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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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
바람때문이야 - 제27화 걱정 안해. 너 잡초잖아.
바람때문이야
제27화 걱정 안해. 너 잡초잖아.
1979.04.29 방송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는 정하연 극본 이규상 연출로 1979년 4월1일 제1화를 시작으로 1979년 4월 30일 제28화 마지막회 방송되었다.
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만길인 좀처럼 풀려나오질 못했어. 아무래도 안되겠더군.

- 만나서.
- 사정이라도 또 한번 해봐야지.
- 얘, 관둬라. 씨도 안먹힐 소리 뭣하러 입아프게 하니?
- 그럼 어떡해. 솔잎이까지 데려다 놨는데.
- 아니 뭐 백년 살겠니. 더구나 지은 죄도 없는데 재판하면 무죄가 될거다. 내버려 둬.
- 언니 모르는 소리야. 만길이나 나나 어려운일 닥치면 금방 무너져. 세상 될대로 되라고 포기해 버린다구. 뭐 의지가 야해서 그런거 아니야. 사는게 그렇잖아. 희망을 걸라고 들면 걸수도 있지만 사실 희망이고 뭐고 있어야지. 마음 잡을 때 모질게 마음먹고 이 악물고 살아야 하는거 아니우?
- 방법은 하나 뿐이야.
- 무슨 방법?
- 윤선생한테 달린거 아니니?
- 그 사람 만나기 싫어.
- 그 사람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 해결이 될거야.
- 나, 언니.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서 윤선생님 미워하지 않고 있다고. 그럼 내가 나쁜년이유?
- 뭐?
- 나 진짜로 윤선생 좋아했었다구. 아버지 찾으러 부산 바닥에 처음 나섰을 때 그래도 나한테 인간적으로 대해준게 윤선생님 이었어.
- 인간적? 인간적 좋아하지 말아라. 그게 뭐 말라비틀어진거니?
- 인간적이 어디 어때서. 사람이면 사람답게 생각하고 말하고 살자는 건데 그게 뭐가 아니꼬우?
- 만길이 구해내는 길은 그 길 밖에 없다. 만나. 만나서 인간적이든 사정이든 해 보라구.
- 언니, 솔잎이나 봐줘. 만길씨 면회나 하고 올게.
- 윤선생 만나서 따지라니까. 자기가 저지른일 자기가 책임져야 될 거 아니야?
- 알았어.

- 고생 많지?
- 고생? 마 이까진거 마 고생도 아니다.
- 조금만 참아. 그 여자 사람이면 사실대로 얘기해 주겠지.
- 마 솔잎이 데려왔다카든데.
- 응. 데려왔어.
- 마 잘해따. 지영아.
- 응?
- 마 내 걱정 말고 먼저 집에 내려가 있그라.
- 니 걱정 안해. 만길이 너 잡초잖아. 아무 땅이나 뿌리 밖고 잘도 살아나가잖아?
- 맞다. 맞다. 마 밟을수록 무럭무럭 자라나는 잡초 아니가.
- 웃으니까 보기 좋다.
- 마 내도 항상 웃기로 했는기라. 마 한 때는 마 이세상 마 잔뜩 찌뿌려갖고 살았지만도 마 이제는 웃기로 한기라. 마 그라니께 마 마음이 편하네.
- 정말 견뎌낼 자신있어?
- 니 나 믿제? 마 내 죄 없다는거 니 믿제?
- 믿고 말고.
- 마 그라믄 됐다. 마 내는 편히 쉬고 있을끼다.
- 좋았어.
- 마 내 말대로 하그라. 마 솔잎이 데리고 시골집에 가 있그라. 알았제? 마 그라고 남대문 시장에 가서 아버지도 찾아 보그라. 마 같이 내려가야지.

