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춤추는 겨울나무 - 제3화 소설 쓰는데 정신병원 한번 와보고 싶다…
춤추는 겨울나무
제3화 소설 쓰는데 정신병원 한번 와보고 싶다…
1979.10.03 방송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광고)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세 번째.

(음악)

- 아니, 세인이가 여기 웬일이니?

- 그, 그럴 일이 있어서요.

- 아무튼 반갑다. 아주 오랜만이지?

- 언니, 저 그만 가봐야겠어요.

- 그래? 바쁘면 가봐. 다음에 또 보지. 뭐.

- 먼저 갈게요, 언니.

- 이 선생님. 저 잠깐만 보세요.

- 그러죠.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걸어나오는 소리)

- 선생님.

- 왜 그렇게 당황하시죠?

- 저 언니 여기 왜 왔어요?

- 글쎄요. 나도 처음 뵙는 겁니다.

- 아, 언니랑 제일 친한 친구예요.

- 저분이요?

- 네.

- 그래요?

- 선생님, 부탁이에요. 수연 언니한테 우리 언니 여기 있다는 얘기 말아주세요. 수연언닌 언니가 지금 혼자서 빠리에 간 줄로 알고 있어요.

- 빠리에?

- 자세한 얘긴 다음에 와서 해드리겠어요.

- 으음.

- 그럼 전 가보겠어요. 수고하세요.

(빠르게 걷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소리)

- 아니, 왜 앉지 않고 그러고 서있어? 앉으세요.

- 네.

- 오빠, 소개할게요. 제 대학동창이에요.

- 서수연입니다.

- 이한철입니다.

- 이 친구 소설을 쓰는데 정신병원에 한번 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오빠.

- 소설을 쓰신다면 언젠가 서수연 씨 단편 하나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종합 월간지에 실린-.

- 어머! 오빠가 수연이를 알아요? 아하, 난 아직 무명작간 줄 알았는데.

-아하하하, 우연히 읽게 되셨겠죠. 전 아직 병아리거든요.

- 저는 고급독자는 못 됩니다만 소설을 더러 읽습니다.

- 수연이 이름을 기억하는 거 보니깐 작품이 좋았던 모양이네.

- 응. 재밌게 읽었어.

- 아유, 부끄럽네요.

- 어허, 무슨 말씀을.

- 아, 저 그보다 바쁘신데 불쑥 찾아봬서 실례가 많아요.

- 천만에요. 지금은 점심시간인데요. 뭐.

- 우연히 지숙이한테 이 선생님 얘기 들었어요. 그래서 지숙이를 졸랐죠. 정신병원의 분위기라든가... 그런 걸 좀 확실하게 알고 싶어서요.

- 물론 얼마간의 호기심도 있으시겠죠.

- 아하하, 전혀 없진 않아요.

- 아하하하, 오빠. 수연이한테 병원 구경도 좀 샅샅이 시켜주고 그러세요.

- 샅샅이?

- 증세 심한 환자들 수용하는 병실 구조 같은 것도 봐야죠.

- 그건 안 되겠는데요.

- 어어... 환자들 때문이에요?

- 지금은 빈 병실이 없어요.

- 환자들이 그렇게 많은가요?

- 환자도 많고 개인병원이라 병실도 적고 그렇죠.

- 어머! 빈 병실이 아니면 안 돼요?

- 환자가 든 병실을 보여준다는 건 환자를 구경시키는 것 아니냐. 환자는 구경거리가 아니잖아. 그건 그들을 모욕하는 일이야.

- 아... 그렇군요. 전 거기까진 미쳐 생각질 못했어요.

- 어떤 경우에도 환자들 구경거리로 만들고 싶지가 않아요. 그리고 뭐 병실 구조래야 별 게 아닙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같은 데서 보는 그대로죠.

창에는 쇠창살이 쳐져있고 문은 굳게 밖으로 잠겨있고 사람들은 그 속에 갇힌 환자들을 구경하고 싶어하죠. 저도 의사가 아니었음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의사예요. 의사는 환자에게 나름대로의 애정을 가지게 마련이거든요.

- 선생님 말씀 듣고 있으니까 제가 가지고 있던 그 얼마간의 호기심이 부끄러워지네요.(웃음)

- 아닙니다. 저 그 호기심 이해합니다. 다만 의사로서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드리기 어렵다는 거죠.

- 아하하하, 재미있네. 의사와 소설가가 만나니까. 소설가는 현장을 보고 싶어하고 의사는 그런 잔인한 일은 절대로 할 수가 없고.

재밌잖아요. 오빠.

