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아홉 번째.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아니, 무슨 소리지?
- 아, 미스 리. 저게 무슨 소리야?
- 9호실 구경서 씨 말이에요?
- 구경서 씨가 왜?
- 식당에서 식사하다 말고 정견발표를 하는데요. 아유, 굉장해요. 아하하.
- 굉장하다니?
- 식탁을 주먹으로 쾅쾅 치니까 국그릇이 엎어지고 난리예요. 그래도 환자들은 재밌다고 박수치고 야단들이구요. 정견발표가 아니라 코메디거든요.
- 식사 때마다 저러는 건 아니잖아.
- 네. 아마 오늘에야 식사 때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걸 발견한 모양이죠?
- 음...
- 가보시게요?
- 아니야. 그냥 두지 뭐. 이따 식사 끝나거든 보도록 하지.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말려도 소용없을 거예요.
- 7호실 환자는 식사했나?
- 네, 방금. 요 며칠 식사도 조금씩 하고 수면제 없이도 잠을 좀 자는 것 같애요.
- 음, 일 봐요.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닫는 소리)
- 병실이 춥지 않으세요? 이제 겨울입니다.
- 음, 춥지 않아요.
- 얼굴이 좀 좋아지셨습니다.
- 잠을 잤거든요.
- 전에도 불면증 때문에 고생하셨습니까?
- 네, 늘 못 잤어요. 전.
- 수면제를 많이 사용하셨겠군요.
- 강세경 씨.
- 네.
- 왜 잠을 못 주무셨습니까? 무슨 걱정거리가 있었던가 보죠. 남편에게도 친구에게도 말 못할 그런 걱정거리가 있으셨던가 보죠?
- 사노라면 때로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생기기도 할 겁니다.
- 전 아직 결혼을 안 했어요. 강세경 씨는 결혼하신 지 몇 년이 되셨습니까?
- 4년째예요.
- 네...
- 남편 되시는 분 아주 훌륭해 보이더군요. 부인을 끔찍이 사랑하시고.
- 그인 날 사랑하지 않아요.
- 예? 하지만 남편께서는 부인을 사랑한다고 했어요.
- 그이는 그런 사람이에요.
- 그런 사람이라뇨? 무슨 뜻인가요?
- 나, 난... 그이 얘기 하고 싶지 않아요.
- 그럼 부인께서는 남편을 사랑하십니까?
- 아니요.
- 아, 아니라구요?
- 아아! 아아!
- 왜 그러세요?
- 답답해요! 가슴이...
- 전에도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그랬나요?
- 예... 아아아... 아아아... 아!
- 숨을 크게 쉬어요.
- 아아. 하...아.
- 네, 그렇게 하세요.
- 아....
- 물 좀 드릴까요?
- 아... 네.
(물 따르는 소리)
- 자, 드세요.
(물 마시는 소리)
- 이제 괜찮으세요?
- 네... 조금.
- 자주 이러시나요?
- 가끔씩.
- 입원하기 전에도 이러셨습니까?
- 네.
- 그럼 그땐 어떻게 하셨어요?
- 그냥... 그냥 참았어요.
- 마음을 편안히 가지세요.
- 저 좀 눕겠어요. 선생님.
- 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시구요.
- 네, 고마워요.
- 쉬세요. 그럼.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안녕하셨습니까.
- 아니, 언제 오셨습니까.
- 좀 전에 왔습니다. 병실에 계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고 많으시죠.
- 부인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 좀 어떻습니까?
- 좀 좋아지긴 했는데.
- 말을 조금씩 한다구요. 처제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 네, 하지만 아직---
- 실은 오늘 아내를 데리고 가려고 왔습니다.
- 데리고 가다뇨?
- 퇴원을 시켜야겠습니다.
- 퇴원을요? 왜요?
- 말도 조금씩 한다고 하니까 조용한 시골로 가서 쉬게 하고 싶어요. 의사를
한 분 초빙을 해서 말이죠.
- 왜 갑자기....
- 갑자기 아닙니다. 전 하루라도 빨리 세경이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내 아내가 이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어져요.
- 하지만 부인은 이제 겨우 조금씩 안정이 돼가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여기 그대로 있게 하는 게 부인에겐 좋을 것 같습니다.
- 글쎄요. 그랬으면 좋긴 하겠지만 역시 퇴원시켜서 시골로 보내야겠습니다.
- 부인은 병실이 아주 편안한 모양이더군요. 병실에서 한 발짝도 나오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이제 겨우 희미한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환경이 바뀌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지도 모르구요. 그만큼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죠. 환자에게도 고통스런 일이구요.
- 그래도 퇴원시키겠습니다.
- 이해할 수가 없군요. 환자한테 이롭지 못한 일을 하시겠다니.
- 아, 제게도 생각이 있으니까요.
- 하는 수 없죠. 생각이 그러시다면.
- 그럼 전 퇴원 수속하겠습니다.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 무슨...
- 내가 혹시 흥분할지도 모르니까 미리 진정제 주사를 좀 놔주실 수 없으신지요.
- 글쎄요. 사정을 봐서 어떻게 해보도록 하죠.
- 퇴원 좀 시켜주십쇼. 아내 옷을 가지고 왔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음악)
(비상전화벨 소리)
- 네.
- (전화 음성 소리)선생님, 환자가 한사코 옷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해요.
- 그래?
- (전화 음성 소리)어쩌죠?
- 아, 그냥 있어 봐요.
- (전화 음성 소리) 선생님이 오시겠어요?
- 응.
(전화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병실로 가보셔야겠는데요.
- 준비 다 됐다고 합니까?
- 부인이 한사코 옷을 갈아입지 않겠다고 하신다니 선생께서 설득을 하셔야겠습니다.
- 그래요?
- 가시죠.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여보.
- 하아아... 아아...
- 부인, 남편께서 부인을 데리러 오셨습니다. 더 좋은 곳으로 부인을 모시고 가려고 말이죠.
- 그래요. 여보. 어서 옷 갈아입고 갑시다.
- 난 안 가요.
- 왜 안 가. 내 이렇게 당신을 데리러 왔잖아.
- 난, 난 안 가요! 안 가요!
- 당신 왜 그래? 응?
- 선생님, 보내지 말아주세요! 선생님, 난 여기 있을 거예요! 난 여기 있을 거예요! 집으로 안 가요! 절대!
- 집으로 가는 게 아니야! 별장으로 가는 거야. 별장으로!
- 난 싫어요! 난 안 가요!
- 가세요. 가란 말이에요!
- 하는 수 없군. 옷 안 갈아입어도 좋으니까 그냥 갑시다. 자.
- 놔요! 안 돼!
- 안 되겠군요. 도저히.
- 진정제 한 대 놔주십쇼.
- 그냥 여기 계시게 하시죠.
- 안 됩니다. 자.
- 안 돼! 안 돼!
- 이봐! 세경이!
- 아...!
- 여보!
(음악)
박웅, 배한성, 송도영, 정경애.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광고)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아홉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