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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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겨울나무 - 제2화 우울신경증이 뭔가요?
춤추는 겨울나무
제2화 우울신경증이 뭔가요?
1979.10.02 방송
(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

(광고)

(음악)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두 번째.

(음악)

(전화벨소리)

- 네. 병원입니다.

- 오빠, 저예요. 지숙이.

- 오오, 지숙이. 웬일이냐, 아침부터.

- 오빠한테 용건이 있어서요.

- 용건? 무슨.

- 오늘 점심시간에 오빠 좀 만나고 싶어서요.

- 점심시간에 내가 시내로 나갈 수 있니? 니가 온다면 몰라도.

- 물론 제가 가야죠.

- 아이는 어쩌고 이 먼 데까지 온다는 거냐.

- 아인 엄마한테 맡겨야죠.

- 참, 작은어머님 안녕하시지?

- 네, 어머니 건강하세요.

- 자주 가봬야 할 텐데, 그런데 무슨 일이냐?

- 가서 말씀드릴게요. 별일 아니에요. 궁금해하지 마세요.

- 별일도 아닌데 여기까지 와?

- 오빠한테 부탁이 있어서 그래요. 저, 점심시간 맞춰서 갈게요.

- 그러렴.

- 그럼, 이따 봐요. 오빠.

- 그래.

(전화기 내려놓는다)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 문을 연다)

- 어서 오세요. 구경서 씨.

- 안녕하세요.

- 앉으세요.

- 네.

- 연설연습 많이 했어요?

- 시끄럽다고 난리들이라서 많이 못했어요.

- 그럼 뜰에 나가서 하시지 그래요.

- 뜰에서 하자니 청중이 모여들어야 말이죠. 그래도 병실엔 다섯 명이나 있잖아요.

- 국회의원이 그렇게 좋은 건가요?

- 난 국회의원 될라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내가 어느 모로 보나 월부책장사나 하고 있을 사람이에요?

- 하지만 서적 외판도 잘하면 돈도 많이 번다고 하던데요.

- 글쎄 난 국회의원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요! (탁자를 치며) 국회의원!

- 아이구, 손 아프지 않아요?

- 손이 왜 아파요?

- 자, 여길 보라구요. 군살이 딱 배기지 않았어요? 국회의원이 되자면 첫재, 연설을 잘해야 된다구요. 알겠어요?

- 하지만 연설연습은 해도 학수 군 머리는 때리지 마세요. 굉장히 아플 겁니다. 못박힌 손으로 때리면.

- 난 그 새끼만 보면 패주고 싶어서 주먹이 근질근질해요.

- 예? 아니, 왜요?

- 그 새끼는 태양빌딩 수위놈하고 딱 닮았다구요. 그 새끼가 얼마나 악질인지 아세요. 갈 때마다 담뱃갑 하나 건네주지 않으면 눈 딱 부라리고 거지 몰듯이 몰아낸다구요!

그런 새끼는 그냥 주먹으로---

- 학수 군은 수위가 아니잖아요.

- 틀림없이 그 수위놈 동생일 거라구요. 그렇게 쏙 뺏을 수가 없어요.

(병원 비상전화벨 소리)

-아, 잠깐만요. 네.

- 7호실 환자 가족이 선생님 뵙다고 싶다고 하는데요.

- 가족 누군가?

- 동생이랍니다.

-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해요.

- 네.

(전화 끊는다.)

- 음. 구경서 씨.

- 네?

- 그래서 일부러 학수 군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어요? 학수 군은 형이 없어요. 구경서 씨.

- 그, 그... 그렇지만.

- 세상엔 더러 닮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렇잖아요?

- 하지만!

- 한방에서 지내는데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죠. 그렇지 않아요?

- 으으음....

- 됐어요. 가보세요.

- 예.

- 으으으흠. 아, 7호실 환자 가족 들어오시라고 해요.

- 예.

- 동생이라.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을 열고 들어온다)

- 강세경 씨 동생이십니까?

- 네.

- 앉으시죠.

- 네, 선생님.

- 잘 오셨습니다. 그렇잖아도 가족들을 두루 만나고 싶었습니다.

- 선생님, 우리 언니. 정말, 정말 정신이상인가요? 네?

