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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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겨울나무 - 제14화 난 파리 얘기 하고 싶지 않아요.
춤추는 겨울나무
제14화 난 파리 얘기 하고 싶지 않아요.
1979.10.14 방송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열네 번째.

(음악)

- 이제 아시겠어요? 내가 파티를 싫어하는 이유를.

- 네, 알 것 같습니다.

- 난 갈 데 없는 어릿광대였어요. 그이는 치밀한 연출자였구요.

하지만 그런 어릿광대 노릇은 얼마든지 해낼 수 있었어요.

하아, 그이 말마따나 난 재벌의 아내고 그이 아내인 이상 싫든 좋든 해야 하는 건 당연했어요. 정말이지 그런 일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어요.

- 그럼 강세경 씨가 참을 수 없는 건 어떤 일이었습니까?

- 그걸... 그걸 어떻게 얘기하죠?

- 왜요? 내게 얘기하면 안 되는 일인가요?

- 난 못해요.

- 그럼 파리 얘기 좀 해주세요. 난 파리에 못 가봤습니다. 앞으로도 갈 것 같지가 않구요. 파리는 아름답다고들 하던데.

- 난 파리 얘기 하고 싶지 않아요.

-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많이 하셨던가요?

- 난 파리 얘기 하고 싶지 않아요! 하아...

- 부인?

- 괜찮을 거예요. 이상해요.

- 뭐가요?

- 선생님하고 얘길 하는 게.

- 왜요?

- 난... 결혼하고 여태까지 누구하고도 결혼생활을 얘기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선생님께 그런 얘기를, 선생님께 그이 얘기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 얘기 잘해주셨어요. 강세경 씨가 해주시기만 한다면은 난 더 많은 얘길 듣고 싶어요.

- 나두 그러고 싶어요. 어쩌다가 그이 얘기를 하게 됐는지는 몰라도.

- 세경 씨.

- 한번 얘기를 시작하니까 자꾸 무슨 얘기든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 그런데?

- 그런데 그럴 수가 없군요.

- 왤까요?

- 저도 모르겠어요. 왠지는. 하아, 그보다 선생님께 어쩌다가 그이 얘기를 했죠?

-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 이상하니까요.

- 이상하지 않아요. 조금도. 제가 남편 되시는 분 얘기를 듣고 싶어 해서 들려주신 겁니다.

- 그건 저도 알아요.

- 그런데 왜?

- 아무에게도 그이 얘길 해본 적이 없는데. 어째서 선생님께 그렇게 쉽사리 얘기를 할 수가 있었는지 난 지금 그게 이상해요. 선생님.

- 이상하긴요. 강세경 씨와 제가 친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쁩니다. 전.

- 하아, 그러세요?

- 네, 기뻐요.

- 선생님은 참 좋으신 분 같애요.

- 고맙군요.

- 처음엔 선생님이 싫었어요. 전.

- 말하기 싫은데 자꾸 얘기하자고 해서죠.

- 네. 전 그땐 아무것도 하기 싫었거든요. 말하기도 싫고. 먹기도 싫고. 움직이기도 싫고.

- 지금은 어떻습니까?

- 지금은... 선생님. 전 여기가 아주 좋아요. 잠두 잘 수가 있구요. 요 며칠 정말 오랜만에 전 잘 잤어요.

- 이젠 계속 잘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 어쩐지 그럴... 거 같기도 하지만, 하지만 그이가 날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 왜 또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 선생님은 모르세요. 그이가 어떤 사람인지. 아, 내일은... 올 거예요. 내일은. 하아... 하아.

(음악)

- 구경서 씨.

- 예?

- 왜 자꾸 3호실로 가고 싶어 하시죠? 5호실에도 친구들이 있는데요.

- 하지만 난 3호실이 좋아요.

- 3호실로 가면은 또 학수 군하고 싸우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잖아요.

- 그래도 난 3호실로 가고 싶어요. 보내주세요! 예?

