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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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스물두 번째.

(음악)

- 어제 수연 씨 만나니까 어땠나요?

- 아, 실컷 울었어요. 그랬더니 시원해요. 좀.

- 오늘도 온다고 하던데요.

- 네. 올 거예요. 뭔가 꽉 차는, 그런 기분이에요.

- 만일 남편께서 세경 씨를 만나겠다면 어쩌시겠어요?

- 그이가 온대요?

- 놀라지 마세요.

- 아...

- 겁내지도 마시구요.

- 겁내지 말고 남편이 오시면 만나세요. 그렇다고 세경 씨를 퇴원시키려고 오는 건 아닙니다.

- 하지만 싫어요!

- 부부가 안 만날 도리가 있나요.

- 어... 그렇군요. 그이와 난 부부군요. 하지만 난 이제 강세경이고 싶어요.

난 이제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싶어요. 선생님, 선생님이 절 좀 도와주세요. 네?

- 물론이죠. 전 세경 씨를 도웁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만나서 똑같은 얘기일지라도 해보세요. 아시겠어요?

- 아...!

- 세경 씬 절 믿죠?

- 네에...

- 그럼 그렇게 하세요. 약속할 수 있죠?

- 네, 선생님이 하라시는 대로 하겠어요.

- 고마워요.

(음악)

- 앉으시죠.

- 네.

- 일전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 천만에요. 도리어 제가 큰 실례를 했습니다.

- 담배 태시죠?

- 네, 감사합니다.

(라이터 여닫는 소리)

- 감사합니다.

(라이터 여닫는 소리)

- 후...

- 절 부르신 용건은?

- 기뻐하십쇼. 부인은 생각보다 빨리 좋아지고 계십니다.

- 그래요?

- 이제 완쾌는 문제가 아닙니다.

-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 헌데 앞으로가 문젭니다.

- 앞으로라뇨? 완쾌되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했지 않습니까?

- 요컨대 발병원인이 완전히 없어져야 완전한 건강을 찾을 수가 있다는 거죠.

- 대체 그 발병원인이라는 것이 뭡니까?

(음악)

(잔 부딪치는 소리)

- 으흠, 마시자.

- 응.

- 오늘은 하루 종일 놀다 갈게.

- 그래도 돼?

- 난 낮에는 원고도 안 쓰잖니?

- 어, 요샌 무슨 얘길 쓰니?

- 으흥, 잘 써지질 않아. 글 쓰겠다고 신문사까지 그만뒀는데도 신통치가 않아.

내가 아직 인생을 모르는 탓인가? 아하하하.

- 난 니가 부러워. 넌 적어도 자유니까.

- 자유?

- 그래. 자유.

- 하지만 자유란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되는 줄 아니?

혼자라는 게 얼마나 힘드는 일인 줄 알어?

- 어떤 걸 지불하더라도 난 너처럼만 될 수 있다면은...

- 초조해 하지 마. 넌 아직 건강하지가 못해. 몸과 마음이 다.

- 오늘 그이가 온다는 거야.

- 그래서 불안한 거니? 이 선생님이랑 약속했다면서?

- 약속은... 했지만.

- 이 선생님도 뭔가 생각이 있어서 니 남편 만나라고 했을 거야. 그러니까 담담하게 만나는 거야.

만나서 할 얘기 있으면 하는 거야.

- 난 아무 말도 할 게 없어. 그이만 보면 그냥 가슴만 막혀. 가슴만...

(음악)

- 내가 거대한 벽이라구요?!

-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르고 인생을 보는 눈이 전혀 다른 남편.

부인은 그렇게 느낀 겁니다. 그게 바로 병의 원인이죠. 그 벽을 깰 수 없다는 걸 느끼면서

좌절하고, 고독해지고 그러다보니 병이 된 거죠.

- 난 이해할 수가 없군요. 날 벽으로 느낀 것도 이해할 수 없고 그걸 깨트릴 수 없다고

생각한 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왜 날 벽이라고 느끼죠?! 왜 그걸 깨트리려고 합니까?

