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춤추는 겨울나무 - 제15화 이건 가문의 수치예요!
춤추는 겨울나무
제15화 이건 가문의 수치예요!
1979.10.15 방송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음악)

배명숙 극복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열다섯 번째.

(음악)

- 그럼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남자 둘을 데리고 왔으니까 뭐 도와주실 일은 없을 거예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사모님. 제 얘기 조금만 더 들어주십쇼.

- 만류하실 작정이라면 그만두세요.

- 전 환자를 좀 알고 있습니다.

- 알고... 있다뇨?

- 강세경 씨에 대해서 좀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 네?

-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 아,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지요? 우리 아이에 대해 좀 알고 계시다니. 뭘 알고 계시다는 건가요? 네?

- 강세경 씨는 내 환자일 뿐 아니라 나와 친하게 지내는 분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분의 친구라구요? 우리 아이가?

- 네, 그렇습니다.

- 어떤 친군가요?

- 누구라고 말씀드리면은 사모님께서 아실까요? 며느님의 친군데요.

- 아, 저 글쎄 누군지 말씀만 해주세요.

- 서수연 씨라고 있습니다.

- 뭐라구요?

- 아십니까?

- 딴 친구는 몰라도 그 친구는 알고 있어요.

- 그러세요?

- 아, 세상에, 이럴 수가. 세상이 넓고도 좁다고는 하지만 서수연이를 선생님이 아신다니. 아니, 그것도 친하게 지내신다니.

- 우연히 서수연 씨가 강세경 씨와 친한 친구라는 걸 알게 됐죠.

- 아, 저 그럼 우리 아이가 여기 있는 걸 알겠군요. 네?

- 아직 모릅니다.

- 모른다구요?

- 알리지를 않았으니깐요.

- 아휴, 선생님. 부탁입니다. 제발 알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 왜요? 친구의 불행을 친구가 모르면 어쩝니까?

- 하지만 그건 안 돼요!

- 그럴 만한 일이라도-.

- 남들이 알면 뭐라겠어요! 우리가 몹시 굴어서 며느리가 미쳤다고 할 거 아니에요? 설사 그렇게 생각 안 한다고 해도 남들이 알아선 안 돼요. 이건 가문의 수치예요!

우리가 어떤 가문인데! 아, 저 그러니 제발 선생님, 그리고 여자들이란 입이 가벼워서 금방 소문이 퍼져버릴 거예요. 저 그러면 우리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돼요. 선생님.

- 며느님의 병, 그렇게 부끄러워 하실 일이 아닙니다. 살다보면 때로 병도 얻고 그러는 거죠.

그리고 심한 상태도 아니고 몇 달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구요.

신경이 예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겁니다.

- 하지만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에요. 우린 며늘아이에게 할 만큼 했어요.

아쉬운 거라곤 없이 다해줬어요. 시집살이 시킨 일도 없고 잔소리 한번 해보질 않았어요.

아니, 그런데 뭐 할 게 없어서 정신병원 신세를 져요?

- 하지만 병이 나고 싶어서 나는 사람이 있습니까? 가엾게 생각해주세요.

- 가엾은 건 며늘아이가 아니라 내 아들입니다! 아니, 걔한테 무슨 죄가 있다고!

하아, 다 그만두죠. 이게 다 며느리 잘못 둔 탓이죠. 그 아인 시집와서 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어요!

유학을 시키니 그림을 그리나. 그림 핑계로 아이도 안 낳고. 한다는 게 정신병원 신세나 지고.

아, 저 그보다 선생님. 제 부탁 들어주시는 거죠?

- 원이시라면요.

-네, 원이에요. 절대로 그 친구가 알아선 안 됩니다.

- 그러시다면은 제 부탁도 좀 들어주십쇼. 환자, 그냥 여기 그대로 있게 해주세요.

전 환자하고 약속을 했어요. 여기 있게 해주겠다고 말이죠. 그냥 여기 있으면은 머지않아 틀림없이 좋아질 겁니다.

- 애초에 병원으로 보내는 게 아닌데.

- 환자는 많이 좋아졌어요. 그럼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줍니다. 그러니 딴 신경 쓰지 마세요.

- 선생님은 우리가 누군지 다 알고 계시죠?

- 네, 알고 있습니다.

- 우리 아이가 얘기했나요?