- 음.

- 선생님.

- 얘기해 보세요.

- 내가 국회의원만 되면, 내가 선생님 원장 시켜 줄게요.

- 후후, 고맙군요.

- 왜요? 거짓말 같애요?

- 아니에요.

- 헤헤, 두고 보라구요. 내가 국회의원만 됐다 하면 그까짓 거 문제없으니까요. 난 한 번 한다면 꼭 한다구요.

- 그럴 거예요.

- 그럼, 나 3호실로 보내주시는 거죠?

- 그보다도 구경서 씨, 나하고 탁구 치러 안 가겠어요?

- 씨이... 또 공만 주우러 다닐 텐데 뭐.

- 처음엔 누구나 다 그런 거예요. 나도 처음엔 그랬다구요.

- 그래두-.

- 안 칠 거예요?

- 3호실로 보내주면요.

- 그럼 생각해 보겠어요.

- 에휴, 그때부터 생각하고선-!

- 더 생각해봐야 돼요.

- 치이! 보내주기 싫으니까 괜히 그러시구선.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다 안다구요! 뭐 내가 모르는 거 있는 줄 알아요?

- 나도 구경서 씨 소원 들어주고 싶어요. 하지만 싸우는 사람은 한방에 있으면 안 되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 구경서 씨가 학수 군하고 싸우지만 않으면은 왜 내가 그러겠어요? 그보다도 우리, 탁구나 칩시다. 자, 나가요. 싫어요?

- 싫어요!

- 그럼 나가보세요.

- 예.

(문 여닫는 소리)

(비상전화벨 소리)

- 네.

-(전화 음성) 선생님, 7호실 강세경 씨 가족이 선생님 뵙고 싶다고 하는데요.

- 가족 누구?

-(전화 음성) 시어머님이시라는데요.

- 그래? 아, 들어오시라고 해요.

-(전화 음성) 네.

- 시어머니라. 혹시...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닫는 소리)

- 어서 오십쇼.

- 수고 하십니다.

- 앉으시죠.

- 고맙습니다.

- 잘 와주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 저를요?

- 네.

- 선생님.

- 말씀하십쇼.

- 저... 오늘 온 건 며늘아이를 퇴원시키려고 왔습니다.

-네에?

(음악)

- 오늘은 꼭 데려가야겠어요.

- 사모님, 제 얘기 좀 들어주십쇼.

- 무슨 말씀이신데요?

- 환자는 지금 누가 자기를 데리러올까 봐 몹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 저이 남편이 가자니까 기절해버렸단 얘기 들었어요.

- 환자는 지금 여기 와서 많이 안정이 됐어요. 잠두 잘 자구요.

근데 옮겨보십쇼.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구나 환자는 여기서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제게 애원을 하더군요. 여기 있게 해달라구요. 하도 불안해 하길래

제가 그럼하고 약속을 해버렸어요.

- 걱정 마세요. 모든 거 우리가 감당할 거니까요.

- 고통을 환자가 받는데두요? 지금 데려가시면은 입원할 때보다 상태가 더 어려워져서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제 얘기 귀담아 들어주십쇼. 환자를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고통 받긴 그 아이나 가족들이나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이게 뭐 할 노릇인가요?

- 그럼 제게 맡겨주십쇼. 책임지고 빠른 시일 안에 완쾌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아니에요. 데려가기로 한 거니까 데려가겠어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 사모님, 왜 환자를 기어이 데려가려 하시죠? 전 담당의사로서 환자에게 해로운 일을 하시려는 가족들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이해 못 하셔도 하는 수 없어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 그럴... 만한 사정이라뇨?

- 전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 또 기절을 하거나 하면 어쩌죠?

- 기절을 하는 한이 있어도 오늘은 꼭 데려갈 겁니다.

- 뭐라구요?

(음악)

박웅, 송도영, 설영범, 유근옥, 정경애.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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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열네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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