- 만길이 하고?
- 예. 결혼 할낍니다.
- 잘 됐고마.
- 같이 집으로 내려 가입시다.
- 말 안했드노. 새 엄마가 있다고.
- 우떻습니꼬. 같이 살면 안되는교.
- 느 어머닐 버린 주제에 무슨 낯으로 고향 사람들을 만나겠노.
- 부끄러운 줄 알면 됐습니다.
- 느그들끼리 내려 가그라.
- 새 어머니 만나게 해주이소.
- 와.
- 제가 우리집에 내려가 같이 살자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저금 안했는교. 땅도 사고예. 살만 합니더. 같이 내려 가입시더.
- 내는 안갈란다.
- 참말로 고집 필려는교. 그라믄 참말로 아버지하고 의절 할랍니더.
- 면목이 없어서 안그라나.
- 면목이 없응께 시키는데로 하이소. 새 어머니 어딨는교. 같이 가보입시다.
- 그런거 없다.
- 뭐라예?
- 어느 여자가 내를 믿고 살겠노.
- 와 그런 거짓말을 시키는기요.
- 거짓말 아닌기라.
- 좋습니더. 이젠 아버지와 딸이 아닙니다.
- 지영아.
- 와예.
- 이 다음에 기회봐서 내려 갈끼라. 몸 조심 하그라.
- 와 저리 답답한교. 미치겠네.

- 어머나.
- 지영이, 아 지영이.
- 왜 이러세요.
- 마지막으로 지영이 마지막으로 만나러 온게야.
- 마지막이요?
- 맹세하지. 앞으로는 무슨일이 있어도 지영이 만나러 오지 않는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 아직 할 말이 남았어요?
- 지금 아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야.
- 그래서요.
- 만길이 그사람 풀어주겠다고 약속을 했어.
- 법대로 해야 한다고 그러던데요.
- 사실대로 말해주겠다고 하더군. 만길이 그 사람 죄가 없는 모양이야. 돈을 준건 아내 임의로 준 모양이고.
- 선심 쓰시는군요. 그래서 그 말 하러 오셨어요? 집으로 들어가는 댓가로 만길씨 풀어주기로 했단 말.
- 그래서 찾아온게 아니야.
- 그럼요.
- 지영이.
- 말씀해 보세요. 시간 없어요.
- 변명 같지만 난 지영이를.
- 또 사랑얘긴가요?
- 그래. 바보같은 얘긴지도 모르지. 내 합리화.
- 그럼 됐어요. 그런 얘긴 안하셔도 돼요. 말씀 안해도 알고 있으니까요.
- 지영이.
- 그래요. 나요 선생님 미워한 적 없어요.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 이젠 됐죠. 그렇게 끝나면 되는거 아니에요?
- 그렇지.
- 이젠 홀가분 하세요?
- 그럼 먼저 나가주세요. 난 좀 더 앉아있다 나갈게요.
- 행복해 지라고.
- 그럼요. 행복해져야죠. 행복해 질거에요.
- 그럼.
- 가세요. 괜찮아요. 망설이지 말고 빠릴 가세요. 어서요.

- 잘가세요. 윤선생님. 어쩜 두고두고 선생님 보고싶을 거에요. 보고싶어 하는거야 뭐 어때요? 그래 난 보고싶어 할거야. 울고 그러는 대신 보고싶어 할거라고.

- 만길인 다음날 아침 풀려났어.

- 아이고, 마 이제 살겠네. 하 공기 좋다.
- 매연가스 천진데.
- 마 그래도 이게 사람 사는 냄샌기라.
- 차표 사놨어. 서둘러야지.
- 차표? 무슨 차표?
- 하루도 서울에 더 있기 싫어. 우리 저녁차로 집에가자.
- 집? 하하. 아이 집이 뭐꼬?
- 뭐라고?
- 아이 집이라는게 뭐꼬?
- 그게 무슨 소리야.
- 마 내한텐 집 같은건 없는기라.
- 그럼, 솔잎이랑 고향에 내려가서 살자는건.
- 아 그래야지. 마 돈벌어 갖고.
- 우리 세식구 먹고 살 순 있어. 하다 못해 땅을 파도.
- 마 평생 고생이나 하면서 말이가. 마 내는 그래 몬한다.
- 뭐라고?
- 몬한다카이.
- 그런데 왜 그런말 했어. 솔잎이 데려다가 셋이 살자고.
- 마 그라믄 우짜나. 마 감방에 탁 들어가 앉았는데 눈앞이 캄캄하데. 마 그라니 어짜노.
- 에잇
- 하하하.
- 웃어? 에잇.
- 아이 이 백주대로에 니 머슴아 뺨치나. 어이?
- 죽어. 죽어 너 같은건.
- 하하하하.

안경진, 김영식, 유민석, 나병옥, 이근욱,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제26화 차라리 돌멩이에 비는게 낫겠어요 제28화 난 변했어. 돈만 아는 여자로.


(입력일 : 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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