- 서수연 씨가 지나는 얘기로 하는 걸 들었습니다.

- 아, 역시...

-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서. 저, 선생님 말고 이 병원에서 또 누가 알고 있죠?

- 아무도 모르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쇼. 얘기했잖습니까?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킨다구요.

- 역시 입원시키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제 와서야 도리 없죠.

그보다 제 부탁 꼭 들어주신다는 약속을 해주세요. 선생님.

- 약속하겠습니다.

- 꼭이지요.

- 걱정마시라니깐요.

- 하아, 고맙습니다.

- 오신 김에 환자를 한번 보시겠습니까?

- 아니요! 아니에요. 그냥 가겠어요. 그꼴 보고 싶지 않아요. 난. 저, 그보다 선생님. 이거 받아주십시오. 약소합니다만.

- 이거 수표가 아닙니까?

- 마침 가진 게 그것뿐이에요.

- 그런데 이걸 왜 주시는 거죠?

- 선생님의 수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요.

- 전 이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일합니다. 환자 가족에게 따로 수고비를 받을 까닭이 없어요. 게다가 이렇게 큰돈을-.

- 그걸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그냥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받아두세요.

그리고 제 부탁이나 잊지 말아주세요.

-예?

- 아, 저,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 사모님, 전 이런 거 안 주셔도 약속 잘 지킵니다. 뭘 잘못 알고 계시군요.

- 잘못 알고 있다니...?

- 긴 말 안 드리겠습니다. 걱정 말고 돌아가십쇼.

- 아, 이걸 받아주셔야 제가 믿고 돌아가죠.

- 사모님.

- 선생님 마음먹기에 따라서 우리가 창피를 당할 수도 있어요.

저, 그러니 아무 말씀 마시고 거둬주세요. 제 성의예요.

- 왜 제 말을 그렇게 못 알아들으십니까?! 자꾸 이러시면은 저 화냅니다. 음.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는 소리)

- 전 또 환자를 봐야 합니다. 안녕히 돌아가십쇼.

-네... 아, 네.

(문 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라이터에 불붙이는 소리)

(전화벨 소리)

- 네. 병원입니다.

- (전화 음성) 저예요, 선생님.

- 오! 수연 씨. 어쩐 일이십니까? 전화를 다 주시고.

- (전화 음성) 궁금해서 걸었어요. 혹시 그 여자 남편이 데려갔나 하구요.

- 아닙니다. 잘됐어요. 안 데려 가기로 했습니다.

- (전화 음성) 어머, 성공하셨군요. 설득에.

- 아, 네. 그럭저럭.

- (전화 음성) 그런데 별로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애요?

- 아, 뭐 별일 아닙니다. 7호실 환자 가족과 조금 전에 얘기를 끝냈거든요. 그래서 좀...

- (전화 음성) 아, 힘드셨던가 보군요.

- 하하하하하.

- (전화 음성) 잘됐네요. 환자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셨으니. 문득 그 생각이 나길래 전화 해봤어요.

- 뭘 하세요?

- (전화 음성) 번역 원고 가지고 씨름하다가 잠시 쉬는 중이에요.

- 일하시다가 머리가 무거우면은 퇴근 때쯤 제게 전화를 주세요. 차로 한 바퀴 돌아드릴 테니까.

- (전화 음성) 네, 기억하고 있겠어요.

- 저녁에는 뭘 하실 건가요?

- (전화 음성) 어, 친구와 약속이 있어요.

- 남자친굽니까?

- (전화 음성) 왜요? 알고 싶으세요?

- 아닙니다, 하하, 농담입니다. 그럼 전 내일을 기다리겠습니다. 내일 아파트로 모시러 갈 테니까 퇴근시간쯤 해서 외출 준비하고 기다리시겠어요?

- (전화 음성) 어딜 가는데요?

- 어딜 가긴요. 그냥 맛있는 거 사드리고 싶어서요.

- (전화 음성) 그럼 내일 아침부터 굶고 있겠어요.

- 그러십쇼. 전화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기분이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 (전화 음성) 아아, 다행이군요.

- 네, 그럼.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는 소리)

- 선생님, 7호실 강세경 씨가 선생님 뵙고 싶다는데요?

- 강세경 씨가?

(음악)

박웅, 권희덕, 유근옥, 정경애.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광고)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열다섯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4.06)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