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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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겨울나무 - 제11화 그는 거대한 파도 같았어요
춤추는 겨울나무
제11화 그는 거대한 파도 같았어요
1979.10.11 방송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열한 번째.

(음악)

(구두 발자국 소리)

- 네.

- 그래, 결국 그림을 주셨나요?

- 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어요. 그때 마침 완성해놓은 게 한 점 있었거든요.

- 네...

- 그게 두 분이 만나신 계기가 됐군요.

- 그이가 그런 계기를 만든 거죠. 그인 핑계를 대서 말이죠.

- 그렇군요.

- 그때부터 그인 수시로 전화를 했어요.

- (전화 음성) 강 선생님, 접니다. 박영진입니다.

- 어머, 어쩐 일로...

- (전화 음성) 그림을 얻고 그냥 있을 수 있나요.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요.

- 아, 괜찮아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 (전화 음성) 전 괜찮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겠어요. 어... 저녁에 시간 좀 내주시죠.

- 아, 그럼 저녁 대접 받은 걸로 하죠. 그러니--

- 저녁 대접을 받은 걸로 하시겠다구요?

- 네, 그러니 신경 쓰시지 마세요. 아, 전 아무 상관없어요.

- (전화 음성) 절 기피하시는군요.

- 거북한 건 사실이에요. 전 이 학교의 교사예요.

- (전화 음성) 나는 재단이사장이구요. 아... 역시 그렇군요. 난 다만 한 사람의 남자로 강 선생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은데 제 진의를 몰라주시는군요.

- 그, 그걸 제가 왜 모르겠어요?

- (전화 음성) 아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두 초대에 응하실 수 없는 강선생 심정 저도 압니다.

- 아... 그럼 됐잖아요.

- (전화 음성) 할 수 없군요. 제가 재단이사장의자릴 내놓는 수밖에 없군요.

- 네...?!

- (전화 음성) 난 지금 다만 한 사람의 남자이고 싶습니다. 재단이사장 자리가 장애물인 것 같으니까 그걸 치우겠다는 거죠. 어, 제가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강 선생은 아무 부담 없이 절 만나주실 수 있겠죠. 네?

- 뭐라구요?!

(음악)

- 아,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었죠. 그는 거대한 파도 같았어요. 난 그 파도에 밀리는 조각배 같았구요.

그는 날마다 내게 전화를 하고, 차를 보내고 하며 날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어요. 아, 난 그저 무력하게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어요. 나 때문에 그가 가졌던 학교에 대한 포부나 의욕 같은 걸 펼쳐보지 못하고 떠났으니 모른 채 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난 왠지 두려웠어요.

- 뭘 두려워하십니까? 세경 씨. 날 그냥 젊은 남자로만 봐주세요. 소원입니다.

내가 그 자리를 떠났는데도 부담을 느끼신다면 전 정말 섭섭합니다. 거긴 내 첫 직장이었어요.

직장이라고 하면 우습지만 어쨌든 거긴 내가 사회에 발을 디디고 처음 일한 곳입니다.

- 아...알고 있어요. 어마마한 포부와 의욕을 갖고 계셨는지도 알고 있구요. 하지만 이사장님.

- 이사장님이라뇨. 난 지금 박영진으로 세경 씨 앞에 앉아 있는 겁니다. 자꾸 그러시면 저 화납니다.

- 미안해요.

- 지금부터 절 미스터 박이라고 불러주십쇼. 사과 하시는 뜻으로 한번 불러보세요. 네? 세경 씨. 세경 씨.

- 노력해보겠어요.

- 됐습니다. 우리 나가서 드라이브라도 할까요?

- 아, 전 돌아가고 싶어요. 그만. 왜 그렇게 보시죠?

- 제가 그렇게 싫으십니까?

- 아... 그게 아니구요.

- 절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거절하시지 마세요. 자, 일어서세요. 어서.

- 아...

