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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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겨울나무 - 제7화 왜 그렇게 외로워하세요?
춤추는 겨울나무
제7화 왜 그렇게 외로워하세요?
1979.10.07 방송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일곱 번째.

(음악)

(잔잔한 음악 소리)

- 눈이 아주 조용히 내리죠?

- 네. 아, 선생님.

- 올해는 첫눈이 빠른 편이죠?

(잔잔한 음악 소리)

- 강세경 씨.

- 네.

- 눈도 오는데 산보라도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여기 오신 지 보름짼데 아직도 한 번도 바깥바람을 쏘이신 적이 없어요. 그렇게 실내에서만 생활을 하면은 몸이 쇠약해져요.

(잔잔한 음악 소리)

- 전 여기가 좋아요. 아무도 없고.

- 하지만 건강을 돌보셔야죠. 좋으실 대로 하세요. 그럼. 난 그저 강세경 씨를 돕고 싶을 뿐입니다. 그보다 커피 한 잔 가져오라고 할까요? 차 드시고 싶지 않으세요?

- 생각 없어요.

- 그래요? 야, 그새 땅이 덮였군요. 어떻습니까? 눈이 오니까.

- 네?

- 눈이 오니까 기분이 어떠시냐구요.

- 흑.

- 왜 그러세요?

- 흐흑. 윽.

(잔잔한 음악 소리)

- 울고 싶을 땐 실컷 울어버리세요.

- 흑흑흑,

- 선생님.

- 네.

- 이상해요.

- 뭐가 말인가요?

- 왠지 허공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요. 조그만 티끌이 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요. 내 몸뚱이가.

- 왜 그렇게 외로워하세요? 당신을 염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 난 혼자예요.

- 혼자라니요? 남편도 있으시고 동생도 어머니도 친구도 다 있지 않습니까. 다들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누군가 보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누구 오라고 할까요? 남편이나 동생이나--

- 난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요.

- 친구도 말입니까.

- 친구...

- 이런 날은 친구를 만나면 좋을 텐데요.

- 아, 수연이가 보고 싶어요.

- 그래요? 그럼 오라고 할까요?

- 아,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 왜요? 보고 싶으면 만나죠. 뭐.

- 안 돼요. 수연인.

- 수연이라는 분, 아주 친한 친구신가 보죠.

- 네.

- 그런데 왜 안 된다는 건가요?

- 저... 저 혼자 있고 싶어요. 선생님. 부탁이에요.

- 네, 그렇게 하세요.

- 고마워요.

- 전 강세경 씨가 원하는 일이면은 뭐든 다 들어 드립니다. 전 당신을 돕고 싶어요. 당신을 도우려고 난 여기 있는 겁니다. 그건 아시죠?

- 음, 고마워요.

(음악)

- 흠.

(전화벨 소리)

- 네, 병원입니다.

- (전화 음성 소리) 선생님, 저 세인이에요.

- 어유, 웬일이죠? 아침에 다녀가고 또 전화하시구요.

- (전화 음성 소리) 아무 일도 아니에요. 눈 오는 걸 보고 있자니 언니 생각이 나서-- 미안해요. 선생님. 쓸데없이 전화를 하구.

- 아니에요. 전화 잘 주셨어요. 조금 전에 언니가 얘길 조금 했어요.

- (전화 음성 소리) 언니가요? 무슨 얘기를요?

- 뭐, 이렇다할 얘기는 아니에요. 그저 무슨 말이든 조금 했다는 거죠. 처음으로 말이에요.

- (전화 음성 소리) 그랬어요. 그럼 좋아진 건가요?

- 나빠진 건 아니죠.

- (전화 음성 소리) 아, 네.

- 이제 차츰 좋아질 겁니다. 조금씩 안정이 되는 것 같으니까.

- (전화 음성 소리) 아하하, 네. 그러고 보니까 전화하길 잘했군요. 나쁜 소식은 아니니까 말이에요.

- 그래요.

- (전화 음성 소리) 수고하세요. 선생님.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전화번호 돌리는 소리 및 신호 가는 소리)

- 수연 씨군요. 접니다. 닥터 리.

- (전화 음성 소리) 어머, 이 선생님.

- 뭘 하세요? 눈이 옵니다.

- (전화 음성 소리) 아하하, 눈이 와서 괜히 심난해지기 시작하는 중이에요. 아직도 어른이 될려면 멀었나 봐요. 하하하.

- 좋지 않습니까. 아직도 어른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거.

- (전화 음성 소리) 근데 어쩐 일이세요? 눈이 와서 제게 전활 주셨나요?

- 저도 아직 어른이 덜 됐나 봅니다.

- (전화 음성 소리) 아하,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나만 어른이 안 되면 곤란하잖아요.

- 걱정 마십쇼. 사람은 늙을 때까지도 자신이 아직도 어른이 덜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하니깐요. 저녁에 수연 씨와 맥주 한잔 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 (전화 음성 소리) 네, 좋아요. 한잔 사주세요. 그러고 보니까 저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가 봐요. 호호호.

- 눈 때문에?

- (전화 음성 소리) 그럴 테죠. 뭐.

- 덕분에 전 적시타를 때린 셈이군.

- (전화 음성 소리) 그렇게 되나요? 아하하.

- 그럼 그때 거기 어떻습니까. 7시.

- (전화 음성 소리) 아, 네. 그럼 나중에 뵙죠.

- 그럼.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흠, 서수연. 강세경. 강세경... 서수연...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는 소리)

- 아, 여기 있었어?

- 여기 있지 않으면?

- 차 마시다 말고 내빼길래 난 또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줄 알았거든. 영락없이.

- 하하하하.

- 웃지 말라구.

- 눈이 오기에 혹시나 해서 7호실 환자를 보러갔었어.

- 그래?

- 여자들은, 그것도 예술 하는 여자들은 예민하고 섬세하니까 눈 오는 걸 보면 혹시 감정의 표현이 있을지도 모른다 싶어서 말야.

- 아, 그래. 소득은 있던가?

- 음, 약간.

- 그렇더라도 마시던 찻잔은 비우고 가야지. 그 뭐 그리 급한 일이라고.

- 그러다 눈이 그쳐 버리면 어떡해. 첫눈이란 오는 듯하다가 말아 버릴 수도 있거든.

- 아무튼 자넨 철저한 의사야.

- 성격인걸 뭐.

- 어, 그건 그렇고 저녁에 우리집에 안 가겠어? 집사람이 저녁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모시고 오라는 거야. 허구한 날 파출부 아주머니가 해주는 저녁 먹는 자네 꼬락서니가 안됐나 보지?

- 하하하, 자네보다 자네 부인 마음씨가 고마워서 가서 포식 좀 했으면 좋겠는데 저녁에 약속이 있어.

- 약속? 혹시 그 소설가 만나는 거 아닌가?

- 역시 귀신이군.

- 자네, 연애하나? 그 여자랑.

- 연애?

- 아니야?

- 나도 잘 모르겠어. 단순하지가 않아. 단순하지가 않다구.

- 사촌여동생의 친구구 7호실 환자의 친구. 그렇게 얽혀서 복잡하다는 거야?

- 그게 아니구.

- 그럼 뭐야?

- 그게 뭔지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알아봐야지. 음. 지금부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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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기념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 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일곱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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