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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겨울나무 - 제10화 선생님이 형부를 좀 막아주세요
춤추는 겨울나무
제10화 선생님이 형부를 좀 막아주세요
1979.10.10 방송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열 번째.

(음악)

(발자국 소리)

- 미스 한. 7호실 강세경 씨 보호자 어딨어요?

- 가셨는데요.

- 갔어?

- 퇴원수속 했다가 금방 입원수속으로 바꿔놓고 조금 전에 갔어요.

- 그...래?

-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에요?

- 아니야, 됐어. 그럼 됐어.

(발자국 소리)

- 아, 잠들었나?

- 네.

- 그런데 이상해요. 선생님. 왜 남편이 가자는데 그렇게 기절까지 할까요? 어유, 전 깜짝 놀랬어요. 숨이 아주 막혀버리는 줄 알구요.

- 자주 들여다보도록 해요.

- 네.

(음악)

- 왜 형부가 갑자기 언니를 데려가려 했는지 아세요?

- 출장에서 돌아오셨다고 하길래 선생님이 만나고 싶어하신다고, 언니가 말을 조금씩 한다고 그랬더니 당장 퇴원시키겠다잖아요. 언니가 무슨 쓸데없는 얘길 할지 모른다고요.

- 그래서?

- 네, 그래서 전화 끊고 바로 달려오는 길인데.

- 그...래요.

- 아, 도대체 언니가 무슨 얘길 할 거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난 그 소식 듣고 형부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 역시 신분이 알려질까봐서, 순전히 그 때문일까요?

- 아, 글쎄요. 전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네요. 갈수록 더 모르겠어요. 뭐가 뭔지.

- 언니는 여길 떠나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 같아요. 이제 보니까.

- 하지만 형부는 오늘은 그냥 갔지만 다시 언니를 데리러 올 거예요. 형부는 한번 한다면 하고 말아요.

- 그렇지만 보호자가 퇴원시키겠다면 하는 수 없어요. 나는.

- 그럼 어쩌죠? 언니는 한사코 안 가려 하는데.

- 글쎄요.

- 안 된다고, 여기 있어야 된다고 설득해 보셨어요?

- 왜 안 했겠어요?

- 아함, 그러고 보니까 형부는 언니 병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언니가 좋아졌다고 해도 좋아하기는커녕 단숨에 달려와서 선생님이 말리시는데도 퇴원시키겠다고 잡아끌고. 선생님, 선생님이 형부를 좀 막아주세요. 어쩐지 언니가 여길 떠나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문뜩.

- 나도 할 수만 있다면은 막고 싶어요. 하아...

(음악)

- 으음...

- 깨셨군요.

- 어... 그이는?

- 남편은 돌아갔어요.

- 그이는 또 올 거예요. 또...

- 하지만 안 옵니다.

- 선생님, 날 좀 숨겨주세요. 선생님, 날 좀...!

- 왜 그렇게 남편을 두려워하세요?

- 하아... 난, 난! 그이 때문에 죽을 거예요! 죽을 거예요... 난...

- 진정하세요. 나와 간호원 말고는 아무도 이 방에 못 들어오게 하겠어요.

- 하지만 그, 그이는 또 올 거예요.

- 하지만 내 허락 없이는 이 방에 못 들어옵니다.

- 정말이에요? 네?

- 정말이구말구요. 약속해도 좋아요.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이 방에 못 들어와요. 믿으세요. 내 말.

- 아...아... 음, 그런데--

- 그런데 뭐죠?

- 그런데 아깐 왜 그이가 여기 들어와서--

- 그땐 강세경 씨가 남편을 두려워하시는 줄 몰랐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이리로 모셔온 거예요.

- 아아, 네...

- 진작에 그걸 알았다면 이리로 모시고 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난 강세경 씨를 돕고 싶어요. 하지만 난 강세경 씨가 누군지 어떤 분인지도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도울 수가 없어요.