(음악)

- 미스터 박은 왜 나만 보면 웃죠? 난 잘 웃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 세경 씨만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어쩝니까. 내가 29년을 기다리던 여자를 이렇게 만났는데 웃지 않을 도리가 있나요. 난 너무 운이 좋은가 봐요. 내가 이렇게 쉽게 내가 기다리던 여자를 찾아낼 줄은 몰랐거든요. 유학에서 딱 돌아오니까 세경 씨가 날 이렇게 기다리고 있지 뭡니까?

- 어머머, 내가 언제 미스터 박을 기다렸다고 그래요?

- 그게 기다리고 있은 게 아니고 뭐겠어요? 하고 많은 학교 중에 왜 하필이면 내 학교에 세경 씨가 있었겠습니까.

- 아하하, 묘한 해석이군요.

- 전 교직원들과 인사 나누는 자리에서 세경 씨를 봤을 때, 그때 이미 난 생각을 했어요.

- 뭘요?

- 아, 이 여자다. 이 여자!

- 아하하하하.

- 웃지 마세요.

- 우후후훗

- 난 지금 심각한 고백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 고백은 처음 그림 달라고 조르실 때 이미 했는데 또 해요? 아하하하,

- 아아, 참. 그랬었죠. 아, 근데 내가 왜 이렇게 주책을 부리는 거죠?

- 세경 씨. 사랑해요. 세경 씨.

- 난... 두려워요.

- 왜요. 왜?

- 난... 미스터 박이 그냥 평범한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 뭘 두려워하세요? 난 그렇고 그런 재벌2세도 아닌데. 아무것도 걱정할 거 없어요.

재벌도 사람입니다. 세경 씨와 똑같은 사람이에요. 세경 씬 그냥 날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되는 겁니다. 아무 걱정 말고 그냥 날 바라보기만 해요. 약속해요.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 않기로. 그건 피차를 위해서 좋지 않은 일이니까. 약속하죠.

- 아...

- 세경이...

(음악)

(구두 발자국 소리)

- 그렇게 해서 결혼을 하신 거군요.

- 아아아아아.....

- 왜 그러세요?

- 으... 아... 가슴이...!

- 또 가슴이 답답하십니까?

- 하아...! 하...!

- 어서 누우세요.

(음악)

(전화 거는 소리 및 전화 신호 가는 소리)

- 수연 씨. 접니다.

- (전화 음성) 어머! 선생님. 아하하, 안녕하세요?

- 네, 뭘 하십니까?

- (전화 음성) 막 외출했다 돌아왔어요.

- 그럼 또 나오시긴 싫으시겠군요.

- (전화 음성) 글쎄요... 왜요?

- 좀 뵀으면 해서요.

- (전화 음성) 지금요?

- 곧 퇴근시간인데 또 나와 주시겠습니까?

- (전화 음성) 그럼 제 아파트로 오세요.

- 그래도 되겠습니까?

- (전화 음성) 전 또 나가고 싶지가 않네요. 오세요. 저녁 드릴 테니까요.

- 저녁까지 주시려구요?

- (전화 음성) 저 지금 저녁 해먹으려고 반찬거리 사가지고 들어왔거든요. 밥 한 그릇만 더하면 되잖아요.

- 네, 그럼 가서 저녁 좀 얻어먹겠습니다.

- (전화 음성) 그냥 오셔도 되는데 그러세요.

- 그러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마는 혹시 원고 쓰고 계시면 어쩔까 해서 말이죠.

- (전화 음성) 그래도 환영했을 거예요. 왠지 아세요?

- 글쎄요.

- (전화 음성) 선생님이 작품소재를 갖고 오실지도 모르니까요. 그 우울증에 걸린 젊은 여자 얘기 있지 않으셨죠?

- 아하하하, 알 만합니다.

- (전화 음성) 전 그런 여자예요. 처음 선생님 찾아갈 때도 그랬잖아요. 선생님 덕 좀 볼까 하구요.

- 하하하하, 그럼 잊지 않겠습니다.

- (전화 음성) 명심하세요.

- 예.

- (전화 음성) 그럼 오세요.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 아니, 강세경 씨!

(음악)

(광고)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열한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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