- 왜 그런 말을... 강세경 씨는 우울신경증입니다.

- 우울신경증이 뭔가요? 선생님. 아니, 그보다 언니를 만나고 싶어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요. 보지 않곤 믿을 수 없어요.

- 진정하세요.

- 당장 만나고 싶어요. 선생님.

- 이름이 뭐죠?

- 세인이에요. 강세인.

- 세인 양은 언니가 병이 난 걸 모르고 있었습니까?

- 몰랐어요. 오늘에야 알았어요.

- 오늘 알았다구요?

- 네.

- 강세경 씨는 여기 입원한 지 오늘로 여드레째예요.

- 전 한 달도 넘게 언니를 만나지 못했어요. 전화도 할 수 없었구요. 늘 외출했다고만 해서.

그런데 내일이 어머니 생신인데 오늘까지도 만날 수가 없어서 그게 이상해서 아파트로 갔더니 언니는 없고.

- 그래서요?

- 그래서 형부를 찾아갔어요.

- 그럼 딴 가족들도 모르고 있었습니까?

- 언니 시댁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저흰 몰랐어요. 어머니도 모르고 계세요.

- 왜 가족들한테 안 알렸을까요?

- 그건...

-그건?

- 그건 말할 수 없어요. 선생님.

-그래요?

- 언니를 만나게 해주세요. 선생님.

- 강세경 씨는 어젯밤부터 몹시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요. 면회는 곤란해요. 지금.

- 아, 어쩜, 어쩜 그럴 수가.

- 믿어지지 않습니까?

- 네, 믿을 수 없어요. 선생님. 언니가 어떻게 왜요?

- 세인 양은 언니하고 친했나요?

- 네, 친했어요. 아주. 우린 언니하고 단둘이거든요. 형제가.

- 네.

- 선생님, 사람이 갑자기 정신병에 걸리는 수도 있나요?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되는 수도 있나요?

- 그보다도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세요.

- 네.

- 난 환자의 시어머니 되시는 분도 만나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어요.

그런데 세인 양의 형부는 가족도, 친구도 만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이유가 뭘까요? 그만한 건 다 아실 텐데 말이죠.

- 글쎄요. 그건, 그건 형부의 부끄러움 때문일 거예요. 형부는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계세요.

- 하지만 부끄러움보다 환자의 치료가 더 중하지 않을까요?

- 그렇긴 하지만...

- 난 시어머니와 친구를 누구보다도 만나고 싶어요.

- 시어머니는 몰라도 친구는 안 될 거예요.

- 왜요?

- 형부가 원치 않으니까요.

- 알 수 없는 일이군(생각).

- 선생님, 언닌 어떤 누구보다도 행복한 여자예요. 언닌 모든 걸 다 가졌어요.

- 하지만 언니는 지금 병들었어요. 남편도 동생도 똑같은 얘길 하시는데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있습니까?

- 하지만....

- 혹시 형부에게 딴 여자라도 있는 건...

- 아니에요. 그건 아니에요. 형부는 언니밖에 몰라요. 형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 하지만 부부란 옆에서 보기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형부는 달라요. 언니하고 형부는 달라요. 그건 제가 알아요. 선생님.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열고 들어온다)

- 오빠.

- 오, 지숙이 왔구나.

- 어머, 손님이 계시네요.

-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겠니?

- 네, 헌데 저 혼자가 아니에요. 수연이랑 같이 왔어요.

- 응?

- 선생님, 제가 나가겠어요.

- 아, 아닙니다. 얘길 좀더 나눠야 합니다.

- 점심시간인가 봐요. 이따 다시 들리겠어요.

- 아, 미안하군요. 약속이 되있어서.

- 아니에요. 그럼.

- 어, 아니, 수연 언니!

- 어머, 세인이 아니니.

- 두 분이 아시는 사입니까?

-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세요? 세인 양.

- 아아아, 아니에요.

- 으음, 네?

(음악)

박웅, 김민, 설형범, 권희덕, 안경진, 정경애.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주제가 작곡 노래 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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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아방송 개국 16주년 오백만 원 고료 라디오드라마 입선작. 배명숙 극본 춤추는 겨울나무.

이기상 연출 두 번째로 고려야구, 동산유지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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