- 강세경 씨.

- 네.

- 제게 남편 얘길 좀 해주실 수 있어요?

- 두려워 마시고 저랑 얘길 좀 해요. 조금도 두려워하실 거 없어요. 남편은 지금 여기 없구 여긴 강세경 씨와 저뿐입니다. 그리고 난 부인을 도울 거구요. 제 얘기 듣고 계세요?

- 네...

- 아직도 두렵습니까? 두려워하지 마세요.

- 선생님 성함은 뭐죠?

- 이한철입니다.

- 어... 이한철...

- 왜 갑자기 제 이름을 물으세요.

- 선생님은 참 좋으신 분 같애요.

- 고맙군요.

- 선생님.

- 말씀하세요.

- 전 여기가 참 편안하고 좋아요. 이렇게 편한 데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 다행이군요. 여기가 좋으시다니.

- 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 그럼 여기 계세요. 계시고 싶을 때까지 계세요. 나가라고 하진 않을 테니깐요.

- 하지만--!

- 강세경 씨.

- 네.

- 남편을 처음에 어디서 만나셨죠?

- 학교에서요.

- 학교에서... 학교에서 만나서 어떻게 하셨던가요?

- 그이가 날 불렀어요.

- 어떻게요?

- 두어 번 인사를 나눈 일밖에 없는데 어느 날 그이가 날 자기 방으로 불렀어요.

- 자기 방이라면 재단이사장실이었겠군요.

- 네...

- 그래서 그 방으로 갔었겠군요.

- 갔죠...

- 어서 오십쇼, 강 선생님.

- 안녕하세요.

- 바쁜데 이렇게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앉으시죠. 이리로.

- 아, 네.

- 수업은 끝나셨습니까?

- 네, 끝났어요.

- 오늘 뵙자고 한 건 학교일 때문이 아니고 순전히 제 개인의 일로 뵙자고 한 겁니다.

- 어, 무슨... 일이신데요?

- 어려운 부탁이 한 가지 있어서요.

- 부탁이라뇨? 제게요?

- 네.

- 무슨...

- 다름이 아니고 강 선생님 그림 한 점을 얻고 싶어서 말이죠.

- 그림을요?

- 어려운 부탁인 줄 알고 있습니다만 강 선생님 작품을 꼭 한 점 얻고 싶습니다. 안 되겠습니까?

- 어, 전 미술교사긴 하지만 아직 미술학도에 지나지 않아요.

-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 아니에요. 사실이 그런 걸요.

- 전 강 선생님의 실력을 알고 있어요. 교장선생님께 들어서 알고 있어요. 제 청 들어주시는 거죠?

- 전 아직 그림을 남한테 줘본 적이 없어요.

- 그러시면 제가 한번 줘 보십쇼. 전 그림을 잘 모릅니다만 좋아하긴 해요. 제 서재 한 쪽 벽이 비었는데 거기다 강 선생님 작품을 걸어두고 싶습니다. 들어주시는 거죠?

- 거듭 말씀드리지만 전 아직 미술학도에 지나지 않아요. 유명한 화가도 많은데 왜 아직 미숙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 화가는 많지만 전 꼭 강 선생님의 작품을 얻고 싶은 걸 어쩌죠.

- 어머...

- 제가 지금 떼를 쓰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르지 않아요. 뭐 그렇다고 오핸 마십쇼. 전 지금 재단이사장으로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 점을 알아주십쇼. 네.

- 네...

- 감사합니다. 알아주신다니. 그런 오핼 하실까봐 저 많이 망설였습니다. 전 무슨 일이든 별로 망설이는 일이 없이 결심만 서면 밀고 나가는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더군요. 왠지 아십니까? 전 지금 다만 한 사람의 젊은 남자고 싶기 때문입니다.

- 네?!

(음악)

출연 박웅, 배한성, 송도영, 안경진, 정경애, 이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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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열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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