그냥 따라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내란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까! 난 세경이의 인생을

맡았고 세경인 내게 자기 인생을 맡겼어요! 그랬으면 따라와야죠. 그렇지 않습니까?

- 하지만 부인은 부인대로의 인생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부부라 할지라도,

더구나 부인은 예술을 하는 분입니다. 자기의 인격과 개성을 확실하게 가진.

- 난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여자는 그냥 여자일 뿐이에요! 여자는 물과

같은 존잽니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은 둥글게 되고!

- 여자는 독자적인 존재가 아니란 얘기군요. 그러시면서 어떻게 부인에 화가될 것을

희망하셨던가요?

- 예?

- 독자적인 존재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예술을 하나요? 그건 이율배반 아닐까요?

그렇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 아, 그래서 전 아내가 그림을 안 그려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 (혼잣말)대신 당신은 아내를 학대하지 않았습니까...?

- 하지만 난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했어요!

- (혼잣말)당신 아내가 바라는 건 값진 보석도, 번쩍거리는 드레스도, 호화로운 아파트가 아닌,

당신 아내가 바라는 건 사랑입니다. 당신의 더운 심장입니다. 그걸 왜 모르시죠? 네?

- 결국 모든 게 내 노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됐습니다. 잡념 없이 날 따르게 했어야 하는 건데.

내 아내는 한마디로 현실감각이 없는 여자예요! 결혼은 생활이에요! 어떻게 현실감각이

없이 살 수가 있습니까?!

- 부인은 부인대로 선생의 생활방식이라든가, 그런 것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가 없고

선생은 또 선생대로 부인을 그냥 자유롭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부인의 의사를

존중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면서 아주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반발사지 않게

선생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시면 안 될까요? 그렇지 않고는 완쾌돼서 퇴원한다고 해도

다시 병원으로 와야 합니다. 그러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돼버릴지도 모릅니다.

- 그땐 아주 미쳐버린단 얘긴가요? 난 내 방식대로 합니다. 내 방식대로 하면서도

아내를 다시 병원에 보내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왜요? 못해낼 것 같습니까?

- 불을 보듯 빤한 일을 가지고 왜 만용을 부리려 하시죠? 전 지금 환자가 다시

발병하는 일이 없도록 담당의사로서 제 소견을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 그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요-!

- 제 얘기 마저 들어 주십쇼.

- 네, 하시죠.

- 선생은 지금까지 부인이 왜 병이 났는지도 모르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 그래서요?

- 그래서 제가 왜 병이 났으니 어떻게 해야 재발하지 않는가를 설명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선생께서는 제 얘기 하나도 받아들여주시지 않고 계세요. 계속 부인을

이해 못한다고만 하시는데 부인은 지금 환잡니다. 환자를 상대로 고집을 부린다는 건

제가 보기엔 어리석은 일이거나, 잔인한 일이거나 둘 중의 하나로밖엔 생각되지 않아요.

전 정말 선생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말씀이 지나치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 선생께 불쾌감을 주자고 한 얘긴 아닙니다. 전 제가 느낀 대로 얘기했을 뿐입니다.

거듭 부탁드리겠는데 제발 부인을 이해하는 방향을 생각을 돌리십쇼. 그게 최선의 길입니다.

- 최선의 길이요?

- 끝없이 감싸주시고, 관용하시고 인내하셔야지 이해하기만 하셔도 안 되구요.

부인은 그처럼 상처가 깊고 마음의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 선생께선 아내를 유리그릇 다루듯이 그렇게 조심조심 대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여자는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다루다간 끝이 없습니다.

그러다간 난 아무것도 못해요! 아무것도!

- 이렇게 실패를 하시고도 그런 얘길 하시는 겁니까?

- 실패라뇨?

- 실패가 아닙니까? 그러시다가 부인께서 병을 얻었는데도 실패가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 선생께선 뭔가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 네?

- 아낸 나 때문에 병이 난 게 아니라 자기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된 겁니다! 아시겠어요?!

- 뭐라구요?!

(음악)

박웅, 배한성, 송도영, 권희덕.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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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스물두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