싶지 않아... 나 혼자 있고 싶어, 수연아.

- 혼자 있으면 더 속상하지 않니? 그러지 말고 나랑 얘기나 해.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오호, 잘 오셨어요. 선생님.

- 기분이 안 좋으신 모양이군요.

- 돌아갔어요?

- 네. 방금.

- 세경 씨, 너무 신경 쓰지 마십쇼. 제가 오늘 남편을 만나보시라고 한 건

부인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서예요. 그래야 앞으로 세경 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거 아닙니까.

- 나 혼자 있고 싶어요.

- 세경 씨...

- 선생님.

- 잊어버리세요.

- 어떻게 잊어버려요? 네?

- 당분간만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잡지나 뒤적거리세요. 수연 씨랑 얘길 하시든지

그래야 합니다. 괴로워한다고 그분 생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세경 씨 건강에만 나빠집니다.

- 아하, 그래. 이 선생님 말씀이 맞아.

- 한동안 잘 지냈는데...

- 좀 주무십쇼, 이젠.

- 고마워요. 선생님.

- 수연 씨, 우리 나가죠.

- 네, 세경아, 나 내일 올께. 그럼.

- 응, 고마워.

- 그럼 간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세경이가 선생님 말을 잘 듣는군요.

- 네, 잘 들어요.

- 선생님이 그렇게 성심으로 대하는데 안 들을 도리가 있겠어요?

오호, 어쩜 그렇게 성심으로 대하세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나도 선생님 환자가

되고 싶은 마음 들어요. 오호호.

-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씀 마십쇼.

- 아하하하하하하하.

(음악)

(잔 부딪치는 소리)

- 앞으로 어쩌죠? 일보의 양보도 없는 남편하고 어떻게 무슨 얘길 더 하죠?

- 글쎄요. 지금은 막막합니다.

- 하아... 정말 답답하군요.

- 답답하죠. 오늘은 술이나 마시죠. 당분간 두고 보기로 하구요.

수연 씨도 그동안 애 많이 썼어요. 일도 못하시고.

- 아하하, 제 친군데요, 뭐. 선생님이야말로 정말 피곤하시겠어요.

환자의 부부문제까지 걱정을 하셔야 하니까.

- 오늘 남편을 만나면서 문뜩 생각했어요. 내가 꼭 환자의 보호자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거 같다구요. 우습죠?

- 하, 보호자가 보호자처럼 굴지 않으니까요. 워낙에.

- 글쎄요.

- 그게 아니던가요?

- 글쎄요. 술이나 마시죠.

(잔 부딪치는 소리 및 잔에 술 따르는 소리)

- 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가 않군요.

(술 마시는 소리)

- 어? 왜 그렇게 보세요?

- 아, 아니에요. 음.

- 하아...

(음악)

(잔 부딪치는 소리)

- 뭘 생각하세요?

(잔 부딪치는 소리)

- 뭘 그렇게 또 생각하세요?

- 예? 아아... 음... 세경 씨말입니다.

- 오늘은 더 생각 안 하겠다고 두 번씩이나 그러시고 또 그 얘기예요?

- 아, 참. 그랬죠? 하하...

- 얘기해보세요.

- 아니에요. 다음에 하죠. 오늘 그만 생각하기로 했으니까.

- 아하하, 엉터리시군요.

(음악)

(차 소리)

- 선생님.

- 네?

- 저, 갑자기 여행가고 싶어요.

- 여행을요?

- 하아,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떠나고 싶어져요.

- 갑자기...?

- 어디든 좀 다녀와야 할까 봐요. 아무래도.

- 왜 갑자기?

- 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녀오겠어요. 세경이 생각을 하면은 그럴 수가 없지만

그래도 가야할까 봐요.

- 그러시다면 다녀오셔야죠. 세경 씨 때문에 쇼크 받고, 신경 쓰시고 그래서 그런가 보죠.

- 하아, 글쎄요. 왜 갑자기 떠나고 싶은 건지 떠나 봐야 알 것 같아요.

- 수연 씨, 오늘 조금 이상한 것 같애요.

- 아하, 글쎄요.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네요?

- 왤까요?

- 그것도 떠나 보면 알겠죠.

- 그렇다면 그렇게 모르는 게 많아진 걸 보니 정말 떠나셔야겠군요.

- 글쎄 말이에요.

- 가시면 언제쯤 돌아오시겠어요?

- 그것도 가봐야 알겠어요. 어, 다 왔군요.

(차 멈추는 소리)

- 흠...

- 왜요?

- 정말 가실 겁니까?

- 전 여행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가지 않고는 못 배겨요. 미안해요. 세경이한테도 미안하구요.

- 떠나실 때 전화 주시겠어요?

- 네, 그렇게 할게요. 세경이한테 내일 가겠다고 했는데 얘기 잘해주세요 .선생님이.

- 네, 수연 씨.

- 네?

- 오늘은 커피 한잔 안 주실 거죠?

-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 느낌이죠. 어쩐지 그럴 것 같은.

- 선생님, 참 예민하세요.

- 아하하.

- 아하하.

- 안녕.

- 안녕.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음악)

박웅, 배한성, 송도영, 권희덕.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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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스물네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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