- 하지만 서수연 씨는 실망하시겠군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 아, 아니에요. 아직 실망하긴 일러요. 그게 현장의 다는 아니니까요.

- 그렇죠. 그건 현장의 일부죠.

(사람들의 고함소리)

- 어, 무슨 일이에요? 오빠.

- 환자들끼리 싸우는 모양이군.

(사람들의 고함소리)

- 환자들끼리요?

(문 두드리는 소리)

(문 여는 소리)

- 선생님, 싸워요. 좀 나와보셔야겠어요.

-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소리)

- 자식, 일루 와, 자식이.

- 야, 까불지 말어!

- 이 악질 수위 놈이 그래도 까불어!

- 야, 일루 와!

- 야, 눈을 똑똑히 뜨고 봐! 내가 수위냐!

- 어디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 구경서 씨!! 그 손 놔요. 학수 군도 놓고.

- 선생님, 이 미친 놈이 글쎄 한사코 날 잡아먹지 못해서 덤벼요. 식당까지 쫓아와서 내 밥그릇을 엎어버리잖아요.

- 식당에서부터 치고박고 하며 여기까지 나왔어요. 아무리 뜯어말려도 안 돼요.

- 안 되겠군. 미스터 김. 구경서 씨 9호실로 보내요.

- 네.

- 구경서 씨는 학수 군하고는 같이 못 있겠어요?

- 으히, 나만 가지고 야단이야.

- 자, 갑시다.

- 야이, 너, 너! 어디 두고 봐!

- 그래, 두고 봐!

- 자자, 다들 흩어져요.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소리)

- 어수선하죠?

- 아하, 어째 금방 조용해지네요.

- 증세가 심한 사람들이 아니거든.

- 그래도 오빠가 나가니까 금방 그치잖아요.

- 담당의사 말은 잘 듣는 편이야.

- 싸움이 자주 일어나나요?

- 가끔 일어나죠.

- 정상과 비정상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던데요.

- 맞습니다. 누구나 다 해보는 생각을 깊이 파고들거나 지나치게 매달리다 보면은 비정상이 되는 거죠.

(비상호출 전화벨 소리)

- 네.

- (전화 음성) 선생님. 7호실 환자 아침도 안 먹었는데 점심도 안 먹겠대요.

- 그래? 내버려둬요. 그냥.

- (전화 음성) 물 한모금을 안 마시는데두요?

- 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내버려둬요.

- (전화 음성) 네, 알겠습니다.

- 음, 식당으로 가죠. 점심이나 들면서 얘길 하죠. 여긴 외진 곳이라서 구내식당 신세밖엔 못 집니다. 가시죠.

(음악)

- 아하하, 병원이 참 아담해요. 정원도 아름답구요.

- 황양할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 막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까 전혀 틀린 상상이었어요.

- 환경이 좋아야 합니다. 이런 병원일수록.

- 아, 그렇겠군요. 참, 세인이는 여기 왜 왔었나요?

- 상담을 하러 왔었습니다.

- 상담이라면... 그럼 세인이가--.

- 세인 양 자신 때문이 아니구요.

- 아, 네. 친한 친구의 동생이에요.

- 그러시다구요.

- 오호, 여기서 그앨 만나다니 세상 좁은가 봐요. 정말. 아하하하.

- 우연치고는 재밌네. 하필이면 왜 오빠 진찰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니? 그 아가씨 니가 병이라도 생겼는 줄 알겠다.

- 아~ 나야말로 세인이가 어디 탈이라도 난 줄 알았다.

- 그렇지 않아도 세인 양이 그러더군요. 수연 씨가 왜 오셨느냐고.

- 아아, 그랬을 거예요.

- 근데 그 아가씨 왜 그렇게 당황하고 그랬죠?

- 글쎄.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나설까?

- 아, 정말. 그렇기도 하겠네.

수연 씨는 강세경 씨가 빠리에 간 줄로 알고 있다고? 아,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군.

- 근데 그 아가씨. 어떤 친구 동생이니? 나 모르는 친구니?

- 어, 너 몰라. 고등학교 동창이야.

- 그래?

- 참, 너 얘기 들었을 거야. 내가 가끔 얘기했잖아. 강세경이라고 그림 그리는 친구 있다고 말야.

- 아하, 강세경. 태양그룹 총수의 장남하고 결혼했다는.

태양그룹 총수의 장남과? 그럼 강세경 씨가 태양그룹 총수의 맏며느리?

(음악)

박웅, 김민, 권희덕, 오세홍, 설영범, 안경진, 정경애, 유해무.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광고)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세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1.28)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